조성기 박사의 ‘주류산업과 정책이야기’(16)
금주모델에 근거하여 알코올 통제정책을 구사하는 미국
미국의 음주문화와 알코올정책<上>
조 성기(아우르연구소 대표/경제학 박사)
음주문화 중 제일 먼저 살펴 볼 일이 무엇일까? 음주 인구다. 술은 마시는 물질이기 때문이다. ‘미국에는 얼마나 많은 음주자가 있을까? 그렇기 때문에 인구가 가장 중요한 관찰대상이 된다. 그것도 술 마시는 인구 말이다.
미국의 법적 음주허가연령은 모든 주에서 똑같이 21살이다. 최소음주연령 법규로 규제된다. 유럽에 비해서 높고, 우리나라보다도 많다. 이런 면을 보면 ‘미국이 음주를 강력하게 규제하고 있구나!’하는 것을 생각할 수 있다. 우리나라처럼 제사 후 어른이 아이들에게 음복을 시킨다면, 미국에서는 법을 위배하는 일이 된다. 하지만 미국에서도 예외는 있다.
금주모델로 유명한 국가답게 미성년자 음주도 어떤 경우에 안 되고 어떤 경우에 되는지를 상세히 정해 놓고 있다. 그리고 1984년 전에는 몇몇 주는 18-20세였다. 법적으로 청소년 음주가 허용되는 오하이오 주의 경우는 부모가 동의하는 경우에 가능하다. 하지만 식당에서 21세 이하 청소년에게 술을 팔지 않는 정책을 선택하면 부모가 동의해도 불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21세 이하가 법적 금주 연령으로 일반적으로 채택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법적 음주연령 이상의 인구는 2억 3,500만 명 정도다. 그 중 음주인구는 2억 304만 명이다. 상당한 수다. 주류시장 규모를 리터 단위로 보면 미국은 2005년에 299억 9천2백만 리터에서 2014년 303만 3천 리터로 늘었다. 인구가 많은 중국에 이어 세계 2위다. 전 세계 음주량의 13%를 차지하는 술 강국이다.
1인당 알코올 소비량을 보면, 세계보건기구 자료로 볼 때 세계 191개국 중 48위로 한참 밀린다. 순알코올 소비량이 9.2리터이다. 많이 마시는 국가들은 벨라루스, 몰도바, 리투아니아, 러시아, 루마니아, 우크라이나, 헝가리, 체코슬로바키아 등이었다. 대부분 과거 소련이거나 동구권 국가들이다. 기록 자료는 8.7리터이고 기록이 없는 자료 추정량이 0.5리터다. 제일 많이 마시는 술도 순 알코올을 기준으로 할 때 맥주가 절반(50%), 위스키 32.7%, 와인 17.3%의 순이다.
미국의 음주 자료를 관찰해 보면 미국인들의 음주는 불평등과도 관련성이 있다는 가설이 가능하다. 2000년대 들어 음주량이 늘고 있는 것이 그것이다. 특히 독주인 위스키 수요가 늘고 있어 특이한 상황이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 이지만 글로벌 사회에서는 저도주인 맥주가 강세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맥주 수요가 줄어드는 것으로 통계가 잡힌다.
불평등이 확대되면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나타나게 되는데 부유층이 선호하는 와인 수요가 늘면서 동시에 독한 위스키 수요가 늘고 있는 것이다. 속상한 자는 독주를 더 마시고 부자가 와인 음주량을 더 늘렸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 기간 맥주 수요가 줄었다. 맥주는 레이건과 대처가 신호탄을 올렸다는 신자유주의가 시작한 시점부터 줄었다. 일반적으로 경쟁이 드세 지면서 그런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미국인들이 속상할 때 과연 독한 술을 마셨을까? 술과 사회는 무슨 관계일까?
미국 전체의 그랜드 트렌트를 보면 음주수요량이 지난 세기 동안 늘어난 현상을 관찰할 수 있다. 그런데 경제성장기에도 술 수요가 늘었지만 불평등 팽창기에도 역시 증가한다. 인간은 흥청망청할 수 있을 때 여유가 있어 술을 마시고, 삶이 지옥이 될 때에도 술을 더 마셨다는 자료다. 경기가 나빠져도 아직 그럭저럭 살만 할 때는 독한 술을 적게 마셨다. 독한 술은 스트레스와 관련성을 보인 것이다.
금주령 기간 중에 가장 술 소멸 효과가 확실했다. 숨어서 먹은 통계는 안 잡혔고 음주량 통계는 바닥이다. 그러므로 음주량을 급격히 줄이려면 금주정책을 펴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문제는 정치적으로 그 입장은 지지받기 어렵다는 것이다.
미국인들의 순알코올 음주량을 기간별로 나누어 살펴보자. 주세를 낸 기록소비량을 기준으로 할 때 2003년-2005년 중에 8.5리터다. 그런데 2008년-2010년 기간 평균은 8.7리터다. 조금씩 늘었다. 그 이후도 증가세는 여전하다. 1990년대 후반 이후 2010년에 이르는 기간 중 대체로 증가세인 것이다. 1980년대 중반까지는 10리터 내외였다.
호황의 결과였던 것이다. 돈이 있어야 술을 마실 수 있으니 미국의 팽창은 음주량 증가와 정의 상관관계를 보인다. 미국의 총 순알코올 음주량을 15세 이상 인구에 대해서만 나누어 보면 전체인구 기준으로 16.9리터이고, 음주자만 기준으로 할 때는 24.5리터로 음주량이 상당함을 알 수 있다. 남성만을 대상으로 보면 음주자 기준 소비량이 무려 30.9리터이고, 여성은 17.3리터로 그 절반이 조금 넘는다. 엄청난 양이다.
금주자 통계도 살펴보자. 평생 금주자는 12%다. 평생 술을 마신 음주자가 88% 정도라는 의미다. 지난 12월간 금주자는 31.1%, 남성의 경우는 24.8%, 여성은 37.0%다. 단기간에는 금주자가 는다. 건강상태가 금주 기간에 영향을 미친다. 음주자의 20% 정도가 건강위험이 클 수 있다는 의미다.
음주의 결과로 간질환으로 인한 사망자는 10만 명 중 남성 14.9명, 여성 7.1명이다. 교통사고 사망자는 남성과 여성이 각각 10만 명당 18.6명과 7.0명이었다. 2012년의 통계다. 알코올 사용 장애자는 남성 10.7%, 여성 4.2%, 전체 7.4%다. 이는 미주 평균 6.0% 보다 많은 수이다. 음주량의 증가가 사용 장애자의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알코올 의존자는 남성 6.9%, 여성 2.6%, 전체 4.7%다. 이 또한 미주 지역 전체평균치인 3.4%보다 많다.
미국에서 술 문제를 줄이고자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고 강력한 규제를 하고 있지만 그 정책이 나쁜 음주 태도를 변화시키지 못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과연 미국의 금주모델이 의미 있는 것일까? 도덕모델에 근거한 정치적 선택은 아니었던가? 점검해 봐야 할 일이다. 이는 ‘강력한 규제와 통제에 중점을 두는 정책적 선택이 과연 술 문제를 줄이는가?’라는 가설에 의문을 제기하데 되는 정보다.
미국의 술로 인한 건강문제도 만만치 않다. 국민소득의 2.5% 정도를 건강, 사고, 질병상의 문제로 인한 피해를 입는다. 매년 8만 8천명이 술로 인해 죽는다. 담배가 1위, 2위는 영양결핍과 활동부족, 세 번째 이유가 술이었다. 음주운전 교통사고 사망자는 2014년에 9,967명이었다. 2010년에 알코올 오용의 비용이 2490억 달러, 한화로 250조원 규모다. 2015의 미국 질병관리본부 자료이니 최근 자료다. 1/3 정도는 폭음이 이유였다.
2012년 조사에서는 어린이의 10%가 알코올 문제를 가진 가정에서 살았다고 했다.
한편, 알코올 관련 산업이 미국의 전체 경제활동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히 크다. 미국이 제조 도매는 자유롭고 소비단계에서 규제를 선택한 것이 이유일 수 있다. 오래 전에 이미 직접 간접적으로 약 700만 명가량의 인력이 알코올의 생산과 유통을 담당하고 있으며, 주세는 175억 달러, 20조원에 근접한다. 캔과 병의 제작, 운송, 포장 등 관련 산업까지 포함하면 3조 달러가 넘는 규모다.
그렇지만 미국인들이 술을 바라보는 눈은 곱지 않다. 미국에서 발간되는 상당수의 음주교육 팸플릿에는 주로 알코올 남용이 교통사고, 질병, 무질서, 파괴적 행동, 폭력 등을 낳는다는 홍보를 하고 있다. 미국은 다양성을 추구한다. 그런 만큼 국민 모두가 전부가 음주가 문제라는 의견에 동조하는 것은 아니다. 음주를 반대하는 사람들 보다 음주 친화적 인구가 더 많다. 그 사실은 다른 나라와 다를 바 없다.
미국의 ‘알코올의학연구재단’을 중심으로 한 의료 연구 집단들은 적당한 음주는 스트레스의 완화, 사회관계의 증진, 심장질환의 감소, 수명연장 등의 효과가 있다는 연구를 지속적으로 발표하고 있다. 하지만 그 연구재단은 주류업계가 지원하는 연구기금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술의 좋은 점을 강조하는 것은 미국다운 특징이다.
음주를 한 사람이 하지 않는 사람보다 머리가 좋다거나 경제적으로 우위에 있다는 연구결과도 발표하고 있으니 과음을 조장한다는 비난을 받게 된다.
미국의 알코올에 대한 신념과 태도는 건국 초기처럼 청교도적인 상황이 아니다. 사실 그 때도 개척의 피로를 완화시키기 위해 많이 마셨다. 술에 대한 가치관은 이중적인 측면이 있다. 청소년 음주의 증가, 여성음주의 증가, 알코올 중독자의 꾸준한 발생 등의 문제도 다른 나라와 다르지 않다.
미국은 부유한 국가답게 예방과 치료의 천국이라고 볼 수 있다. 알코올 문제 예방과 치료에 관한 세계의 모든 자료가 미국에서 제작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모든 주 에 치료기관이 수백 군데씩 있다. 병원 모델, 지역 재활상담센터, 중간집, 쉼터, 그룹 홈, 치료공동체 등 다양한 치료재활 전달체계가 구축되어 있다. 놀라운 일이다.
예방을 위한 활동도 전체 국민 대상 종합 홍보, 청소년, 노인, 여성, 음주운전, 직장인, 유색인종, 소수민족 등 고 위험군을 대상으로 한 특정 집단 예방사업, 학교, 지역사회, 가정 등에서의 프로그램 등 필요에 따라 다양하게 개발되어있다.
금주주의자들과 음주주의자들의 대결도 볼 만한 곳이다. 건전한 음주관리법이 세밀하게 개발 되어 있으며, 폐해감축(Harm Reduction)개념도 적극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연방정부가 설립한 국립알코올중독 연구기관도 무조건 술을 마시지 않는 것이 비현실적이라는 것을 인정하기 까지 한다. 금주론에 기초한 연구도 많지만 적정음주관(Moderate
Drinking)을 토대로 예방대책을 찾는 연구도 적지 않다. 균형 잡힌 다양한 연구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알코올 문제 해결의 지름길이 교육이라는 확신을 가진 듯 하다. 교육의 중요성에 대해 수 많은 경험적 연구 결과가 있고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미국의 알코올 교육 프로그램은 초등학교를 비롯하여, 중 고등학교, 대학교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고 체계적인 교육전달체계를 갖추고 있다. 대학교수와 대학생들이 주축이 되어 결성된 미국대학생 알코올문제예방 기구는 생활관을 중심으로 한 예방프로그램, 신입생, 운동선수 등 고 위험군 예방 프로그램을 집중적으로 실시한다.
미국 대학생 예방기구의 학내 동아리가 결성된 대학이 전국적으로 산재해 있다. 미국 정부와 교수들, 연구자들이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는 하지 않겠다는 각오로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한 사람을 예방하는 것이 열 사람을 치료하는 것보다 낫다”는 의견도 있다. 1달러를 예방에 투자하면 평균적으로 2.5달러 정도의 효과를 보게 된다는 경제 분석 결과도 있다. 하지만 예방과 치료활동을 열심히 한다고 해서 음주위험이 획기적으로 사라진 곳은 아니다.
미국인의 알코올에 대한 인식과 태도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크게 변했다. 영국 식민시기에 미국인들이 와인과 증류주를 무진장 마셨다. 위스키·진·버번 등이 주로 소비한 증류주였다. 19세기부터 맥주 소비도 늘었다. 1933년 금주법이 풀렸을 때 이후 최고 소비 주류는 맥주가 되었다. 2016년 갤럽 조사 자료에 맥주 43%, 와인 32%, 증류주 20%의 구성이다.
북미 대륙으로 이주한 초기에 어린아이들까지 부모들과 함께 마셨다는 자료가 있다. 그 전통이 지금 어른 동의 하 청소년 음주법으로 남아 있는 주도 있는 것이다. 그 당시에는 ‘정기적으로 술을 마시는 것이 건강에 이롭다’는 생각도 일반적이었다고 한다. 유럽에서의 생활이 미친 것이 아닌가 한다.
과거 개척기에는 술집이 미국 사회의 중심지였다. 교회, 시청, 법원에서도 술을 팔았다. 요즈음의 미국 술집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술을 많이 마셨지만 만취가 허용되지 않는 사회적 통제가 있었다. 하지만 술을 신의 선물로 간주하는 유럽의 전통이 남아있어 금주자는 좀 이상하거나 모자란 사람으로 여겨졌었다고 한다.
독립전쟁 시기에 주세가 연방세로 부과되었다. 19세기 말까지도 미국의 술집은 공격적이고 반사회적인 행동이 허용되는 분위기였다. 그렇지만 산업발전, 도시화 등의 사회가 변화하고 사회갈등도 심해지면서 알코올 남용이 비난의 대상이 되었다. 만취로 인한 사고가 늘자 만취는 점차 덜 허용적인 분위기가 발생하기 시작하였다.
알코올에 대한 허용적 입장과 불허 입장은 미국 이민사회가 복잡해지면서 그 갈등이 증폭되었다. <다음호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