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唐詩)로 대륙 중국을 헤아려보자(14)
술에 대한 정의를 굳이 내려 본다면
물론 우리의 선조들 역시 술에 대해서만큼은 빼놓을 수가 없겠지만 술에 대해서 중국만큼 할 얘기가 많은 나라가 있을까. 술은 정직한 친구라고도 한다. 마신 만큼 취하기 때문이다. 한번 만난 친구는 한잔을 주고받으면 좋은 친구가 되고, 잔소리도 콧노래로 들리게 하는 착한 놈이라고 하는데, 할 일 없는 백수도 한잔하면 백만장자가 되고, 내일 삼수갑산에 갈망정 마시는 순간만큼은 최고다.
‘사흘에 한 번 마시면 금이요, 밤에 마시는 술은 은이요, 낮에 마시는 술은 구리요, 아침에 마시는 술은 납이라네’ 탈무드에 있는 말이다. 팔만대장경에도 ‘술은 번뇌의 아버지요, 더러운 것들의 어머니’란 구절이 있다. 마시면 신나고, 시름 잊고 행복한 듯 어울려 한잔하는 재미는 흥을 돋우는 촉매제다. 누가 음주를 탓할 것인가.
술의 양은 한 병은 이 선생, 두 병은 이 형, 세 병은 여보게, 네 병은 어이, 다섯 병은 야, 여섯 병은 이 새끼, 일곱 병은 파출소, 여덟 병은 병원응급실 행이라는 말이 그냥 나온 말은 아니지 않을까.
사령(四靈)이란?
사령(四靈) 또는 사서(四瑞)라고 하는데『예기(禮記)』「예운편」에 기록된 전설상의 네 가지 신령과 상서로운 동물인 기린(麒麟), 봉황(鳳凰), 영귀(靈龜), 용(龍)을 가리킨다. 기린은 신의를 상징하고 봉황은 평안을 상징하며, 영귀는 길흉을 예지하고 용은 변환을 상징한다고 한다. 짧게 린(麟)·봉(鳳)·귀(龜)·용(龍)이라고도 한다.
4장 국정농단, 예나 지금이나
두꺼비가 둥근 형상을 먹어버리니
휘영청 밤도 이미 기울어졌네
◇ 登金陵鳳凰臺
금릉 봉황대를 오르며
봉황대 위에 봉황이 노닐더니
봉황이 떠나니 누대는 비어있고 강물만 절로 흐르누나
오나라 궁전의 화초는 그윽한 길에 묻혀있고
진나라 의관은 옛 무덤을 이루고 있네
삼산은 푸른 하늘 밖에 반쯤 걸쳐있고
두 줄기 물이 백로주로 나뉘어져 있구나
언제나 떠있는 구름이 하늘을 가리고 있어
장안은 보이지 않으니 근심만 쌓이게 하는구나.
鳳凰臺上鳳凰遊
鳳去臺空江自流
吳宮花草埋幽徑
晉代衣冠成古丘
三山半落靑天外
二水中分白鷺洲
總爲浮雲能蔽日
長安不見使人愁
배경 이백이 무한의 황학루에 올라 장강의 풍치에 매료되어 붓을 들고 시를 지으려다 이미 최호가 누벽에 쓴「황학루(黃鶴樓)」란 시를 읽어보고는 감탄하여 붓을 꺾었다는 일화가 있다. 그 후 마음속에 담아 두었던 최호의 명작 「황학루」와 겨뤄보고자 봉황대에 올라 지은 시다. 이때가 간신 고역사의 참언에 의해 조정에서 쫓겨나 방황하던 시기다.
어휘
金陵(금릉):지금의 장쑤 성 남경시.
鳳凰臺(봉황대):육조의 송 대에 남경성 서남쪽 산에 아름다운 새들이 많이 깃들어 사람들이 봉황이라 부르고, 이곳에 높이 대를 쌓아 봉황대라 이름 지었다.
三山(삼산):남경 서산에 있는 산.
浮雲(부운):뜬구름. 천자의 총기를 흐리게 하는 간신배들을 비유.
日(일):해. 하늘. 천자의 상징.
埋(매):묻을 매. 덮다. 묻다.
幽徑(유경):그윽할 유, 길 경. 한적한 오솔길.
丘(구):언덕 구. 무덤.
蔽(폐):덮을 폐. 가리다.
해설 옛날에 봉황대에는 봉황이 날아와 노닐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봉황은 가버렸고 봉황대만 덩그러니 놓여있고 앞에는 장강만이 유유히 흐르고 있을 뿐이다. 이곳이 오나라 궁궐이 있던 곳이라 그 당시에는 많은 궁녀들이 아름다움을 자랑했겠지만 지금은 다 죽어 땅속에 묻혀있고, 진나라 때는 수많은 관리들이 부귀영화를 누렸겠지만 역시 지금은 무덤 속에 잠들어있을 뿐이다. 여기까지의 전반부에서 작가는 인생의 무상함을 느끼고 있다.
후반부에서 세 개의 산은 푸른 하늘 밖에 반쯤 걸쳐 있으니 마치 하늘에서 떨어지다가 구름에 얹혀있는 것 같고, 진수와 회수 두 강은 가운데가 백로주에서 나뉘어 흐르고 있다.
언제나 떠다니는 구름이 해를 가려 장안이 보이지 않게 되자 근심만 가득하게 되는구나. 구름은 고역사를 비롯한 간신들, 해는 황제인 당 현종, 장안은 임금의 총기를 말한다. 즉, 간신들이 득세하여 임금의 총기를 가리고 있으니 깊은 시름에 잠기게 된다는 우국충정의 심정을 노래하고 있다.
명구(名句)
總爲浮雲能蔽日 長安不見使人愁
◇ 古朗月行
옛 밝은 달 타령
어려서는 달을 몰라서
흰 옥쟁반이라 불렀네
또는 요대의 거울인가
날아서 푸른 구름 가에 걸려있네
신선이 두 발을 늘어뜨리고
계수나무는 어찌나 둥글던지
하얀 토끼가 약을 빻아 만들기에
누구에게 먹이려느냐고 물어보았지
두꺼비가 둥근 형상을 먹어버리니
휘영청 밤도 이미 기울어졌네
예가 옛날에 아홉 까마귀를 떨어뜨리니
하늘과 사람이 맑아지고 또한 편안해졌네
음의 정기가 이처럼 사라져 어두우니
가는 곳마다 볼 것이 없어졌네
근심이 오니 어찌하겠는가.
애석하게도 마음과 간장을 꺾어놓는구려
小時不識月
呼作白玉盤
又疑瑤臺鏡
飛在靑雲端
仙人垂兩足
桂樹何團團
白兎搗藥成
問言與誰餐
蟾蜍蝕圓影
大明夜已殘
羿昔落九烏
天人淸且安
陰精此淪惑
去去不足觀
憂來其如何
凄愴摧心肝
배경 밝은 달에서 시흥을 이끌어내었다. 달이 기울어짐을 임금의 성총을 어지럽히는 간신배들에 비유하면서 힐난하고자 했다.
어휘
瑤臺(요대):신선이 산다는 누대.
團團(단단):둥그런 모양.
蟾蜍(섬여):두꺼비 섬, 두꺼비 여. 옛날 달 속에 두꺼비가 있다는 전설에 따라 달의 별칭으로도 사용함.
羿(예):사람이름 예. 하나라 대에 유궁국의 군주로 활을 잘 쏘았다 함. 태고시대 요 임금 때 열 개의 태양이 한꺼번에 빛나서 초목이 다 말라 죽었다. 이에 요는 예를 시켜 아홉 개의 태양을 쏘아 그 안에 살고 있던 까마귀를 죽였다 함.
陰精(음정):달의 정기. 여기서는 달의 별칭으로 사용.
憂(우):근심 우.
凄愴(처참): 쓸쓸할 처, 슬퍼할 참. 처참하다. 비통하다. 몹시 슬프다.
摧(최):꺾을 최. 부러뜨리다. 무너뜨리다.
해설 이백이 어렸을 때를 회고하면서 달을 읊은 시이다. 초반에는 달의 모습을 그리고 중반에는 달에 관한 전설을, 마지막 부분에는 더는 달을 보지 못하는 아쉬운 심정을 나타냈다. 여기에서 주목해야 하는 부분은 끝부분이다. 이지러진 달, 즉 사라져 어두워져 더는 달을 볼 수 없다는 구절은 상징적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천자의 정기를 흐리게 하여 조정을 어지럽히는 간신배들의 행태를 풍자했다고 볼 수 있다. 즉 달은 천자로, 두꺼비는 간신배로 묘사하여 두꺼비가 야금야금 갉아먹어서 달이 이지러지는 것을 염려했다.
이백은 달을 신선이 살고 있다는 요대(瑤臺)에서 선녀가 쓰던 거울로 착각해 아마도 그 속에서 신선이 한가롭게 두 다리를 뻗고 앉았고 토끼는 불사약(不死藥)을 찧고 있을 것이라고 여겼던 것이다.
<다음호 계속>
☞차동영의 학력및 경력:▴연세대학교 문과대학 중어중문학과▴서강대학교 대학원 중국어과▴삼성 배우기 최고가상품 개발▴DMZ종주상품 및 태권도방한관광상품 개발▴CITM(중국국제여유대전)한국관 최우수관 선정 및 수상
*편집자주:본지는 저자의 양해를 받아 ‘그대여! 보지 못했는가?’ 중에서 술과 직접 관련이 있는 대표시를 연제한다. 삽화및 관련 사진은 청어사가 제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