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게바라 할머니

이 영 식

신내동 굴다리 지하차도

폐휴지 리어카에 매달린 노파

깡마른 어깨와 굽은 허리를 티셔츠로 감싼 채

자동차 줄줄이 세워 서행으로 끌고 있다

때 절은 검은 T셔츠 위에 프린팅 된 체게바라

젊음도 혁명도 놓치고

무너진 젖무덤을 소금꽃으로 덮고 있다

꿈은 꿈으로 끝날 뿐이야

삶이 매달린 수레바퀴에 기적 따윈 없어

체는 노파를 노파는 리어카를

리어카는 힘겨운 하루를 끌고 있다

정글이 따로 없다

혁명의 아이콘 체·게바라/ 오늘은 신내동 굴다리 지하차도에서 폐휴지 리어카를 끌고 있다. 젊음도 혁명도 놓치고 할머니 앞가슴의 무너진 젖무덤을 덮은 채 힘겨운 하루를 건너고 있다. 꿈은 이루어진다고 외쳐봤지만 현실에서는 수레바퀴에 매달린 구차한 목숨이다. 정글이 따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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