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르도 메독 “그랑 크뤼(GRAND CRU)” 와인 등급에 대하여

보르도 메독 “그랑 크뤼(GRAND CRU)” 와인 등급에 대하여

한관규, 와인마케팅경영연구원 원장

 

와인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과 애호가들은 이미 보르도 와인의 품질 등급을 잘 알고 있다. 보르도 그랑 크뤼 등급으로 분류된 와인들은 오랫동안 고품질의 상징이었고, 프랑스 와인의 자존심이기도 하다. 1855년 메독지역에 등급 분류를 시작으로, 현재 보르도에서는 4개 지역인 메독, 그라브, 쌩떼밀리옹과 쏘테른느-바르싹에 약 170개의 ‘크뤼 클라쎄(Cru

Classé)’가 존재하고 있다. 이 품질 등급 분류는 소비자나 와인 거래를 하는 유통업체, 또 당사자인 와인 생산업체들에게는 커다란 영향을 주었으며, 좋은 등급을 받은 샤또들은 존경과 여러 이익을 보장 받았다.

크뤼(Cru) 정의와 종류

포도밭마다 기후와 지형, 즉 경사, 위치와 지형도 등은 매우 다양하며 지역적인 미기후도 형성되어 있다. 이 포도밭에 제한된 범위인 기후와 토지학적인 주위 환경을 떼루아(Terroir)라고 부른다. 이 떼루아에서 여러 포도 품종들이 잠재적 특질들이 표현되어 와인을 생산하는 특정생산지역을 프랑스에서 일반적으로 크뤼(Cru)라고 표현하고 있다. 보르도 지방에서는 크뤼의 종류를 크게 그랑 크뤼(Grand Cru)인 크뤼 클라쎄(Cru Classé)와 크뤼 부르주와(Crus Bourgeois), 크뤼 아르띠쟝(Cru Artisan) 으로 구분하고 있다.

그랑 크뤼(Grand Cru)의 개념은 프랑스 와인 역사와 함께 생긴 공식적으로 사용하는 용어이다. 이미 설명된 크뤼 중 가장 뛰어난 그랑 크뤼는 매우 예외적인 떼루아에서 생산된 와인만이 이에 해당된다. 즉, 그랑 크뤼는 최고의 포도 산지로서의 떼루아를 형성한 포도원을 뜻하며 동시에 양조자의 기술과 몇 세대에 걸친 그들의 노력으로 품질에 있어 지속성이 있음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프랑스 INAO(국립원산지명칭연구소)의 통제 하에 명칭을 사용할 수 있으며 부르고뉴, 샹파뉴, 알자스에도 그랑 크뤼들이 있다. 그러나 보르도 와인에서 더욱 중요하게 인식되는 것은 그랑 크뤼에 대한 오래된 역사와 등급 분류 때문이다.

등급 분류의 시도

17세기부터 보르도 그랑 크뤼의 원형인 그라브지역 뽕딱(Pontac) 와인은 익명성을 탈피하기 위해 와인에 그들 원산지와 샤또명을 넣어 런던에서 판매하여 성공을 거두었다. 그로 인해 명명된 와인은 인기가 더해갔고, 가격에 따라 보르도 와인의 현황을 알리는 여러 문서도 나왔다. 그 중 1776년, 기옌(보르도 옛 지명)의 뒤프레 드 쌩 모르(Dupre de Saint Maur) 지방 총감은 세제 문제로 와인 가격을 알고자 하였고, 이 가격조사가 크뤼들의 서열화를 시키는 첫 시발점이 되었다.

또한 등급 분류 시도 중에서 잘 알려진 것은 1787년 당시 주불 미국 대사였던 토마스 제퍼슨(Thomas Jefferson)분류로서, 보르도 포도밭을 방문한 와인 애호가인 그는 와인 중개상과 네고씨앙들로부터 정보를 얻어 스스로 와인 등급 리스트를 만들었다. 그 후에도 역사적인 1855년 등급분류가 있기까지 이와 같은 성격의 시도가 수차례 이루어지게 된다.

1855년 최초의 공식적인 등급 분류

공식적인 등급 분류는 나폴레옹 3세(Napoléon III)의 제정시대에 개최된 프랑스 국제 박람회(Exposition Universelle)에서 보르도 와인이 소개되면서이다. 먼저 기초적인 분류는 보르도 상업회의소(Chambre de Commerce de Bordeaux)가 초안을 작성하게 된다. 주된 작업은 “오랜 기간 동안 경험을 기준으로 한 분류”를 공식화 하는 것으로서 권위 있는 와인관련 참고자료의 인용과 주요 중개인(Courtiers) 사무실에 존재하는 구매 가격 서류가 사용된다.

1855년 4월 18일, 상업회의소는 중개인상업조합(Syndicat des Courtiers de commerce)으로부터 보르도 지역의 와인 거래 목록을 전달받았고 이를 토대로 지난 몇 십 년간의 거래들을 참조하여 보르도에서 가장 인기 있는 크뤼에 객관적인 서열을 정했다. 이들은 정확하게 거래되었던 시세로 기준을 삼았으며, 1등급 크뤼들의 경우 추정치 3,000 프랑(약 420유로)을 기준으로, 그 다음 크뤼들은 이 적정 가격대비로 감소하여 5등급으로 이루어졌다.

이 등급 분류에서 메독과 그라브의 크뤼들 61개 샤또가 결정되었다. 레드와인의 경우, 1등급은 메독 지역 샤또 라피트, 마고, 라뚜르와 그라브 지역의 샤또 오브리옹만 분류하였다. 1855년 이후 무똥 로췰드(Mouton-Rothschild)가 2등급에서 1973년 1등급(Premier Cru)로 수정된 것을 제외하고는 지금까지 변함이 없다.

1855년 이후 등급 분류된 샤또 소유주들은 포도원의 구매, 재판매, 상속, 교환, 관리인 변경, 확장, 축소, 새로운 설비 등 수 많은 변화가 이루어졌다. 그 결과 일부 샤또에서는 등급 수준 보다 높은 와인 품질로 상승시키거나 또한 하락 되어, 어떤 크뤼들은 암흑기를 거치기도 하였고, 반대로 괄목할만한 성장으로 우수성을 증명하기도 하였다.

AOC 오메독

Haut-Médoc

쌩떼스떼프

Saint-Estèphe

뽀이약

Pauillac

쌩줄리엥

Saint-Julien

마르고

Margaux

메독 합계
크뤼 수 5 5 18 11 21 60

*참고 : 보르도 와인(한관규 저서)

재분류 문제점과 등급 용어 사용

공식적인 1855년 등급분류 이후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고 메독 지역을 시작으로 그라브, 쌩떼밀리용도 크뤼 클라쎄 분류에 참여하게 되었다. 이 분류는 보르도 와인의 상징일 뿐 아니라 세계 와인 생산자들의 등급 분류의 참고 자료가 되었다. 또한 소비자들에게는 고품질 와인의 척도가 되며 효율적인 홍보의 수단이기도 하다.

오늘날, 등급을 분류했을 당시와 현재 품질과 가격을 비교했을 때, 등급이 재 분류되지 못하고 있는 가치 있는 샤또들에게 부당함이 있는 게 사실이다. 3등급인 샤또 빨메르(Palmer)나 5등급 샤또 랭슈 바쥬(Lynch Bages) 역시 동급 와인에 비해 오래 전부터 가격이 더 높게 책정되어 오고 있다. 그래서 최근 라벨에는 등급 서열보다는 중립적인 크뤼 클라쎄를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이러한 점을 고려한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에 대해 현재로서는 크뤼에 대한 진정한 품질 수준을 알아내고 인정하는 것은 소비자의 몫이다. 그들이 가격에 의한 크뤼 등급을 매길 때만이 소유주에게 관심 있는 현실적인 유일한 등급이 된다. 좋은 예가 뽀므롤 와인으로 등급 분류 공식화의 필요성이 제기되지 않았던 샤또 뻬트뤼스(Pétrus)가 있는 것이다.

결론

이처럼1855년 등급 결정 이후, 재분류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그렇지만 164년 전에 분류된 메독 크뤼들의대부분이 그 명성을 더럽히지 않고 있다는 것도 인정해야 한다. 또한 보르도 크뤼 클라쎄에대한 등급 분류를 보존하고 보호해야 할 와인 분야의 유산이라 생각하는 이들도 존재하고 있다. 전통적이며 변함없는 등급은 와인 양조와 품질에 대한 노하우를 유지, 발전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사실 어느 한 시대에 마시는 한 잔으로 그 크뤼의 등급을 판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한 와인의 가치는 음식뿐 아니라 여러 측면을 통해 바라보아야 할 대상으로, 역사와 이야기가 있는 와인이 가치가 더욱 빛나게 된다. 이런 점에서 역사와 함께하는 크뤼 클라쎄 와인 등급 분류는 문제점과 논쟁거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품질에 대한 노력이 있는 한 유지되어야 한다. 이로써 보르도 메독 그랑 크뤼 등급은 와인 산업과 애호가들에게 있어 신뢰할 수 있는 고급 와인의 상징으로 남게 될 것이다.

문의 및 Copy : 한관규 (와인마케팅경영연구원 원장)

와인마케팅경영연구원(WMMI) – 와인 꼬네쉐르

Tel : 02-569-8700 E-mail : grandvin@naver.com Web : www.winec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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