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동영 에세이
당시(唐詩)로 대륙 중국을 헤아려보자(17)
중국 李白 詩 해설집 ‘그대여! 보지 못했는가?’
5장 인생사 어려워
큰 바람을 타고 힘껏 파도를 헤쳐 나갈 때가 오면
곧 구름 돛 곧게 올리고 푸른 바다를 건너가리다.
行路難 第1首
인생길 험난하여라 제1수
◇중국 중학교 교과서 수록
금잔에 맑은 술 한 말에 만 냥이고
옥쟁반에 진수성찬 만전이라 하네.
잔 멈추고 젓가락 놓으니 먹지 못한 채
칼 뽑아 사방 둘러보니 마음만 망연하구나.
황하를 건너려니 얼음이 내를 가로막고
태행산에 오르려 하니 눈이 하늘을 덮는구나.
한가하게 푸른 시냇가에서 낚시나 드리우다
문득 다시 배 타고 꿈꾸면 장안일세.
인생길 어렵다, 어려워
여러 갈림길이 있는데 지금 나는 어디에 와있는가
큰 바람을 타고 힘껏 파도를 헤쳐나갈 때가 오면
곧 구름 돛 곧게 올리고 푸른 바다를 건너가리다.
金樽淸酒斗十千
玉盤珍羞直萬錢
停杯投箸不能食
拔劍四顧心茫然
欲渡黃河氷塞川
將登太行雪暗天
閑來垂釣碧溪上
忽復乘舟夢日邊
行路難 行路難
多岐路 今安在
長風破浪會有時
直掛雲帆濟滄海
배경
한때 화려했던 궁궐생활을 양귀비와 고력사의 참소로 청산하고 야인으로 돌아와 울분에 찬 심정을 토해낸 것이다. 그러나 권토중래(捲土重來)하여 기회가 찾아오면 끝내 대망을 이루겠다는 굳건한 결의를 표현하고자 하였다.
어휘
行路難(행로난):인생행로의 어려움을 노래한 가요.
樽(준):술통. 술잔. 술 단지.
斗十千(두십천):술 한 말에 일만 전.
投箸(투저):던질 투, 젓가락 저.
太行(태행):산서와 하북, 하남의 경계를 이루는 산맥.
日邊(일변):해가 돋는 부근. 황제가 있는 곳, 즉 장안.
岐路(기로):갈릴 기. 갈림길.
安(안):고어) 어디에.
今安在(금안재):지금 어디에 있는가.
破浪(파랑):파도를 헤치다.
滄海(창해):검푸르고 넓은 바다. 망망대해.
해설
화려했던 궁정생활을 모함과 참소로 청산하고 울분을 달래고자 하였다. 그러나 장안에의 미련은 못 버려 권토중래하려는 심정을 그렸다. 때가 되면 다시 진출하여 임금의 총기를 가리는 간신배들을 몰아내어 백성들을 구제하고자 하는 거대한 야망이 내포되었다. 여기서 이백은 수많은 역경이 닥쳐와도 우리의 뜻과 희망을 잃어서는 안 되며 앞을 향해 더욱 의연히 나아갈 것을 설파하였다. 이런 의미에서 이 시는 우리를 전진케 하는 영원한 격려시인 것이다. ‘장풍아 불어다오. 큰 파도를 헤쳐 나갈 때가 되면 큰 돛 달고 거침없이 나아가리다.’ 2014년 7월 시진핑 중국국가주석이 방한 시 서울대 특별강연에서 한중관계를 묻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우호 협력의 돛을 함께 달고 윈윈(Win-Win)의 방향으로 항해한다면 바람을 타고 험한 파도를 헤치며 평화와 번영의 미래로 나아갈 것을 확신합니다.”
바로 ‘長風破浪會有時 直掛雲帆濟滄海’ 구절을 인용한 것이다. 이와 같이 중국의 엘리트 계층, 특히 최고 지도부는 당시의 명구절을 인용하는 것을 대단한 자부심으로 여기고 있다. 당시가 바로 그들 오천 년 역사의 자존심이기 때문이다.
명구
長風破浪會有時 直掛雲帆濟滄海
십 족을 멸하라?
명 3대 황제 영락제가 조카인 2대 건문제를 폐위하고 황제로 즉위할 때 자기의 정당성을 백성에게 알리기 위해 당시 대 유학자인 방효유에게 조서를 쓰라고 몇 번에 걸쳐 간곡히 청했다. 계속 거부하던 방효유가 마지막으로 쓴 네 글자는 무엇이었을까? 바로 ‘연적찬위(燕賊簒位:연나라의 역적이 제위를 찬탈하다)’였다.
이 네 글자에 크게 진노한 연왕 영락제가 “너의 죄가 구족에 미치더라도 계속 고집을 부리겠는가?”라고 했고, 이에 방효유가 “구족이 아닌 십 족을 멸족시킨다고 해도 내 뜻을 꺾을 수는 없다!”라고 대답하는 바람에 영락제가 “십 족을 멸하라!”고 명해 방효유의 씨를 말렸다는 이야기다.
일반적으로 역적을 멸할 때 조선시대에는 삼족, 명나라는 구족이 처형되었는데 여기에 1족을 추가하여 전무후무한 ‘십 족’이라는 개념이 만들어진 셈이다. 구족(친가 4족, 외가 3족, 처가 2족)에 친구와 문하생을 포함시켜서 십 족으로 일컬어졌다고 한다. 방효유의 ‘십 족’으로 총 847명이 모두 방효유의 눈앞에서 처형됐다고 전해진다.
영락제는 동시대 인물인 조선의 태종 이방원과 뛰어난 자질과 무사 기질을 가지고 친족을 척살하면서까지 재위에 오를 정도로 냉혹한 모습에서 비슷한 면모가 많았다. 또 혹자는 조카를 죽이고 재위를 찬탈했다는 점에서 조선의 세조와 비교하기도 한다.
☞차동영의 학력및 경력:▴연세대학교 문과대학 중어중문학과▴서강대학교 대학원 중국어과▴삼성 배우기 최고가상품 개발▴DMZ종주상품 및 태권도방한관광상품 개발▴CITM(중국국제여유대전)한국관 최우수관 선정 및 수상
*편집자주:본지는 저자의 양해를 받아 ‘그대여! 보지 못했는가?’ 중에서 술과 직접 관련이 있는 대표시를 연제한다. 삽화및 관련 사진은 청어사가 제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