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하의 데스크칼럼
‘積弊’ 윤회설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1990년에 조용필이 부른 ‘돌고 도는 인생’이란 노래가 히트 한 적이 있었다.
무엇을 보고 들었나 돌고 돌아가는 인생/ 바람이 불어와 나를 흔드네/ 누구를 향해 말하나 우리들이 사는 인생/ 그대의 얼굴에 정이 흐르네/ 이런 저런 인생도 우리 것….
봄·여름·가을·겨울도 돌고 돌아온다. 우리의 인생도 돌고 돈다. 못 살던 사람이 어느 날 부자가 되기도 하고, 부자가 쫄딱 망해서 길거리에 나 앉기도 한다.
독일의 철학가 니체의 대표 격인 ‘영원회귀(永遠回歸)’를 통해 니체는 자신의 저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통해 시간이라는 둥근 고리 때문에 모든 것은 때가 되면 돌아온다는 동일한 것의 영원한 회귀 사상을 이야기 했다. 불교의 ‘윤회사상(輪廻思想)’과 같다고나 할까. 요즘 세상 돌아가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인생은 돌고 돈다는 말이 너무 실감난다. 과거 정권을 적폐(積弊)로 몰아 이 잡듯 뒤져서 잡아 쳐 넣고 있다. 국어사전에 적폐는 ‘오랫동안 쌓이고 쌓인 폐단’이라고 한다. 당연히 적폐는 근절되어야 할 사항이다. 그러나 ‘적폐 청산’ 기준이 때론 애매모호할 때도 있다. 국민의 눈높이에서 볼 때 그렇다는 것이다. 이제 국민들은 ‘적폐’ 피로감이 쌓여 간다. 블랙리스트가 적폐 대상이었다면 이 정권에서는 그와 비슷한 일들이 일어나지 말아야 할 텐데, 벌어지고 있다면 적폐청산의 모순이다.
사실 ‘적폐’라는 말을 처음 사용 한 사람은 세월호 참사 때 “세월호 사고는 적폐 탓”이라고 박근혜 전 대통령 처음 사용 했다고 한다. (박성희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교수, ‘적폐 윤회설’에서)
박 전 대통령은 배를 가라앉게 한 것은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각종 폐해, 예컨대 선박 운항과 관련된 각 분야의 관행과 안전 불감, 부패 등을 통틀어 이를 ‘적폐’라고 했다.
2014년 6월 현충일 추념식에서 박 전 대통령은 “우리 사회의 비정상적 적폐들을 바로잡아 안전한 나라, 새로운 대한민국을 반드시 만들겠다”고도 했다. 권불십년 화무십일홍(權不十年 花無十日紅)이라고 했던가, ‘적폐’를 말했던 박 전 대통령은 ‘적폐’ 대상이 되어 옥살이를 하고 있다. 이 후 문재인 정부는 100대 국정 과제 1호로 ‘적폐 청산’을 내세웠다. 새 정부는 정권만 가져간 게 아니라 이전 정권의 ‘말’도 함께 가져간 꼴이 되었다.
문 정권 탄생의 원동력은 ‘적폐청산’을 이슈화 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당시 야권에서는 최순실 등 국정 농단 관계자들을 ‘적폐 세력’으로 불렀고, 이 프레임으로 선거를 치러 승리했다.
‘적폐’라는 완장을 차면 그야말로 무소불위(無所不爲)가 되었다. 노동계가 지목한 ‘적폐 공공기관장’ 목이 날아가고, 전교조는 ‘교육 적폐’ 해소를 위해 전교조 합법화를 주장하기도 한다. 문 정권은 과거 정권뿐만 아니라 초대 이승만 대통령까지 적폐의 칼날을 들이대단. 수조 원을 들여서 만든 4대강도 원전도 적폐 대상이 되고 있다.
돌고 도는 것이 인새이거든 이 정권도 영원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국회의원을 260명 당선시키겠다는 여당 대표의 꿈이 이루어진다고 해도 영원하지는 못할 것이다.
태풍도 폭풍도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하지만 세상사에서 가장 예측이 불가능한 것이 정치라고 한다. 왜냐하면 정치는 생물이기 때문이다. 하늘을 뚫을 것 같던 인기도 하루아침에 길바닥으로 추락하여 망신창이가 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 받아 감옥에 갇히게 될 것을 예측한 정치가도 점술가도 한 사람도 없었던 것을 보면 안다.
지금 문재인 정부가 ‘적폐청산’을 매직 워드(Magic word)로 사용하고 있는데 이 또한 언제 부메랑이 되어 발등을 찍을지 모르는 일이다. 세상을 살다보면 상대를 배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던 말이나 정책이 자기 자신이 그 덫에 걸리는 것을 수도 없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쯤 정권의 실세들은 소위 ‘적폐’를 보는 시각을 수정해야 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된다. 특히 적폐의 지나친 이념화를 경계해야 한다는 뜻이다.한비자에 화복동문(禍福同門) 이란 말이 나온다. 화와 복은 한 문으로 들락거려서 항상 복만 있는 것도 화만 있는 것도 아니다. 인간만사 새옹지마(人間萬事 塞翁之馬)라 하지 않던가. 갈수록 봄이 짧아진다. 곧 무더운 여름이 오려나 보다
<교통정보신문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