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형의 우리술 바로보기
이대형 연구원의 우리술 바로보기(136)
우리는 전통주 역사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나
전통주와 관련된 연구를 이야기 할 때 대부분은 제조에 집중을 해서 이야기를 한다. 그동안 단절된 전통주의 복원을 위해 많은 사람들이 노력했고 그 결과 고서의 주방문(술을 만드는 제조방법이 있는 책)을 해석하고 현대에 맞게 재현하였다. 그러나 제조법 이외에 다양한 전통주에 대한 사회, 문화나 역사에 대해서는 정리된 내용은 거의 없다. 시대적으로 어떤 술들이 유행했으며 누가 어떤 술을 만들었고, 궁궐에서 먹던 술과 서민들이 마시던 술은 무엇이며 어떤 의미를 지녔는지 등 많은 연구 분야가 있을 것이다.
전통주의 역사를 이야기 할 때 가장 먼저 거론된 문헌은 이규보(李奎報)의「동명왕편(東明王篇)」이다. 고구려 시조인 동명성왕(東明聖王) 건국담의 술에 얽힌 이야기가《고삼국사(古三國史)》에서 인용되었다고 한다. 이때 이미 술을 마시고 즐길 정도를 언급할 정도면 이미 대중에게 퍼져 있었다는 뜻일 것이다. 하지만 당시에 마시던 술은 무엇인지에 대해 정리된 내용은 쉽게 찾기 어렵다. 이러한 술의 이동 경로에 대한 내용도 우리는 가지고 있지 않다. 중국에서 시작된 주류 제조법이 우리를 거쳐 일본으로 갔다고 이야기 하지만 과연 일본도 다양한 교역을 했기에 우리에게서 술 제조법만을 배웠는지도 의문이다.
먼 과거의 내용들은 자료가 부족하기에 그러한 술 역사에 대한 연구를 하기에는 우리나라의 자료만으로는 많은 부분 부족함이 있다. 주변국인 중국이나 일본의 자료까지도 조사를 해야지만 제대로 된 전통주의 역사를 이야기 할 수 있을 것이다.
전통주의 최근 역사는 어떠할까? 우리가 알고 있는 조선의 임금이 마셨다고 하는 술의 이름이 기록되어 있는 조선왕조실록이나 승정원일기는 없다. 대부분은 청주, 약주, 소주라는 술의 주종만이 언급이 되어 있을 뿐이다. 동시대의 다른 고문헌들과 자료들을 통해서 과연 임금이 마셨던 술이 무엇인지에 대한 연구를 할 가치도 있을 것이다.
더 최근으로 와서는 전통주 제조에 있어 누룩이 사라진 것이 일제강점기에 일본의 입국이 들어오면서 강제적으로 사용을 강요하면서 없어지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한다. 그러나 여러 자료를 보면 해방직후(1945) 일시적으로 탁약주에 일본식 입국(흩임 누룩)을 허용했으나 즉시 금지하고 1956년까지 누룩만 사용하게 했다. 이런 자료만 보면 누룩막걸리는 1956년까지 유지되었고 이후에 다른 이유로 누룩막걸리가 없어졌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전통주에 있어 누룩과 입국의 시대적인 연구도 필요한 부분이다.
이밖에도 발효를 빨리하기 위해 카바이드를 넣은 막걸리를 만들었다는 괴담이 과거에 있었고 그것으로 인해 막걸리 소비가 감소된 적이 있다. 하지만 실제로 카바이드를 막걸리에 넣으면 마실 수가 없는 막걸리가 되기 때문에 카바이드 막걸리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오히려 발효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카바이드를 넣은 통을 술항아리에 넣어 카바이드 기화와 함께 술덧의 온도가 올라가 막걸리를 빨리 숙성시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신문기사는 어떻게 나왔을까?
지금 여기에서 이야기하는 것은 우리가 전통주 역사에 대해서 정확히 모르거나 잘못알고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이것은 잘못된 것이 아닌 우리가 가지고 있는 정보가 부족하기에 생기는 일이다. 지금이라도 전통주의 역사를 다시 한 번 정립해 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역사가 정확해야만 전통주에 대한 다양한 정보가 많아지고 스토리텔링이나 술에 문화를 입히는 작업도 더 체계적이고 다양성해 질 것이다.
그리스 신화의 포도주를 마시는 디오니소스(술의신), 이집트의 피라미드 건축 때 마셨다는 맥주 등 외국의 주류들은 그 역사 자체가 오래되기도 했지만 그 역사 자체를 자신들의 술 마케팅의 수단으로 사용한다.
역사는 단순히 과거가 아니고 지금 이 시대 우리 안에 있기에 역사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 전통주의 역사를 찾는 작업을 공공기관뿐만 아니라 술을 만드는 제조자나 고문헌을 해석하는 전문가 그리고 사회 연구를 하는 관련 전문가들의 협업을 통해 작업이 이루어 져야 할 전문 분야이다.
이미 잘못된 역사들이 정설처럼 받아들여지기 시작한 것들이 많다. 더 늦기 전에 전통주 역사에 대한 연구가 시작되어야 한다. 전통주에 대한 역사 연구를 통해 새로운 전통주의 역사가 만들어 져야 한다.
이대형:경기도농업기술원 직물연구과
우리 농산물을 이용해 한국술 연구를 하는 연구원
농산물 소비와 한국술 발전을 위한 연구를 하는 농업 연구사. 전통주 연구로 2015년 과학기술 진흥유공자 대통령 상 및 2016년 행정자치부 전통주의 달인 등을 수상 했다. 개발한 술들이 대통령상(산양삼 막걸리), 우리 술 품평회 대상 (허니와인, 산양삼 약주) 등을 수상했으며 다양한 매체에 한국술 발전을 위한 칼럼을 쓰고 있다. 개인 홈페이지로
www.koreasool.net 운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