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李白 詩 해설집 ‘그대여! 보지 못했는가?’

당시(唐詩)로 대륙 중국을 헤아려보자(13)

차동영 이태백시

◇ 送友人

벗을 보내며

* 중국 중학교 교과서 수록

푸른 산은 북쪽 마을을 가로지르고

하얀 물은 동쪽 성곽을 돌고 있구나.

여기서 한번 헤어지면

외로운 떠돌이는 만 리 길을 떠나겠지

떠도는 구름은 나그네의 마음이요

떨어지는 해는 친구의 정일세

손을 흔들며 여기에서 헤어지니

애달픈지 떠나는 말도 처량하게 울부짖누나.

靑山橫北郭

白水繞東城

此地一爲別

孤蓬萬里征

浮雲游子意

落日故人情

揮手自玆去

蕭蕭班馬鳴

배경:먼저 떠나가는 지점을 지적해내고 이어서 미리 이별 후의 상상으로 연결시켜, 떠나가는 나그네의 심정을 지는 해와 같아서 붙잡을 수가 없다고 은유적으로 표현하고자 하였다.

어휘:郭(곽):외성(外城). 白水(백수):햇빛에 반사되어 희게 보이는 물.繞(요):두를 요. 휘감다. 두르다. 감다. 孤蓬(고봉):뿌리째 뽑혀 바람에 이리저리 날리는 다북쑥. 정처 없이 떠도는 나그네를 비유함.浮雲(부운):떠다니는 구름. 떠나는 벗의 마음.落日(락일):지는 해. 벗을 보내는 작가의 안타까운 마음.揮手(휘수):휘두를 휘. 흔들다. 손을 흔들다.玆(자):이 자. 여기, 이곳(=此).蕭蕭(소소):쓸쓸할 소. 말이 처량하게 우는 소리.班馬(반마):반 반, 무리, 조. 무리를 떠나는 말.

해설:길 떠나는 나그네와 그 벗을 보내야만 하는 안타까운 심정을 말의 울음소리에 감정이입하여 절절한 아쉬움의 깊은 여운을 남기게 한 작품이다. 말라버린 쑥 역시 말라버렸기 때문에 바람에 쉽게 떠다니며 멀리까지 가게 되는 것에서 벗이 멀리 유랑 길을 떠나는 상황을 이해할 수 있다. 특히 다음에 등장하는 떠가는 구름과 지는 해는 시인의 감정을 잘 드러내는 사물이다. 다시 말해 떠나보내야 하는 마음은 아쉽고 쓸쓸하므로 마치 지는 해와 같다고 표현했다.

떠가는 구름은 벗의 마음으로, 지는 해는 자신의 정감으로 표현해 기약 없이 떠나는 벗과 헤어지는 심정을 사물에 잘 접목시켰다고 할 수 있다. 끝으로 먼 유랑 길에 없어서는 안 되는 말을 등장시켜 석별의 정을 한층 더 고조시켰다. 두 사람의 석별의 정과 무리를 떠난 말의 슬픔을 연결시켜, 단순히 사람 간의 석별의 정을 언급한 것보다 훨씬 더한 아쉬움과 슬픔을 자아냈다. 무리를 떠난 말이 슬프듯이 시인 역시 벗과의 이별이 슬프다.

이 시는 전체적으로 사물과 정감을 잘 융합하여 시적인 표현력을 극대화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명구(名句)

浮雲游子意 落日故人情


막걸리 오덕을 소개합니다!

조선조 초의 명상 정인지는 젖과 막걸리는 생김새가 같다 하고 아기들이 젖으로 생명을 키워나가듯이 막걸리는 노인의 젖줄이라고 했다. 정인지를 비롯해서 문호 서거정, 명신 손순효 등은 만년에 막걸리로 밥을 대신했는데 병 없이 장수했다고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노인의 젖줄이라 함은 비단 영양 보급원일 뿐 아니라 무병장수의 비밀을 암시하는 것이 되기도 했다.

조선조 중엽 막걸리를 좋아하는 이 씨 성의 판서가 있었다, 언젠가 아들들이 “왜 아버님은 약주나 소주가 있는데 막걸리만을 좋아하십니까?”라고 물었다. 이에 이 판서는 “소 쓸개 세 개를 구해 와라.”고 시켰다. 그 한 쓸개주머니에는 소주를, 다른 쓸개주머니에는 약주를, 나머지 쓸개주머니에는 막걸리를 가득 채우고 처마 밑에 두었다. 며칠이 지난 후에 이 쓸개주머니를 열어보니 소주 담은 주머니는 구멍이 송송 나있고 약주 담은 주머니는 상해서 얇게 되었는데 막걸리 담은 주머니는 오히려 이전보다 두꺼워져있었다.

오덕이란 취하되 인사불성만큼 취하지 않음이 일덕이요, 새참에 마시면 요기되는 것이 이 덕이다. 힘 빠졌을 때 기운 돋우는 것이 삼덕이요, 안 되면 일마치고 넌지시 웃으면 되는 것이 사덕이며 더불어 마시면 응어리 풀리는 것이 오덕이다. 다섯 번째 덕은 옛날 관가에서 한잔 막걸리를 돌려 마심으로써 그동안 품었던 크고 작은 감정을 풀었던 향음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었을까.

◇ 贈汪倫

왕륜에게 증정하며

*중국 초등학교 교과서 수록

이백이 배를 타고 막 가려는 참에

갑자기 언덕 위에서 발로 밟는 노랫소리 들리네.

도화 연못 물 깊이가 천 길이나 된다 한들

왕륜이 나에게 보낸 정에는 미치지 못하리.

李白乘舟將欲行

忽聞岸上踏歌聲

桃花潭水深千尺

不及汪倫送我情

배경:이백이 안휘성 경현을 유람하였을 때 왕륜이 이백을 좋은 술로 융숭히 대접하자 작별할 때 왕륜에게 지어준 시이다.

어휘:汪倫(왕륜): 당나라 현종 때 경현 현령을 지냈고, 벼슬에서 물러난 뒤 경현의 도화담에서 살았음.

忽聞(홀문):갑자기 들리다.踏歌(답가):발로 땅을 밟으며 박자를 맞추는 노래.桃花潭(도화담):안휘성 경현 서남쪽에 명소로 알려진 연못 이름.及(급):미칠 급. 미치다. 이르다. 도달하다.

해설:시문의 끝 두 구절은 그 당시의 상황과 이백의 감동을 담아냈다. 물이 아무리 깊다 한들 어떻게 사람을 그리는 마음에 비할 수 있단 말인가. 사람과 사람의 정. 아쉬움이 남아 차마 붙잡지도 못하고 떠나보내는 사람의 마음은 떠나는 이에게도 전해지기 마련이다. 이백도 왕륜의 그러한 마음을 느끼고 감동해서 시 한 수를 술술 써내려갔다. 천하의 이백 덕분에 왕륜이라는 사람은 당시의 유명한 정치가, 문학가, 사상가보다 더 역사에 길이 남는 인물이 되었다. 왜냐하면 이백의 시는 천오백 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사람들의 뇌리에 남아있기 때문이다.

왕륜과 이백에 얽힌 이야기

원매(袁枚)의『수원시화보유(隨園詩話補遺)』에서 전하는 이야기가 있다. 전혀 일면식(一面識)이 없는 왕륜이 이백에게 경현에 유람하러 오라고 권하는 편지의 일부분이다.

“당신은 유람을 좋아하시죠? 여기는 십리도화(十里桃花)가 있소. 술 마시기 좋아하죠? 이곳에 만집술집(萬家酒店)이 있소이다.”

이백은 얼씨구나 하고 기꺼이 찾아갔다. 도원 술집이 어디냐고 물으니 왕륜 왈,“도화(桃花)는 못의 이름이고 만가(萬家)는 가게 주인의 성이 만(萬)이지 술집이 만 집이 아니올시다.”

이에 이백은 크게 웃고는 며칠 묵었다고 한다.

중국 정치인들의 한시 사랑은 유별나다. 외교 석상에서 한두 구절을 인용해 분위기를 부드럽게 하는 것은 물론 ‘품격 있게’ 메시지를 전하는 수단으로 삼기도 한다. 이 같은 습성을 잘 알던 자크 시라크 전 프랑스 대통령은 2006년 1월 중국 쓰촨 성에서 열린 ‘국제이백문화여유절’에 축하 메시지로 이백의「증왕륜(贈汪倫)」을 보냈다. ‘도화담 물 깊이가 천 길이나 되지만 나를 보내는 왕륜의 정에는 미치지 못하리’라는 시구로 프랑스와 중국의 관계가 그만큼 깊다는 것을 문화예술의 나라 대통령답게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명구(名句)

桃花潭水深千尺 不及汪倫送我情

차동영의 학력및 경력:▴연세대학교 문과대학 중어중문학과▴서강대학교 대학원 중국어과▴삼성 배우기 최고가상품 개발▴DMZ종주상품 및 태권도방한관광상품 개발▴CITM(중국국제여유대전)한국관 최우수관 선정 및 수상

*편집자주:본지는 저자의 양해를 받아 ‘그대여! 보지 못했는가?’ 중에서 술과 직접 관련이 있는 대표시를 연제한다. 삽화및 관련 사진은 청어사가 제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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