春來不似春

『빈 술병』

春來不似春

육정균 (전국개인택시공제조합이사장/시인/부동산학박사)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봄은 왔지만 봄 같지가 않다. 왕소군(王昭君)을 두고 지은 시(詩) 가운데 있는 글귀다. 왕소군은 전한(前漢) 원제(元帝)의 궁녀로 이름은 장(嬙)이었고, 소군은 그의 자(字)였다. 그녀는 절세미인이었으나 흉노와의 화친정책에 의해 흉노 왕에게 시집을 가게 된 불운한 여자였다. 그 여자를 두고 지은 동방규의 시에 이러한 구절이 나온다.

이 땅에 꽃과 풀이 없으니 봄이 와도 봄 같지 않다.(胡地無花草 호지무화초 春來不似春 춘래불사춘) 계절은 좋은 시절이 왔지만 아직도 우환 코로나 사태로 모두의 마음은 깊은 겨울이다.

계절 중에 제일 좋은 봄이 봄답지 않게 지나가면 긴 장마를 동반한 여름이 다가오고 ‘모기(Mosquito)’가 극성일 것이다. 작은 고추는 맵지만 그보다 작은 모기는 아픔이다. 한 여름의 불청객인 모기는 인류의 적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의 50% 이상이 모기로 인해 감염질환을 겪고, 매년 10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사망한단다.

그래서 모기를 ‘질병 폭탄’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것이다. 모기가 옮기는 대표적 질병 중에 말라리아는 전 세계에서 해마다 500만 명 정도가 걸리는데 이 중에서 100만~200만 명이 사망한다. 1960년대까지 매년 300~900명이「작은 빨간 집모기」에 물린 이후 뇌염 전염으로 사망했다.

사망자의 두 배 가량은 뇌염 후유증으로 평생을 고생하기도 했다. 1970년대 이후 백신 보급으로 발병률이 감소했지만 지금도 여전히 매년 2000명 정도가 말라리아와 일본뇌염 등으로 병원을 찾고 있다. 모기가 사람이나 동물의 피를 빠는 이유는 알을 낳기 위해서이다. 산란기의 암컷 모기가 자신의 난자를 성숙시키기 위해서는 동물성 단백질이 필요하다. 모기가 필요로 하는 영양소 공급원인 사람이 가장 많이 사는 곳은 도시인데 도시에서도 아파트는 쌓아둔 도시락쯤 될 것이다.

아파트에는 물탱크와 온수 탱크 같은 저수 시설과 지하 주차장의 배수구처럼 겨울에도 바깥과 달리 기온이 따뜻하고 얼지 않는 ‘물웅덩이’가 늘 존재하는데, 이곳에서 성충 상태로 겨울을 나고, 기온이 높아지면 주린 배를 채우러 밖으로 나와 열심히 돌아다니는 것이다.

모기는 시각과 후각, 열감으로 사람을 찾는다고 한다. 특히 사람이 내뱉는 이산화탄소를 통해 50m 밖에 있는 사람을 감지하고, 10m 거리 이내로 접근하면 시각으로 목표물을 탐색할 수 있다. 모기는 높은 곳에 있는 먹잇감을 탐지해도 날개에 힘이 약해 올라가지 못하는데 고층 아파트의 승강기(elevator)가 약한 날개에 로켓을 달아준 셈인 것이다.

사람보다 모기가 엘리베이터를 더 잘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날개 없는 사람이 높은 곳을 오르내리기 위해 만든 아파트 시설이 모기에게는 아이언맨 슈트를 입힌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그래서 아파트 집집마다 베란다 유리창에 더하여 눈에 보이고 윙윙 소리가 나는 모기 등 해충을 막을 수 있는 방충망을 반드시 설치하고, 모기약도 상비약으로 비치하였다가 모기가 방까지 침투한 경우 아파트방문을 모두 닫고 모기약(살충제)을 독하게 뿌린 후 모기가 죽은 다음 방충망을 제외한 방문을 열고 환기를 시킨 후 생활 속에 방역이 실천되는 것이다.

우환코로나 사태에 한여름 모기방역을 언급한 것은 이미 모기와의 전쟁과 질병으로부터의 방역을 위해서 한국의 농촌과 도시의 아파트까지 방충망을 설치하여 오염원을 근본적으로 차단하고 생활하고 있음을 상기시키면서,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에 의한 독감이나 폐렴 등 호흡기 전염병에 대한 생활 속의 방역대책을 실현하자는 의미이다.

우환 코로나는 작년 12월부터 중국 우환 등에서 창궐한다는 보도가 있은 후, 금년 1월 초에 우환 지역을 초토화하고, 전 세계 확산이 경고되기 시작하였다. 이때 의사협회 등 의학전문가들은 ‘중국출입국 금지 조치를 통한 우환폐렴의 원천차단’조치를 통한 방역을 바로 건의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중국출입국 금지조치’는 중국과의 국제정치적 시각에서 여전히 없는 상태이고, 이제 실기(失期)한 것으로 판단된다. 그 사이에 한국의 우환 코로나 확진자는 3월 13일 현재 8,086명이고, 그로인한 사망자는 72명이며, 우리나라 전역에 지역감염이 확산일로에 있어 심리적으로 혼란 상태에 있다. 그 피해의 추정과 예상이 불가한 실정이다.

결국, 머지않은 시점에 의학적 관점에서 오염원의 근원적 차단을 위해서 ‘중국출입국 금지조치’를 주장한 전문가 그룹인 의사협회의 판단과 처방이 옳았는지?, 아니면 중국과의 정치적 관계를 우선시한 정치적 판단이 국익과 자국민 보호에 보다 옳았는지?, 그 우선순위는 평가될 것이다.

춘래불사춘. 우환 코로나 직격탄으로 꽃 내음이 실종된 한반도의 봄이다. “바이러스 번질라” 군항제·여의도 벚꽃축제 등 지역 봄축제가 줄줄이 취소되고 있고, 식목행사 등 나무심기도 불발되고, 겨우내 기다린 봄향기 나는 공연들이 줄 취소되고 있다. 그뿐인가 지칠 줄 모르는 우환 코로나의 확산 세에 새 학기·결혼 등 ‘봄 희망’들도 모두 꺾여 소비절벽까지 봉착하며, 경기침체의 늪 속으로 더 깊이 빨려 들어가고, 우환 코로나 팬데믹으로 국내 증시는 물론, 국제증시까지 폭락장세 속에서 중동, 러시아, 미국의 때 아닌 석유증산정책까지 뒤엉켜 국제유가는 처참하게 곤두박질치며 세계적 불황의 그늘을 더 깊게 드리우고 있다.

주말인 어제는 아파트에서 60여 일간 원치 않는 은둔의 생활로 우울증을 호소하던 아내가 저녁 반주 한잔을 하면서 지금의 불안이 빨리 종식되기를 하소연했다. 그래도 봄은 벌써 저만치 와 있다. 봄꽃의 의미와 환희를 자연 그대로 만끽하고 다시 봄처럼 회생하려면, 정치가든 일반시민이든 더욱 차분하게 마음을 가다듬고 원칙과 기본으로 돌아가서 자기 위치에서 냉정한 판단아래 본분에 충실해야 한다. 그때 봄은 파릇한 봄꽃과 풀이 돋는 초원으로 허리에 술호리병 하나를 찬 채 목동의 말등을 타고 밝은 미소로 봄나들이에 나설 것이다.

* 육정균 : 충남 당진 出生, 2000년 작가넷 공모시 당선, 2002년 현대시문학 신인상(詩), 2004년 개인시집 「아름다운 귀향」 출간, 2005년 현대인 신인상(小說), 부동산학박사, (전) 국토교통부(39년 근무) 대전지방국토관리청 관리국장(부이사관). 현 개인택시공제조합이사장, 단국대학교 부동산건설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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