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당들의 “술 나라”에도 헌법이 있었다

주당(酒黨)들은 술자리에 늦게 참석한 사람에게 술 석 잔을 들라고 다그친다. 주법(酒法)에 그렇게 되어 있다고 하면서 말이다.

이런 말을 하는 주당들은 진짜 ‘주법’을 알고 그러는 것일까?

모르긴 해도 ‘주법’을 보지도 못하고 남들이 그러니까 그저 해 보는 말일 것이다. 아니면 자기 나름대로 정한 법일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주당들이 들이대는 주법은 과연 존재하는 것일까.

南台祐 교수(중앙대 문헌정보학과, 문학박사)가 최근 펴낸 <홀수배 飮酒法의 의식과 허식>에는 분명 술 나라의 헌법인 ‘주국헌법(酒國憲法)’이 나온다.

南 교수에 따르면 ‘주국헌법’은 차상찬이라는 사람에 의해 발표된 것이라 했다.

강원도 춘천출생으로 보성전문학교를 나온 청오(靑吾) 차상찬(車相讚, 1887~1946)은 시인이며 수필가였다. 한때는 ‘개벽’의 기자로서 활약을 하기도 했는데 그의 대표적 작품 중 하나가 바로 ‘주국헌법’이다.

이 주국헌법은 ‘별건곤(別乾坤)’ 이라는 잡지 19호(1929년)에 실린 것이다. 차상찬은 필명(筆名)이 무려 22개에 달할 정도로 많았는데 한 잡지에 여러 건의 글을 쓰기 위해서 또는 일제의 검열을 피하기 위한 목적이었을 것이라는 것이 南교수의 분석이다. 별건곤에 실린 ‘주국헌법’은 주천자(酒賤子)가 작성자로 되어 있는데 주천자는 바로 차상찬의 필명중 하나다. <홀수배 飮酒法의 의식과 허식>에 소개된 ‘주국헌법’ 전문을 소개한다.

 

 

酒國憲法

 

여(余)가 일반국민(一般麴民)의 음복(飮福)을 증진(增進)하고 국가(麴價)의 융창(隆昌)을 도(圖)하며 世界平和를 영원 유지(永遠 維持)하기 爲하여 자(玆)에 주국헌법(酒國憲法)을 발포(發布)하노라.

 

주강생(酒降生) 一千九百二十九年二月一日

대주국전저(大酒國賤著) 어제(御酩)

국무각대신(麴務各大臣) 서명(署名)

 

―. 이 憲法에 위반(違反)하는 者는 일년간금주국(一年間禁酒國)에 유배(流配)함.

―. 이 憲法은 發布日부터 시행(施行)함.

 

第一條 酒國은 一般麴民으로 永遠維持함.

第二條 酒國은 영토(領土)는 全世界로 하되 미국(米國)과 가튼 禁酒國은 특별식민지(特別食民地) 로 함.

第三條 酒國은 천자(天子), 대장(大將)이 無함.(醉中無大子, 酒無大將)이라는 由來語에 依하야)

第四條 심신(心身)에 고장(故障)이 잇는 者, 미성년남녀(未成年男女), 기독교신자(基督敎信者)는 酒 國에 입적(入籍)을 불허함.

第五條 酒國의 국도(國都)는 철옹성(鐵甕城)으로 정함.

第六條 삼배이상(三盃以上)을 먹을 자격(資格)이 있는 者로 酒國에 稅金(酒代)을 납입(納入)한 者 는 누구나 주권자(酒權者)가 됨.

第七條 酒國에 입적(入籍)한 者는 그 정도여하(程度如何)를 따라서 酒天子, 酒大 統領, 酒大將, 酒 檢知, 모주兵丁, 알코올博士, 주태백(酒太白) 등 영위, 아호(雅號)를 여(與)함.

第八條 酒國의 작위(爵位)는 空,厚,百,自, 남오 등(濫五 等)으로 하야 술잔을 잘비도록 먹는 사람 은 공작(空酌), 큰 잔으로 두둑히 먹는 사람은 후작(厚酌), 백배(百盃)를 能히 먹는 사람은 백작(百酌), 자기손으로 부어 먹는 사람은 자작(自酌), 함부로 부어 먹는 사람을 남작(濫 酌)이라 稱함.

第九條 국민(麴民)은 증병(蒸甁술병)의 의무(義務)가 有함.

第十條 국민(麴民)은 남의 술을 먹고 반듯이 보상(報償)할 義務가 有함.

第十一條 술의 배수(盃數)는 주부호배(酒不護盃)의 원칙(原則)에 依하야 반듯이 기수(奇數)로 하되 일부약(一不若), 三小, 오의(五宜), 칠가(七可), 九足으로 하고 차이상(此以上)은 麴民의 체 질(體質), 金力, 기호(嗜好)에 依하야 自由放任함.

第十二條 음주(飮酒)의 적의(適宜)한 시기(時期)는 좌여(左如)히 定함.

一. 천리타향봉우시(千里他鄕逢友時)

二. 사풍세우석양천(斜風細雨夕陽天)

三. 여관한등무료시(旅館寒燈無聊時)

四. 월백설백야(月白雪百夜)

五. 화개엽락시(化開葉落時)

六. 우로비애시(憂露悲哀時)

七. 통쾌흥분시(痛快興奮時)

(但. 飮酒及解酲은 隨時實施함)

第十三條 사람이 술을 먹되 술이 사람을 먹지 안케할事.

第十四條 수염이 만흔 사람은 잔을 필(畢)한 때마다 반듯이 수건(手巾)으로 구두대청결(口頭大淸 潔)할事.

第十五條 愛人이 있는 사람은 주후(酒後)에 반드시 양치를 잘하고「키스」할事.

第十六條 술을 붓지 안는 사람은 불경죄(不傾罪)에 處함.

第十七條 술을 혼자 밀매음(密賣飮)한 者는 무기(無期)로 공동주회(共同酒會)에 참가(參加)를 不許 함. 但 개전(改悛)의 事가 있는 때에는 작량감경(酌量減輕)함을 得함.

第十八條 술을 먹은 뒤에 언쟁(言爭), 결투(決鬪)를 하야 주국(酒國)의 公安을 妨害하거나 거역(拒逆)을 하야 공중위생(公衆衛生)을 妨害케 하는 者는 즉시 주회석(酒會席)에서 退場을 命함.

第十九條 酒會에 지참(遲參)한 者는 후래자(後來者) 삼배(三盃)란 관습법(慣習法)에 의하야 처벌 (處罰)함.

但, 특수지방(特殊地方)에 施行하는 소위 곡산(谷山)사돈목이法은 너무 가혹(苛酷)함으로 본법발포일(本法發布日)로부터 폐지함. (谷山에서는 後來者에게 座席마다 三盃식을 주는 일이 있다.)

第二十條 주후(酒後)에 노래나 춤 其他작란을 잘하는 者는 大盃를 상여(賞與)함.

第二十一條 左記(본문이 횡서이기 때문이다)에 해당(害黨)하는 者는 酒國의 十不出로 認함.

一. 술 잘 안먹고 안주만 먹는 者

二. 남의 술에 제 生色내는 者

三. 술잔 잡고 잔소리만 하는 者

四. 술 먹다가 딴 座席에 가는 者

五. 술 먹고 따를 줄 몰으는 者

六. 상가(喪家)집 술먹고 노래하는 者

七. 잔치집 술먹고 우는 者

八. 남의 술만 먹고 제 술 안내는 者

九. 남의 酒席에 제 친구 다리고가는 者

十. 연회주석(宴會酒席)에서 축사 오래하는 者

 

第二十二條 국민당원(麴民黨員)의 보법(步法)은 지자(之字) 或은 현자식(玄字式)으로 하야도 무방 (無妨)하되 공중교통(公衆交通)을 妨害치 말사.

第二十三條 주국국민(酒國麴民)의 모자(帽子)는 좌경(左傾)하야도 特別히 취체(取締)치 안이함.

第二十四條 酒國麴民의 안면(顔面)은 적화(赤化)하여도 取締치 안이함.

第二十五條 麴民黨員은 少하야도 회중(懷中)에 일금오십전야(一金五十錢也)를 준비(準備)함이 加 함. (小便濫方의 科料處罰을 當하기가 쉬우닛가)

第二十六條 酒國麴民은 敎養의 필요상장진주(必要上長進酒), 음중팔선가(飮中八仙歌), 주덕송(酒德 頌) 等을 一日一回식 낭독(朗讀)할 事.

第二十七條 주자(酒者)는 벌성지광낙야(伐性之狂樂也)라는넷 해석(解釋)을 곳치여서 酒者는 伐性 之狂하니 樂也라하되 차(此)를 부준(不準)하는 者는 사문난적(斯門亂賊)으로 認함.

第二十八條 酒國의 정당(政黨)은 국민당국수당이외(麴民黨麴水黨以外)에 타당(他黨)의 설치(設置) 를 不許함.

第二十九條 本法은 麴民黨員의 다수결의(多數決議)가 안이면 변경(變更)함을 부득(不得)함.

 

(*법률조항이기 때문에 원문에 있는 그대로 한자, 맞춤법을 인용하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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