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너 정말 왜 그래

시월 초 용인시 탄천 상류의 자기 그늘을 진 황새와 물오리의 평화로운 아침 식사.

『빈 술병』

사랑! 너 정말 왜 그래

육정균 (전국개인택시공제조합이사장/시인/부동산학박사)

모두 코로나 19로 인해 부자유한 삶을 살면서도 “사랑 너까지 왜 그래” 하며 힘들어한다. 그래서 추풍에 단풍이 지고 찬바람이 매서워진 오늘은 참사랑 타령에 나선다. 사랑이란 인간의 근원적인 감정으로 인류에게 보편적이며, 인격적인 교제, 또는 인격 이외의 가치와의 교제를 가능하게 하는 힘이다. 특히 미움의 대립개념으로 볼 수도 있으나 근원적인 생명적 원리로는 그러한 것도 포괄한다.

사랑은 역사적·지리적으로, 또 교제 형태에서 여러 양상을 취한다. 고대 그리스에서의 사랑은 에로스로 불렸는데, 이것은 육체적인 사랑에서 진리에 이르고자 하는 동경·충동을 포함한다. 그리스도교에서의 사랑, 즉 아가페는 인격적 교제(이웃에 대한 사랑)와 신에게 대한 사랑을 강조하며 이것을 최고의 가치로 삼아 자기희생에 의하여 도달하게 된다고 한다. 르네상스에서의 사랑은 또 다시 인간 구가(謳歌)의 원동력으로 보았으나 이것은 사랑의 세속화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여 4차 산업 혁명이 진전되어 가는 현대는 그 경향을 차차 강조한다. 사랑은 인간의 근원적인 감정이라는 데서 힌두교에서의 카마, 유교에서의 인(仁), 불교에서의 자비 등 모든 문화권에서 보인다. 또한 사랑의 표현방법은 한결같지 않으며 성애(性愛)와 우애·애국심·가족애 등 교제 형태에 따라 다르다. 교제관계가 한쪽에 치우친 짝사랑일 때 이상성애(異常性愛)나 증오에 가까운 편집적(偏執的) 사랑으로 변할 수 있고, 그것은 이미 사랑이 아니다.

시월 초 용인시 탄천 상류, 평화롭게 노니는 잉어 떼들

사랑은 강한 긍정적 감정 뿐 아니라 그리움이나 안타까움과 같은 강한 부정적 감정까지 포함한다. 우정의 요소에 열정과 돌봄이 포함될 때 사랑이 된다. 신뢰에 바탕을 둔 안정 애착이 사랑의 근간이 된다. 사랑의 삼각형 이론에서는 친밀감, 열정 및 개입이 충만하게 균형을 이룬 상태를 완전한 사랑이라고 본다. 대체로 신뢰를 원하는 남성은 사실에 초점을 둔 직접적 대화를, 관심을 원하는 여성은 감정에 초점을 둔 간접적 대화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는 차이를 이해하면 참된 사랑을 가꾸어 가는 데 도움이 된다. 흔히 ‘사랑이 무엇인지’를 물으면 온갖 좋은 느낌만을 열거하는 사람들이 많다. ‘핑크빛 로망스’나 ‘구름 위를 떠다니는 듯 황홀한 감정’과 같이 매우 긍정적인 감정들만 모아 놓은 것이 사랑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사랑을 이루는 감정은 긍정적인 감정만이 아니다. 극단적인 감정의 긍정적인 쪽과 부정적인 쪽을 왔다 갔다 하는 ‘강한’ 감정이다(나은영, 2002). 물론 사랑이 매우 긍정적인 감정인 것은 틀림없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라는 뜻이다. 사랑이라는 감정 안에는 둘이 서로 만나고 있을 때 느끼는 긍정적 감정뿐만 아니라, 당장 보고 싶은데 볼 수 없는 상태에서 느끼는 그리움이나 안타까움과 같은 강렬한 부정적 감정도 포함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사랑과 우정은 어떻게 다를까? 친구 사이에 서로 좋아하는 감정은 우정, 연인 사이에 서로 좋아하는 감정은 사랑이다. 그런데 사랑이 우정보다 좀 더 배타적이다. 즉, 친구는 ‘독점’하려는 욕구가 덜한 데 비해, 사랑은 완전히 독점하려는 욕구에 가깝다. 사랑하는 사람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사랑과 우정이 질적으로는 동일한데 그 정도만 다른 것인지, 아니면 우정과 질적으로 완전히 다른 것인지에 대한 논의도 많다. 가장 보편적인 것은 우정의 요소에 ‘열정’과 ‘돌봄’이라는 두 가지 요소를 더한 것이 사랑이라고 보는 관점이다(Davis, 1985). ‘열정(passion)’은 서양에서는 육체적으로 서로 갈망하는 의미가 많은데, 동양에서는 대체로 어린아이가 어머니와 계속 함께 있고 싶어 하는 ‘애착(attachment)’에 가까운 의미를 지닌다. 또한 ‘돌봄(caring)’은 상대방을 돌보아 주는 행동 요소로, ‘개입’을 많이 하는 것을 의미한다. 처음에 친구 관계로 지내다가 사랑으로 발전하는 경우도 있고, 처음 만나자마자 ‘저 사람이 바로 내 사랑이다’라고 느끼는 경우도 있다. 전자는 우정과 연속선상에서 발전하는 것이고, 후자는 우정과 별개로 발전하는 것이므로, 우정과 사랑이 동질적이냐 이질적이냐 하는 복선(複線)의 문제에는 답이 없어 보인다.

사랑도 커뮤니케이션의 하나라고 볼 때, 상대방이 사용하는 언어의 특성을 잘 파악하고 있어야만 원만한 사랑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다. ‘간접적으로, 뭔가 정말 원하는 것은 드러내지 않으면서, 복선(複線)의 언어로’ 이야기하기보다는 ‘직접, 솔직하게, 부드러운 언어로’ 이야기하는 것이 거의 모든 경우에 가장 효과적으로 사랑을 전달하면서도 상대의 마음에 상처를 주지 않는 지름길일 것이다.

사랑이란 사람이나 존재를 아끼고 위하여 정성과 힘을 다하는 마음이다. 사랑은 가장 따뜻하고, 바람직한 인간관계이다. 또한 그러한 관계를 맺고 지켜가고자 하는 마음의 움직임이다. 서서히 겨울로 가는 시월의 길목에서 따스한 가슴을 가진 사람, 영성(靈性)을 갖춘 사람이 서로 유대 또는 사귐을 갖는 것이고, 그것들을 이어가고자 하는 의리가 곧 사랑이다.

요즘은 같은 민족끼리의 사랑이 평화로 강조되는 시대이다. 하지만, 한쪽은 국민의 목숨마저 희생하는 순애보 사랑인데, 그 한쪽은 도무지 자기만의 전술을 고집한 채 핵무장에 방사정포 등 첨단무기, 다탄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까지 자랑하며, 한민족의 사랑을 말하면서도 기어코 적화의 야욕을 숨기지 않는다. 아무리 순수한 사랑이라도 끝내 나를 죽이려는 거짓 사랑에 더는 순진할 필요가 있을까? 사랑! 너 정말 왜 그래.

* 육정균 : 충남 당진 出生, 2000년 작가넷 공모시 당선, 2002년 현대시문학 신인상(詩), 2004년 개인시집 「아름다운 귀향」 출간, 2005년 현대인 신인상(小說), 부동산학박사, (전) 국토교통부(39년 근무) 대전지방국토관리청 관리국장(부이사관). 현 개인택시공제조합이사장, 단국대학교 부동산건설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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