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드시 끝나야 한다

삶과술 칼럼

반드시 끝나야 한다

임재철 칼럼니스트

이별이 너무 길다/ 슬픔이 너무 길다/ 선 채로 기다리기엔 세월이 너무 길다/ 말라붙은 은하수 눈물로 녹이고/ 가슴과 가슴에 노둣돌을 놓아/ 그대 손짓하는 연인아/ 은하수 건너/ 오작교 없어도 노둣돌이 없어도/ 가슴 딛고 다시 만날 우리들/연인아 연인아/ 이별은 끝나야 한다/ 슬픔은 끝나야 한다/ 우리는 만나야 한다.

이 시는 고 문병란 시인이 1976년 시 잡지《심상》에 발표한 작품이다.

일부 유명가수들에 의해 가요로도 불러지기도 했지만 전체적으로 이별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만남에 대한 강한 의지를 담고 있다.

즉, 이 시는 견우직녀의 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으나 직녀의 처지를 보다 절박하게 형상화시킴으로써 현실을 극복해야 할 당위성을 제시하고, ‘~해야 한다’는 의지적 어조의 반복을 통해 만남에 대한 간절한 소망을 강조하고 있다. 직녀가 처한 죽음과도 같은 비극적 상황은 여러 함축적 의미를 담고 있으며, 우리 사회의 아픔이 사라지고, 이별과 슬픔이 끝나야 함에 대한 당위성을 역설하고 있다.

이 시 한편에 비추어 보듯 코로나19 팬데믹을 이겨내고 끝내리라는 희망을 갖는 신축년(辛丑年) 소의 해 벽두다. 그런 측면에서 우직하고 강한 기운과 풍요를 상징하는 소처럼 우리의 일상도 모든 분야에서 미래를 향해 뚜벅뚜벅 나아가기를 소망하는 것이다.

참으로 고통스럽던 한 해가 가고 새해를 맞았다. 코로나19라는 미증유의 대재앙을 맞아 사람과의 대면을 기피해야 하는 생활을 해야 했으니, 얼마나 살아가기 힘든 세상이었던가. 가족은 말할 것 없이 남들과 어울려 살아야 즐거움도 기쁨도 누릴 수 있는데, 그러지 못한 삶이 얼마나 힘들었던가.

말하자면 지난해 우리는 코로나19로 유별나고 유난스런 문명사적 전환, ‘호모 마스쿠스’의 신인류가 우리 삶에 들어와 있는 희고 검은 마스크를 쓰는 일상으로 해를 넘겼다. 그 것은 악몽이었고 마치 사회적 거리 두기가 마음의 거리 두기로 변질돼버린 세상이었다. 의료진의 악전고투가 이 시간에도 계속되고 있으며, 각 분야에서 코로나 극복을 위해 애를 쓰고 있지만 아직도 고통의 끝을 가늠하기 어려운 데다 언제 일상의 안정을 되찾을지 기약 없는 현실이다.

그런 재난 속에서도 집값과 전·월세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았고, 자영업자들이 생사기로에 몰리면서 사회적 갈등 또한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기업의 고용 능력은 줄어들었고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청년들의 앞날이 캄캄하기만 하다.

코로나19로 온 세상이 얼어붙은 가운데 우리는 2021년 새해를 맞았지만 질병의 무서움은 아직도 우리를 위협하고 있고, 어둡고 힘든 시간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또 일 년이나 계속되는 코로나19 사태를 헤쳐 오면서 모두가 극도의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필자의 핸드폰에서는 지금도 ‘안전안내문자’를 울려대고 있다. 그래서 코로나 블루가 아니고 코로나 블랙 상황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마디로 사회 전체가 암울하다. 긴 터널 속 어딘가에 있는 느낌이다. 어디쯤 있는지 알면 좀 낫겠는데 도무지 짐작조차 할 수 없다.

코로나 블루를 넘어 코로나 블랙의 시간들, 이 힘든 시기를 어찌 버티면 좋을까. 누구나 신년초에 한해의 계획과 전향적인 대처를 해 나가야 할 시점에서 보면 한심한 우문이다. 하지만 우선 할 일은 간단하다.

방역 수칙에 의거 집콕하고 먹고 자고 움직이고 일상의 리듬을 유지하는 일일 것이다. 연간의 큰 계획과 함께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미뤄뒀던 일들, 일상에 지쳐 출발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던 소박한 꿈을 향해 가보면 좋지 않을까.

물론 그것도 쉬운 일을 아니지만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구별하고,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구별하는 현명함이 필요한 시기로 여겨진다. 감염되어 신음했던 분들, 생명을 잃은 분들에게는 위로와 애도의 뜻을 올리지만, 대다수 국민들이 어려움과 고통을 이겨내고 보란 듯이 새해를 맞을 수 있었듯 말이다.

코로나19와의 지루한 싸움은 하루아침에 저절로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코로나의 장기화와 확산세로 암담하고 갈 길이 멀다는 얘기다. 그래도 한편에선 팬데믹 극복을 예고하는 여러 좋은 서광이 비치고 있다. 미국 유럽 등지에서 백신 접종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긴 어둠의 터널을 벗어나려는 빛이 보이고, 머지않아 치료제도 나오고 백신도 우리 곁에 들어와 구제될 길이 보이기는 해도, 질병과 싸움을 계속하면서 희망과 용기를 잃지 않아야 하겠다. 흔히 위기는 기회라고 하듯 함께 웃는 미래를 열기 위해 소처럼 걸어가야 한다.

우리가 가는 모든 길들은 결국엔 끝이 난다. ‘직녀에게’ 시구절대로 이제 ‘끝나야 한다’. 시작이 있으면 반드시 끝이 있다는 믿음을 갖는 것처럼, 결국 마스크를 쓰는 답답한 일상도 끝날 날이 오리라. 고진감래(苦盡甘來)라 하지 않았던가. 친구들과 모여 술도 한잔하고, 가족들과 외식도 하고, 해외여행도 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는 믿음으로 의연하게 예방하고 대처하면 끝남에 안도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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