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의 음주문화와 알코올 정책(完)

주류산업과 정책이야기(39)

이탈리아의 음주문화와 알코올 정책(完)

조성기(아우르연구소 대표/경제학박사)

이탈리아도 대학생 음주는 심각하다. 15세 이상의 음주율은 남성이 87%, 여성이 62.5%였다. 2010년 자료다. 양성 모두를 보면 74.3%였다. 2012년 자료는 66.6%, 2016년 자료는 남성 84.9%, 여성 61.2%, 전체 72.6%다. 음주율 조차 줄기도 하고 다시 늘기도 한다.

데이터가 들쑥날쑥하고 있다. 식사하지 않을 때 술 마시는 비율은 2002년과 2012년에 23.1%, 26.9%였다. 늘고 있다. 가끔 술 마시는 비율도 같은 기간 중에 35.8%에서 42.2%로 늘었다.

청소년 음주를 지역별로 보면 성인과 비슷하다. 북동부 지역의 청소년도 와인을 많이 마신다. 남부의 청소년도 술을 제법 마시지만 대부분 맥주를 선호한다. 와인과 고도주의 소비는 농촌보다 도시가 상대적으로 적었다. 이러한 지역별 차이는 오랜 전통 그대로 변화가 없다.

음주문화란 이탈리아에서도 그렇게 쉽게 변하는 것이 아니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집에서 와인을 자주 마신다. 맥주는 또래들 끼리 모여서 밖에서 많이 마신다. 주종은 직업 유형과 식사 여부에 따라 다르다. 이탈리아인들은 술 자체가 아니라 사람과 어울리기 위해서나 식사를 더 잘 하기위해 술을 마신다.

“청소년도 술 한 잔 쯤 할 줄 알아야 사내답다”는 말은 우리들에게도 익숙하다. 이탈리아인들은 10대 초반에 음주를 경험한다. 가족이나 또래집단이 술을 통한 사회화의 자리이다. 포도재배지역에서는 어린아이도 자주 와인을 마시도록 권유를 받게 된다.

우리나라 어른들이 어린이들에게 막걸리를 권하는 것을 흔히 볼 수 있었다. 특히 삼촌들이 그랬다. 이탈리아도 같다. 어머니들은 아이들에게 술을 주는 것에 반대를 한다. 하지만 아버지들이나 남성들은 적당량의 술이 자식들을 잘 성장하게 하고 ‘진정한 사나이’가 되도록 한다고 믿는다.

와인생산량이 적은 지역 여성이나 어린이들은 술을 마실 기회가 적었다. 오늘날 이러한 차이는 사라지고 있다. 어차피 농가가 줄어들었고, 술이 공산품이 되어 어디서나 구입하기 쉽기 때문이다. 소년들에게 가족이 술을 권하는 것은 오늘날에도 일반적인 일이다. 우리나라 음복의 모습이 이탈리아에서도 건강이나 사내다움을 이유로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청소년들의 최초 음주연령은 13세 이전이 25%이고, 13세-18세 사이가 75%다. 청소년 음주는 가족들의 책임만은 아니고, 스스로의 책임도 크다. 친구들끼리 맥주나 증류주를 같이 마시기 때문이다. 주로 와인음주에는 가족들이 개입되지만 맥주나 증류주 음주는 다른 사회적 관계를 맺을 때 마시는 것이 일반적이다.

위기의 이탈리아 와인문화

알코올 남용 문제는 사실 음주문화가 착해진 이탈리아에서도 큰 관심꺼리다. 음주운전이나 간질환 등 술 문제에 대해 매스컴이나 의료관련 집단에서 문제를 삼는다. 적어도 한해에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망자가 2,000명이 넘고 간질환으로 인한 사망자가 30,000명이 넘는다고 발표하고 있다. 100,000당 간질 환자가 남성은 11.1명, 여자가 5.5명이었다. 전보다 늘었다. 교통사고는 남성은 13명, 여성은 2.8명이다. 교통사고는 줄었다.

선별도구를 무엇으로 사용하는가에 따라 다르지만 자체 발표에 따르면 알코올의존자가 50만 명에서 수백만 명에 이른다. 2010년 이탈리아 인구가 6천만 명 정도이니 적어도 15%는 문제가 된다는 것이다. 음주문화에 비해 과다 추계된 감이 있다.

알코올 사용 장애자(Alcohol use disorder)나 의존자(Alcohol dependence) 통계는 기관마다 기준이 달라 평가가 쉽지 않다. 세계보건기구 통계로는 의존 자는 2016년에 0.6%, 사용 장애자는 1.3%였다. 알코올사용장애자가 유럽 평균이 8.8%이고 의존자가 3.78%이니 이탈리아가 크게 낮은 것이다. 놀라운 일이다. 통계가 잘못 조사 되었거나 와인의 ‘폴리페놀‘이 준 플러스 효과거나 둘 중 한 쪽일 것이다. 공적 통계를 따라 후자에 표를 던질 수밖에 없다.

폭음자 통계는 남성이 전체 인구 중 8.0%, 여성은 0.7%다. 양성 모두로는 4.2%다. 음주자만을 본다면 남성이 9.8%, 여성이 1.3%, 양성 모두는 6.2%다. 우리나라 보다는 그 비중이 적지만 폭음은 상당수준이다. 숫자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들 스스로가 음주문제가 크다고 인식하는 것이다. 이탈리아인들은 실제 보다 더 알코올 남용자나 사회적 문제가 크다고 인식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지금 보다도 문제를 더 줄일 수 있다는 뜻도 되니 매우 낙관적이다.

역사를 통해 볼 때 이탈리아인들의 음주는 종교, 영양, 사회관계, 오락 등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그래서 남용자를 선별해 내기도 어렵고, 치료도 지연되었다. 음주가 개인이나 사회적 영역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는 것을 인정하는 분위기이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그 상황은 우리도 비슷할 것이다.

이탈리아에서는 누구나 어디서나 와인 한잔쯤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술의 사교적 효능에는 대부분 동의를 하는 것이다. 이탈리아에서 와인은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수단이고 과거와의 연속성을 표현하는 상징하는 물질인 것이다. 아마 술 문제가 지금보다 더 심각해지더라도 이탈리아의 와인문화는 유지될 것이 분명하다. 작년 초 미국의 이탈리아 소사이어티에서 코로나 바이러스가 집중적으로 늘어난 이유도 그들의 사교적 음주문화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격리가 시작되자 친척과 친지들이 모여 와인을 마셨고 그 속에서 바이러스는 그들의 정과 함께 폐로 흡입되었을 것이다.

이탈리아도 프랑스처럼 과거에는 점심시간도 길고 와인도 많이 마셨었다. 최근 점심시간이 짧아지고, 정식 오찬이 줄고 있다. “가볍게 먹고, 맥주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시대에 과연 와인이 과거의 영화를 누릴 수 있을까?” 그것이 이탈리아의 중요한 숙제다. 이탈리아의 술 문화는 음식문화와 밀접하게 관련이 되어 있기 때문에 그 자체가 근본적으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맥주 문화의 침투는 바이러스의 침투와 함께 이탈리아 와인문화에 진정한 위기인자가 되고 있다.

이탈리아의 음주문제 대책과 알코올 정책

이탈리아 정부의 음주대책은 사실 엄격하지 않고 부드러운 대처를 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치명적 문제가 적으니 그럴 수 있다고 보인다. 또한 이탈리아인들의 오랜 음주문화를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다. 2016년 세계보건기구 조사 결과를 보면 알코올 관련 규제나 예방, 치료, 재활 활동 등에 대해 법률이나 정책이 2001년 채택되었고, 2007년에 개정된 것으로 알려진다. 2010년 등 그 이후에 또 개정한 흔적이 있다. 21세기에 와서야 제 틀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와인에는 주세를 부과하지 않지만 맥주와 증류주에는 부과된다. 와인에 주세가 없는 것은 농업 살리기에 나선 것이라고 봐야 한다. 상황이 다른 것이다. 법적 음주연령도 18세로 다른 유럽 국가 보다는 높은 편이다. 공공장소 음주나 주취자 등도 제한을 두고 있다. 이탈리아 정부가 술 문제에 국제규격으로 대처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980년대에 학교음주예방 교육을 실험적으로 실시한 후 1988년에 그 효과성을 인지하고 알코올 관련 문제 예방법이 통과시켰다. 그리고 그 즈음에 혈중알코올농도 제한 규정을 두었다. 혈중알코올농도 0.05가 일반적 제한이지만 청소년이나 전문직종의 혈중알코올농도 제약은 0.00이다. 어리거나 위험한 작업자는 한 방울이라도 마시고 운전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1990년에 ‘유럽 알코올행동계획’이 발표되자 북부와 남부의 중규모 도시에서 지역사회 예방활동을 시작하였다. 술을 더 많이 마시는 곳을 골라 더 일찍 예방활동을 시작한 것이다. 이 때 적정음주를 도모하자는 권유의 메시지가 보급된다. 이어 1990년에는 음주운전 혈중알코올농도를 측정하는 기기를 도입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구체적 행동에 나선 것이다. 음주운전을 퇴치하기 위해 속도제한, 음주운전 제한, 안전벨트 착용과 같은 광고 캠페인도 전개하였다.

같은 해에 정부는 ‘알코올 의존증 센터’를 보건성 내에 설치했다. 그리고 알코올 문제를 예방하기 위한 연구조사를 공식적으로 실시하기 시작하고 연차보고서도 작성했다. 우리나라보다 10년 이상 빨랐다. 1992년에 WHO의 알코올행동계획에 의거 술 소비량을 줄이기 위한 시책을 강구하기 시작한다.

정부가 나서자 각급 학교에서 예방 프로그램을 실시하였다. 이에 대응하여 주류산업계가 알코올 사회문제센터를 설립하고 소비, 건강과 관련된 연구를 할 뿐만 아니라 광범위한 알코올 정보수집에 나섰다. 소비를 억제하기 위한 조치로 주세와 부가가치세를 통해 해로운 음주에 대한 규제에 더 나서기 시작했다. 그 내용들이 점점 구체화되어 특정 지역사회 단위의 예방활동,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에서의 활동, 1차 건강보호 프로젝트들, 전문가들의 지역사회 예방치료활동 등으로 구체적으로 나타났다.

1999년-2004년 기간 자료를 보면 남서 플로렌스 지역에서 알코올 문제예방, 교육, 음주관련 교통 문제 개입 등의 활동이 두드러진다. 1999년-2006년 사이에는 북부와 중부의 10개 지역사회를 대상으로 예방프로젝트가 추진된다. 참으로 구체적인 노력이라고 평가된다.

와인협회와 증류주협회 등 주류업계도 함께 공동의 관심사를 표명하고 대응에 나섰다. 우리나라는 주류제조업계가 ‘한국음주문화연구센터’를 설치하고 예방과 치료활동을 위해 노력했지만 10여년 만에 가톨릭계로 사업을 이관하고 직접사업에서는 손을 뗐다. 아까운 일이었다. 이탈리아의 주류산업계는 꾸준히 할 수 있는 일을 선택하고 그 부분에 대해 진정성을 가지고 노력하는 모습이다. 다른 민간단체들도 1991년에 ‘미성년자 음주감시센터’를 설치하였다. 민간기구들이 알코올 문제의 위험성에 대해 심각하게 인식하고 청소년 음주행태, 책임 있는 음주문화, 알코올 오남용, 알코올 정책제안 등의 활동을 꾸준히 계속하고 있다.

정부의 활동을 더 찾아보자. 1993년에 이탈리아 보건성은 알코올중독 예방 치료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였다. 1998년-2000년엔 국가건강을 목적으로 위험한 음주를 줄이는 노력을 1차적으로 구체화 한 바 있다. 2000년-2003년 기간 중에 2차 알코올 국민건강계획을 세웠다. 지역별로 대안적 전략과 프로그램을 설치할 것을 요구한 것이다.

2002년에 알코올 문제 치료프로그램 도입을 공식적으로 주장했고, 비정부기관 들과 민간 자율적 행동기구들이 그 일에 나서면 지원하기로 했던 것이다. 위험 작업장에서 술을 못 마시게 하고, 술 마케팅 광고 규제에 더 주력하기도 했다. 2007년-2009년에는 국가계획을 더 구체화 했다. 어린이, 여성, 노인 등 취약 층의 알코올 문제를 줄이고자 했고, 술 소비 감소 활동 지원기금을 매년 5백만 유로 규모로 조성하도록 결의하는 성과를 내었던 것이다.

이탈리아 사회는 술 소비의 패턴을 변화시킬만한 큰 사회 경제 문화적 변화를 경험했다. 와인이 사교를 위한 명주로 꾸준히 인정받고 있지만 바(Bar)나 파티에서 고도주나 맥주의 소비가 늘어나고 있다. 고도주로 특히 고가의 수입증류주가 애호되고 있다. 이탈리아인들의 주류취향도 바뀌고 있는 것이다.

술로 인한 문제나 건강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캠페인과 교육을 강조하고 있으며 주종 간 경쟁도 점점 더 심해져 가고 있다. 이탈리아의 주력 술인 와인이 그간 음주건강을 지키는 데에 기여한 측면도 설명에서 빠뜨려서는 안 될 것이다. 문제만 잔뜩 강조한 느낌이 들어 첨언한다. 음식과 함께 친척이나 친지들과 즐기면서 술을 마셨으니 플러스 효과가 없었다는 평가는 옳지 않다. 게다가 이탈리아의 알코올 사용 장애자와 의존자가 주변 국가들에 비해 적다는 것을 볼 때 그들의 사회문화적 노력을 간과해서는 안 될 일이다.

이탈리아 자료 중 특이한 정보가 2007년에 발견된다. 술 마신 후 저지른 범죄에 대해 3년 이내로 구금하고 치료프로그램에 투입시켜 방면하는 정책을 선택한 것이다. 술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보기 보다는 술로 인한 문제에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폐해감축론(Harm Reduction)의 입장을 선택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주류 관련 세금도 검토의 대상이다. 와인 뿐 아니라 모든 주류의 과세기준은 헥토리터가 된다. 종량세인 것이다. 1991년 5월에 주세를 172% 올렸다. 와인의 주세는 없지만 1996년에 향을 첨가하거나 강화한 와인의 주세가 헥토리터 당 49.58유로 였다. 2004년에 56.15유로로 올리고, 2005년에는 62.33유로로 더 올렸다. 2005년 3월에 맥주 주세가 헥토리터 당 24.63유로였고 그 해 24%를 상승시켰다.

1970년대에는 부가가치세가 증류주가 높았고 와인과 맥주는 크게 낮았다. 건강을 생각한 흔적이다. 그런데 브랜디 주세가 위스키나 진보다 낮았던 것은 브랜디업체들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1999년 이후에 술에 부과한 부가세율 20%로 높은 수준이다.

여러 나라의 자료를 종합해 볼 때 이탈리아는 음주문화 모범 국으로 평가해야 옳다. 이탈리아의 주류소비패턴은 계속 변하고 있다. 특히 지난 40년 동안의 와인 소비 감소는 놀라운 연구대상이다. 그 결과로 간질환 사망자가 크게 줄고, 알코올 관련 문제도 모두 줄었다. 순알코올을 기준으로 한 음주량 자체가 크게 감소하고 있고, 음주문화도 개선된 것이다.

하지만 이탈리아의 다양성 증가는 미래를 예의 주시케 한다. 이민자가 계속 늘고 있고, 이질적 문화와 생활의 충격을 그들이 어찌 극복할 지는 두고 볼 일이다. 시실리 해변에 아프리카로 부터의 난민도 계속 늘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를 그들이 가지고 왔다는 혐오분위기를 늘리면서 그들의 다른 음주문화가 바이러스처럼 이탈리아 와인문화를 공격할 것을 주시하기도 한다. 주말 술자리에서 맥주와 증류주를 보는 일이 점차 늘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와인으로 취하는 음주가 청년들의 대세가 아니라고 주장하기엔 너무 이르다. 더 관망을 요하는 일이다.

최근 20년간을 보면 알코올문제를 줄이기 위한 정부의 노력은 치밀하고 열정적이었지만 와인처럼 부드러웠다. 가격정책인 주세정책도 사실 마찬가지다. 알코올 자체를 공격하려는 시각은 전혀 찾아 볼 수 없다. 정부와 민간의 예방 치료 활동과 청소년음주 지연 노력도 치하하지 않을 수 없다. 정책 따로 실제 따로 라고 볼 수밖에 없는 우리의 경우와 비교하면 더 그렇다.

게다가 이탈리아 사회는 와인의 가치에 늘 감사를 잊지 않고 있다. 누천년의 시간 그들의 식탁을 지켜온 ‘이탈리아 와인 만세!’를 함께 외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분명하다. 이탈리아는 술의 가치를 지키면서 음주문제를 줄여온 것이었다.

<完>

조성기(趙聖基, Surnggie Cho, PhD. of Economics. MPH.)

한국대학생알코올문제예방협회, 회장

원주한살림, 이사장

살림농산, 대표이사

아우르연구소, 대표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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