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록담의 복원전통주스토리텔링 92번 째 이야기
내주 스토리텔링 및 술 빚는 법
‘내주 방문’은 <金承旨宅廚方文>의 기록에서 처음 목격된다. <김승지댁주방문>의 주방문 외에 다른 어떤 문헌에서도 ‘내주’ 방문을 찾아볼 수 없다는 사실은 ‘내주’가 ‘김승지댁’의 가양주라는 사실을 반영하는 증거이다.
우리나라 전통주는 역사 이래 집에서 빚는 술인 ‘가양주(家釀酒)’에 기반을 두고 전승 발전하여 왔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김승지댁주방문>에는 총 23종의 가양주 주방문이 수록되어 있는 것을 살펴 볼 수 있는데, 다른 전통주 관련 문헌에는 없는 주품이 더러 목격된다. 예를 들면, ‘내주방문’을 비롯하여 ‘사철소주 주방문’, ‘백환주법’, ‘녹자주방문’, ‘삼월주법’, ‘치황주법’ 등이 그것이다.
그리고 같은 문헌에서 어떤 주품들은 ‘법(法)’이라 하고, 또 어떤 주품에 대하여는 ‘방문(方文)’으로 표기하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없으나, 다른 문헌에 비하여 다소 생경한 주품의 수록 비율이 다소 높은 편이라고 할 수 있다.
<김승지댁주방문>의 ‘내주 방문’을 보면, 이 주품이 한겨울에 밑술을 빚기 시작하여 꽃이 피기 시작하는 3월에 덧술을 하고, 5월 단오 무렵인 초여름에 마시는, 장기 발효주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주방문에서도 언급하였듯, ‘내주방문’의 술빚기에 따른 발효시간을 계산하여 보면, 얼추 4개월 이상의 장기간 발효시키는 술이라는 점에서 다른 어떤 술보다 온도관리가 매우 까다로울 것이라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다.
<金承旨宅廚方文>의 ‘내주방문’과 같이 120일에 달하는 장기발효주는 다른 문헌의 주방문에서도 쉽게 찾아보기 힘든 특별한 경우로서, ‘내주’가 일반화되지 못한 채, 김승지댁의 가양주로 전승되는 것으로 그친 이유가 되었을 것으로 여겨진다.
먼저, 무엇보다 ‘내주’를 빚는데 따른 어려움은 밑술을 죽 형태로 하여 빚고, 최소 40일 이상의 발효기간을 거친 후에 덧술을 해야 한다는 사실에서 여러 가지 예기치 못한 난관에 부딪치게 되는 것이다. 더욱이 밑술의 주원료가 찹쌀이라는 점에서 40여일의 발효를 유지하기 힘든 것이다.
그런데 주방문에는 밑술에 사용되는 양조용수의 양이 언급되어 있지 않아 확신할 수 없지만, 밑술 발효기간 40여일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밑술의 찹쌀 죽을 가능한 된죽 상태로 만들어야 할 것이고, 누룩의 양은 최소 단위를 사용해야 한다는 것을 전제할 수 있다.
결국, 밑술에 사용되는 양조용수의 양은 된죽을 쑤기에 어려움이 없을 정도의 1말~2말 범위로 산정하였다. 이렇게 되면 밑술의 발효가 더뎌지는 장점은 있으나, 저온 발효에 따른 오염의 문제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게 되는데, 그 방안으로 밀가루 1되를 사용하는 것을 볼 수 있어, ‘내주’ 주방문이 매우 합리적이고 과학적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밑술의 성패가 덧술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만큼, 밑술의 온도 관리에 유의해야 하는데, 다행스럽게도 음력 정월 초순이면 매우 추울 때이므로 주재료인 찹쌀 죽은 매우 차디차게 식힐 수 있을 것이고, 오염원의 활동도 걱정스러울 정도는 아니므로, 술독을 땅에 묻거나 가능한 찬 곳에 두도록 하여, 발효가 더디 진행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한 3월이 되면 날씨가 풀려 따뜻해지기 시작할 때이므로, 밑술은 차가운 상태에서 덧술 작업이 이뤄져야 좋다.
다만, 덧술의 고두밥 또한 가능한 된 고두밥이 되도록 쪄서 차디차게 식혀서 사용한다. 덧술을 안친 술독 역시 밑술에서와 같은 장소에 두어서 발효가 서서히 진행되도록 관리한다면, 5월이 되어서도 산패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내주’의 맛은 매우 ‘칼칼하다’고 싶을 정도로 깔끔한 맛과 시원한 청량미를 간직하고, 특히 그 빛깔이 매우 맑고 깨끗하다. 가끔 밀가루 양이 많아 맛을 그르치는 경우가 있으므로, 날씨가 추울 때면 그 양을 조금 줄여서 넣는 것도 좋을 듯하다.
◈ 내주방문 <金承旨宅 廚方文>
◇ 술 재료▴밑술:찹쌀 1말, 가루누룩 2되, 밀가루 1되, 물 (1~2말)
▴덧술:멥쌀 3말
◇ 술 빚는 법▴밑술:①음력 정월 초순경에 찹쌀 1말을 백세 하여 (물에 담가 불렸다가, 다시 씻어 건져서 물기를 뺀 후,) 가루로 빻는다.②물 (2말)을 솥에 끓인다(뜨거워지면 쌀가루에 1말을 퍼서 넣고 개어 아이죽을 쑨다).③솥의 나머지 물이 팔팔 끓으면 (아이 죽을 넣고) 팔팔 끓여 죽을 쑨 후, 차게 식기를 기다린다.④죽에 가루누룩 2되와 밀가루 1되를 섞고, 고루 버무려 밑술을 만든다.⑤술독에 밑술을 담아 안치고, 예의 방법대로 하여 (서늘한 곳에서) 3월까지 발효시킨다.
▴덧술: ①3월이 되어 복숭아꽃이 필 때, 멥쌀 3말을 백세 하여 (물에 담가 불렸다가, 다시 씻어 건져서 물기를 뺀 후, 시루에 안쳐 고두밥을 짓는다).②(고두밥이 익었으면 시루에서 퍼내고), 고루 펼쳐서 차게 식기를 기다린다.③(고두밥에) 밑술을 합하고, 고루 버무려 술밑을 빚는다.④새 술독에 술덧을 담아 안치고, 예의 방법대로 하여 (서늘한 곳에서 발효시켜) 5월 5일(단오절)에 채주하여 마신다.
◇밑술에 사용되는 물의 양이 언급되어 있지 않고, 덧술의 멥쌀을 어떻게 처리하는지에 대한 언급도 없어, 상법(常法)대로 하여 주방문을 작성하였다. 추울 때 빚는 술로, 발효온도를 낮게 하기 때문에 발효기간이 길다.
박록담은
*현재:시인, 사)한국전통주연구소장, 숙명여대 전통문화예술대학원 객원교수, 중요무형문화재 인증심의위원, 한국문인협회원, 우리술교육기관협의회장 활동 중이며, 국내의 가양주 조사발굴활동과 850여종의 전통주 복원작업을 마쳤으며, 국내 최초의 전통주교육기관인 ‘박록담의 전통주교실’을 개설, 후진양성과 가양주문화가꾸기운동을 전개하여 전통주 대중화를 주도해왔다.
*전통주 관련 저서:<韓國의 傳統民俗酒>, <名家名酒>, <우리의 부엌살림(공저)>, <우리 술 빚는 법>, <우리 술 103가지(공저)>, <다시 쓰는 酒方文>, <釀酒集(공저)>, <전통주비법 211가지>, <버선발로 디딘 누룩(공저)>, <꽃으로 빚는 가향주 101가지(공저)>, <전통주>, <문배주>, <면천두견주>, 영문판 <Sul> 등이 있으며,
*시집:<겸손한 사랑 그대 항시 나를 앞지르고>, <그대 속의 확실한 나>, <사는 동안이 사랑이고만 싶다>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