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도한 시대적 흐름 앞에서

임재철 칼럼

도도한 시대적 흐름 앞에서

임재철 칼럼니스트

우리는 여전히 바이러스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 세계적으로 코로나가 다시 변이 확산되는 상황이며 지구촌 전체의 앞날을 결코 낙관할 수 없는 지경이다. 말하자면 바이러스가 세계 경제를 무너뜨렸고, 지구 생태계와 인류의 일상을 송두리째 바꿔 놓고 있다.

또한 세계는 이념적 양극화의 시대를 건너 사회적 양극화의 시대로 가고 있다. 우리 사회도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사회적 약자들이 희망을 잃지 않도록 다양한 방안들을 모색해야 하는 시대적 상황이다. 그래서 글로벌시장이 재편되고 있고, 새로운 국제질서를 요구하고 있으며, 코로나 이전과 이후의 세계가 근본적으로 달라지고 있다 하겠다.

우리는 이 거대한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변화에 뒤처지면 영원한 2등 국가로 남게 될 것이란 지적이다. 하지만 우리는 불평등의 어두운 그늘이 짙게 드리워져 있다. 가령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더욱 두렵고 나아가 동아시아 질서 재편을 비롯, 머뭇거리거나 지체할 수 없는 시대적 과제가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도도한 시대 정황은 우리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함께 나아가야 하는 피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다.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문명은 이미 시작된 인류의 미래이고, 그 도도한 흐름 속에서 한 인간의 삶과 더불어 앞서가기 위한 국가발전 및 경쟁 전략은 무엇일까.

우리는 세계 최고의 ICT 경쟁력, 반도체 1등 국가로서 디지털 혁명을 선도해 나갈 기술과 역량을 가지고 있다. 이미 혁신벤처 열풍이 역동적인 경제를 만들어내고 있다. 즉 사회, 경제, 교육, 산업, 의료 등 우리 삶의 전 분야에서 디지털화를 강력하게 추진하여 세계를 선도하는 디지털1등 국가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코로나 위기는 우리 사회 안전망의 취약성을 극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법치 공명 정의로운 사회는 물론 위기가 닥쳐도 누구도 낙오되지 않고 모두가 상생할 수 있어야 하지만 자본권력의 뒤틀린 욕망이 정치화되고정치권력의 일방적 정치관, 언론권력의 편향적 언론관이 어느 곳이나 편재해 있다. 균형과 평안의 정치는 사라지고 불균형과 불안의 정치, 그리고 사회다.

그렇다면 서구 사회는 어떠할까. 유럽과 미국은 정치 경제 등 모두 자국 중심적으로 세계를 이해하고 싶은 욕망을 표출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중요했던 대외 관계의 범위, 문화권도 마찬가지다. 부상하고 있는 중국의 헤게모니를 애써 외면하며 세계 중심의 주도 기반임을 내세우고 있다.

지금 우리는 정보·지식을 자본으로 한 3차 산업시대를 넘어 4차 산업시대를 맞고 있다. 앞으로 펼쳐질 정보와 지식 산업의 진전과 변화는 과히 혁명에 가깝다고 한다. 이러한 급격한 변화를 일컬어 학계에서는 4차 산업혁명이라 하여 인공 지능, 사물 인터넷, 빅데이터 등 첨단 정보기술이 경제, 사회 전반에 융합되어 혁신적인 변화가 일 것이라고 한다.

그러한 관점에서 우리가 담담하게 바라보면, 나라 되어가는 꼴이 이게 뭐냐는 한탄이 누구의 입에서나 튀어나온다. 부동산 투기 공화국은 철옹성이며, 정권의 무능, 거짓과 위선은 기본이고 어쩌다 이 지경에까지 이르렀을까 하는 목소리가 크고 넓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는 현재 각계각층에서 변화와 혁신, 쇄신과 개혁을 통해 새롭게 거듭나기를 주문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시대 흐름에 맞게 변화해야 하며, 변화와 혁신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는 시대적 당위성이 아닐 수 없다.

노자에 보면, “정치는 바로잡는 것이다.”하여 정자정야(政者正也)라 했다. 따라서 옛 사람들에게 정치는 “낡은 제도를 쇄신하여 새로운 정치를 하는 데 있어서는 개혁하지 않을 수가 없고, 구습(舊習)에 물든 제도를 바로잡아 개혁하는 정사란 의심스러워하거나 어렵게 여길 일이 아니었다.” 각 분야의 잘못을 버리고 새롭게 한다는 것은 정치의 중요한 부분이었다. 이는 은(殷)나라 탕왕(湯王)의〈반명(盤銘)〉에 “나날이 새롭게 하고 또 나날이 새롭게 하라. ‘日日新 又日新’”는 잠언이 귀감이다.

이러한 일면에서, 조선후기 조선의 개혁을 부르짖은 다산 역시나, 당시 사회를 “세상이 썩은 지 오래되어, 털끝 하나도 병들지 않은 것이 없다. 지금 개혁하지 않으면 반드시 나라가 망할 것이다.(天下腐已久 一毛一髮 無非病耳 及今不改 必亡國)”이라고 진단하며, “낡은 나라를 새롭게 한다. ‘新我之舊邦’”는 전면적인 개혁을 주장하였다. 이는 오늘날 다산의 면모와 그 가치를 평가받는 핵심적인 어구일 것으로 보인다.

다산의 개혁은 한마디로 새로운 변화다. 시의(時宜)에 따라 세상을 변화시키고 낡은 조선을 새롭게 개혁하는 일에 심혈을 기울였다. 그의 개혁안은 크게 세 가지로 정리된다. 첫째는 조선 후기 지식인들의 정신개혁이다. 유교의 이상적 성리학에 빠져있는 지식인들의 사고의 틀을 변화시키고 성경현전에 대한 6경 4서의 뜻을 새롭게 고증하여 실사구시적 경전해석을 이끌었다. 둘째는 국가개혁이다. 《경세유표》와 《목민심서》를 통하여 당시의 법질서를 초월한 국가기구 전반에 걸친 개혁의 청사진을《경세유표》에 담고,《목민심서》는 법질서 안에서의 지방 행정에 대한 개혁안이었다. 또 한 가지는《흠흠신서》인데, 법질서를 통하여 사람의 생명에 관한 개혁안이었다.

그러나 개혁은 예나 지금이나 녹록지 않은 일이다. 개혁에는 심한 저항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해 묵은 폐단과 잘못을 개혁하여, 국민의 삶을 좋게 만드는 제도와 정책을 구체화하는 일인데도, 변화와 개혁은 사람과 사람, 집단과 집단 간의 조화로운 의견을 모으기란 단단한 가죽 뒤 짚는 일보다 더 어려운 일이라고 한다.

우리는 국민에 의해 지배체제를 갖추고 있는 정치체제를 민주주의라고 부른다. 국민이 국가의 운영과 관리의 주체가 되어야 민주주의다. 자유와 평등이라는 기본권을 갖고 있고, 모든 권력을 국민이 행사할 수 있으며, 국민의 판단과 결정에 따라 실행되는 정치체제가 바로 민주공화국이다.

따라서 여러 사안들을 언급했듯, 물론 그것이 참된 척도가 되지 않겠지만, 도도한 시대적 흐름 앞에서, 우리의 정치가들이 겸손하게 예의를 갖추고 부끄러워할 줄 알았으면 좋겠다. 자신의 잘못을 부끄러워하고 타인의 잘못을 미워할 줄 알아야 한다는 거다. 맹자가 말한 수오지심(羞惡之心)이 그것이다. 맹자는 수오지심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라고 단정한다. 즉 수오지심을 버려두고 정의를 논하는 것은 공허하기 때문이다.

온 산의 푸르름이 신록에서 녹음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눈을 들어 도도히 흐르는 이 시대적 물음 앞에, 다시 말해서 이 나라 정치판과 외교안보 경제정책 등 과연 이 정부가 국민의생명과 재산과 자유를 지켜줄 능력이 있는 정부인가에 대해 원초적인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는 우울하고 무거운 생각에서 벗어나, 우리 일상의 삶과 사회 전체의 큰 변화를 기대하고 소망한다.

도도한 시대적 흐름에서 언제 세계의 진실을 근본적으로 이야기하며 평화스럽게 커피를 마시며 돌아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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