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산업과 정책이야기(42)
이스라엘의 음주문화와 알코올정책(3)
조성기(아우르연구소 대표/경제학박사)
더욱이 청소년에 대한 술문제 조사가 실시된 해도 1979년이었다. 우리나라는 대체로 2000년경에 그러한 일을 하게 된다. 우리보다도 20년 이상 앞섰던 것이다. 이스라엘에 음주문제가 상대적으로는 적지만 이에 대처하기 위한 체계적 노력은 상당히 빨랐던 것을 알 수 있다. 아무리 토라를 읽혀도 줄지 않고 있는 음주량과 늘어나는 음주문제에 놀라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대처한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 같다. 종교가 개입해도 소용이 없자 정부가 나선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그 때 “알코올의존증 환자를 정신병원에서 치료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인식이 팽배해졌다. 그러자 바로 외래치료센터가 설치되었다. 문제가 생기자 해결방법을 바로 강구하는 것은 사실 놀라운 성과다. 우리는 그러지 못한 일이다.
이스라엘의 AA(익명의 알코올의존자 모임)가 설립된 것도 1974년이다. 이스라엘도 AA 도입이후에 다양한 치료가 체계적으로 이루어지기 시작하였다. AA는 1935년 밥 박사(Dr. Bob)와 빌(Bill.W)에 의해서 미국 오하이오 주의 애크론 시에서 시작된 모임이다. 밥(Bob Smith) 박사와 빌 윌슨 (Bill Wilson)씨는 다른 회원들과 함께 영적 프로그램을 개발했으며 모임의 규칙을 규정했다. 12단계와 12전통이 그것이다. 우리나라는 1983년 아일랜드계 모켈레 신부가 서울에서 메시지 전달활동을 한 것이 시작이다. 그 해 상계동 천주교회에서 한국 최초의 AA그룹이 탄생했다. 그 AA도 이스라엘이 우리보다 10년 빨랐다.
1970년대에 공공장소에서 청소년들에게 알코올을 판매하는 것이 금지되었다. 취객에게 술을 파는 행위도 문제시되기 시작한다. 청소년 관련 음주금지사항은 우리나라 청소년보호법 보다 20년 이상 앞선 일이다. 주점에서의 취객문제가 아직도 법적 과제로 되지 못하고 있는 우리는 그들을 예의주시해야 한다. 또한 이스라엘에서는 18세 미만의 청소년들에게 술 판매를 금지했다.
이스라엘도 글로벌화가 급속히 확산된 1980년대 초에 음주관련 문화의 변화가 컸다.
유태인들도 다양한 외국산 술을 수입해서 마셨고 맥주와 같이 전에 없었던 술을 제조하기 시작하였다. 당연히 알코올 의존자들도 늘었다. 성인층의 만취행각은 물론 청소년층의 음주도 더 팽창하였다. 전국조사결과 문제의 심각성이 명시적으로 커졌다. 이른바 성인의 35%가 알코올의존의 가능성이 있다고 밝혀진 것이다.
청소년 음주문제가 서구 국가들 보다는 적게 나타났지만 문제가 지속적으로 늘어났다. 학자들은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자”라고 외쳤다. 그때 음주운전에 대한 규제도 시작되었다. 이스라엘에서 법적 음주운전 금지 기준은 혈중알코올 농도 0.05%이다.
이스라엘에서 거주치료시설이 설치된 것은 1983년이다. 1980년대에 거주치료시설에 대체로 연간 150명 정도가 입소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1990년대에는 그 수가 2배 이상으로 뛰었다. 우리나라에 아직 제대로 된 일정규모의 거주치료센터가 없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이스라엘이 우리나라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치료문제를 대비하였음을 알 수 있다.
학교중심의 1차 예방사업이 시작된 것도 1980년대다.
이 또한 우리나라 보다 20년 이상 앞섰다. 우리나라는 2006년 파랑새 플랜을 가동했지만 형식적인 예방을 하는데 그치고 있다는 비판이 많다. 우리는 아직도 정부 차원의 청소년 음주예방사업을 본격화 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되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교육당국은 학생들의 교과과정에서 음주문제를 가르친 내용을 1984년에 평가했다. 그 결과 만족할만한 수준이었다고 밝히고 있다. 청소년들의 태도, 행동, 인식 등이 성공적으로 변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1980년대가 지난 이후 이스라엘 교육당국이 교육투자를 지속한 증거는 보이지 않는다. 1987년에 교육부가 채택한 교과과정이 아직도 큰 변화 없이 사용되고 있다. 1990년대에 청소년 음주가 계속 늘었다. 정부의 투자가 멈추자 술문제가 고개를 쳐들기 시작한 것이다. 문제를 미리 예방하는데 투자한다는 일은 그만큼 어려운 일이다.
또한 집단농장인 키부츠와 지역출신의 청소년들의 음주문제가 다른 지역출신보다 더 심했다. 술문제는 사람이 모여 있는 곳에서 나타나는 것이다. 감염병도 술 문제도 사람의 군집상황과 관련성이 있다. 술도 감염병도 질병이니 사람이 있는 곳에서 증가하는 것이 예외가 없는 현상이다.
1990년대에 이스라엘에서 맥주를 파는 펍이 2,600개 정도였다. 그런데 그보다 10년 전에는 불과 수십 개에 불과하였다. 최근 귀국한 여행객들의 증언에 따르면 이스라엘 곳곳에 술집이 많이 늘어났다고 한다. 또한 이스라엘에서는 맥주가격이 다른 음료수의 가격보다 싸다. 이스라엘 청소년들의 음주를 막으려면 당국에서 맥주 값을 좀 더 올려야 한다는 제안이 자주 나오는 이유다.
이주자들의 문제를 보자.
옛 소련에서 이주해온 사람들 중에 알코올 의존자의 비중이 높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러시아에서 온 대부분의 이주자들은 과음이 일상의 일이다. 러시아 이주자들은 파티, 회의, 가족모임, 휴일에만 마시는 것이 아니라 무슨 일이던지 생기면 술을 마시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 음주문제를 가진 이주자들은 대체로 세 부류이다.
첫 번째 부류는 러시아에서도 많이 마셨던 사람들이 이스라엘에 와서도 많이 마시는 것이다. 그들은 술 없이 제대로 일을 할 수 없는 사람들이다. 그러니 심한 알코올 의존자들이다. 두 번째는 전에 알코올 의존상태에 있었던 사람들로 치료를 받은 후 금주상태에 있었던 사람들이다. 이주 이후 구직, 주택 장만 등의 일상적 압박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아 재발하게 된 사람들이다. 그들은 친구들과 만났을 때 마시고 기쁘거나 슬플 때에도 여전히 마신다. 그들이 이스라엘에서 지위 상실, 경제적 어려움, 언어상의 장애 등을 극복하지 못해 술을 많이 마신다. 연속된 과음으로 알코올의존상태로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1993년 자료를 보면 치료 환자의 30% 이상이 러시아 이주자들이다. 이스라엘 원주민과 소비에트 이주자인 알코올의존자들 간에 유사한 점이 있다. 바로 여성이 아닌 남성들이 알코올의존자고, 대체로 36세-45세 사이의 사람들이 문제라는 것이다.
1980년대와 1990년대에 두 차례에 걸쳐 에티오피아에서 이주자들이 많이 들어왔다. 그들은 맥주를 과음하는 습관이 있었다. 이유는 에티오피아의 맥주 맛이 이스라엘의 맥주 맛과 비슷하고 알코올 농도가 둘 다 낮다는 것이다. 보건학자들은 에티오피아에서 이주해온 사람들 중에 치료를 받아야할 사람들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유태인들이 술을 절제한다는 이미지는 이제 분명히 과거지사다.
이스라엘 내의 유태인들은 유태인들의 전통인 엄격한 생활과 점점 거리를 멀리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청소년들도 이제 과거의 이스라엘 청소년들이 아니다. 그들은 모두 많이 변해 버렸다. 청소년들이 술집에 앉아 술을 마시는 장면은 이제 당연한 일로 여겨진다.
청소년들에게 술을 제공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법도 현장에서 느슨해져 버린 지 오래다. 1970년 이후에 태어난 사람들과 그 이전에 태어난 이스라엘 사람들 간에 음주문제는 큰 차이가 난다. “자주 마시고 많이 마시는 이스라엘인들”이 탄생한 것이다. 맥주 소비량의 대폭 증대는 자주 많이 마시는 음주문화를 일반화하고 있다.
어디나 도수가 낮고 시원하여 쉽게 마실 수 있는 맥주가 사단의 원인이 되고 있다. 새 음주 풍속이 일반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전에는 소련이나 에티오피아에서 온 이주자들에서 치료가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었지만 이제 이스라엘 태생들도 마찬가지다. 음주운전도 더욱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술 문제에 관한 한 이스라엘인들은 결코 행복하지 않게 되어 버렸다.
2016년에 세계보건기구에 보고된 알코올 사용장애자 비중은 12개월 유병률을 기준으로 할 때 무려 5.9%다. 유럽지역의 8.8% 보다는 낮지만 이스라엘로서는 결코 낮은 수준이 아니다. 알코올의존증은 3.3%는 유럽지역 의존증환자 3.7%보다 0.4%포인트 차이일 뿐이다. 알코올 사용장애자 중 여성이 2.1%에 불과하다. 이는 남성 10%정도가 알코올 사용장애자라는 것을 시사한다. 여성알코올 의존증이 1.3%이고 남성은 5.4%다. 이는 바리새파 선지자들이 자애로운 예수님을 비난한 이유를 충분히 설명할 수 있을 수치다. ‘사랑의 예수’ 보다는 ‘엄격히 계율을 강조하는 바리새파 랍비들’이 이스라엘 사회를 통치해야 술 문제가 줄지 않을까.
이스라엘에서 전국적인 음주 역학조사는 1980년대에 세 차례가 있었다.
역학조사는 술 연구자들에게 참으로 소중한 자료다. 이스라엘인들이 어떻게 마시고 있는 가를 알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인들은 종교와 관련된 의례상의 음주가 잦다. 그러니 조사는 의식과 무관한 경우만을 조사한다. 예를 들면 청소년음주를 조사할 때 음복과 관련된 음주를 빼고서 조사해야 그나마 목적 한 바의 숫자를 알 수 있게 되는 것과 유사하다.
이스라엘인들은 종교의식에서 ‘신성(神性)’을 의미하는 와인을 자주 마신다. 거의 매주 그러한 음주를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다행스런 통계도 일부 보인다. 조사결과를 보면 일반인들이 사교의 자리에서 술을 준비하는 경향이 줄고 있다. 대체로 술을 준비하는 경우와 준비하지 않는 경우가 반반이다. 매일 마시는 사람들은 3%정도이고, 2-3일에 한번 마시는 사람은 4%, 1주일에 한번 마시는 사람들은 11% 정도가 된다. 술을 끊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1987년 자료에 46%가 술을 끊은 것으로 집계된 것도 의미 있는 통계다.
반대 증거도 많다. 우울증 등 위험한 이유로 술을 마시는 사람들은 줄어들고 있지만 알코올 중독자들이나 매일 술을 마시는 문제음주자를 주변에서 자주 만난다는 수는 줄지 않고 있다. 이스라엘에서 문제음주자의 층이 늘고 있는 것이다. 1983년에 자료를 보면 13%가 “매일 술을 마시는 가까운 친척이 있다”고 답변했다. 알코올 의존증환자가 적어도 한명 있는 가족이 8%나 된다. 놀라운 숫자다. 1987년에 조금 줄기는 했지만 대체로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
자신의 음주습관이 나쁘다고 걱정하는 사람들이나 가족의 음주습관을 걱정하는 사람들도 줄어들고 있다. 희망이 없지 않다. 하지만 1983년에 “이스라엘의 알코올 문제가 심각하다”고 답변한 사람이 40%였는데, 1987년 조사에서는 49%가 “그렇다”고 대답했다. 체감되는 문제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1주일에 적어도 3번은 술을 마시는 일’로 정의되는 ‘정기적인 음주’가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52%에서 62%로 늘었다. 또한 “알코올 의존증에 대한 관심도 늘고 있다”고 조사되었다. 펍에서 마시는 사람들은 4.7%에서 11.1%로 늘어났다. 와인이나 증류주를 마시는 사람들은 줄고 있다. 이스라엘에서도 맥주소비가 확실히 늘고 있다. 긍정적 징후 보다는 부정적 징후가 더 커지고 있다고 봐야 한다.
지난 달 음주량을 청소년에 대해 조사한 결과 남학생들의 51%가 맥주를 선호한다고 답했다. 거주 지역별로 볼 때 키부츠에 거주하는 청소년 들은 맥주를, 개발지역에 사는 청소년은 와인을 많이 마시고 있었다. 여성들의 음주량 증가도 매우 컸다. 키부츠 태생 여성들은 대체로 30-40%가 음주를 하고 있었다. 이 수는 우리나라의 1990년대의 중반과 유사한 수준이다.
키부츠 태생 남성이 한 자리에서 4캔 이상의 맥주나 증류주를 마시는 폭음이 9% 정도였다. 1992년 조사결과를 보면 북이스라엘의 고등학교 학생의 57.3%가 술을 마시고 있다. 여성들은 주로 펍이나 집에서 술을 마시지만 남성들은 집이 우선이었고 펍은 그 다음이었다. 펍이 점차 이스라엘의 음주장소로 각광을 맡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풍조는 키부츠, 대도시, 중소도시가 대체로 비슷한 현상을 보이고 있다. 물론 종교색이 상대적으로 짙은 지역에서는 펍이 맥을 못 추는 것도 볼 수 있다.
에티오피아 출신의 학생들은 75%가 맥주를 마신다. 그들은 대부분 집에서 마신다. 그런데 키부츠 거주자들은 장소와 상관없이 술을 마신다고 답했다. 이스라엘 음주자의 37.2%는 이제 술을 의례를 위해서가 아니라 즐기기 위해 마신다. 모든 자료를 검토한 결과 경건한 나라의 국민들에게도 음주는 예외가 아니다. 분명하다. 더욱이 청년들 상황을 보면 미래는 밝지 않다.
알코올의존증의 위험도 늘고 있다. 이완, 긴장완화, 고통 제거, 지루함이나 기분 나쁜 상태로부터의 탈피 등이 주요 음주이유라고 답했다. 이는 의존의 길에 들어설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시사 하는 것이다. 그런데 동료의 음주압박으로 술을 마신다는 사람들은 3.3%정도 밖에 안 된다. 키부츠 출신 학생들도 21.9%가 지루함 때문에 술을 마신다고 한다. 이스라엘인들이 대부분 자발적으로 술을 마시고 의존 증으로 까지 간다는 것을 의미하는 증거다.
이스라엘의 청년들의 선호주류는 맥주가 되었다.
주된 음주장소는 펍이다. 변화의 주역인 이스라엘 태생 2세대들의 만취현상도 늘었다. 비종교적인 사람들 보다는 종교적인 사람들이 알코올 문제에 더 잘 알고 있다. 그래도 종교는 여전히 절주의 규범을 제공한다.
1983년에 20-24세의 사람들 중 14%가 맥주를 선호했다. 이는 1987년에 24%로 늘어난다. 이스라엘 태생 인구 중 만취자수는 1983년 4%에서 1987년 7%로 증가하였다. 그래도 종교가 음주문제에 영향을 미치고 있고 중요한 예방 메커니즘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증거는 있다. 신실한 종교인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술을 덜 마시고 술집 출입도 삼가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술에 관한한 신실한 종교인이 줄었고, 신실한 종교인들도 무너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희망은 있지만 여전히 미래는 밝지 않다.
여성들은 남성들에 비해 술을 덜 마신다. 문제음주자 중 여성이 물론 적다. 알코올 의존자의 경우도 여성이 적다. 그렇지만 치료센터에 여성 알코올의존자들이 1970년대 후반부터 늘고 있다. 절대적 여성 음주자수가 늘고 있는 것이다. 치료센터의 환자들 중 10%가 여성인 것은 이스라엘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알코올 의존증의 성비가 9:1인 것은 우리와 비슷한 수준이다.
노인의 알코올 남용이 아직 이스라엘에서 문제로 인식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65세 정도의 노인 음주자 비율은 늘고 있다고 조사된다. 이스라엘의 노인들은 혼자 마시거나 주로 집에서 마신다. 아직은 심각하지 않더라도 곧 늘어날 문제다. 결국 이스라엘도 청소년, 여성, 노인음주가 문제다.
<다음호 계속>
조성기
(趙聖基, Surnggie Cho, PhD. of Economics. MPH.)
한국대학생알코올문제예방협회, 회장
원주한살림, 이사장
살림농산, 대표이사
아우르연구소, 대표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