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황주(救荒酒) 스토리텔링 및 술 빚는 법

박록담의 복원전통주스토리텔링 94번 째 이야기

구황주(救荒酒) 스토리텔링 및 술 빚는 법

과거 조선시대 때 ‘양반’을 비웃듯 하는 말로, ‘남산 딸깍발이 선비’라 하는 말이 있었다. 서울의 청계천을 중심으로 대궐이 있는 북촌은 문신들이 세거한 반면, 무신들을 경계하여 청계천 너머 남쪽에 기거하게 했던 모양이다. 실제로 무신들은 문신들에 비해 관직도 낮고 항상 홀대를 당했던 것도 사실이다.

이런 때문이 아니라도 벼슬이 짧거나, 등과를 못해 벼슬을 살지 못한, 뼛속까지 양반인 선비들은 가난하기 마련이어서 남산 기슭에 모여 살곤 했는데, 입고 신는 것이 궁핍하여 가죽신은 꿈도 못 꾸었다. 짚신은 잘 떨어지기도 하거니와 신을 삼는 기술도 없는 양반들은, 나막신을 사시사철 신고 살았다고 한다. 나막신을 신고 남산 기슭의 돌계단을 오르내리노라면 ‘딸각’ 소리가 나기 마련이어서, 이들 양반을 ‘딸깍발이 선비’라고 놀려대곤 했다.

양반들이 ‘선비’를 자칭하면서 장사나 품을 파는 노동을 하는 것을 대단히 부끄럽게 여겼던지라, 끼니를 거르더라도 궁색한 내색을 하지 않고 살았다고 한다. 이웃집에서 자신을 걱정하는 것도 이웃에 대한 피해라고 여겼던 터이다.

양반네 집에서 저녁이 되어도 굴뚝에서 연기가 올라오지 않으면, “저 양반 댁이 오늘도 굶는가보다.”고 여겨, 이들보다 조금은 여유가 있는 집에서 “끼니라도 해결하라”면서 쌀 한 됫박이라도 가져다주면, 그 골선비의 안방마님께선 옆집에서 가져다 준 쌀을 가지고 밥을 짓는 것이 아니라, 술을 빚는 것이었다. 쌀 한 됫박으로 술을 빚어 막걸리로 걸러 한 끼니에 막걸리 한 사발을 마시는 것으로 끼니를 대신하곤 했다 한다, 이른 바 ‘구황주(救荒酒)’인 것이다.

‘구황주(救荒酒)’는 자전풀이 그대로 ‘구황(救荒)’의 의미를 담고 있다. 과거 가뭄이나 홍수 또는 태풍 등의 자연재해로 인해 식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던 때에 빚어 마심으로써, 생계와 연명을 도모했던 술이다. 한 그릇의 슴슴한 술(막걸리)이 한 끼의 밥 대용이 되었던 때가 있었다.

기록에서 보듯 ‘구황주(救荒酒)’의 효능이 매우 좋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술 빚는 법을 보면 쌀 1말 1되에 물이 4말이니, 술맛을 가히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이러한 술이 구황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술(알코올)의 순기능과 높은 열량 때문이다.

‘구황주’는 1613년에 어숙권에 의해 저술된 <故事撮要>의 “구주법(救酒法)” 중 ‘구황주(救荒酒)’가 처음 목격되는데 <酒饌>이나 <治生要覽>의 ‘구황주(救荒酒)’와는 다른 의미를 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故事撮要>의 ‘구황주(救荒酒)’는 실상 ‘천금주(千金酒)’의 다른 명칭이라는 것을 알 수 있으며, <故事撮要>의 등장 이후, ‘구황주(救荒酒)’의 제조법이 바뀐 것을 볼 수 있다.

1691년에 간행된 <治生要覽>과 1800년대 초기에 간행된 <酒饌>에도 ‘구황주(救荒酒)’의 제조법 등장하는데, <治生要覽>의 ‘구황주(救荒酒)’는 “멥쌀 1되(주찬 멥쌀 1되 5홉)를 가루로 빻아 물 4말로 끓여 죽을 쑨 다음, 누룩가루 3되를 합하고, 고루 버무려 술밑을 빚는데, 여름 3일~겨울 5일간 발효시킨 후, 찹쌀 1말을 고두밥 지어 밑술과 합하고, 3일간 발효시킨다.

익으면, 그 맛과 향이 매우 좋다.”고 하였다. <酒饌>에도 “덧술 빚은 지 3~4일이 지나 술독이 뜨거워지면 복용하는데, 그 맛이 매우 좋고 독하다.”고 하였다.

주방문을 보면 알 수 있듯 쌀 1말 1되에 술 4말 5되 가량 얻으니, 이렇듯 수율이 좋은 술이 없고, 식사대용이라면 온 식구가 몇날 며칠 배고픔을 면할 수 있고 할 것이다.

‘구황주(救荒酒)’는 술을 잘 빚는 사람이 빚을 수 있는 술이다. 밑술은 술독을 서늘한 곳에 두되, 독 뚜껑을 덮지 말고 베보자기만 씌운 채 3일가량 두었다가, 찹쌀고두밥을 지어 따뜻할 때 덧술을 하고, 술이 괴어오르는 즉시 서늘한 곳으로 옮기던지 주걱으로 휘저어서 차게 식혀서 매우 서늘한 곳에 두거나 땅에 묻어두고 마셔야 맛이 쉽게 변하지 아니한다.

<酒饌>에는 “그 맛이 매우 좋고 독하다.”고 하였으나, 발효 중인 술을 걸러서 마시게 되므로 단맛과 함께 쏘는 맛 때문에 독하게 느껴질 뿐, ‘구황주(救荒酒)’는 기본적으로 알코올도수가 높지 않은 술이다. 설사 독하게 느껴지더라도 저장을 오랫동안 할 수가 없다.

◈ 구황주(救荒酒) <酒饌>

◇ 주 원료 ▴밑술:멥쌀 1되 5홉, 누룩가루 3되, 물 4말

▴덧술:찹쌀 1말

◇ 술 빚는 법 ▴밑술 ①멥쌀 1되 5홉을 백세 하여 물에 하룻밤 불렸다가, (다시 씻어 헹궈 건져서 물기를 뺀 후,) 작말한다.②물 4말을 팔팔 끓여 쌀가루에 골고루 붓고, 주걱으로 고루 개어서 죽(범벅)을 만든 다음 차게 식기를 기다린다.③죽(범벅)에 누룩가루 3되를 합하고, 고루 버무려 술밑을 빚는다.④술독에 술밑을 담아 안치고, 예의 방법대로 하여 여름이면 3일(겨울 5일)간 발효시킨다.

▴덧술①찹쌀 1말을 백세 하여 하룻밤 불렸다가, (다시 씻어 헹궈 건져서 물기를 뺀 후,) 시루에 안쳐서 고두밥을 짓는다.②고두밥이 익었으면 퍼내고, 고루 펼쳐 (한김 나가게) 식힌다.③고두밥을 밑술과 합한 다음, 고루 버무려 술밑을 빚는다.④술독에 술밑을 담아 안치고, 예의 방법대로 하여 3~4일 발효시킨다.

* 주방문에 “덧술 빚은 지 3~4일이 지나 술독이 뜨거워지면 복용”하는 것으로 되어 있으며, “그 맛이 매우 좋고 독하다.”고 하였다.

◈ 구황주(救荒酒) <治生要覽>

◇ 주 원료 ▴밑술:멥쌀 1되(말), 누룩가루 3되, 물 4말

▴덧술:찹쌀 1말

◇ 술 빚는 법 ①멥쌀 1되를 (물에 백세 하여, 물에 담가 불렸다가, 씻어 건져서 물기를 뺀다). ②불린 쌀을 (다시 씻어 말갛게 헹궈서 물기를 뺀 후) 가루로 빻는다.③물 4말을 쌀가루와 섞고, 끓여서 죽을 쑨 다음, 넓은 그릇 여러 개에 나눠 담고 차게 식기를 기다린다).

④쌀죽에 누룩가루 3되를 합하고, 고루 버무려 술밑을 빚는다.⑤술밑을 술독에 담아 안치고, 예의 방법대로 하여 여름 3일, 겨울 5일간 발효시킨다.

▴덧술①찹쌀 1말을 (백세 하여 물에 담가 불렸다가, 다시 씻어 말갛게 헹궈서 물기를 뺀 후) 시루에 안쳐서 고두밥을 짓는다.②고두밥이 익었으면, 퍼낸다(고루 펼쳐서 차게 식기를 기다린다). ③고두밥에 밑술을 합하고, 고루 버무려 술밑을 빚는다.④술밑을 술독에 담아 안치고, 예의 방법대로 하여 (따뜻한 곳에서) 3일간 발효시켜 익기를 기다린다.⑤술이 익으면 (그 맛과 향이) 매우 좋다.

박록담의 복원전통주스토리텔링 95번 째 이야기

동하주(冬夏酒) 스토리텔링 및 술 빚는 법

유감스럽게도 ‘동하주(冬夏酒)’란 술 이름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거니와, 그 제조방법에 있어서나 실질적인 술빚기에서도 술이름과 관련한 해답을 찾을 길이 없었다는 것을 밝힌다.

이는 아직도 전통주에 대한 이해나 공부가 부족하다는 사실에 다름 아니며, 네 차례에 걸친 술 빚기를 통해서도 그 해답을 찾지 못한 사실에 대해 그 어떤 변명도 하지 않겠다.

다만, 나름의 추론을 언급하고자 한다. 내용인 즉 “동하주(冬夏酒)란 ‘겨울철에 빚어두면 여름까지 마실 수 있는 술이다’는 뜻에서 유래한 술이름이 아닐까.”하는 추측인 것이다.

‘동하주(冬夏酒)’는 1500년대 초엽 김유에 의해 저술된 <需雲雜方>에 처음 등장하는데, 다른 문헌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需雲雜方>의 주방문에서 보듯 ‘동하주(冬夏酒)’는 밑술을 범벅으로 하고, 덧술을 고두밥에 끓는 물을 합하여 만든 진 고두밥으로 하여 빚기 때문에 비교적 빠른 시간에 발효가 이뤄지고 알코올도수도 높은 술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술의 양이 많은 데서 그와 같은 추측이 가능하게 되었다. 본 방문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술의 양은 12말인데 하루 한두 차례의 반주용으로 마신다고 했을 때, 이 정도의 양이면 겨울에 마시기 시작하여 여름철까지는 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동하주(冬夏酒)’를 빚을 때 주의할 일은, 밑술과 덧술 두 차례 모두 쌀의 양과 물의 양이 동일하게 사용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15말의 쌀에 누룩의 양은 5되 밖에 안 되므로, 덧술 발효시 온도조절이나 보온이 잘못되면 자칫 실패하거나 감패를 초래하고, 또 지용발효가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누룩의 양을 더 늘려 줄 필요가 있는데, 본 방문대로 하고자 하면 밑술의 누룩을 가루로 빻아 고운체에 내려서 만든 매우 고운 누룩가루를 사용하여 빚도록 하고, 밑술의 발효상태를 보아가며 결정할 일이나, 염려되면 덧술을 할 때 누룩을 5되 정도는 추가하여도 무방하다. 아니면 물의 양을 5말 정도로 줄일 필요가 있다.

특히 방문에 나타나 있는 재료의 비율대로 수 차례 ‘동하주(冬夏酒)’를 빚어 본 결과로는, 기록에서 보듯 9일 만에 완숙되지는 않았으며, 5~7일의 시일이 더 소용되었는데, 마치 ‘벽향주’와 같은 쓴맛이 약간 두드러져 대주가들이 선호하였는데, ‘동하주(冬夏酒)’에 후수(後水)하여 5일 만에 채주하여 마신 결과, 훨씬 부드럽고 담백한 맛을 즐길 수가 있었다. 향기는 그다지 아름답지 못하였다.

◈ 동하주(冬夏酒) <需雲雜方>

◇ 주 원료 ▴밑술:멥쌀 5말, 누룩가루 5되, 끓는 물 5말

▴덧술:멥쌀 10말, 끓는 물 10말

◇ 술 빚는 법▴밑술 ①멥쌀 5말을 백세 하여 물에 담가 하룻밤 불렸다가, (다시 씻어 헹궈서 물기를 뺀 후) 작말한다(가루로 빻는다).②쌀가루에 끓는 물 5말을 골고루 붓고, 주걱으로 고루 개어 반쯤 익힌 범벅을 쑨뒤, (넓은 그릇 여러 개에 나눠 담고) 차게 식기를 기다린다.③범벅에 누룩가루 5되를 합하고, 고루 힘껏 치대어서 술밑을 빚는다.④술독에 술밑을 담아 안치고, 예의 방법대로 하여 5일간 발효시킨다.

▴덧술 ①멥쌀 10말을 백세 하여 물에 담가 하룻밤 불렸다가, (다시 씻어 헹궈서 물기를 뺀 후) 시루에 안쳐서 왼이(고두밥)로 찐다.②솥에 물 10말을 붓고 팔팔 끓이고, 고두밥이 익었으면 (넓고 큰 그릇에 퍼 담고) 끓는 물을 골고루 붓고, 주걱으로 헤쳐 놓는다. ③고두밥이 물을 다 빨아들였으면, (그릇 여러 개에 나눠 담고) 차게 식기를 기다린다.④고두밥이 다 식었으면 밑술과 합하고, 고루 버무려 술밑을 빚는다.⑤술독에 술밑을 담아 안치고, 예의 방법대로 하여 7일간 발효시킨다.⑥술이 다 익었으면 술주자에 올려 짠 다음, 청주를 떠낸다.

* 주방문 말미에 “떠낸 청주가 매운 맛과 쓴맛이 나면 가수하여 마신다.”고 하였다.

박록담은

*현재:시인, 사)한국전통주연구소장, 숙명여대 전통문화예술대학원 객원교수, 중요무형문화재 인증심의위원, 한국문인협회원, 우리술교육기관협의회장 활동 중이며, 국내의 가양주 조사발굴활동과 850여종의 전통주 복원작업을 마쳤으며, 국내 최초의 전통주교육기관인 ‘박록담의 전통주교실’을 개설, 후진양성과 가양주문화가꾸기운동을 전개하여 전통주 대중화를 주도해왔다.

*전통주 관련 저서:<韓國의 傳統民俗酒>, <名家名酒>, <우리의 부엌살림(공저)>, <우리 술 빚는 법>, <우리 술 103가지(공저)>, <다시 쓰는 酒方文>, <釀酒集(공저)>, <전통주비법 211가지>, <버선발로 디딘 누룩(공저)>, <꽃으로 빚는 가향주 101가지(공저)>, <전통주>, <문배주>, <면천두견주>, 영문판 <Sul> 등이 있으며,

*시집:<겸손한 사랑 그대 항시 나를 앞지르고>, <그대 속의 확실한 나>, <사는 동안이 사랑이 고만 싶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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