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하의 취중진담
권력은 술과 같다… 戒盈杯를 생각하라
대부분의 사람들은 권력(權力)을 탐한다. 대선이나 총선은 물론이고, 쥐꼬리만 한 권력이라도 잡으려고 발버둥을 친다. 역사에서도 권력이 얼마나 좋았으면 동기간에서도 피바람이 불고 부모 자식 간에서도 살육이 이루어졌겠는가.
권력을 쥐게 되면 남을 복종시키거나 지배할 수 있는 공인된 힘이 생긴다. 권력자가 맘만 먹으면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꿀 수도 있고, 금은보화도 긁어모을 수 있다. 물론 현대 사회에서의 권력은 과거의 권력과는 엄청난 차이가 있지만 그래도 보통 사람들과는 차별된 힘이 있는 것은 사실 아닌가. 언론에 나오는 대장동 사건을 보면 소시민들에게는 상상도 못하는 돈이 왔다 갔다 하는 모양이다. 권력의 끈이 없다면 가능한 일이었을까.
그래서 목숨 걸고 권력을 잡으려 드는 모양이다.
왕권시대나 독재국가에서는 부모 잘 만나서 대물림으로 권력을 쥐게 되지만 선거를 통해 대통령이나 총리를 뽑는 나라에서는 권력의 기간이 정해져 있다. 권력의 끈을 놓는 순간 권력을 잡았던 기간에 불미스러웠던 일이 터지면 감옥살이를 면치 못한다. 돌이켜 보면 우리나라의 대통령이 퇴임 후 평안한 노후를 보냈던 대통령이 몇이나 되던가.
특히 권력자가 권력에 취하면 국민은 더욱 불행해진다.
최고 권력자가 막강한 힘을 올바르게 사용하면 나라는 부강하고, 국민은 평안한 삶을 영위할 수 있지만 반대로 막강한 힘을 사리사욕이나 엉뚱하게 사용하면 나라는 병든다. 심지어는 이웃나라에게 국토를 빼앗기게 되는 일도 발생한다. 일본에게 나라를 빼앗겼던 일을 회상해 보라.
과거 왕권시대에는 주왕(紂王)이 달기(妲己)에 빠져 주지육림(酒池肉林) 속에 세월을 보내면서 나라를 피폐 시켰던 것처럼 정사를 돌보지 않고, 간신배들과 놀아나는 왕도 있었던 모양이다.
권력자가 되기 위한 선거전이 한참일 때는 유권자에게 간이라도 빼줄것 같던 사람도 당선이 확정되는 순간 돌변한다. 세월이 흐르면 눈에 보이는 것은 아첨꾼만 보이는 모양이다.
요즘 내년 3월 대통령선거에 입후보한 사람들이 맹렬한 선거전을 치루고 있다. 이들은 미래를 그리는 청사진 보다는 상대방의 흠을 들추어내는 일에 열중이다. 상대방의 흠을 미주알고주알 들추어내다 보면 자신의 허물도 벗겨진다는 평범한 진리도 모르는 모양이다.
과연 이들이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 일할 사람들인가 아니면 진영논리에 따라 권력을 잡고 나서는 나 몰라라 할 사람인가.
애국심경쟁을 벌이는 선거판이 과열되면 무조건 이겨야 된다는 강박관념이 도를 넘게 된다. 이런 분위기에서 승자는 자칫 주어진 권력을 지나치게 사용한다. 이때가 위험하다.
일제강점기의 지주(地主)-소작 관계에서 거대지주나 부재지주의 위임을 받아 소작농을 관리하는 마름(舍音)이라는 직책이 있었다. 마름은 지주의 대리인으로 소작료의 징수·보관·매각, 조세 공과의 대리납부 등을 맡아서 하는 일을 담당했다. 따지고 보면 쥐꼬리만 한 권력자다.
그런데 마름은 소작인들에게는 수탈의 대명사이기고 했다. 소작인들에게 지주보다 더 무서운 존재로 권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자신도 소작인이면서 마치 지주인 양 행세한 마름이 큰 벼슬을 한 듯 날뛰기도 했었다고 한다. 마름의 쥐꼬리만 한 권력이 이 정도인데 대권을 잡는다는 것은 하늘의 별을 따는 기분일 것이다.
“효도는 흉내만 내도 좋다”는 말이 있다. 권력자들이 권력을 잡고 나서 진정으로 애국 애족을 못하더라도 나라를 사랑하고 백성을 위하는 애민정신을 시늉이라도 냈으면 좋겠다.
가끔은 대폿집에 서민들 불러내 막걸리 한잔이라도 돌리며 진정한 서민들의 애환을 들어 주는 그런 대통령이 되었으면 좋겠다.
채근담에 권불십년 화무십일홍(權不十年 花無十日紅)이란 경구가 왜 들어 있을까. 대통령뿐만 아니라 말단 공무원이라도 국민들 입장에서는 권력자로 보인다. 요즘 유행가 가운데 ‘있을 때 잘해’란 노래가 있다. 누가 대권을 잡든 그 자리에 있을 때 입후보 시절을 항상 생각하는 권력자가 되기 바란다.
계영배(戒盈杯)란 술잔이 있다. 이 잔은 잔 안에 술이 70% 이상 차면 술이 없어져 버린다. 부와 명예를 거머쥐게 되면 모든 것이 넘쳐 날수 있다.
권력도 술과 같다. 권력에 취하면 국가와 국민은 골병이 든다. 권력자들은 권력은 술과 같다는 생각을 잊지 말고 항상 계영배를 생각하며 정치를 하기 바란다. 그런 대통령이 탄생되었으면 좋겠다. 꿈이 너무 큰 것일까.
삶과술 발행인 tinew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