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동영의 唐詩 시리즈 詩聖 杜甫
언제나 천만칸 집을 지을꼬(18)
두보 시 33수
있는 자여! 없는 자에게 베풀 순 없을까
二 十 四 首
石壕吏석호의 벼슬아치
暮投石壕村, 有吏夜捉人。
老翁踰墻走, 老婦出門看。
吏呼一何怒, 婦啼一何苦?
聽婦前致詞, 三男鄴城戍。
一男附書至, 二男新戰死。
存者且偸生, 死者長已矣。
室中更無人, 惟有乳下孫。
有孫母未去, 出入無完裙。
老嫗力雖衰, 請從吏夜歸。
急應河陽役, 猶得備晨炊。
夜久語聲絶, 如聞泣幽咽。
天明登前途, 獨與老翁別。
날 저물어 석호에 투숙하니, 벼슬아치 밤에 와서 사람 잡아가네. 할아범 담 넘어 달아나고, 할멈 문밖 나와 맞이하네. 벼슬아치 호통 어찌 이리 세차고, 할멈의 울음 어찌 이리 애처롭나. 할멈 나와서 찬찬히 하는 말 듣자니, 세 아들 업성에 수자리 살러 갔네.
한 아들이 보낸 편지가 왔는데, 두 아들은 방금 싸움터에서 죽었다네. 산 사람은 구차하게 살고, 죽은 자는 영원히 그만이네. 집안에 더는 사람이 없고, 오직 젖먹이 손자만 있네.
손자의 어미는 가지도 못하고, 또 입고 다닐 온전한 치마도 없네. 늙은 할멈 비록 기력 쇠하였으나, 청하여 밤에 나으리를 따라가네.
하양의 부역에 급히 응하지만, 아직은 아침밥 준비할 수가 있네. 밤 깊어 말소리 끊어지고, 들리는 소리는 조용히 흐느껴 우는 듯하네. 동이 터서 길 떠나며, 홀로 할아범과 작별하네.
◇ 배경
안록산의 난 때 두보가 동생들을 보려고 낙양성 동쪽에 있는 옛집에 들렀다 보지 못하고 임지인 화주로 가는 길에 석호마을에 묵었는데 여기는 부녀자까지 징발하였다는 것을 이 시에서 느낄 수가 있다.
◇ 어휘
壕(호) 해자. 도랑. 石壕(석호) 허난 성 섬현(陝縣)의 마을. 捉(착) 잡을 착. 踰(유) 넘을 유. 一何(일하) 어찌 하. 어찌 그렇게도(강조). 致詞(치사) 찬찬할 치. 찬찬히 말하다. 鄴城(업성) 지금의 허난 성 임장현(臨漳縣). 戍(수) 수자리 수. 수자리하다. 국경을 지키다. 且(차) 구차할 차. 구차(苟且)하다. 살림이 몹시 찌그러들다. 偸(투) 훔칠 투. 구차(苟且)하다. 훔치다. 已(이) 그칠 이. 그치다. 끝나다. 裙(군) 치마 군. 河陽役(하양역) 하양은 지금의 허난 성 맹현(孟縣). 하양 땅 전쟁터의 부역(負役). 晨炊(신취) 새벽 신. 밥 지을 취. 아침밥을 짓다. 泣幽咽(읍유열) 울 읍. 조용할 유. 목이 멜 열. 조용히 흐느껴 울다.
◇ 해설
벼슬아치가 오자 할아범은 도망치고 할멈이 문밖으로 나와 벼슬아치를 맞이한다.
손자의 어미는 딸린 젖먹이 때문에 부역에 응할 수 없어 전쟁터로 가지 못하고, 또한 입고 나갈 치마도 없는데 어찌 전쟁터에 갈 수 있겠는가?
결국 할아범 대신 할멈이 부역을 떠나며 혼자 남은 할아범과 작별한다.
도대체 전쟁이 무엇 이길래 한 인간을, 한 가정을 이토록 비참하게 만드는 것일까?
두보의 시를 읽으면 가슴이 답답해지고 마음이 우울해진다. 결국 두보는 당시의 비참한 상황을 시로 표현하면서 위정자들에게 절규하였다. ‘더 이상 전쟁을 일으키지 말라’고.
◇ 명구
存者且偸生, 死者長已矣
二 十 五 首
新婚別신혼의 이별
兎絲附蓬麻, 引蔓故不長。
嫁女與征夫, 不如棄路傍。
結髮爲夫妻, 席不暖君床。
暮婚晨告別, 無乃太怱忙。
君行雖不遠, 守邊赴河陽。
妾身未分明, 何以拜姑嫜。
父母養我時, 日夜令我臧。
生女有所歸, 雞狗亦得將。
君今往死地, 沈痛迫中腸。
誓欲隨君去, 形勢反蒼黃。
勿爲新婚念, 努力事戎行。
婦人在軍中, 兵氣恐不揚。
自嗟貧家女, 久致羅襦裳。
羅襦不復施, 對君洗紅粧。
仰視百鳥飛, 大小必雙翔。
人事多錯迕, 與君永相望。
덩굴나무는 쑥과 삼에 엉켜 살아야지 덩굴 잡아당기면 당연히 자라지 못하네.
출정하는 사내에게 딸을 시집보내는 것은 길가에 버림만 못하더라. 머리 얹고 임의 처 되었으나 자리는 낭군의 침대 덥히지도 못하고 저녁에 혼인하고 새벽에 고별하니 너무나 황망하지 않은가요?
임 가시는 곳 비록 멀지는 않아도 변경을 지키러 하양으로 가시네.
첩의 신분 분명치 않아서 시부모께 어떻게 절을 올릴까요?
부모님 나를 기르실 때 밤낮으로 저 잘 되기를 바라셨고 자란 딸 시집보내며 닭도 개도 데려가게 하시더라.
임은 이제 사지(死地)를 향해 가시매 침통함이 창자 속까지 스며드네. 한사코 임을 따라가고자 하나 형세(形勢)가 오히려 나빠지겠지요. 부디 신혼이라는 생각은 마시고 나라 지키는 일에 힘쓰세요.
아녀자가 병영에 있으면 병사들 사기 해칠까 두렵네요. 가난한 집 딸임을 홀로 탄식하면서 간신히 장만한 비단 치마 다시는 입지 않으리라. 임을 위한 화장도 지워버리리다.
온갖 새들 날아다니는 것 보면 크건 작건 새들 필히 쌍으로 나는데 인간사 뜻하지 않은 일 많아도 임과 함께 서로 바라볼 날 영원히 기약할게요.
◇ 배경
안사의 난이 치열하던 759년에 두보가 동도(東道)로부터 화주(華州)로 돌아 갈 때 저녁에 결혼식을 올린 새색시가 새벽에 신랑을 전쟁터로 보내야만 하는 기막힌 사연을 보고, 어린 신부의 입을 빌려 읊었다.
◇ 어휘
兎絲(토사) 새삼. 메꽃과의 한해살이 기생 식물. 蓬(봉) 쑥 봉. 蔓(만) 덩굴 만. 結髮夫妻(결발부처) 상투를 틀거나 쪽을 찐 부부. 즉 정식 혼인한 부부를 일컫는다. 無乃(무내) 어찌 ~하지 않은가. 어찌 ~이 아니겠는가. 怱忙(총망) 급할 총. 몹시 급하고 바쁘다. 赴(부) ~로 가다. 온몸을 던지다. 河陽(하양) 윈난 성 휘강현(雲南省 徽江縣). 嫜(장) 시부모 장. 臧(장) 착할 장. 잘되다. 得(득) 얻을 득. ~해야 한다. 적합하다. 將(장) 장차 장. 동반하다. 死生地(사생지) 사생지지(死生之地). 죽느냐 사느냐의 갈림길. 蒼(창) 푸를 창. 당황한 모양. 黃(황) 누를 황. 병든 모양. 反(반/번) 뒤집다. 기울다. 어긋나다. 어렵다. 곤란하다. 蒼黃(창황) 푸를 창. 창졸하다. 미쳐 어찌할 사이 없이 매우 급작스럽다. 戎行(융행) 병장기 융. 오랑캐 융. 군대. 翔(상) 날 상. 致(치) 이를 치. 꿰맬 치. 바느질하다. 꿰매다. 襦(유) 저고리 유. 裳(상) 치마 상. 紅粧(홍장) 단장할 장. 연지 찍고 화장(化粧)하다. 錯迕(착오) 만날 오. 섞일 오. 물건이나 생각 따위가 뒤섞이다.
◇ 해설
덩굴은 다른 식물에 붙어살아야지 혼자서는 살지를 못한다. 어린 신부를 바로 이 덩굴에 빗대어 당시 사회 상황을 비판하였다.
어린 신부가 무슨 죄가 있어 첫날밤도 채 치르지 못하고 신랑을 전쟁터에 빼앗겨 버리는 쓰라린 심정을 두보는 이 시에서 오롯이 형상화하여 시성으로서의 진면목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본인이 새색시가 아니면서도 새색시의 애끊는 한과 비애와 절규를 두보는 자기의 것으로 승화한 명시이다.
이 당시 전쟁터에 끌려가는 것은 바로 죽음을 시사한다. 그래서 “전쟁터에 나가는 사내에게 딸을 시집보내는 것은 차라리 큰길가에 버리는 것만 못하다”, 즉 평생을 과부가 되어 독수공방하게 될 바에는 차라리 대로변에 내버리면 지나가는 홀아비나 소금장수라도 데리고 가 부부의 연을 맺고 오래 살 수 있다는 소박한 마음이 담겨있는 대목이다.
그럼 누가 이 어린 신부의 가슴에 못을 박고 피눈물을 흘리게 했는가?
바로 며느리 양귀비와 놀아난 당 현종이다. 현종은 양귀비를 만난 이후로 간신배, 역적, 환관, 내시 등에 놀아나 정사를 돌보지 않았다. 이들의 국정논란이 극심하자 이 틈을 노려 안록산과 사사명이 반란을 일으키자 토벌하려고 백성들을 전쟁의 사지로 몰아넣은 것이다.
임금은 민초들의 눈에서 눈물이 나지 않도록 정치를 해야 한다. 국정농단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지도자 하나 잘못 뽑으므로 해서 그 피해는 고스란히 민초가 짊어질 수밖에 없다. 이것이 바로 역사의 수레바퀴 아니겠는가?
◇ 명구
嫁女與征夫, 不如棄路 與君永相望。
☞차동영의 학력및 경력:
☞차동영의 학력및 경력:▴철학박사▴연세대학교 문과대학 중어중문학과▴서강대학교 대학원 중국어과▴삼성 배우기 최고가상품 개발▴DMZ종주상품 및 태권도방한관광상품 개발▴DMZ문화원 부원장▴CITM(중국국제여유대전)한국관 최우수관 선정 및 수상
*편집자주:본지는 저자의 양해를 받아 ‘언제나 천만칸 집을 지을꼬?’ 중에서 술과 직접 관련이 있는 대표시를 연제한다. 삽화및 관련 사진은 밥북사가 제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