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하의 취중진담
올바른 음주교육이 필요한 때다
우리는 술을 왜 마실까?
이 같은 물음에 정답을 찾는다는 것은 시간 낭비일수도 있다. 등산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산을 왜 오르느냐고 묻는 것과 같다고나 할까. 술이 있으니까 마시는 것이고 산이 있으니까 오르는 것은 아닐까.
중국의 시선(詩仙)인 이백이나 현대의 주백(酒伯)인 변영로 선생은 술을 마시는 이유(핑계)가 문학적이다.
‘청명해서 한 잔, 날씨 궂으니 한 잔, 꽃이 피었으니 한 잔, 마음이 울적하니 한 잔, 기분이 창쾌(暢快)하니 한 잔…이렇게 해서 일배일배부일배(一杯一杯復一杯)로, 마셨다고 한다.
이런 술 마심에서 시가 나오고 노래가 나오는 것은 아닐까. 비단 이백이나 변영로뿐이겠는가. 소시민들은 술 마실 이유가 너무나 많다. 일일이 따지지 않고 그냥 마신다. 술이 좋으니까.
시인 고은 씨가 언젠가 <시평>지에 “시인들 가운데 술꾼이 현저하게 줄어들었다.”며 “술꾼 시인이 줄어들어 가슴 속에서 터져 나오는 시를 만나기가 쉽지 않다.”며 ‘시인 애주론’을 제기한 적이 있었다. 이런 문제 제기에 젊은 문인들은 반기를 들고, “시객(詩客)들은 시를 짓겠다는 미명 하에 지나치게 술꾼들이 되어선 안 된다. 술꾼 대신 삶의 진정성을 끊임없이 찾아가는 삶꾼이 되어야 한다.”며 고 시인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었다.
술을 마시며 시를 쓰든 맹물만 마시며 시를 쓰든 그 것은 오롯이 문인들의 자유다.
어느 과학자는 술을 마시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우리 몸에는 오피오이드(Opioid:아편유사제) 라는 수용체가 있는데, 술을 마시면 그 과정에서 발생한 엔도르핀이 오피오이드 수용체와 결합을 하여 사람의 뇌를 자극 하여 소량은 진정제 역할을 하고, 더 나아가 거리낌과 불안감을 줄여 뇌의 지속적인 환희와 쾌감을 느끼게 하므로 이 오피오이드의 욕구에 의해서 술로 인한 즐감의 중독이 심화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술을 마시게 되며, 술은 중독성이 매우 강하다.
C2H5OH. 우리가 마시는 술에 포함된 에탄올의 분자식이다. 많은 사람들이 간단해 보이는 이 화학 물질에 이끌린다. 그 이유야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많은 사람들은 ‘쉽게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에탄올을 찾는다. 그런데 도가 지나친 사람들이 많다는데 문제다.
최근 뉴스를 보니 전남 고흥에서 술 문제로 부부싸움을 하다 아내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60대 남성이 구속됐다고 한다. 경찰 조사 결과 만취한 A씨는 아내 B씨가 “술을 자주 마시고 주정이 심하다”고 하자 말다툼을 벌였으며, 홧김에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고 했다.
또 경기 김포 오피스텔에서 서울 강서구청에 근무하는 여성 공무원이 흉기로 남자친구를 살해 해 구속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는 뉴스도 우리를 놀라게 한다.
이런 사건의 가해자들은 거의 “술에 취해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하고 있다. 왜 애꿎게 술에다가 핑계를 대는 것일까. 술 마신다고 다 그런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다.
주사를 부리거나 술 마시며 사고를 치는 사람들은 대부분 술을 잘못 배워서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 우리나라에선 공식적으로 어떻게 술을 마셔야 하는지를 가르치는 교육기관이 없다. 술을 음식으로 보기 때문에 밥을 어떻게 먹어야 한다는 교육이 없는 이유 때문일까.
그렇지만 ‘술은 음식이다’라고 정의해서 아무런 훈련이나 교육을 받지 않고 술을 마시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왜냐하면 술을 마시면 맘과 몸이 자기 뜻대로 되지 않기 때문인데 술을 처음 대하는 사람들은 이 점을 잘 모른다.
예로부터 술은 어른 앞에서 배워야 된다는 소리를 들었다. 이는 술을 마심에 있어 예의를 차리고 절도를 지켜야 한다는 말이다.
술은 물에서 나온 불이다. 불은 잘 다루면 문명에 이익을 주지만 잘못다루면 위험한 해를 끼친다.
이제 수능 시험을 끝낸, 학교생활을 벗어난 새내기들이 문제다. 통제도 어렵지만 제멋대로 술을 마시기 시작하면 성인이 되어서도 술버릇이 그대로 굳어지기 십상이다.
한번 술을 마셔본 사람들은 평생 마시게 되는데 술을 잘못 배우면 그 습관이 좀처럼 바꾸기가 어렵다. 그래서 술은 어른 앞에서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꼰대가 하는 소리 같지만 이는 엄연한 사실이다.
교육당국은 이 시기에 차라리 올바른 음주문화를 교육하는 게 어떨까. 젊은이들의 장래를 위해서다.
<삶과술 발행인 tinew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