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의 음주문화

이탈리아의 음주문화

 

조성기(한국대학생알코올문제예방협회 회장/경제학박사)

 

이탈리아에 수출 하는 우리 술은 많지 않다. 관세청 자료를 뒤져도 나오지 않는다. 그렇지만 와인 수입은 칠레, 스페인에 이어 세 번째 나라로 등장한다. 이탈리아는 세계적인 와인대국인 것이다. 이탈리아의 음주문화는 우리에게 무엇을 시사 할까? 우리는 이탈리아에서 과거의 음주대국이 착한 음주국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탈리아의 음주는 세계적으로 유명했다. 하지만 연간 1인당 알코올 소비량이 큰 폭으로 꾸준히 감소했다. 지난 50년 동안 1/3로 줄었고, 25년 전보다는 절반이 되었다. 그렇지만 주류산업은 이탈리아의 주요 산업 중 하나다. 이탈리아에서 술의 교역량이 국민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크며, 포도밭이 전국토의 10%정도나 된다. 산업센서스 자료를 보면 14,000개나 되는 기업이 주류산업에서 활동하고 있다. 가족전체 가계예산 중 술 소비량이 2%정도가 유지된다.

가장 보급률이 높은 술은 와인이다. 포도나무가 이탈리아 땅의 주요 부분을 뒤덮고 있는 한 와인은 이탈리아 문화유산의 기본을 형성한다. 이는 고대 메소포타미아 문명을 공유하는 지중해 연안 국가들의 특성이다.

이탈리아에서 술을 안 마시는 사람들은 특별한 호기심의 대상이 되곤 한다. “술을 왜 안마시냐?”는 이유를 끊임없이 질문 받게 된다. 이탈리아에서 술을 거절하는 태도는 매정한 것으로 이해된다. 과거의 우리와 유사한 분위기다. 그러니 “신이여! 술 마시지 않는 사람들로부터 저를 보호하시옵소서(Dio! Proteggimi da quelli che non bevono alcolici e rimanere puro).”라는 말까지 있다.

 

음주문화가 음식문화

 

이탈리아 사람들은 도수 높은 알코올은 잘 마시지 않는다. 대부분 와인을 마시고 일부만 다른 술을 마신다. 이탈리아에서는 ‘술 마시는 사람’은 ‘과음자’들이다. 이탈리아에서 와인은 자양분이 많은 음식으로 이해된다. 과거에는 와인은 저소득층의 영양공급원이었다.

그들은 먹을 것이 적어 와인으로 칼로리를 공급했다. 아직도 그런 습관들이 남아있어 식사 때 대부분 와인을 정기적으로 마시는 경우가 많다. 그들에게 와인은 우리로 치면 영양보충제이거나 반찬에 상응하는 것이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와인과 증류주는 이탈리아의 약방에서 중요한 구실을 해왔다. 이는 중국이나 러시아 등 다른 국가들과도 같은 현상이다. 로마시대는 물론이고 르네상스시대를 거치는 기간 중 질병을 치료하는데 알코올 처방이 사용되었다.

오늘날에도 와인이 감기치료에 사용되는 경향이 있고, 1등급 와인은 질병에서 회복되는 사람들이나 노인들에게 적정량 마시도록 권장되기도 한다. 더욱이 의사들은 관상동맥질환을 예방하는 데에 적정량의 와인이 좋다고 과학적인 증거를 대면서 권유하고 있다.

이탈리아에서 음주는 사회생활과 관계가 크다. 와인은 태어나고, 결혼하고, 군대 갈 때와 같이 중요한 일이 있을 때 마다 의례적으로 사용되며 여가시간, 사람이 많이 모인 곳의 필수품이다. 어쩐지 우리나라 습관을 이야기 하고 있는 것 같지 않은가.

이탈리아에서는 취하는 행위에 대해 칭찬도 비난도 없다. 그렇지만 이탈리아에도 술의 남용 문제가 발생하고 있고 과음의 부정적인 결과를 방관하는 문화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자발적인 통제메커니즘이 작용하고 있는 곳이 이탈리아이기도 하다. 이탈리아에서는 그 점을 배울 수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술의 남용이 통제된다. 성인식을 통해 통과의례 시 남용을 못하도록 권장된다. 청년이 징병통지서를 받을 때나 결혼을 할 때에도 마찬가지다. 식사 중의 와인도 통제되는 측면이 있다. 특히 식전에 술을 마시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위장이 비어있을 때 알코올이 건강을 상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음주를 조절하기 어려운 사람들에게도 통제가 행해진다. 이탈리아 사회에서 과음은 낙인찍히는 일 까지는 아니지만 술을 스스로 통제 못하는 사람들은 비난의 대상이 된다. 술버릇이 나쁜 사람들로 치부된다. 술을 남용하게 되면 건강을 상하게 할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다.

이탈리아의 전통적 가치관에서 보면 술을 지배하지 못하는 남성은 진정한 남성이 아니다. 문제를 일으키는 과음자들은 술을 마시는 사회관계에서 도태되므로 근본적으로 그 자체가 허용되지 않는 셈이다.

일반 술과 와인이 이탈리아 문화의 중요한 부분이라는 사실을 염두에 둔다면 그들의 과음과 알코올중독에 대한 인식을 예상할 수 있다. 이탈리아인들은 술을 일상에서 늘 사용하고 있으므로 과음은 그럴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술을 많이 마셔 신체적 손상이 심하거나 알코올 의존상태라는 것이 명백해 지기 전까지는 과음이 특별한 일이 아니라는 반응들을 보인다.

1990년대 까지도 이탈리아에는 술문제에 대한 자료가 많지 않았다. 이는 그들의 음주문화를 보면 그다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그 이후 많은 연구자료가 이탈리아나 세계보건기구 등에서 나오게 된다. 그 전에는 정부의 공식통계에 대한 신뢰도가 적었다고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알코올 중독, 의존 증에 대한 자료는 2000년 이전에는 그리 흔치 않았었다. 통계가 제대로 정비되기 시작 한 것이 최근 15년의 일이다. 그러므로 그 이전에는 알코올 의존 증의 증감에 대한 정보도 그 수준에 대한 정보도 정확하지 않았다. 그 때까지는 분명한 것이 알코올 남용이 사회적 논의대상자체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오늘날의 이탈리아에서도 과음은 사회 전반에 깔려있는 문제이지 계층과 관련된 현상이 아니라고 보면 옳을 것이다. 술 문제가 저소득층이나 고소득층, 연령별 집단 간에 큰 격차 없이 일반화된 문제라고 보면 틀리지 않는다. 하지만 성별자료는 이탈리아도 다른 나라와 유사한 현상을 보인다. 즉 술은 주로 남성의 문제라는 것이다.

 

이탈리아의 포도재배사

 

포도재배는 기원전 3000년부터 지중해 연안에서 시작되었고 메소포타미아지방에서 경작되었다. 수메르인의 영웅 길가메시(Gilgamesh))의 서사시에 보면 와인은 신성에 접근하는 중요한 수단이었다.

기원전 2000년경 미노안(Minoan) 시대에 이미 와인 저장탱크가 사용되었다는 흔적이 시라큐스 근방의 고대의 무덤에서 발견되었다. 시실리 섬에서의 와인생산은 그리스인들이 에게 海를 건너 그 섬을 식민지화하기 이전부터 일반적이었다. 시실리 섬의 뜻이 바로 ‘와인의 어머니’이다.

시실리에 설치된 그리스의 식민지와 남부이탈리아 지방에서 기원전 800년 경 포도재배법이 로마로 전파되었다. 사실 북부 이탈리아의 에트루리아인들도 로마시대 이전부터 와인재배법을 알고 있었다. 에트루리아인들은 지금 투스카니와 라지오라고 불리는 지방이다. 에트루리아인들은 자가소비를 위해서 와인을 생산했고 남은 량은 북부이탈리아 전반과 동부 프랑스 지방인 갈리아로 수출했다고 한다.

에트루리아인들은 다방면에서 로마에 영향을 많이 미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포도(vinum)이라는 단어가 에트루리아어 비노(vino)에서 온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에트루리아인들과는 달리 초기의 로마인들은 와인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공화국의 도덕기준에 따르면 음주는 로마시민의 존엄을 낮추는 것으로 간주되었다. 특히 기원전 500년경의 법에서 임신여성의 음주는 태아에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로 금지되었다. 현대에 태아알코올증후군에 대한 예방행위가 이미 로마시대에 있었다고 보면 된다.

음주에 대한 태도가 크게 변화한 것은 카르타고를 패배시킨 이후 로마가 지중해의 패권을 잡으면서 부터이다. 로마의 정치가이자 작가인 카토(Cato)는 유명한 농서에서 다른 곡물 보다 포도를 중요하게 다루었다.

이탈리아에서 와인은 부유한 사람들의 식탁에서 값진 음료로 사용되었고 포도재배농가는 이윤이 제법 남는 기업이 되었다. 이탈리아에서 품질 좋은 와인이 생산되게 된 것은 아우구스투스 황제 이후였다. 로마와 나폴리 사이는 포도산지가 집중되었고 폼페이와 오스티아가 주요 항구로 사용되었다.

이 시대에 이탈리아에서 와인생산을 통제하는 시도가 있었다. 큰 재난이 있었기 때문이다. 서기 79년에 베스비우스 화산이 폭발하여 폼페이가 파괴되었다. 시민 대부분이 죽었고 주변의 포도밭은 잿더미가 되었던 것이다.

로마의 와인공급이 크게 감소하자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밀 경작지를 급히 포도밭으로 바꾸었다. 그러자 20년이 못되어 포도가 과잉생산 되었고 밀과 다른 곡물이 부족해졌다. 황제는 새 포도밭을 만드는 것을 금지했고 변경의 포도밭 절반을 없앨 것을 명했다.

사실 로마인들은 그리스인들보다는 와인을 상징이나 신비적 측면에 의미를 두지는 않고 있었다. 로마인들은 와인의 경제적 의미를 강조하고 종교, 문학, 예술에서 중요시했다. 로마인들에게 와인은 종교적 공물의 하나이고, 문학작품이나 조형물들은 음주의 신성한 기쁨을 묘사했다.

로마제국이 번창해지자 와인은 전 유럽으로 파급되었다. 현대에 와서 위스키, 맥주, 와인이 전 세계의 주요 주류시장을 장악한 것은 어떤 이유일까? 역시 그들이 동양과 아프리카, 중남미 등을 장악한데 있지 않을까? 술은 기호품이고 꼭 필요한 제품은 아닐 수 있다. 결국 강한 국가의 술이 후발국으로 수출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더욱이 로마인들은 북아프리카, 스페인, 포르투갈, 남부 프랑스 등지에서 포도밭을 경작하였다. 로마제국이 기울자 포도경작도 기울었다. 로마가 바바리아인이 침입해 와서 군사적 압력을 받거나 정치적 행정적 혼란이 있어 쇠락한 것만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나라의 힘이 약해지자 세금을 올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이에 저항한 지주들은 포도재배를 줄였다. 서기 300년 경 테오도시우스 황제가 포도밭을 파괴한 자들을 사형에 처하기도 하여 국세를 유지하려고 노력했지만 그게 어디 가능했겠나. 일시적인 버팀목이었다. 주세는 그때부터 나라살림에 매우 중요한 부분이었다. 소위 농업에서 부가가치가 큰 가공파트가 주류산업이었다는 것이다.

그 때 이후 포도밭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중세에는 와인이 이탈리아 문화와 사회의 중심이 되었다. 와인은 성찬식 등 기독교의 의식에서 일정한 역할을 하였다. 수도원은 교회에서 사용할 포도를 경작하는 곳이기도 했고 유럽 전역에 포도재배 기술을 확산하는 중심이 되었다.

이탈리아의 도심의 거리나 길의 명칭에 포도의 의미가 들어간 곳이 매우 많다. 비그노찌, 비노지, 비나조리, 비노제티, 비그나, 베치아, 젤라 비그나 누오바 등이 그렇다.

 

알코올에 대한 ‘문제제기’의 시작

 

기원전 1750년 함무라비 법전에서 술의 부정적인 영향을 다루고 있다. 주로 술의 가격, 제공하는 술의 량에 대한 속임수, 수녀의 음주 등에 대한 것들이었다. 술 문제에 대한 관심이 현대와 달랐던 것이다.

1800년대 후반까지 이탈리아에서 술문제는 일반적 관심사항이 아니었다. 1700년대 말에 제한적이었지만 술 문제를 제기한 적이 있다. 1774년 학자들이 과음의 결과에 대한 경고를 한 바 있다. 즉, 태아에 미치는 영향, 신생아와 노인들에 대한 위험 그것이다. 그렇지만 1800대 후반 산업화가 진전됨에 따라 알코올 소비와 남용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변화가 시작되었다.

먼저 알코올은 소금과 밀가루처럼 과세의 대상이 되었다. 1880년 경 증류주에 대해 과세하여 걷은 수입이 국가의 연간과세액의 10%가 넘는 적도 있었다. 1880년대에 와서 의사와 법학자들이 알코올에 대하여 대안을 제시하기 시작하였다. 술 문제에 대한 지향점을 바꾼 것이다. 의사는 의학적 문제를, 법학자들은 알코올 남용을 안녕과 질서에 관한 문제로 제기하기 시작하였다.

이탈리아 정부는 음주건강과 관련된 측면을 강조하기 시작하였다. 특히 저 품질 와인의 유해효과에 대해 관심을 가졌다. 그렇지만 학계에서의 관심은 빈곤과 건강, 도덕적 타락과 관련된 것이었다. 정부는 주세를 걷는 주체로서의 책임성에 관심을, 민간에서는 사회문제와의 관련성에 더 관심을 가졌던 것이다.

그렇지만 이탈리아의 사회과학자들은 술을 범죄, 도적적 문제와 관련지어 생각했지 알코올 의존증과 관련이 있다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았다. 즉 술과 관련된 오래된 논쟁은 술 문제가 ‘도덕적 결함이 있는 사람들의 문제인가? 술 자체가 문제인가?’라는 논쟁이었던 것이다. 이 논쟁은 이탈리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1881년 이탈리아의 형법에서 만취 범죄시하였다. 그렇지만 그 이후 알코올 남용에 대한 보건에 대한 해석도 커졌다.

이탈리아 노동자들의 생활수준이 나아지자 술과 빈곤이나 범죄와의 관계를 따지는 일이 사라졌고 과음과 건강의 문제를 다루는 것이 중요 해졌다. 밀라노를 중심으로 진행된 절주운동이 대중의 관심을 끈 적이 있다. 그렇지만 결과는 특별한 것이 없었다. 정치인들이 개입을 했고 1913년에 알코올제약법이 통과되었지만 주류에 대한 접근성이 크게 줄어들지 않았다.

판매점 허가제와 구매 연령제한 등 몇 가지 통제가 가해졌다. 그러나 소매점들이 전국적으로 강력히 반발하였다. 그 이후 이탈이아에서 술을 법적으로 통제를 하려는 별다른 시도는 없었다. 민생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어디나 마찬가지 문제였던 것이다.

하지만 정치는 가끔 정책에 큰 영향을 미친다. 파시즘이 집권을 했을 때 큰 변화가 있었다. 이 때 알코올 남용과 범죄의 문제가 거론되었다. 이명박 정권 때 주취자 보호법이 불거진 것이 유사성이 있을 수 있다. 주취 난동 자를 다루지 말자는 것이 아니라 과연 술 문제를 법으로 어떻게 다룰 것인가에 대한 문제다.

무솔리니의 주요 관심사가 정치적인 것이지 알코올 그 자체가 아니었던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노동자들이 술집에서 체제에 도전하는 대화를 나누었기 때문에 문제시 하였던 것이다. 이탈리아의 술집은 당시 실업자들 사이에 직업을 구하는 문제나 스트레스를 푸는 장소였다. 다분히 정치적 집회 장소였던 것이다. 술집 문을 닫아버리면 정부전복 활동을 없애는데 가장 효과이라는 제안을 누군가 한 것이다. 사실 일리 있는 일이다.

 

이탈리아인들의 음주량

 

1970년대의 이탈리아인들의 음주량은 자료에 무려 16.1리터다. 그 이후 음주량이 감소한다. 1990년에는 순 알코올 소비량이 9.8리터였다. 20년 동안에 거의 40%가 줄어들은 것이다. 2005년의 자료에는 다시 30%가 줄어 6.9리터가 된다. 이탈리아는 음주량 감소에 관한한 엄청난 모범 국이다.

 

*이탈리아의 1인당 순알코올

음주량(1990-2005)

 

증류

1990년

1.0

1.3

7.5

9.8

1995

0.7

1.3

6.9

8.9

2000

0.5

1.4

6.1

8.0

2005

0.4

1.5

5.0

6.9

(단위: 리터)

 

이탈리아인들은 우리나라와 달리 증류주나 맥주를 많이 마시지 않는 것이다. 음주량의 70% 이상이 와인이다. 맥주는 20%정도이고, 나머지 10%가 증류주이다. 한 나라의 선호주종이 무엇으로 결정되는가를 살펴 볼 수 있는 소중한 자료다. 우리나라도 70년대 이전에 순한 발효주인 막걸리가 대세였다. 30년 정도의 세월 속에서 소주나 위스키 등 증류주가 대세를 차지했다. 소주가 저도주로 되고 있어 상황이 또 변하고 있지만 저도의 발효주 소비를 전략으로 선택한다면 불가능한 일은 아닐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이탈리아에서 맥주소비량 비중의 증가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20여년 만에 2배, 35년간의 통계를 보면 3배가 증가했다. 더 시간이 지나면 이탈리아에서 맥주의 위치는 지금과도 또 달리 변할 것이다. 저도 탄산주류의 선호도가 무시할 수 없다는 사실이 아닐까 한다. 고도 증류주의 하락은 이미 전 세계적인 대세다.

1990년대에 이탈리아인 들은 와인을 한해에 평균 60리터를 마신다. 학자들은 2000년까지는 45리터로 줄어들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 그대로 되었다. 이미 순 알코올 량을 기준으로한 음주량은 크게 줄기 시작한 것이 이탈리아다. 현재 7리터 정도인데, 더 줄어들을 것인가. 인식, 태도, 행동 등을 감안할 때 정체될 수준까지 어느 정도 줄었기 때문에 그럴 것 같지는 않다.

이탈리아인들의 바(Bar)가 일상생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더욱 그렇다. 술집의 역할은 전처럼 정치적인 활동을 하는 곳이 아니고 직업을 구하는 곳도 아니다. 이제 술집은 여가시간을 보내거나 음악을 듣거나 TV를 보거나 카드를 하거나 전자게임을 하는 장소가 된지 오래다. 미국의 살롱이나 프랑스의 카바레와 같이 이탈리아의 펍이 남성들의 전유물이었지만 오늘날은 남성과 여성 모두로 구성된 단골손님들의 사교장소가 되고 있다.

술 소비량의 감소를 단순히 술 마시는 이유의 변화에서 찾기는 어렵다. 하지만 그저 즐기려고 마시는 음주는 정치적 토론을 목적을 할 때 보다 양적으로 줄어든다는 가설은 한번 세워볼 만한 것이다. 술의 기능이 바뀌고 있지만 일정 수준에서 안정을 찾을 것으로 보이니까 말이다.

 

북동부 이탈리아가 술꾼의 집결지

 

이탈리아를 중부, 북동부, 북서부, 남부 등 4군데로 나누어 보면 북동부 지역의 사람들이 가장 많이 마신다. 그 전통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베네토, 프리우리, 베네치아 등의 지역은 전통적으로 많이 마시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남부지방과 도서지방은 항상 평균이하의 음주량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남부지방은 이탈리아 최고의 포도산지가 있는 지방인데도 음주량은 적다.

그 이유 중 하나가 산업화 격차가 아닐까 한다. 또한 음주량과 인구와의 관계를 볼 때 인구 20,000명 이하의 중소도시에서 술 소비량이 많은 것도 재미있는 정보다. 역시 문화적 도구가 적은 곳에서는 술이 대안이 아니었을까.

남부에서 생산된 와인은 알코올 농도가 높다. 이는 도수가 매일 마시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을 시사 할 것이다. 또한 남부에서는 여성들의 음주에 대해서 전통적으로 엄격하였다고 한다. 즉, 산업화의 정도, 술의 도수, 여가생활의 상태, 음주규범 등이 술 소비량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이탈리아의 관찰결과자.

 

여성은 이탈리아도 마찬가지다

 

1890년대에 이탈리아의 정신과 의사 한사람은 “여성이 남성보다 덜 마신다. 여성은 가족과의 관계에 생활의 중심을 두고 있고, 행동의 제약이 있으며, 수줍음을 많이 타고. 그래서 남용을 잘 하지 않는다.”고 적었다. 전 세계 다른 여성과 다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의 여성들은 어디나 변했다. 이탈리아 여성들도 남성들이 세워놓은 장벽을 극복하고 자유로워지고 있다. 술 소비에서 성차별이 사라진 것이다. 아직 남성보다 덜 마시는 것이 분명하지만 분위기는 크게 변화하였다.

이탈리아 전통사회에서는 음주에 성차별이 은 분명히 있었다. 여성들은 혼례식과 같이 특별한 때를 배고는 일상에서 마실 수 없었다. 취한 여성은 취한 남성 보다 아주 나쁘게 평가되었다. 여성이 취하는 상황은 자연스럽지 못한 일이었다.

농사일을 하는 여성이나 높은 계층의 여성이나 모두 술에서 격리되었다. 첫째, 술 자체가 남성의 전유물이었다. 여성을 술로부터 격리시켜 남성들이 절대적인 권력을 유지하였다. 둘째, 남성들은 배고플 때 갈증 날 때 음주했다. 셋째, 만취하게 되면 여성을 남성이 성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넷째, 여성이 노동을 할 경우에도 여성은 가족을 돌보아야 할 책임이 있었다. 가사일도 돌보아야 하므로 시간이 없었다.

즉, 이탈리아는 여성들은 알코올을 두려움과 체념의 감정을 가지고 접하게 되었다. 농촌에서는 남성들은 술을 마시고 여성에게 정신적 심리적 폭력을 휘두르는 경우가 많았다. 남성은 그래도 되었다. 남성의 주량은 사내다움을 과시하는 것이었지만 여성들의 주량은 문제가 되었다. 이탈리아 여성들에게는 술을 많이 마실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고 보는 것이 옳다.

 

착한 음주 자가 늘고 있는 이탈리아

 

산업사회 이전에는 육체노동자들이 술을 많이 마셨다. 미숙련 노동자들이나 일용직 노동자들은 달랐다. 직업별로 음주패턴이 차이가 났다. 일반 술손님은 상인들이나 판매직 노동자들이었다. 대부분이 과음 자들이어서 악명이 높았다. 축제날이나 특별한 날을 제외하고 농업종사자들은 술집에 잘 가지 않았다.

오늘날에는 직업 간 음주습관의 차이가 뚜렷하지 않다. 최근에는 바텐더, 부동산 중개업자들, 영업직 종사자들이 평균 이상의 술을 마시고 있다. 세계 어디를 가나 영업직과 상거래가 직업인 사람들은 술을 많이 마실 수밖에 없다. 과연 술대접 말고 영업을 잘할 수 있는 대안은 어디에도 없는 것일까?

이탈리아에 청소년 음주에 대한 자료는 많지 않다. 그러니 청소년 음주문제가 어떠한가에 대한 정보는 불확실하다. 과거자료는 특히 그러하다.

1992년에 와서야 15세-24세에 대한 전국조사가 실시되었다. 그 이후에는 1994, 1998, 2000, 20007년에 조사 자료가 있다. 1992년 자료를 보면 지난 3개월간의 음주경험을 묻는 질문에 26%가 술을 마시지 않는 것으로 대답하고 있다. 그 시기 청소년 중 상당수가 음주경험이 있는 것이다.

남성은 84%이었고, 여성은 64%이었다. 남성이 과음 자가 많았고 다양한 술을 마시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최근에는 청소년도 주요 선호주종이 와인이고 맥주 소비가 늘고 있다. 나이가 들수록 술을 많이 마시고 있었는데, 18세 이후 음주량이 양이 급증하였다. 가장 음주량이 많은 연령은 24-34세였다.

이탈리아도 대학생 음주는 심각하다는 것이다. 15세 이상의 음주율은 남성이 87%, 여성이 62.5%였다. 2010년의 자료다. 양성 모두를 보면 74.3%였다. 2012년 자료는 66.6%, 음주율 조차 줄어들고 있었다. 하지만 식사하지 않을 때 술 마시는 비율은 2002년과 2012년에 23.1%, 26.9%여서 늘고 있다. 가끔 술 마시는 비율도 같은 기간 중에 35.8%에서 42.2%로 늘었다. 즉, 착한 음주자가 증가하고 있는 곳이 이탈리아인 것이다.

청소년 음주를 지역별로 보면 성인과 마찬가지로 북동부 지역의 청소년도 와인을 많이 마신다. 남부의 청소년도 술을 제법 마시는데 대부분 맥주를 선호한다. 와인과 고도주의 소비는 농촌보다 도시가 상대적으로 적은 량이었다. 이러한 지역별 차이는 오랜 전통 그대로 변화가 없다.

음주문화란 이탈리아에서도 그렇게 쉽게 변하는 것이 아니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집에서 와인을 자주 마신다. 맥주는 또래들 끼리 모여서 밖에서 많이 마신다. 주종은 직업 유형과 식사 여부에 따라 다르다. 이탈리아인들은 술 자체가 아니라 사람과 어울리기 위해서나 식사를 더 잘 하기위해 술을 마신다.

 

청소년도 술 한 잔 쯤 할 줄 알아야 사내답다

 

어디서 많이 듣던 말이다. 이탈리아인들은 10대 초반에 음주를 경험한다. 가족이나 또래집단이 사회화의 자리이다. 포도재배지역에서는 와인을 쉽게 구할 수 있었다. 이때 어린아이도 자주 와인을 마시도록 권유를 받았다.

우리나라 어른들이 어린이들에게 막걸리를 권하는 것을 흔히 볼 수 있었다. 이탈리아도 이러한 현상은 예외가 아니다. 어머니들은 아이들에게 술을 주는 것에 반대를 한다. 하지만 아버지들은 적당량의 술이 자식들을 잘 성장하게 하고 ‘진정한 사나이’가 되도록 한다고 믿는다.

와인생산량이 적은 지역 여성이나 어린이들은 술을 마실 기회가 적었다. 오늘날 이러한 차이는 사라지고 있다. 어차피 농가가 줄어들고, 술은 공산품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오늘날에도 소년들에게 가족이 술을 권하는 것은 일반적인 일이다. 우리나라에서 음복의 모습이 이탈리아에서도 건강이나 사내다움을 이유로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청소년들의 최초 음주연령은 13세 이전에 25%이고, 13세-18세 사이가 75%다. 청소년 음주가 가족들만의 책임은 아니고, 스스로의 책임도 크다. 친구들끼리는 맥주나 증류주를 같이 마시기 때문이다. 와인음주에는 가족이 개입되지만 맥주나 증류주는 다른 사회적 관계를 맺을 때 마신다.

 

위기의 와인문화

 

알코올 남용 문제가 이탈리아에서도 관심의 커지고 있다. 음주운전이나 간질환 등 술 문제에 대해 매스컴이나 의료 집단들이 문제를 삼는다. 적어도 한해에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망자가 2,000명이 넘고 간질환으로 인한 사망자가 30,000명이 넘는다고 한다. 그래서 100,000당 간질환자가 남성은 10.9명, 여자가 4.7명이었다. 교통사고도 남성은 13명, 여성은 2.8명이다.

선별도구를 무엇으로 하는가에 따라 다르지만 알코올 의존자가 50만 명에서 수백만 명에 이른다고 보고되고 있다. 2010년 이탈리아 인구가 6천만 명 정도이니 적어도 15%는 문제가 된다는 것이다. 음주문화에 비해 과다 추계된 감이 있지만 술문제가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폭음자 통계는 남성이 전체 인구 중 8.0%, 여성은 0.7%다. 양성 모두로는 4.2%다. 음주자만을 본다면 남성이 9.8%, 여성이 1.3%, 양성 모두는 6.2%다. 우리나라 보다는 낫지만 반도의 기질상 폭음이 상당수준이 아닌가 한다. 숫자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들 스스로가 음주문제가 크다고 인식하는 것이다. 이탈리아인들은 실제 보다는 더 알코올 남용자나 사회적 문제가 크다고 보고 있는 것 같다.

이탈리아인들의 음주는 종교, 영양, 사회관계, 오락 등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그래서 남용자를 선별하기 어렵고, 치료도 지연된다. 음주가 개인이나 사회적 영역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는 것을 인정하는 분위기이니 더욱 그러하다.

와인 한잔쯤은 이탈리아에서 어디서나 당연한 일이라고 보면 옳다. 술의 사교적 효능에는 대부분 동의를 한다. 이탈리아에서 와인은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과거와의 연속성을 표현하는 도구로서 상징이 되는 물질로 인정되고 있다. 아마 술 문제가 심각해 져도 이탈리아의 와인문화는 유지될 것이다.

이탈리아도 프랑스처럼 과거에는 점심시간이 길고 와인을 많이 마셨다. 최근 점심시간이 짧아지고, 정식 오찬이 줄고 있다. “가볍게 먹고, 맥주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시대에 과연 와인이 과거의 영화를 누릴 수 있을까?”가 최근의 숙제다. 이탈리아의 술 문화는 음식문화와 밀접하게 관련이 되어 있는데, 그 자체가 변하고 있는 것이다.

 

이탈리아의 음주대책

 

이탈리아의 음주대책은 사실 다른 나라에 비해 뒤쳐져 있다. 이탈리아인들의 음주문화를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다. 1994년 보건성 조사 결과를 보면 알코올 관련 규제나 예방, 치료, 재활 활동 등에 대해 법률이나 정책이 마련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자료에는 2001년에 알코올 국가정책이 채택되었고, 2010년에 개정된 것을 알 수 있다.

와인에는 주세가 없지만 맥주와 증류주에는 주세가 부과된다. 법적 음주연령도 18세로 다른 유럽 국가 보다 높다. 공공장소 음주나 주취자 등에 억제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불과 10년여 기간이지만 늦게 나마 이탈리아 정부가 문제대응에 나섰음을 알 수 있다.

1990년에 음주운전 혈중알코올농도를 측정하는 기기를 도입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음주운전을 퇴치하기 위해 속도제한, 음주운전 제한, 안전벨트 착용과 같은 광고 캠페인을 전개하였다. 같은 해에 정부는 ‘알코올 의존증센터’를 보건성내에 설치했다. 그리고 알코올 문제를 예방하고 관련된 연구조사가 공식적으로 실시되고 연차보고서도 작성했다.

1992년에 WHO의 알코올행동계획에 의거 술 소비량을 줄이기 위한 시책을 강구하기 시작한다. 각급 학교에서 예방 프로그램도 실시한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에 대응하여 주류업계도 1990년에 알코올 사회문제센터를 설립하고 소비, 건강과 관련된 연구를 하고 정보수집에 나섰다.

와인협회와 증류주협회가 함께 공동의 관심사로 대응에 나서 우리나라와 비슷한 형태를 보이고 있다. 다른 민간단체들은 1991년에 ‘미성년자 음주감시센터’를 설치하고 청소년 음주행태, 책임 있는 음주문화, 알코올 오남용, 알코올 정책제안 등의 활동에 나섰다.

이탈리아 사회는 술 소비의 패턴을 변화시킬만한 큰 경제적 변화와 사회적 변화를 경험했다. 와인이 사교를 위한 명주로 인정받고 있지만 바(Bar)나 파티에서는 고도주나 맥주의 소비가 늘고 있다. 고도주는 특히 수입증류주가 애호된다. 이탈리아인들의 주류취향도 바뀌고 있는 것이다.

술로 인한 문제나 건강을 걱정하는 사람들은 캠페인과 교육을 강조하고 있고 주종간 경쟁도 점점 더 심해져 가고 있다. 이탈리아의 주력 술인 와인이 그간 음주건강을 지키는 데에 기여한 측면도 있다. 음식과 함께 친척이나 친지들과 즐기면서 마셨으니 말이다.

여러 나라의 자료를 비교해 볼 때 이탈리아는 음주문화 모범국이 아닌가 한다. 음주량 자체는 감소하고 있고, 음주문화도 개선되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탈리아의 다양성 증가가 미래를 예의 주시케 한다. 2008년 자료로 보면 이민자가 이미 7%를 넘어서고 있다. 이질적 문화와 생활의 충격을 그들이 어찌 극복할 지는 두고 볼 일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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