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천만칸 집을 지을꼬(19)

차동영의 唐詩 시리즈 詩聖 杜甫

언제나 천만칸 집을 지을꼬(19)

두보 시 33수

있는 자여! 없는 자에게 베풀 순 없을까

二 十 六 首

垂老別

수노별:늙어서의 이별

四郊未寧靜, 垂老不得安。

子孫陣亡盡, 焉用身獨完。

投杖出門去, 同行爲辛酸。

幸有牙齒存, 所悲骨髓乾。

男兒旣介胄, 長揖別上官。

老妻臥路啼, 歲暮衣裳單。

孰知是死別, 且復傷其寒。

此去必不歸, 還聞勸加餐。

土門壁甚堅, 杏園度亦難。

勢異鄴城下, 縱死時猶寬。

人生有離合, 豈擇衰盛端?

憶昔少壯日, 遲廻竟長嘆。

萬國盡征戍, 烽火被岡巒。

積屍草木腥, 流血川原丹。

何鄕爲樂土, 安敢尙盤桓?

棄絶蓬室居, 傝然摧肺肝。

사방이 아직 안정되지 않으니,

늙은이조차 편안치가 못하네.

아들 손자 모두 싸움터에서 죽었거늘,

어찌 이내 몸 홀로 온전하길 바라리.

지팡이 내던지고 싸움터로 나가니,

동행들도 날 보며 가슴 아파하네.

다행히도 이빨은 아직 붙어 있지만,

슬프게도 골수는 이미 말라버렸다네.

사나이 이미 갑옷과 투구를 입으니,

상관께 길게 읍하고 이별을 고하네.

길가에 엎디어 통곡하는 늙은 처

세모(歲暮)인데도 여전히 홑겹 옷을 입고 있네.

그 누가 알겠느냐 이번이 사별이 될 건지를

추위에 떨 할멈 생각하니 가슴이 쓰리네

이제 가면 분명 돌아오지 못할진대.

다시 재촉하네 더 먹고 가라고.

토문(土門)의 벽은 심히 견고하고,

행원(杏園)은 건너기가 역시 어려우리.

형세가 업성 때와는 다르니,

설사 죽는다 해도 아직은 시간이 있겠지.

인생에는 헤어짐과 만남이 있거늘,

어찌 늙은이, 젊은이를 따지겠나.

옛날의 젊었을 때를 회상하며,

머뭇거리다 길게 탄식만 하네.

나라가 온통 전쟁에 휩쓸리어,

봉화가 온 산을 뒤덮었네.

시체가 쌓여 초목에선 피비린내 나고,

흐르는 피로 내와 들이 붉게 젖었네.

어느 마을에 간들 안락한 땅이 없을진대,

어찌하여 아직도 이리 맴돌고 떠나지를 못하는가?

옹색한 살림이나마 막상 두고 가려니,

흙더미 무너져 내리듯 가슴이 메는구나.

◇ 배경

늙어서도 전쟁터로 끌려가야만 하는 서러움을 읊은 시로 도대체 언제까지 끌려가야 하나 하는 비분에 찬 심정이 담겨있다.

◇ 어휘

垂老(수노) 드리울 수. 기울 수. 늙어가다. 나이를 먹다. 노년(노경)에 이르다.

寧靜(녕정) 편안하고 조용하다.

不得安(불득안) 편안치 못하다.

亡盡(망진) 전사.

焉用(언용) 어찌하겠느냐.

辛酸(신산) 매울 신. 실 산. 세상살이의 쓰라리고 고된 일. 가슴 아프게 여기다.

介胄(개주) 낄 개. 갑옷 개. 투구 주. 갑옷과 투구.

長揖(장읍) 읍할 읍. 두 손을 마주 잡고 높이 들어서 허리를 굽히는 예. 군대식 경례.

衣裳單(의상단) 홑옷.

傷其寒(상기한) 늙은 처가 추위에 떠는 모습에 가슴이 아프다.

土門(토문) 하북성의 한 관문.

杏園(행원) 하남성의 행원지.

縱死(종사) 세로 종. 설령 종. 설사 죽는다 해도.

時猶寬(시유관) 오히려 유. 너그러울 관. 시간적으로 아직 여유가 있다.

豈擇(기택) 어찌 기. 어찌 택하랴.

衰盛端(쇄성단) 쇠할 쇠. 설할 성. 끝 단. 늙은이 젊은이를 가리지 않다.

憶昔(억석) 생각할 억. 옛날을 생각함.

遲廻(지회) 더딜 지. 지체할 지. 돌 회. 회피할 회. 머뭇거리고 주저함.

征戍(정수) 수자리(변방을 지키는 일) 수. 먼 곳으로 수비를 떠난 병정.

岡巒(강만) 산등성이 강. 메(산을 예스럽게 이름) 만. 산과 언덕.

腥(성) 비릴 성. 피비린내 나다.

川原丹(천원단) 내와 들을 붉게 물들이다.

安敢(안감) 어찌 안. 어찌 그대로 있겠느냐.

盤桓(반환) 돌 반. 머뭇거릴 환. 서성거리다. 맴돌다. 빙빙 돌며 망설이다.

棄絶(기절) 딱 끊다. 단호히 떠나다.

蓬室居(봉실거) 쑥 봉. 초가집 살림.

傝然(탐연) 불안할 탐. 불안한 흙더미.

摧(최) 무너질 최. 무너져 내리다.

◇ 해설

몸은 늙고 병들어 있으나 그래도 아직은 기력은 남아 있기에 전쟁에 징발되어 가는 한 노인네의 서글픔을 노래하였다.

자식 손자들까지 전쟁터에서 다 죽었는데 무슨 미련이 있어 인생을 구차하게 살 것인가?

그러나 인간의 명줄은 길고도 길어서 그마저도 마음대로 안 된다. 늙은 처도 있는데… 나라가 온통 전쟁의 화염에 휩싸여 있고, 자식까지 전사한 마당에 나 홀로 편하자고 국가의 부름을 피할 수는 없다.

지팡이 던지고 군복으로 갈아입고 떠날 참에 한겨울에 홑옷만 걸치고 추위에 떨고 있는 아내가 이번에 가면 다시는 못 볼 줄 뻔히 알면서도 밥이라도 더 먹고 가라고 권하는 대목에서는 눈시울이 붉게 물든다.

어딜 가도 전쟁터는 전쟁터이다. 그래도 아내를 안심시키고자 위로하는 촌노의 가장으로서의 의연함은 서민들의 애환과 사랑을 담고 있다 하겠다. 과연 인간이 ‘죽음의 이별’ 앞에서 달관할 수 있을까? 자꾸 되뇌게 한다. 인생에서 제일 큰 비극은 수노별(垂老別)이 아닌가 한다.

◇ 명구

此去必不歸, 還聞勸加餐。

人生有離合, 豈擇衰盛端?

二 十 七 首

無家別

무가별:집 없는 자의 이별

寂寞天寶後, 園廬但蒿藜。

我里百餘家, 世亂各東西。

存者無消息, 死者爲塵泥。

賤子因陣敗, 歸來尋舊蹊。

久行見空巷, 日瘦氣慘悽。

但對狐與狸, 豎毛怒我啼。

四隣何所有? 一二老寡妻。

宿鳥戀本枝, 安辭且窮棲。

方春獨荷鋤, 日暮還灌畦。

縣吏知我至, 召令習鼓鞞。

雖從本州役, 內顧無所携。

近行只一身, 遠去終轉迷

家鄕旣蕩盡, 遠近理亦齊。

永痛長病母, 五年委溝溪。

生我不得力, 終身兩酸嘶。

人生無家別, 何以爲烝黎?

황폐하고 쓸쓸하게 되었구나 천보의 난 이후에

밭이나 집 모두 쑥과 명아주 풀밭이 되었네.

우리 동네 백여 가구 난리 통에 동서로

뿔뿔이 흩어져 버려 산 자는 소식이 없고

죽은 자는 흙 먼지가 되었네.

미천한 이 몸 싸움에 패하고

고향에 돌아와 옛길을 더듬으나

오래도록 걸어도 보이는 건 텅 빈 마을

햇빛도 시들고 대기도 처참하여라.

오직 대하는 건 여우와 살쾡이뿐 털 세워

나에게 으르릉거리고이웃은 다 어디 있는지

늙은 과부 한둘뿐이네.

자는 새도 예전 살던 나뭇가지 그리워하거늘

어찌 궁색한 집이라 마다하랴.

바야흐로 봄인지라 홀로 호미 메고 나가

날 저물녘엔 밭고랑에 물을 대나니

고을 관리 내가 온 것을 알고

소환하여 명하길 북 치는 법을 배우라 하네.

비록 자기 고을의 노역(勞役)이지만

집안을 둘러봐도 작별할 가족조차 없나니

가까운 곳에 가도 오직 내 한 몸뿐인데

먼 곳에 가면 그냥 걷잡을 수 없는 떠돌이라

하나 내 집이나 고향은 이미 없어져 버렸으니.

먼 곳이나 가까운 곳 그 무엇이 다르랴?

가슴이 미워지네 오랜 병으로 돌아가신 어머니 생각하니

오년 간이나 진구렁텅이에 내맡겼으니

날 낳으셨지만 힘도 못되어 드리고

평생 둘이서 시리도록 울부짖기만 하였네.

이별할 가족조차 없는 내 인생

어찌 중생이라 말할 수 있겠는가?

◇ 배경

두보는 전쟁이 부모에 대한 효도마저 끊어 놓은 것에 분개하며. 안록산의 난 때 패잔병이 되어 돌아온 한 장정의 심정으로 집도 없고 가족도 없는 참담함을 읊었다.

◇ 어휘

無家別(무가별) 죽음으로 이별하고 가족이 없다. 즉 집 없는 자의 이별.

天寶(천보) 천보의 난.

廬(려) 오막살이. 허술하고 초라한 작은 집.

蒿(호) 쑥.

藜(려) 명아주.

蹊(혜) 좁은 길.

慘悽(참처) 처참하다.

竪毛(수모) 털을 세우다.

啼(제) 새나 짐승이 울부짖다.

寡妻(과처) 과부.

宿鳥(숙조) 둥지나 나뭇가지에서 자는 새.

棲(서) 집.

荷鋤(하서) 호미를 메다. 농사를 짓다.

灌(관) 물 대다.

畦(휴) 밭두둑.

鞞(비) 마상북 비. 말을 타고 치는 북.

內顧(내고) 아내와 자식 때문에 걱정하다.

所携(소휴) 거느릴 휴. 거느리던 가족.

齊(제) 동등하다. 가지런하다.

委(위) 맡길 위. 방치하다. 던져버리다.

溝(구) 도랑. 시내.

溪(계) 시내.

酸(산) 비통하다.

嘶(시) 울부짖다.

人生無家別(인생무가별) 이별할 가족도 없는 인생.

烝黎(증려) 서민. 백성. 중생.

◇ 해설

안사(安史)의 난에 한 장정이 출정했다가 패전 후 낙오된 몸으로 고향에 돌아와 보니 뜰과 오두막집은 쑥대밭이 되어있고 자신은 혈혈단신이 되었다.

옛날에 다니던 골목길을 여기저기 둘러보아도 눈에 보이는 건 여우와 살쾡이뿐, 보이는 건 늙은 과부 몇 명뿐이다. 바로 전쟁이 남긴 상처만 깊게 드리워져 있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전쟁을 한단 말인가?

“햇빛도 시들고 대기도 처참하다.”

햇빛은 만물 소생의 근원이고 대기는 숨 쉴 수 있는 우주 공간인데 해도 시들고 공기도 처참하다는 것은 그만큼 모든 게 절망적이고 암울한 상태임을 두보만의 독특한 표현력으로 묘사하였다.

새도 원래 자던 나뭇가지를 그리워하거늘 어찌 내가 살던 오두막집을 궁색하다고 마다하랴. 비록 고향 마을에서 부역하고 있으나 내 한 몸뿐인 처량한 신세다. 고향이 폐허가 되고 아무도 없는데 내가 먼 곳에 가서 살든 가까운 곳에서 살든 무엇이 다른가? 오직 한스러운 게 있다면 불쌍한 내 어머니를 장례도 못 치르고 진흙 구렁텅이에 5년 동안 방치하여 천추의 한이 되는 불효자로 만든 것이다.

가족과 사별하여 천지에 홀로 남은 인생. 앞으로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떠돌이 인생. 이렇게 비참한 인생을 사는 사람을 중생(衆生)이라 부를 수 있는가, 금수(禽獸)만도 못한 인생 아닌가?

난세의 민초라면 이런 일이 비일비재한데 지금도 우리에게 가까이 다가옴은 무엇을 뜻하는가?

그리고 누가 두보를 영혼을 울리는 시인이라 했는가?

차동영의 학력및 경력:

☞차동영의 학력및 경력:▴철학박사▴연세대학교 문과대학 중어중문학과▴서강대학교 대학원 중국어과▴삼성 배우기 최고가상품 개발▴DMZ종주상품 및 태권도방한관광상품 개발▴DMZ문화원 부원장▴CITM(중국국제여유대전)한국관 최우수관 선정 및 수상

*편집자주:본지는 저자의 양해를 받아 ‘언제나 천만칸 집을 지을꼬?’ 중에서 술과 직접 관련이 있는 대표시를 연제한다. 삽화및 관련 사진은 밥북사가 제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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