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형 연구원의 우리 술 바로보기(170)
샐럽들의 관심 목록, 전통주
조지 클루니, 브레드 피트,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이름만 들어도 유명한 영화배우들이지만 영화배우라는 공통점 외에 다른 공통점이 있다. 모두 술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조지크루니는 동업자들과 함께 테킬라 업체 ‘카사미고스(Casamigos)’를 설립하고 제품을 출시했으며 거대 주류 기업 디아지오(Diageo)에 회사를 10억 달러(약 1조1,411억 원)에 매각하기로 했다.
브레드 피트는 2011년 프랑스에 있는 샤토 미라발을 안젤리나 졸리와 6천만 달러에 사들였다. 이후 2012년 생산한 꼬뜨 드 프로방스의 미라발 로제 (Miraval Rosé) 6,000병은 5시간 만에 다 팔리기도 했으며 Wine Spectator 올해의 와인 TOP100에 진입기도 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유기농 샴페인 생산을 목표로 샴페인 텔몽(Champagne Telmont)의 지분을 인수하며 이사로 활동 중이다.
이밖에도 배우 트웨인 존슨, 가수 저스틴 팀버레이크, 레이디 가가, 마돈나 등도 다양한 술을 만들거나 판매를 하고 있다. 이처럼 외국에는 연예인이나 샐럽들이 직간접적으로 관여되어 있는 술들이 많다. 유명 셀럽들은 주로 대형 주류업체와 공동으로 술을 생산, 판매한다. 주류업체들이 유명 인사들에게 관심을 갖는 건 이들의 가진 팬 층이 본인들의 주류 소비층과 겹친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과거에도 유명인을 활용한 술 마케팅은 활발했다. 광고 모델로 기용하거나 ‘브랜드 홍보 대사’라는 타이틀을 주고 전면에 내세워 마케팅을 했다.
최근 전통주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것 중에 하나가 연예인이나 샐럽들의 전통주에 대한 관심 증가일 것이다. 방송인 중에 오래전부터 전통주 소믈리에로 활동을 하고 있는 정준하를 비롯해서 백종원은 ‘백걸리’라는 막걸리를 시험 생산 중이고 이미 자신의 프랜차이즈 ‘막이오름’에서 판매하는 막이오름 막걸리를 갖고 있다. 개그맨 류담은 역전막걸리를 직접 만들고 판매하면서 전통주 소믈리에로도 활동을 하고 있다. 이 밖에도 여러 연예인들이 전통주 소믈리에 자격증을 받았거나 받으려고 준비 중이다. 샐럽들의 활동 증가는 전통주의 인식 전환과 소비 활동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이러한 샐럽 중에서도 젊은 세대가 좋아하는 가수 박재범이 자신의 이름을 건 프리미엄 증류식 소주 브랜드인 ‘원소주(WONSOJU)’를 최근 출시했다. 이미 몇 년 전부터 자신의 이름을 건 소주를 만들겠다고 이야기 했기에 출시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미 원스피리츠 주식회사의 대표로 있는 박재범은 팝업스토어 출시 행사를 서울 백화점에서 열고 일주일간 한정 판매를 시작했다.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 첫날 3,000명의 사람들이 줄을 서서 구매했으며 총 3만 명이 방문했다고 한다. 상당 수가 젊은 사람으로 생산 물량 2만병이 완판되었다고 한다. ‘원소주’는 전통주 중 증류식 소주로 100% 국내산 쌀을 사용하고 첨가물을 전혀 사용하지 않았으며 지역의 작은 양조장과 협업을 해서 만든 제품이다.
샐럽들 및 젊은 층의 관심이 증가한다는 것을 빠르게 눈치 채고 전통주를 다룬 방송 프로들이 생겨났다. 넷플릭스에서는 백종원을 주인공으로 ‘백스피릿’이라는 전통주 소개 방송이 있었다. 뒤이어 최불암이 나오는 ‘한국인의 밥상’ 스핀오프인 ‘한국인의 술상’도 방송이 되었다.
이뿐만 아니라 ‘마시는 녀석들’ 등 다양한 방송에서 전통주를 소재 화하고 있다. 전통주 자체가 하나의 방송 소재로 충분하고 젊은 세대가 재미와 흥미를 느낀다는 것을 방송이 확인시켜 주는 것이다.
과거에 연예인이나 샐럽들을 이용한 전통주의 홍보나 판매는 연예인의 유명세를 이용하는 방법이었다. 연예인이나 샐럽을 이용한 전통주 홍보 및 판매는 짧은 시간에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는 좋은 수단인 것만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제 과거와는 다른 상황이 되었다. 연예인이나 샐럽들이 자신들의 이미지나 사업적인 관심의 도구로 전통주를 다루기 시작했고 오히려 전통주의 이미지를 이용하고 있다. 이것은 전통주가 과거와 같은 이미지가 아닌 젊은 사람들에게 충분히 어필하는 아이템이라는 것과 사업적으로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기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지금도 샐럽을 활용한 마케팅이나 홍보는 전통주의 소비에 중요한 수단이 된다. 하지만 전통주의 소비에 필요한 것은 연예인이나 샐럽들의 일회성 관심이나 언론 홍보보다는 지속적인 전통주의 애용이다. 이번 경우처럼 연예인의 이름을 건 소주의 출시나 막걸리의 출시 준비가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것도 전통주의 발전 및 관심 증가를 위해서 필요한 부분이다.
우리의 전통주는 아직 주류 시장 입장에서는 약자에 속한다. 충분한 자본이 없기에 홍보를 한다거나 다양한 마케팅을 시도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전통주를 고급 주류로 만들기 위해서는 샐럽들이 전통주에 더욱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와인이나 사케와 함께 자기가 좋아하는 전통주 하나 정도는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원소주를 출시한 가수 박재범은 소주의 글로벌화를 꿈꾸고 있다고 한다. 그 꿈이 우리 전통주를 만드는 사람들의 꿈이기도 하기에 그 꿈을 같이 응원해 보려 한다.
이대형:경기도농업기술원 작물연구과
우리 농산물을 이용해 한국술 연구를 하는 연구원
농산물 소비와 한국술 발전을 위한 연구를 하는 농업 연구사. 전통주 연구로 2015년 과학기술 진흥유공자 대통령 상 및 2016년 행정자치부 전통주의 달인 등을 수상 했다. 개발한 술들이 대통령상(산양삼 막걸리), 우리 술 품평회 대상 (허니와인, 산양삼 약주) 등을 수상했으며 다양한 매체에 한국술 발전을 위한 칼럼을 쓰고 있다. 개인 홈페이지로
www.koreasool.net 운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