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 거품 “날, 그냥 거품으로 보지 마”
김원하의 취중진담
해묵은 이야기지만 과거 맥주 광고는 샤워를 막 끝낸 사람이 냉장고에서 맥주를 꺼내 마시는 콘셉이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당시 많은 사람들은 맥주는 목욕 끝내고 마시는 술이라는 인식이 많았다. 60년대 만 해도 맥주는 고급술에 해당되어 요즘 가짜 양주가 나도는 것처럼 가짜맥주가 나돌기도 하던 시절이었다.
이런 맥주가 이제는 대중적인 술이 된 것 같다. 농촌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막걸리 대신 맥주를 즐겨 마실 정도가 되었으니 말이다. 어쨌거나 날씨가 더워지면 자연스럽게 찾게 되는 술이 맥주다.
그런데 맥주를 맛있게 마실 줄 아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적은 것은 왜일까. 맥주는 무조건 차야 제 맛이라든가 맥주를 마시면 배가 부르고 살이 찐다든가 하는 것 등 맥주에 대한 속설이 많은데 기인하고 있지 않나하는 생각이 든다.
맥주가 가장 맛있을 때는 맥주공장에서 병에 막 삽입된 맥주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따라서 맥주는 병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서서히 맛이 떨어져 1년 정도 지나면 마실 수 없을 만큼 변한다. 그래서 맥주의 유통기간을 1년으로 정하고 있다. 와인이나 위스키처럼 해 묵은 술(오크통에 보관된 상태)과는 딴 판이다.
주류업계에서 맥주만큼은 국산 맥주를 마시는 것이 좋다고 하는 것은 바로 생산이 되고 나서 시간이 흐르면 맛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집에서 마시기 위해 맥주를 구입할 때는 생산년월이 가장 최근인 것이 좋다. 같은 호프라도 맥주회사가 직영으로 하는 호프집에서 마시면 맥주 맛이 더 신선하게 느끼는 것은 바로 이런 맥주의 특성 때문이다.
맥주를 가장 맛있게 마시려면 맥주 온도를 잘 맞춰야 하는데 계절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다. 여름철에는 4~8℃, 봄가을에는 6~10℃, 겨울철에는 8~12℃정도가 적정온도다. 이 온도에서 탄산가스의 느낌이 가장 제대로 살고 거품도 알맞게 난다.
거품은 맥주의 꽃이다. 거품은 맥주 속의 탄산가스가 날아가는 것을 막아주고 공기와의 접촉을 차단해주어 맥주의 산화를 줄여준다. 약 2~3cm의 거품이 생기도록 맥주를 따를 때 잔을 살짝 기울였다가 7홉 정도 따른 뒤 다시 바로 들어주면 많지도 적지도 않은 거품이 생긴다. 그리고 따른 후에는 거품과 함께 단 숨에 마시는 것이 맥주를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이다.
요즘 잔칫집 같은 뷔페에서 맥주잔으로 종이컵을 내놓는데 이는 상식이하다. 맥주잔은 깨끗한 유리컵이라야 제 맛이 나고 좀 더 신경을 쓴다면 잔을 냉동실에 넣어 시원하게 만들었다가 마시는 것이 맥주의 참맛을 살릴 수 있다.
맥주를 마실 때는 가급적 첨잔은 피한다. 컵에 맥주를 따르고 나면 탄산가스가 빠지게 된다. 여기에 새 맥주를 따르면 신선한 맛이 없어지고 맥주 맛이 달라진다.
맥주를 마실 때 서양 사람들은 거의 안주를 안 먹지만 우리는 어떤 술이건 무조건 안주가 있어야 한다고 여긴다. 맥주도 예외는 아니다. 맥주 안주로 좋은 것은 단맛이 나는 것보다 짭짤한 마른안주나 호두, 땅콩 등 약간의 지방질과 단백질이 풍부한 음식이나 신선한 과일, 야채 등이 좋다.
맥주는 위스키나 소주처럼 조금씩 마시는 것보다 거품과 함께 단숨에 마시는 것이 맥주의 참맛을 만끽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마트에서 구입한 맥주를 보관하는 방법은 너무 춥거나 덥지 않으며 직사광선이 들어오지 않고 통풍이 잘 되는 곳이 좋다. 맥주 보관에 가장 적합한 온도는 5℃~20℃가 가장 적당하다. 맥주를 마시기 2시간 전 쯤 냉장고에 넣어두면 좋다. 갑자기 차게 한다고 냉동고에 넣어두면 맥주가 갑작스런 온도변화로 제 맛을 잃게 된다.
옛날 맥주 바에서는 얼음을 가득 담은 통에 맥주를 담아 내놓았는데 그 때의 맥주 맛이 그립다. 맥주 거품이 입주위에 허옇게 묻어나도록 맥주를 마시고 싶은 계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