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천만칸 집을 지을꼬(23)

차동영의 唐詩 시리즈 詩聖 杜甫

 

언제나 천만칸 집을 지을꼬(23)

 

두보 시 33수

있는 자여! 없는 자에게 베풀 순 없을까

 

6장
제발 전쟁아, 멈추어다오!

 

三 十 一 首

春望

봄날을 바라보며

 

國破山河在, 城春草木深。

感時花濺淚, 恨別鳥驚心。

烽火連三月, 家書抵萬金。

白頭搔更短, 渾欲不勝簪。

나라는 망해도 강산은 그대로 있고,

성에는 봄 되니 초목이 우거져 있네.

시절을 생각하니 꽃이 눈물을 뿌리고,

이별이 한스러워 새가 마음을 놀라게 하네.

봉화는 3개월을 계속 피워대니,

가족 편지가 만금만큼 하는구나.

흰 머리 긁을수록 더욱 짧아지고,

하려고 해도 비녀를 꽂을 수가 없네.

 

배경

두보는 지덕 2년(757년) 46세 때 안록산의 난으로 장안(长安)에서 반란군 에게 감금되어 있었다. 그러면서 전란 중에도 어김없이 찾아오는 봄을 슬퍼하며 나라와 가족에 대한 근심을 시로 적은 것이다.

 

어휘

感时(감시) 시세의 돌아감을 슬프게 느끼는 것.

花濺淚(화천루) 꽃이 눈물을 뿌리게 하다.

恨别(한별) (가족과의) 이별을 한스럽게 여김.

鳥驚心(조경심) 새 우는 소리도 마음을 놀라게 함.

三月(3월) 3개월.

家書(가서) 가족의 편지.

抵(저) 해당하다. ~만큼 하다.

搔(소) 긁는다.

不勝簪(불승잠)비녀를 이길 수가 없구나. 즉, 비녀를 꽂을 수가 없다는 뜻.

해설

이 시에서 두보는 장안에 억류되어 참혹한 광경을 목도하면서 자신 역시 하루하루 근근이 연명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연은 어김없이 봄을 선사한다. 만물이 소생하여 잎은 초록으로 무성해지고 꽃은 붉게 타오르는 자연의 화려한 생동감은 진정 즐거운 일이건만 이로 인해 더욱더 눈물이 난다. 어지러운 세상에서 맞이하는 봄이 두보를 그렇게 만 든 것이다.

장안에 드리워져 있는 죽음의 그림자는 두보로 하여금 더욱 절망스럽게 한다. 찬란한 봄과 참혹한 전란은 서로 대비되면서 두보의 슬픔을 극대화한다.

 

명구

國破山河在。 家書抵萬金。

 

 

三 十 二 首

秋興 第四首

가을의 우수

 

聞道長安似弈碁, 百年世事不勝悲。

王侯第宅皆新主, 文武衣冠異昔時。

直北關山金鼓振, 征西車馬羽書馳。

魚龍寂寞秋江冷, 故國平居有所思。

정세 듣자 하니 장안은 바둑판과 같아서,

백년 세상사에 슬픔을 이겨낼 수가 없구려.

왕후장상의 저택엔 모두 주인이 바뀌었고,

문무의관도 옛날과 다르더라.

바로 북쪽 관산에는 징과 북소리 진동하고,

정서군 거마는 격문을 갖고 치닫는구나.

물고기는 적막하고 가을 강물은 차가운데,

지난날 고향에서 살던 곳 그리워지는구나.

 

배경

두보가 안록산의 난을 피해 떠돌아다니던 말년의 가을에 전쟁으로 혼란스러운 상황을 개탄하고 고향에 돌아갈 수 없는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며 지은 작품이다. 다시 말해 장안에 전란이 일어나 권력층이 바뀌는 등, 흑과 백이 뒤섞여 아주 혼란스러운 상태를 바둑판의 어지러운 흐름에 비유해 표현한 것이다.

 

어휘

道(문도) 도를 듣다.

奕棋(혁기) 클 혁. 바둑 기. 바둑을 이름.

長安棋局(장안기국) 조정이 어지럽다.

不勝(불승) 참지 못하다. 감당할 수 없다.

第宅(제택) 집. 저택(邸宅).

金鼓(금고) 군중에서 호령으로 쓰던 징과 북.

征西(정서) 서쪽 오랑캐를 토벌하다.

羽書(우서) 군사상 급하게 전하는 격문. 깃털을 꽂아 보냈다 한다.

馳(치) 달릴 치. 치닫다.

魚龍(어룡) 물고기.

秋江(추강) 가을의 강.

故國(고국) 고향인 낙양을 지칭한다.(춘추시대 초기에는 140여 제후국이 있었다.)

平居(평거) 평석소거(平昔所居)의 준말. 지난날 살던 곳.

平昔(평석) 지난날. 평소.

有所思(유소사) 그리워하는 바가 있다.

 

해설

각 연(聯)에서 나타내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를 분석해 보자.

기련(起聯):전쟁으로 어지러운 시국에 대한 근심과 한 많은 자신의 삶에 대한 탄식이 나타나 있다. 1행은 안녹산의 난으로 어지러워 진 시국을 장기와 바둑에 빗대어 나타낸 것이며, 2행은 백년 도 채 살지 못하는 사람의 짧은 평생에 어찌 이렇게 깊은 슬픔을 겪게 되느냐는 탄식이다.

승련(乘聯):궁궐의 주인이 바뀌고 관리의 복장이 달라졌음을 통해 전란으로 인해 혼란스러운 장안의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전련(轉聯):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전쟁에 대한 안타까움을 청각적 심 상(꽹과리 소리, 북소리)을 통해 형상화하였다.

결연(結聯):차가운 가을 날씨 속에서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더욱 사무침 을 나타내고 있다. 長安棋局이라는 말이 나온 어귀로 조정이 어지럽다는 얘기다.

왕후장상의 자택도 새로운 주인으로 바뀌었고, 문무백관의 의관도 예전과 같지 않더라. 그것은 조정에 이민족 출신이 많이 등용되었음을 나타낸다. 다시 말해 당 현종 때 안록산, 고선지 같은 이민족이 벼슬을 많이 하여 숙종의 조정에 이민족이 많았다는 뜻이다.

물고기 적막하고 추강(秋江)은 차가운데, 거마 소리 진동하여 물고기도 숨을 죽여 깊이 숨어있고 가을의 강바람은 차다. 물고기는 작은 소리에도 달아나 숨어서 미동도 없다. 듣자니, 장안의 시국이 바둑판과 같이 난장판이 되어, 어느 것이 옳고 그른지 도무지 알지 못하니 공연히 슬픔만 더하게 하는구나.

왕후의 저택은 모두가 새 주인으로 바뀌었고, 문무의 의관도 옛날과는 다르구나. 아직도 북쪽의 관산은 징과 북으로 진동한다네. 서쪽 정벌 떠나는 수레와 말 그리고 격문은 치닫게 내달려도, 가을 강물은 차갑고 물고기도 조용하니, 고국에 살던 그때가 생각이 나네.

이 작품의 제목 ‘추흥(秋興)’에서 ‘흥(興)’은 기쁘고 흥겨운 감정의 발로가 아 니라, 전란으로 인한 작가의 비애와 망향의 정을 애절하게 나타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시각적인 면에서는 전쟁을 바둑과 장기판에 빗대어 안타 까운 심정을 드러냈고, 청각적 심상을 통해 전쟁 상황을 형상화한 점이 돋보인다.

끝나지 않는 전쟁은 작가의 우국지정을 강화하며, 차가운 가을 날씨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심화한다.

이 시에서 나타내고자 하는 것은 오랜 전란으로 인해 고향을 떠나 유랑생활을 하는 작가는 전쟁이 끝나기만을 기다리나 승전 소식은 더디기 만 하다. 전란 중에 떠도는 작가에게 어룡천이라는 강은 고향이 아니기 에 더욱 적막하고 차갑게 느껴지며 이로 인해 고향에 대한 그리움은 더 욱 사무친다. 적막하기만 한 가을 강의 서늘함이 작가의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촉발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 마지막 두 구절에 나타난 작가 의 정서가 이 시대에 대한 서민들의 애환을 대변하였다.

 

명구

聞道長安似弈碁, 百年世事不勝悲。

魚龍寂寞秋江冷, 故國平居有所思。

 

차동영의 학력및 경력:▴연세대학교 문과대학 중어중문학과▴서강대학교 대학원 중국어과▴삼성 배우기 최고가상품 개발▴DMZ종주상품 및 태권도방한관광상품 개발▴CITM(중국국제여유대전)한국관 최우수관 선정 및 수상

*편집자주:본지는 저자의 양해를 받아 언제나 천만칸 집을 지을꼬?’ 중에서 술과 직접 관련이 있는 대표시를 연제한다. 삽화및 관련 사진은 밥북사가 제공했다.

 

LEAVE A REPLY

Please enter your comment!
Please enter your name he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