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술병』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음미하는 와인 한잔의 사색
육정균 (시인/부동산학박사)
시월이 시작했는가? 싶은데 벌써 날씨가 차서 긴팔 긴바지를 찾는다. 시월은 아름답고 더 없이 좋은 결실의 계절이다. 그래서 시월에 나는 가사가 아름다운『10월의 어느 멋진 날에』를 즐겨 듣는다. “눈을 뜨기 힘든 가을보다 높은 저 하늘이 기분 좋아/ 휴일 아침이면 나를 깨운 전화 오늘은 어디서 무얼 할까/ 창밖에 앉은 바람 한점에도 사랑은 가득한 걸/ 널 만난 세상 더는 소원 없어 바램은 죄가 될 테니까/ 가끔 두려워져 지난밤 꿈처럼 사라질까 기도해/ 매일 너를 보고 너의 손을 잡고 내 곁에 있는 너를 확인해/ 창밖에 앉은 바람 한 점에도 사랑은 가득한 걸/ 널 만난 세상 더는 소원 없어 바램은 죄가 될 테니까/ 살아가는 이유 꿈을 꾸는 이유 모두가 너라는 걸/ 네가 있는 세상 살아가는 동안 더 좋은 것은 없을 거야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흠뻑 젖어 괴테가 사랑한 리슬링 와인 산지 뤼데스하임 전설의 로렐라이 언덕 포도밭에서 숙성된 와인을 마시며 낭만에 취해본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은 “와인은 신이 인간에게 준 최고의 선물이다”라고 말했다. 와인의 날(10. 14)에 와인을 잘 모르는 사람도 부담 없이 마실 수 있고, 더욱 달콤한 분위기를 선사해줄 가성비 높은 세 가지 스파클링 와인을 가까운 친구가 소개하기에 음미하기를 권해본다.
먼저, 빌라 엠(Villa M)은 스파클링 와인으로 도수가 낮고 청량감이 높다. 옅은 노란색을 띠고 있으며 신선한 열대 과일의 망고, 멜론, 파인애플 향과, 달콤한 맛에 약간의 버블 느낌이 일품이며, 디저트와 함께 마시기 좋은 와인으로 와인을 처음 먹는 사람도 부담 없이 마실 수 있다. 그 다음, 버니니 클래식(Bernini Classic)은 꿀, 리치, 감귤 맛, 과일과 꽃 향이 느껴지는 와인이다. 스파클링 와인으로 당도가 높다. 샐러드 치즈 파스타와 잘 어울린다. 세 번째 반피 티아라 모스카토(Banfi Tiara Moscato)는 꾸준히 올라오는 기포가 입맛을 개운하게 해주며, 깔끔하게 달콤한 모스카토 품종 특유의 맛과 향이 음용의 즐거움을 더해주는 와인으로 합리적인 가격과 매력적인 달콤함을 느낄 수 있단다.
그러나 올 시월은 마냥 낭만에 빠져 있기엔 시국이 어수선하다. 어수선한 가운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들여다본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왜? 원수지간이 되었나? 그들 전쟁이 한국에 주는 교훈은 무엇인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도 한민족이 과거 고구려, 백제, 신라 3국으로 나누어졌듯이, 러시아, 우크라이나, 밸라루스는 ‘키예프 공화국’이란 같은 뿌리에서 갈라진 나라다. 그러나 러시아의 스탈린 시절의 홀로도모르 (Holodomor) 라고 불리는 대기근 사건이 주원인인데, 우크라이나는 세계 3대 곡창지대 중에 하나이다. 우크라이나 땅은 흑토(Chernozem)이며 뭘 심어도 잘 자라는 풍요의 땅이다. 그런데, 공산혁명 후 스탈린이 부농 쿨라크(kulak)들을 처형하였고, 그들의 가죽을 벗겨서 비누로 만들었다. 쿨라크가 가진 농지를 다 몰수하고 집단농장 체제로 만들어 운영하였다. 집단농장마다 생산량을 할당하였다. 그러자 당연한 결과로 농산물 생산량은 확연히 줄어들었다.
농사짓는 기술을 가진 부농을 다 처형한 결과이다. 그리고 열심히 해도 자기 것이 안 되는데 누가 열심히 농사짓겠는가? 소련은 농산물이 줄어들어도 과도한 목표량을 수탈하고 또 수탈하였다.
그래서 그 세계 3대 곡창지대에서 오히려 굶어 죽는 사람이 생겨났다. 1933년 어느 날은 단 하루만에 28,000명이 굶어 죽었다고 한다. 굶어 죽는 사람 때문에 집단농장의 인구가 1/3로 쪼그라들었다. 배고픔을 참지 못한 우크라이나인들은 쥐, 개, 고양이, 벌레 등을 닥치는 대로 잡아먹었다. 나중에는 사람까지 잡아먹었는데, 부모들이 자식을 서로 바꾸어서 잡아먹었고, 인육을 파는 상점까지 생겼다고 한다.

그런데, 더 놀라운 사실은 당시에 소련은 인구 연/천만 명이 먹을 수 있는 여분의 식량을 가지고 있었고, 수출까지 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소련은, 우크라이나인들을 굶겨 죽였다. 당시에 약 500만~ 1000만 명이 굶어 죽었다고 한다. 우크라이나인들은 이 대기근을 ‘홀로도모르’라고 부르며, 매년 기념일엔 곡식 낱알을 흩뿌리며 원혼을 달랜다고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우크라이나인들의 공산당에 대한 반감은 엄청나게 커졌다.
최근엔 러시아어를 사용하는 친 러시아인들이 많이 사는 우크라이나의 우측 돈바스지역(도네츠크와 루한스크 두 지역을 합쳐서 부르는 이름)이 화약고가 되고 있다. 푸틴이 돈바스 지역을 독립국으로 인정함으로써 우크라이나로부터 크림반도에 이어서 돈바스 지역까지 빼앗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푸틴은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되지 않은 유럽의 고립 국임을 알고, 우크라이나를 완전히 집어먹으려고 이번에 침공한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단독으로 러시아에 대항할 힘이 없어 NATO 가입에 몸부림치지만, 러시아와 충돌을 원치 않는 NATO에서는 완곡하게 거절하고, 전쟁물자만 지원하고 있는 것이 냉엄한 국제현실이다.
이에 비해 우리 대한민국은 어떠한가? 대한민국은 북한의 6.25 남침전쟁으로 초토화를 겪고, 세계 최강대국 미국과 1953년 <한미상호방위조약>으로 동맹을 맺은 후 근 70년 동안 평화와 번영을 누려왔다. 앞으로도 자체 핵무장이 없다면 우리나라는 한미동맹과 함께 전략적으로는 일본과도 군사협력을 통해 공격이 쉬운 고립국의 처지는 철저히 피해야 한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대한민국에서 아름다운 시월의 낭만을 즐기며, 자손만대 번영할 수 있는 국가로의 힘찬 행진은 고립 국보다는 강력한 동맹과 함께 하는 튼튼한 안보에 있기 때문이다.
* 육정균 : 충남 당진 出生, 2000년 작가넷 공모시 당선, 2002년 현대시문학 신인상(詩), 2004년 개인시집 「아름다운 귀향」 출간, 2005년 현대인 신인상(小說), 부동산학박사, (전) 국토교통부(39년 근무) 대전지방국토관리청 관리국장(부이사관), 개인택시공제조합이사장, 단국대 부동산건설대학원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