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소뿔로 만든 술잔 잡으면 무조건 ‘원샷’ 해야
중국 마오족(苗族)의 술문화
손님에게 술 강요하는 음주문화 지녀
집집마다 술 담아놓고 손님 오면 대접
신맛 나는 ‘산탕어’는 매운탕과 흡사
중국의 55개 소수민족 가운데 4번째로 인구가 많은 민족이 마오족(苗族)이다. 중국 전역에 890만명 정도가 흩어져 살고 있는데, 그중 약 400만명이 꾸이저우성(貴州省)에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원래 마오족은 중원지역에까지 퍼져 살았다. 그러다 수(隋)나라와 당(唐)나라 시대를 거치면서 한족(漢族)이 강해지자 점차 밀려나게 됐고, 지금은 윈난성(雲南省), 꾸이저우성, 쓰촨성(四川省) 등에 산재해 살고 있다. 한족은 쫓겨난 이들을 핍박했고, 마오족에겐 정치적으로 권리가 주어지지 않았으며, 임의로 학살되거나 매매(賣買)되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마오족 입장에서도 손 놓고 당할 수만은 없었다. 수시로 한족을 상대로 반란을 일으키고 저항을 지속했다. 대표적인 예가 명(明)나라 때 일어났던 ‘마오족 대반란’(1597)이다. 4년에 걸친 마오족의 저항으로 인해 동북쪽의 여진족이 흥기(興起)하는 걸 막지 못했고, 결국 명조(明朝)가 무너지는 원인이 됐다. 그렇지만 반란은 단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었고 모두 진압됐다. 그 결과 저항은 탄압을 불렀고, 탄압은 다시 저항으로 이어져 마오족은 더욱 깊은 산골에 숨어들어 살게 됐다. 그러는 가운데 항상 피난을 염두에 두고 사는 사람들이 돼 갔다.
마오의 한자인 ‘묘(苗)’는 풀 초(草)자와 밭 전(田)자가 합성된 글로, ‘한 뙤기 밭에 길게 자라난 풀’, 즉 ‘아직 개화(開化)하지 못한 부족’이라는 뜻이라고 말하는 학자들도 있다. 이런 까닭에 마오족은 예로부터 이동을 많이 했고, 돈이 생길 때마다 은장신구를 만들어 몸에 달고 다녔다. 그래선지 마오족 여인들이 화려한 복장과 은장신구로 치장한 모습은 참으로 아름답다. 마오족의 풍습 가운데 색동저고리를 입는다든가 팽이놀이를 하고 찰떡을 해먹는 것은 우리네 모습과 너무도 흡사하다.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마오족의 주식은 쌀, 옥수수, 밀, 수수, 감자 등이다. 마오족의 손님 대접은 극진하다. 손님은 집 앞에 들어설 때 한 잔, 식사를 할 때 한 잔, 대문 밖을 나서면서 한 잔 등 최소 세 잔의 술을 마셔야 한다. 특이한 풍습은 손님이 물소의 뿔로 만든 술잔을 자신의 손으로 잡았을 땐 ‘원샷’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니 웬만한 주당(酒黨)이 아니라면 손님은 물소뿔로 된 술잔을 잡으면 안 된다.
마오족이 소뿔을 숭배하기 시작한 것은 기원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마오족의 전설에 따르면 기원전 3000년경 치우천황 셋째 아들이 이끌던 부족은 지금의 장시성(江西省) 일대에 거주했다. 당시 치유(치우의 중국어발음)의 머리엔 소뿔이 나있었는데 그때부터 마오족은 소뿔을 숭배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지금도 마오족이 살고 있는 집들의 지붕 한가운데에는 소뿔 모양이 장식돼 있고, 여인네들이 머리치장을 할 때에는 소뿔 모양의 장신구를 한다.
꾸이저우성에는 첸난부이묘족, 첸뚱난묘족뚱족, 첸시난부이족묘족 등 3개의 자치주(自治州)가 있다. 이중 첸뚱난묘족뚱족 자치주에는 431만여명이 살고 있는데 그중 마오족이 40%나 차지할 만큼 중국에서 가장 큰 마오족 집거지(集居地)다. 여기에 마오족의 인구 비율이 98%를 넘고, 1000가구의 마오족이 살고 있는 큰 마을이라고 해서 붙여진 ‘천호묘채(千戶苗寨)’는 이름난 관광지가 됐다. 농경지가 넉넉지 못해 과거에는 겨우 입에 풀칠이나 할 정도였던 이곳이 국가정책으로 관광지가 되자 외지인들이 몰려들면서 이젠 관광산업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한결 편리해진 교통사정으로 사시사철 관광객이 끓이지 않는다. 천호묘채 마을에서 30여분 거리인 첸뚱난묘족뚱족의 주도(州都) 카이리(凱里)시에는 많은 관광객이 동시에 식사할 수 있는 대형 식당들이 있는데 음식 맛이 우리와 비슷한 것들이 많아 또 한 번 놀란다. ‘산탕어’는 쓰촨성의 샤브샤브와도 비슷하긴 한데 우리의 생선 매운탕과 너무나 흡사하다. 우리와 좀 다른 게 있다면 음식에서 신맛이 난다는 것이다. 마오족이 신맛 나는 음식을 무척 좋아하기 때문인데, 평소 먹는 음식 가운데 고기 요리 외에는 모두 신맛이 난다. 마오족은 “3일간 신맛의 음식을 먹지 않으면 길을 걸어도 힘이 없다”고 할 정도다. 산탕어는 큰 냄비에 유채기름을 넣고, 민물생선(메기 등)을 주재료로 해 각종 채소 혹은 콩 등을 넣고 끓여서 먹는다. 여기에 마오족의 전통술을 곁들이면 그 맛이 가히 일품이다. 마오족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쌀밥을 먹지만 쌀이 끈기가 없어서 산탕어 국물에 말아먹으면 별미다.
마오족은 손님에게 술을 권하는 게 아니라 강요하는 술문화를 지녔기 때문에 그들과 술 한 잔 할 일이 있으면 음주에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마오족의 술은 중국의 일반적인 백주(白酒)와 달리 도수가 그리 높지 않고, 순하면서 약간 단맛도 난다.
보통 마오족은 손님대접 하는 것을 매우 좋아한다. 집집마다 술을 담가놓고 손님이 오면 대접하는 풍습도 있다. 술을 권할 때에는 노래를 부르면서 흥을 돋우는 것이 일반적인 형태다. 특히 집집마다 자체적으로 술을 빚는데, 양조공법이 아주 간단하다. 먼저 찹쌀을 깨끗이 씻은 다음 시루에 쪄서 익힌다. 그리고 버치에 담아 냉각시킨 후 술독에 넣고, 그 위에 발효에 좋은 곡약(曲藥)을 뿌리고 뚜껑을 덮어 3일간 둔다. 독을 서늘한 곳에 두면 아무리 시간이 오래 지나도 술맛이 변하지 않고, 무엇보다 맛이 더 향기로워진다. 독에서 퍼낸 술에 물을 타서 마시기 때문에 일명 ‘수주(水酒)’라고도 한다.
마오족은 만찬을 ‘주석(酒席)’이라고 한다. 또 식사에 초대하겠다는 것은 술을 산다는 의미다. 옛 사람들은 술이 없으면 예의가 아니고 즐겁지 않다고 했다. 이로부터 고대 전통문화에서 술이 차지하는 비중을 알 수 있다.
마오족의 전통주 ‘량한주(亮漢酒)’는 알코올 도수가 24~25도 정도인데, 흙찹쌀을 주원료로 빚은 것 외에 이렇다 할 제조방법을 알 수 없어 아쉬웠다.
중국 꾸이저우성=발행인 김원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