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석수의 사주팔자
사주의 해석도 시대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
사주가 태동됐던 시기의 해석을 현대에도 그대로 적용한다면 상당한 오류가 발생할 것이다. 또 맞지 않는 것이 생겨 보완해야 할 부분도 많이 발생할 것이다.
무슨 학문이든 발전 없이 과거의 상황을 그대로 적용하면 무리가 생길 수밖에 없다. 과거에 나왔던 명리학의 3대 필독서인 ‘자평진전’이나 ‘궁통보감’, ‘적천수’를 아무리 읽어봐도 실전에 적용할 수 없다면 고전으로서의 가치는 있을지 몰라도 술사로 바로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그 같은 이론들은 사주명리학을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어야 하지만, 현실에 맞게 검증되지 않았다면 그대로 적용하기가 쉽지 않다.
설령 이론은 같다 해도 과거에 적용했던 사회현상과 현대의 복잡한 구조와는 다른 양상을 띠게 마련이다. 같은 상황을 적용하더라도 과거에는 잘 맞았지만 현대에는 뒤떨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또 그 나라의 국민성에 따라서도 서로 다르게 나타난다.
한 예로 수치능력이 있는데다 남에게 봉사하는 마음까지 갖고 있으면 과거에는 얌체짓을 하기 때문에 사회에서 성공하기 힘들다고 했다. 그러나 현대에선 이런 사람들이 회계사나 세무사처럼 고수익을 올리며 자리를 잡는 경우가 있다.
공부의 예를 들어봐도 마찬가지다. 과거시험을 보던 때에는 일단 암기력이 좋아야 하고, 책을 많이 읽어야 하기 때문에 눈이 밝아야 하며, 글로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에 글씨를 잘 써야 과거에 합격할 수 있었다. 그런데 현대에는 글씨 쓰는 것과 관계없이 암기력 좋은 사람들이 오히려 각종 시험에 합격하는 경우가 더 많다. 또 암기력 있고 이해력도 겸비한 사람들이 융통성도 더 있기 때문에 일처리를 매끄럽게 잘 한다. 하지만 암기력 있는 사람이 각종 시험에 합격하다보니 진보적이지 않고 복지부동하는 경우도 많다.
물론 업무의 특성에 따라서 재량을 발휘하면 안 되기 때문에 기속재량으로 한정 지은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업무가 상호 유기적이기 때문에 타협과 융통성을 발휘해야 하는 업무가 더 많다. 그래서 어떤 업무를 무슨 재능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 맡기느냐는 상당히 중요한 문제다.
사주에는 봄여름가을겨울이 있듯이 한 사람에게 좋은 시기가 있으면 나쁜 시기도 있게 마련이다. 그런 현상이 적용 안 되는 사회라면 뭔가 왜곡돼 가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물론 주변의 상황이나 평소의 행동에 따라서 영향 받긴 하지만 큰 틀에서는 흥망성쇠가 맞아 들어가는 것이 사회현상이다.
어느 시기에는 정직하고 착실한 사람이 성공하는가 하면, 눈치 빠르고 자기 것 잘 챙기며 약간 사기성 있는 사람들이 성공하는 시기도 있다. 이처럼 시대에 따라서도 다르지만 나라별 국민 성향과도 연관이 있는 것이다. 따라서 사주를 풀이할 땐 개인의 특성은 말할 것도 없이 성장배경과 그 사람이 살고 있는 사회현상을 반영해야 진정한 상담이 된다. 역마살이니 사고수니 하는 것과 무슨 살이 끼었다고 사람을 협박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현상과 심리가 맞아 들어가야만 상담학으로 자리를 잡지 않을까 한다.
사주명리학 이론을 현실에 적용할 때 그 사회현상을 반영하지 않으면 엉뚱한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 요즘 인기 있는 성격이나 직업이라도 사회현상이 바뀌면 선호하는 성격과 직업도 바뀌게 된다. 그래서 사주명리학도 꾸준히 연구해 현 사회현상을 반영해야 하며, 과거의 이론에만 너무 매달리면 안 된다.
사람의 신체를 사용하는 것도 과거와는 다르다. 농사가 주업이었던 시절에는 걸어야 하고 노동을 해야 했기 때문에 다리 힘이 좋아야 했다. 그러나 현대는 다리를 거의 쓸 일이 없고, 오히려 머리와 손을 쓰는 시대다. 손 중에서도 세분하자면 엄지손가락을 많이 쓴다. 컴퓨터나 핸드폰이라든가 이런 기기가 발달하면 할수록 사람들이 사용하는 신체 부위도 다르게 된다. 그 신체 부위도 사회현상에 따라서 바뀐다.
사주라고 해서 그대로 가만히 있어야 하는 건 아니다. 그 시대에 맞게 연구하고 발전해나가야 사주 상담사로서 제몫을 다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