샴페인

김준철의 와인교실(5)

 

샴페인

 

김준철 원장 (김준철와인스쿨)

 

 

김준철와인스쿨(원장)

프랑스는 예술의 나라, 유행의 나라 등 여러 가지 별명이 많지만, 세계적인 명주를 만드는 나라로도 유명하다. 보르도나 부르고뉴 지방의 와인은 말할 것도 없고 샴페인, 코냑 등 모두 우리에게 낯익은 세계적인 술이다. 이 중에서도 샴페인은 이를 생산하는 샹파뉴 지방과 함께 가장 널리 알려져 있으며, 세계 어느 나라 사람이나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가장 마셔보고 싶어 하는 선망의 술이기도 하다.

 

병뚜껑이 펑 튀어 나가면서 하얀 거품이 쏟아져 나오는 매혹적인 샴페인은 독특한 맛과 멋도 일품이지만, 서구사회에서는 샴페인이라는 명칭 자체가 결혼, 약혼, 축하 등 상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샴페인은 벼락부자(Nouveau riche)라는 뜻으로도 쓰인다. 몇 년 전 우리나라가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렸다고 빗대던 외국신문 기사에 이러한 상징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약점을 강점으로

샴페인이란 명칭은 영어를 사용하는 나라에서 프랑스 샹파뉴(Champagne) 지방을 영어식으로 발음한 것이고, 프랑스 사람은 그 지방 이름을 그대로 따서 샹파뉴라고 한다. 이 샹파뉴 지방은 파리에서 북동쪽으로 150㎞ 떨어진 곳으로, 프랑스에서는 포도를 재배하는 지방 중 가장 추운 곳에 속한다. 그래서 이 지방은 신맛이 강하고 알코올 농도가 낮은 별 볼일 없는 와인을 만드는 곳이었으나, 발포성 와인 즉 거품 나는 와인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유명해졌다.

 

이 거품 나는 와인은 옛날부터 지방에 따라 재수 좋으면 만들어 보기도 했지만, 그 방법을 확실히 정립한 사람은 17세기 말 이 지방의 오빌레이(Hautvillers) 사원에서 와인제조 책임자로 일했던 동 페리뇽(Dom Perignon)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에는 당분이나 알코올 측정 방법이 발달되지 않아서 발효가 끝나지 않은 상태의 와인을 병에 넣는 일이 많았는데, 이런 와인은 추운 겨울에는 별 변화가 없지만 봄이 되어 온도가 올라가면 다시 발효가 일어나 탄산가스가 병 속에 가득 차서 병이 깨지거나 뚜껑이 날아가 버리는 일들이 자주 있었다.

 

동 페리뇽은 이런 현상을 지나치지 않고 탄산가스가 가득 찬 와인을 마셔보고 별을 마신 것 같다고 소리쳤다. 그래서 아직까지 샴페인을 ‘스타(Star)와인’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입안을 톡 톡 쏘는 자극적인 맛은 정말 환상적인 것이었을 것이다. 명확한 근거는 희박하지만, 그는 이런 우연한 현상을 인위적으로 조절하였고, 그 후 샴페인 제조방법은 점차 개선되면서 오늘날 한 병, 한 병 따로 발효시키는 독특한 제조방법으로 발전하게 된다.

 

샴페인 제조과정

샴페인은 완성된 와인으로 만든다. 발효가 끝나고 맑게 여과한 와인에 설탕과 이스트를 넣어 혼합한 다음, 병에 넣어서 시원한 곳에 두면 서서히 발효가 일어나면서 탄산가스가 병에 가득 차게 된다. 보통 발효는 두 세 달이면 다 되지만 더 시원한 곳으로 옮겨 몇 년을 숙성시키는데, 이 때 샴페인은 이스트 찌꺼기와 오랜 시간 접촉하면서 샴페인 고유의 독특한 맛과 향을 얻게 된다. 이렇게 만든 샴페인은 향기롭고 탄산가스가 가득 찬 와인으로서 손색이 없지만 찌꺼기가 남아 있어서 상품으로서 가치가 없다. 탄산가스의 손실이 없이 찌꺼기를 제거해야 한다. 이 찌꺼기를 제거하는 과정이 샴페인을 만드는데 가장 까다로우면서 또 상징적인 작업이기도 하다.

 

먼저 구멍 뚫린 경사진 나무판에 병을 거꾸로 박아놓고 손으로 병을 돌려주면 찌꺼기가 뭉치면서 병 입구로 모이게 되는데, 한 달 이상 이 작업을 계속해야 한다. 이 병을 거꾸로 세워서 병구 쪽만 얼리면 찌꺼기 있는 부분이 얼게 되므로, 이 때 병마개를 열면 탄산가스의 압력 때문에 찌꺼기를 포함한 얼음이 밀려나오게 된다. 즉시 모자라는 양을 설탕물이나 다른 샴페인으로 보충한 다음 코르크마개로 밀봉하고 다시 철사 줄로 고정시켜 제품을 완성한다.

 

샴페인은 보충하는 설탕물의 양에 따라 단맛이 없는 것부터 아주 단것까지 여러 가지 타입을 만들 수 있는데, 단맛이 거의 없는 것을 ‘브뤼트(Brut)’, 약간 단맛이 있는 것을 ‘섹(Sec)’, 그 다음 ‘드미 섹(Demi sec)’, 그리고 아주 단 것을 ‘두우(Doux)’라고 상표에 표시해 놓는다. 타입의 선택은 개인의 취향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보통 식사 전에는 브뤼트, 식후에는 섹이나 드미 섹을 선택하며 두우는 웨딩 케익 등과 함께 하면 좋다.

 

샴페인 마실 때

샴페인은 어느 것이든 고급품일수록 수정 같이 맑고 윤이 나며, 밑면에서 거품이 올라오는 시간이 오래 지속되고, 그 거품의 크기가 작아야 한다. 탄산가스를 주입하여 쉽게 만든 것은 거품이 금방 사라지고 만다. 이런 가짜 샴페인은 펑 터뜨려서 뚜껑을 날리고 철 철 넘치는 거품을 몸에 끼얹으면서 환호성을 지르는데 아깝지 않지만, 병 하나하나 정성 들여 만든 고급 샴페인은 마실 때도 귀중한 거품이 없어지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먼저 샴페인 병을 얼음물이 들어 있는 통에다 넣고 충분히 냉각을 시킨 다음 따라야 거품도 넘치지 않고 특유의 맛을 즐길 수 있다. 먼저 캡슐을 제거하고 코르크를 손으로 누르면서 철사 줄을 벗겨낸다. 다음에 왼손으로 코르크를 감싸면서 천천히 돌리고 오른손으로 병을 반대 방향으로 돌리면, 코르크는 자연스럽게 빠져 나오고 와인도 넘쳐 나오지 않는다. 글라스에 따를 때도 반 정도 채운다고 생각하면서 거품의 양과 술의 양을 잘 보고 넘치지 않도록 채워야 한다.

 

샴페인 글라스

샴페인 글라스는 보통 길쭉한 튤립 모양이나 플루트 모양이 많이 사용된다. 가끔은 넓고 키 작은 글라스를 사용되기도 하지만 긴 튤립 모양의 글라스가 위쪽이 좁아서 글라스를 입에 댈 때 거품을 조절할 수 있다. 글라스에 대해서는 멀리 그리스 신화에서 전해 내려오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최초의 글라스는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 트로이의 헬레네가 그녀의 유방을 본떠서 만들었다고 전한다. 그 후 루이 16세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도 새로운 글라스를 만들 때가 되었다고 생각하고 그녀의 유방을 본떠서 또 다른 글라스를 만들었으나 헬레네의 것과는 전혀 다른 모양이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사실인지 아니지 확인할 길은 없지만, 이들은 글라스 하나까지 상당한 정성을 들여서 만들고 그 분위기를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만은 확실하다.

 

행복의 술 샴페인

샴페인은 샴페인만의 매혹적인 분위기가 있다. 여러 사람이 모여 함께 축하해야 할 기쁜 일이나, 연인끼리 속삭이는 은밀한 자리에서, 기쁨과 즐거움의 분위기에 어울리는 사랑과 화합의 술이다. 샴페인을 화난 얼굴이나 고뇌에 찬 표정으로 마시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샴페인이란 영혼의 기쁨을 축하하고, 일상생활의 억압에서 벗어난 자유와 환희를 담고 있으며, 불행을 치료하는 신비의 영약이란 뜻도 지니고 있다. 이제는 우리나라 사람들도 샴페인을 즐겨 마신다. 그 만큼 인생에 여유가 생겼다는 말이다. 샴페인 마시는 기회가 많아질수록 우리 인생이 더 즐거워지고 있다는 증거라고 할 수 있다.

 

“샴페인은 마신 후에도 여인의 아름다움을 지켜주는 유일한 술이다”

– 퐁파두르 부인(루이 15세 애첩)

 

필자:▴김준철와인스쿨(원장)▴한국와인협회(회장)▴캘리포니아주립대학교프레즈노캠퍼스 와인양조학 수료

 

LEAVE A REPLY

Please enter your comment!
Please enter your name he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