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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술은 새 부대에

김준철의 와인교실(6)

 

새 술은 새 부대에

 

김준철 원장 (김준철와인스쿨)

 

 

김준철와인스쿨(원장)

와인 만들기는 아주 간단하다. 원숭이도 포도를 따서 바위구멍이나 나무 둥치에 저장하여 술을 만든다고 한다. 포도를 으깨어 그대로 두면 포도껍질에 묻어있는 효모 즉 이스트에 의해서 발효가 일어나 와인이 된다. 옛날 사람들도 이렇게 와인을 만들기 시작했을 것이며, 그리고 이 기본적인 방법은 오늘날까지 이어오고 있으며, 다만 오늘날 우리는 그 원리를 알고 만든다는 것이 다를 뿐이다.

 

발효란 포도당이 알코올로 변하는 과정

알코올 발효는 포도당이 알코올로 변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발효가 진행될수록 포도당이 줄어들면서 단맛이 없어지고, 없었던 알코올이 생기면서 술로 변한다. 그러니까 맛을 보고 아직 단맛이 남아 있으면 발효가 덜 끝났다는 얘기가 되며, 단맛이 없으면 발효가 끝났다고 봐도 된다. 이렇게 발효를 끝까지 시키면 드라이 와인이 되고, 아직 당분이 남아있는 상태에서 발효를 중단시키면 알코올 농도는 낮지만, 스위트 와인이 된다. 그러나 보통 스위트 와인을 만들 때는 포도를 건조시키거나 늦게 수확하여, 당도가 아주 높은 포도 주스를 얻은 다음에, 이를 반 정도만 발효시켜 달게 만든다. 가정에서 와인을 만들면 대부분 단맛이 많이 남아있게 되는데, 이는 기술 부족으로 완벽하게 발효를 진행시키지 못해서 그런 것이다.

 

포도는 와인의 품질

좋은 와인을 만들려면 좋은 포도가 있어야 한다. 그래서 재배조건이 좋지 못해 포도의 당도가 낮게 나오면 알코올 농도를 높이기 위해서 설탕을 첨가하고, 산도가 너무 높으면 제산제를 넣는 등 인위적인 조절이 필요하다. 그러나 인위적인 조작이 숙성에 의한 원래 포도의 성분을 따라갈 수는 없기 때문에 토질이나 기후조건이 양호한 곳에서 양질의 와인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렇게 와인의 품질은 수확한 포도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수확기 날씨가 좋아야 한다. 이 무렵의 날씨가 포도의 최종 성분을 결정하기 때문에 수확기의 날씨가 와인 품질의 절반 정도는 좌우한다고 할 수 있다. 좋은 빈티지(Great vintage)란 8, 9월이 건조하고 더워야 한다. 그렇지만 너무 더우면 향기성분(Aroma)이 적어지고 타닌 함량이 부족하게 된다. 무엇보다도 위험한 것은 수확량을 늘리려고 포도의 질을 떨어뜨리는 것이다. 그리고 신맛도 적절해야 하고, 레드와인은 떫은맛이나 아름다운 색깔도 나와야 한다. 김치가 맛있어야 김치찌개가 맛있게 된다. 아무리 훌륭한 요리사라도 맛없는 김치로 맛있는 김치찌개를 만들 수는 없다. 와인도 마찬가지다. 포도가 와인용으로 적합해야 와인이 맛있는 것이다.

포도의 처리

기후와 토양조건이 좋은 곳에서 그에 적합한 품종을 선택하여 정성스럽게 포도를 가꾸어, 원하는 당도와 산도가 나왔을 때 포도를 수확하여 와인을 만든다. 먼저 수확한 포도를 조심스럽게 운반하여 가지를 제거하면서 으깨야 한다. 옛날에는 손으로 하나씩 했지만 요즈음에는 기계를 사용하는데, 이 때 포도 씨가 깨지거나 껍질이 여러 조각으로 찢어지면 쓴맛과 풋내가 나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다뤄야 한다. 그래서 기계가 없었던 시절에는 통 안에 사람이 들어가 맨발로 밟아서 포도를 터뜨렸던 것이다. 맨발로 밟으면 껍질이나 씨에 전혀 상처를 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일 년 중 가장 힘든 때 작년에 담근 와인을 마시면서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면서 힘든 노동을 축제로 승화시키는 지혜를 발휘한 것이다.

 

화이트와인

화이트와인은 청포도의 즙으로 만든다. 보통 책이나 잡지에 화이트 와인은 포도를 으깨서 씨와 껍질을 분리한다고 되어 있는데, 이 말은 포도를 으깨어 즙을 짠다는 말이다. 이 즙을 발효시키면 화이트 와인이 된다. 이렇게 즙만 발효시키면 색깔이 없고, 씨나 껍질에서 떫은맛도 나오지 않기 때문에 부드러운 맛을 갖게 된다. 화이트와인은 포도의 향을 그대로 와인으로 옮기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그래서 발효 온도를 20도 이하로 낮추어 향의 손실을 방지해야 고급품을 얻을 수 있다. 화이트와인은 알코올 농도가 그렇게 높지 않고 미묘한 향과 신선한 맛을 가진 것이 좋다.

레드와인

레드와인은 붉은 포도를 따서 으깬 상태 그대로 발효시킨다. 즉 씨와 껍질이 있는 채로 발효를 한다. 그러면 씨에서 쓴맛이 우러나오고 껍질에서 색소가 우러나온다. 즉 포도에서 필요한 성분을 추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래서 발효 온도를 25-30도 정도로 올려서 많은 성분을 추출시켜야 한다. 레드와인이 육류와 잘 어울리는 이유도 바로 이런 떫은맛이 육류의 느끼한 맛을 상쇄시켜주기 때문이다. 바로 마실 가벼운 와인은 추출을 가볍게 하고, 오래 두면서 숙성된 맛을 즐기려면 추출을 많이 해야 한다. 떫고 쓴맛을 주는 타닌을 비롯한 폴리페놀 함량이 많을수록 산화가 방지되어 와인의 수명이 길어지며, 그것을 마시면 우리 몸도 오래 갈 수 있는 것이다.

로제(Rosé)- 핑크와인

로제는 레드와 화이트의 중간상태로 매혹적인 색깔이 매력의 포인트이다. 신선한 맛과 분위기 있는 색깔로 식사 중 어느 때나 마실 수 있다지만, 야외 파티나 특별한 분위기 때 주로 마신다. 더 쉽게 이야기하면, 작업용으로 많이 쓰인다. 로제는 레드와인을 담그면서 색소를 조금만 추출하여 바로 꺼내는 방법을 주로 사용하지만, 일부에서는 레드와인과 화이트와인을 섞어서 만들기도 한다.

 

숙성

발효가 갓 끝난 와인은 이스트 냄새나 탄산가스 등이 섞여 있어 냄새가 좋지 않고 맛이 거칠어 바로 마실 수 없기 때문에 몇 개월에서 몇 년의 숙성기간을 두면서 여러 가지 변화를 서서히 유도하여 바람직한 맛과 향을 얻는다. 와인은 숙성기간 동안 일련의 작고 복잡한 변화가 일어나게 된다. 레드와인은 짙은 보라색에서 점차 벽돌색깔로 되면서, 맛의 강도도 변하여 거칠고 쓴맛이 부드럽게 된다. 또 향기도 원료포도에서 우러나온 아로마(Aroma)가 점점 약해지고, 발효나 숙성 두에 나오는 원숙한 부케(Bouquet)가 새로 형성된다. 이 숙성기간 중에 거친 맛의 사과산이 젖산으로 변하면서 맛이 부드러워지고, 오크통에 넣어 두면 오크통 성분이 우러나와 그 맛이 베게 된다. 이 오크통은 와인을 맑게 하고 새로운 향을 부여하면서 서서히 산화시켜 와인의 맛을 개선하지만, 값싼 레드와인이나 화이트와인은 오크통에서 숙성시키지 않는다. 이렇게 숙성된 와인은 만드는 사람이 가장 맛있을 때라고 판단될 때 병에다 넣는다. 아주 고급인 묵직한 와인은 병에서 숙성이 되기도 하지만 이런 와인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새 술은 새 부대에

‘새 술은 새 부대에’ 라는 말은 성경에서 나온 것으로 비유로 많이 사용되지만, 왜 그런지 그 이유를 명확하게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실제 성경에는 새 술이 아니고 새 포도주라고 되어 있다. 즉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넣느니라’라고 쓰여 있다. 옛날에는 발효가 다 됐는지 판단하는 측정기술이 발달되지 않아 감각으로 이를 판단했는데, 이 때 발효가 덜 된 채로 가죽부대에 담으면 거기서 다시 발효가 일어나 탄산가스가 나오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면 새 가죽부대는 신축성이 좋아 이 가스를 어느 정도 수용할 수 있지만, 딱딱한 헌 가죽부대는 가스가 나오면 터지는 수가 많았기 때문에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담으라고 했던 것이다. 이 말을 이해할 수 있다면 와인양조에 대해 이해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필자:▴김준철와인스쿨(원장)▴한국와인협회(회장)▴캘리포니아주립대학교프레즈노캠퍼스 와인양조학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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