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하의 데스크칼럼
MADE IN KOREA
우스갯소리로 사람은 오래살고 볼일이라고 한다. 생각지도 못했던 일들이 눈앞에서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은 자고 일어나면 신기술이 전개되고 그것을 이용하게 되니 오래 살지 않으면 그런 것들을 누릴 수 없기 때문이다.
해외여행을 예로 들어 보자 34년 전만 해도 해외로 여행을 떠난 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한국인이 관광목적으로 해외여행이 자유화 된 것은 34년 전인 1989년이다. 여행이 자유화 되었어도 여권 발급은 1년 유효기간인 단수여권이 대부분이었다. 한 번 해외에 다녀오고 나서 다시 해외에 나가려면 다시 여권을 발급받아야 했다.
그 전에는 정부에서 해외 출장이나 유학을 가기 위해 출국 허가를 받아야만 출국이 가능했었고, 1980년대 초반에는 관광 목적의 출국은 아예 불가능했었다. 또한 유학도 지금처럼 비교적 자유롭게 갈 수가 없었고, 학교 성적 상위 10%의 속한 학생들만 유학의 기회가 주어졌었다.
어쩌다 외국 출장이라도 나가는 경우가 생기면 자랑하기에 바빴다. 항공 티켓을 보란 듯이 행커치프를 꽂는 포켓에 꽂고 다니는 사람도 있을 정도였다.
지금 생각하면 참 촌스럽다고 여기겠지만 그 땐 그랬다. 가끔은 단체장이나 업계를 담당하는 공무원 등이 해외출장을 간다면 여비를 담은 봉투를 건네는 것이 관례처럼 되던 시절, 그런 사람들이 출국할 때는 룰루랄라 했건만 귀국이 임박해지면 걱정이 태산이 된다. 여비를 보태준 사람들에게 작은 선물이라도 해야 하는데 무엇을 사야할지 근심이 쌓이기 때문이다.
해외 견문이 있는 사람이라도 있으면 물어라도 보건만 그 땐 너나없이 해외여행 초자들이라 물어볼 사람도 없던 시절이다.
단체로 나간 해외여행이 끝날 무렵이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쇼팅센터를 찾기 마련이다. 한 사람이 어떤 물건을 구입하면 “나도 그것 주세요” 그러다보면 그 가게의 그 물건은 동이 나기 마련, 그래서 싹스리 쇼핑이란 유행어가 생겨나기도 했다.
해외여행객이 귀국하면 가족들은 여행 보따리를 빨리 풀라고 재촉한다. 미국이나 일본 등지를 여행하고 왔다면 선물로 사온 옷가지나 액서서리 등에 당연히 ‘MADE IN U.S.A’ 라든가 ‘MADE IN JAPAN’이라는 라벨이 붙어 있어야 하는데 어쩌다가 ‘MADE IN KOREA’라는 라벨이 나오면 “아니 미국까지 가서 한국산을 사가지고 오면 어떡하느냐”는 항의(?)를 받기도 했다. 일본 여행에서는 소니 워크맨이나 코끼리 밥솥은 필수 아이템. 김포공항 입국장의 풍경이 지금도 선하다. 지금 중국관광객이 겪고 있을지도 모른다.
속된 말로 미제나 일제는 알아주고 국산품을 천대시 했던 것이 오래전의 일이 아니다.
작금의 상태는 어떤가. 세계 각국에서 ‘MADE IN KOREA’를 찾는다. 이는 세계 10위 경제국이며 한류라는 세계 문화를 선도하는 21세기의 문화 아이콘을 보유한 한국이기 때문일 것이다.
게다가 한국여권의 파워가 일본 다음으로 세계 2위를 차지하고 있는 덕도 볼 것이다. 한국여권의 파워가 세계 2위를 차지하고 있다는데 자부심 보다는 ‘우리가 언제 이렇게 발전 했나’를 생각하게 하는 대목이다.
며칠 전 조간신문에 낸 구두회사 광고가 유독 눈에 띠었다. 눈에 들어온 것은 어떤 구두인지가 아니라 대문자로 ‘100% 국내 手 작업 MADE IN KOREA’이라는 카피였다.
불과 20~30년 전만해도 국산 옷이나 액세서리 등에는 잘 보이지 않게 소문자로 ‘made in korea’라고 표시했었다. 격세지감이다.
이제는 수입 산이 아닌 국산을 찾는다. 물론 식료품 가운데 소고기처럼 비싼 것은 미국산이나 호주산을 사 먹지만 공산품은 굳이 외제를 찾지 않는다.
가발이나 옷가지 등을 수출하던 나라가 이제는 K9 자주포 K2 전차 국산 전투기 FA-50 등 방산품을 수출하고 있다. K방산 수주잔고 100조 돌파에 돌파하고 있다는 뉴스를 접할 때마다 가슴 뿌듯하다.
뿐인가 K팝 K푸드 K컬쳐 등 문화 분야에서도 한국은 세계인의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뮤지컬을 수입만 하던 한국이 이제는 한 해 4~5편을 해외에 진출시키고 있다.
그동안 대형 뮤지컬 시장에는 수입·번안한 작품이 많아 ‘재주는 우리가 부리고 돈은 외국이 챙긴다’는 곱지 않은 시선이 많았지만 있지만 ‘투란도트’는 정반대 사례로 공연할 때마다 매표액의 12%를 한국 창작진이 받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런데도 지난해 우리나라가 명품 구입을 위해 지출한 돈이 무려 168억 달러(약 22조원)로 전년 대비 24% 증가하면서 세계 최대 명품 소비국이 됐다는 뉴스는 씁쓸하다.
머지않아 우리의 제품이 세계적인 명품이 될 날도 머지않아 보인다.
‘MADE IN KOREA’ 화이팅!
<교통정보신문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