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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의 신(酒神) 디오니소스(Dionysos) 신화 이야기(40)

(딸을 잃고 절망에 빠진 데메테르) (하데스에게 유린당하는 페르세포네)

南台祐 교수의 특별기고

 

술의 신(酒神) 디오니소스(Dionysos) 신화 이야기(40)

 

 

 

디오니소수 필자 남태우 교수

로마인들은 나무, 바위와 같은 많은 자연물을 정령의 무리 또는 종교적 의미의 전달자로서 바라보았다. 따라서 교외의 시골지역은 신들과 유령들 그리고 정령들이 깃들어 있는 영적인 암시로 넘쳐나 있었다. 또한 어떤 방법으로든 신의 보호를 받지 않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들판, 작은 숲, 과수원, 포도원, 샘, 나무를 지키는 신들이 있었다.

예를 들어 유피테르(Iuppiter)는 그에게는 신성한 오크나무를 지켰다. 시골생활은 자연의 변덕에 영향을 받는 농사와 불가분하게 관련되었다. 그래서 시골에서의 종교 생활은 우선 수확물을 보호하고 신들의 자비를 얻기 위해서 주위의 많은 신을 달래는 것으로 이루어졌다.

 

로마의 주신(酒神) ‘바쿠스(Bacchus)’는 디오니소스의 라틴어 표기에 불과하다. 단순히 포도와 와인 그리고 취감만의 신 아니라 농업 전반을 관장하는 막강한 권한을 지닌 바쿠스는 또한 대단한 생명력을 지닌 신이기도 하다. 유렵이 기독교화 되면서 그 이전의 신들은 모두 우상으로 여겨져 천대받고 심지어는 금지의 대상이기도 했다. 그러나 바쿠스는 비너스와 더불어 유일하게 기독교의 박해를 견디고 계속적으로 인간의 사랑을 받는 신으로 남았다.

디오니소스와 바쿠스가 단지 표기의 차이밖에 없다고는 하지만, 그리스와 로마는 근간을 이루는 문명이 크게 달랐다. 인간 중심의 자유를 추구하던 그리스 문명에 비해, 특히 로마 초기는 엄격한 규율을 내세우는 군사 문명이었다.

그런 이유로 그리스 시대에는 여성에게 허용되었던 와인이 로마시대에 들어와서는 엄격하게 금지되어 30세 이하의 남성들도 마실 수 없도록 법으로 규정하였다. 당시에는 자신의 부인이 몰래 와인을 마셨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 기습적으로 키스하는 행위를 허용하는 해괴한 법도 시행되었으며, “그대의 부인이 와인을 (몰래) 마시면 그녀를 살해하라”는 극단적인 조언도 서슴치 않았다.

 

그러나 ‘와인 속에 진리’가, ‘와인 속에 풍습이’ 아니면 ‘와인 없이는 인생의 즐거움도 없다.’라고 외친 로마인들이 와인에 심취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귀족들이 앞 다투어 최상급의 와인을 구매해 저택의 창고에 저장해 놓고 손님을 초대해 자랑스럽게 마시기 시작했으며, 일반 대중들도 와인 가게에서 싸구려 와인을 구매해서 마시든지, 아니면 카바레의 일종인 타베르네 비나리에(tavernae vinariae)서 와인을 마시는 것을 일과로 삼았다.

와인은 이처럼 로마인들을 사로잡기 시작했으니 주신을 기리는 대중적 축제가 생겨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바쿠스를 찬양하는 ‘바카날레(Bacchanales)’가 바로 그것이다. 메나니즘(Menanisme)이라 불리기도 하는 이 축제는, 그리스어 메나드(menade, 광란 혹은 미침의 뜻)에서 유래했으며, 말 그대로 로마의 바카날레는 광란 그 자체였다. 만취한 남녀가 뒤엉켜 집단으로 섹스를 즐기는 것도 예사였다. 폼페이의 포르노에 가까운 벽화를 기억한다면 어느 정도 이해가 쉬울지 모르겠다. 상황이 이쯤 되고 보니 급기야 기원전 186년 로마의 상원은 바쿠스 축제를 ‘국가 안전을 위협하며 도덕과 종교에 위배’되는 행위로 간주하여 금지령을 내린다.

그러나 예나 지금이나 법으로 금지만 한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될 수만 있다면 위정자들에겐 얼마나 다행이랴!

 

로마제국 시대에 들어와서는 이름만 ‘리베랄리아(Liberalia)’로 바뀌었을 뿐, 바쿠스 축제의 열기는 식을 줄 몰랐다. 말 그대로 로마의 ‘바카날레’는 광란 그 자체였다. 만취한 남녀가 뒤엉켜 집단으로 섹스를 즐기는 것도 예사였다. 상황이 이쯤 되고 보니 급기야 기원전 186년 로마의 상원은 바쿠스 축제를 ‘국가 안전을 위협하며 도덕과 종교에 위배’되는 행위로 간주하여 금지령을 내린다.

그러나 예나 지금이나 법으로 금지만 한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될 수만 있다면 위정자들에겐 얼마나 다행이랴! 로마제국 시대에 들어와서는 이름만 ‘리베랄리아(Liberalia)’로 바뀌었을 뿐, 바쿠스 축제의 열기는 식을 줄 몰랐다.

 

로마인들은 강한 페니스가 강한 로마를 만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남자 아이의 첫 사정을 기념하는 국가 주도의 축제일을 만들었다. 이 날의 이름은 ‘리베랄리아(liberalia)’다. 이는 Dionysos의 별명들은 ‘남근적 존재’로는 거의 묘사되지 않지만 아주 드물게 언급되기도 하는데 아주 동일한 것은 아니지만 ‘발기한 자’를 뜻하는 오르토스(Orthos)와 ‘고환이 있는 자’를 뜻하는 에노르케스(Enorches)와 같은 이름들은 분명히 포괄적으로 적용 되었다.

(리베랄리아(Liberalia) 축제)

에노르케스라는 별명은 한 특별한 이야기에서 시작된다. 에노르케스는 가령 몰리오네의 아이들 혹은 레다의 아이들, 또는 오르페우스와 추종자들의 양성을 가진 파네스(Phanes)처럼, ‘알’을 임신하고 낳았던 한 오누이의 아들이었다. 이것은 헤르메스의 숭배의식, 즉 사람들이 디오니소스를 부르기를 원하지 않았던 남근숭배 의식은 포도밭에서 거행하던 레스보스(Lesbos) 섬에서 전해졌다.

실제로 디오니소스라는 이름을 남근적인 대상에 적용시키는 것은 너무 일방적인 견해였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는 ‘여자 같은 자’를 뜻하는 ‘귀니스(guinnis)’나 ‘여성스러운 남자’를 뜻하는 ‘아르세노텔뤼스(arsenothelys)’처럼 농담 같은 이름들은 말 할 것도 없고, ‘실제적인 생식력이 없는 남자’를 의미하는 ‘프세우다노르(Pseudanor, 슈다노르)’라고도 불렀기 때문이다.

‘잡종’을 뜻하는 ‘뒤알로스(Dyalos)’라는 별명은 분명 자웅동체적인 존재를 가리켰음에 틀림없다. 그것은 이러한 종류의 다른 이름들과 함께 디오니소스의 양성성에 관한 비밀스러운 전설들로부터 파생되었을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나무의 신’이나 ‘나무 안의 신’을 뜻하는 덴드레우스(Dendreus)와 데더리테스(Dendrites)와 엔덴드로스(Endendros)와 같은 별명들, 또는 플레온(Phleon)이나 플레우스(Phleus)나 플로이오스(Phloios)와 같이 식물의 다산이나 성장력과 연결된 이름들은 인간의 성적인 잡종성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의 나무들의 특징으로 그것들의 자연적인 완성을 이루는 양성 성을 의미 한다는 것을 가리킨다.

 

다른 별명들은 디오니소스에 관한 이야기들의 정 반대의 측면, 즉 자그레우스의 잔인성을 가리킨다. 오메스테스(Omestes)와 오마디오스(Omadios)는 ‘날고기를 먹는 자’를 의미하는 반면, 에리포스(Eriphos)는 어린 새끼 염소로서의 신(그에 대한 존경의 표시로 잡아먹혔던 짐승)을 의미한다. 그는 아이고볼로스(Aigobolos)로서 염소를 죽였고, 멜라나이기스

(Melanaigis)로서 검은 염소가죽을 뒤집어썼고, 안트로포라이스테스(Anthroporraister)로서 심지어 인간도 살해했다. 이것들은 모두 식물로의 현시보다 앞서 나타난 모습이다. 그러니 심지어 지하세계에 있던 기간조차도 디오니소스는 식물들과 관련되어 있었다.

이 시기에 그의 속성이었던 월계수는 어떤 별명에도 나타나지 않는다. 왜냐하면 월계수는 아폴론의 속성을 훨씬 더 많이 가졌고, 지하세계에서의 두 형제들의 유사성(사실은 동일성일 것이다)은 비밀로 지켜져야 할 것이었기 때문이다. 지하세계에서 디오니소스는 담쟁이덩굴을 뜻하는 키소스(Kissos, 이것은 지하 세계에서의 그의 측면들 가운데 또 다른 측면을 강조한다.) 혹은 ‘무화과나무의 신’을 뜻하는 쉬키테스(Sykites)나 쉬케아테스(Sykeates)였다.

 

그는 옴파키테스(Omphakites)로서 익지 않은 포도의 신이었으며, 뤼시오스(Lysios)와 뤼아이오스(Lyaios)로서 ‘풀려진 자’였고, 뉙텔리오스(Nyktelios)로서 ‘밤에 열리는 축제의 신’이었다. 또한 그는 뮈스테스(Mystes)로서 ‘입문한 자’였고, 브로미오스(Bromios)로서 ‘에우오이(Euoi)!’라고 외치는 신이었다. 이 모든 별명들은 포도주의 신으로서의 디오니소스의 모습을 가리킨다.

 

디오니소스 주신의 특별한 현현은 ‘이악코스(Iacchus)’라는 이름에 표현되었다. 이것은 하나의 이름이기도 하고 신을 불러내는 외침이기도 했다. 신적인 아이는 엘레우시스 신비 의식에서 이악코스라고 큰소리로 외쳐졌으며, 또한 그것은 디오니소스의 두 번째 이름인 박코스와의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많은 유사성을 가지고 있다. 이악코스와 박코스는 같은 신이었다.

그렇지만 이악코스는 디오니소스와 다르다고 추정되기도 한다. 오르페우스(Orpheus)의 이야기들에서 언급 되었던 것처럼, 이악코스는 페르세포네의 아들이었고, 데메테르의 연인이었으며, 바우보(Baubo)의 자궁 안에서 웃음을 터뜨린 신비스러운 아이였다. 하데스와 페르세포네, 그리고 디오니소스와 그의 여성 동료들에 관한 전설들에서 그리스 신화는 신비 의식의 내용들을 이루었으나 전해질 수 없었던(실제로 그것을 경험했을 때에도 말해질 수 없었던)것에 대한 실마리를 우리에게 제공한다.

풍요의 상징으로서의 여성 성기와 관련하여 거론되는 고대 그리스의 신화적 인물들 가운데에는, 니체가 ‘영원한 회귀’와 생명 그 자체의 표상으로 주목했던 ‘바우보(Baubo)’라는 여인이 있다. 바우보는 서로 다른 두 가지 면을 가진 여인이다. 메두사처럼 지옥의 헤카타(Hecate)와 연관되는 ‘밤의 요괴’인가 하면, 딸 페르세포네를 잃은 후 식음을 전폐하고 비통해하는 풍요의 여신 데메테르(Demeter)를 재미있는 농담과 상스러운 몸짓으로 웃게 만들어, 기분을 풀고 다시 음식을 먹도록 한 인물이다.

(페르세포네(Persephone)) Persephone and Hades
(딸을 잃고 절망에 빠진 데메테르) (하데스에게 유린당하는 페르세포네)

바우보는 치맛자락을 끌어 올린 후 데메테르를 향해 다리를 활짝 벌림으로써 그 여신을 웃게 만든다. 이때 그녀가 데메테르에게 보여준 것은 다름 아닌 자신의 성기, ‘얼굴 모양을 한 성기, 성기 모양을 한 얼굴’이었다. 음문, 아니 ‘얼굴 모양을 한 성기’의 일그러진 웃음이 그 여신의 웃음을 자아낸 것이다. 일그러진 웃음을 짓는 음문으로 데메테르에게 갑작스러운 웃음과 함께 활기를 되돌려 준 바우보는 그 여신을 ‘풍요’의 여신으로 복원시킴으로써 창조적 에너지의 표상이 된다.

음문이 웃음이고 웃음이 음문인 그녀 역시 또 하나의 데메테르가 되는 것이다. 남근을 뜻하는 그리스어 ‘팔로스(phallos)’의 다른 이름 가운데 하나가 ‘바우본(baubon)’이라는 사실 또한 바우보가 상징하는 음문의 창조적 가치를 부각시켜주고 있다.

<바우보(Baubo)>

메두사와 바우보를 여성의 성적 힘을 구현하고 있는 한 쌍으로 보는 클레르(Jean Claire)도 두 여인을 비교하면서 메두사를 ‘음문의 모양을 한 얼굴’로, 반대로 바우보를 ‘음부로 변한 얼굴’로 파악한다. 그는 “바우보는 눈으로 변한 음문일 수 있으며, 반면 메두사는 음문으로 변한 눈일 수 있다… 이렇게 볼 때 그들의 본질은 기능의 자리바꿈을 입증하고 있다. 말하자면 눈의 음문으로의 또는 음문의 눈으로의 자리바꿈을 입증하고 있다”고 역설한다.

여성에 대한 뿌리 깊은 두려움을 기저에 두고 있는 ‘유대-기독교적 세계관’이 대두함에 따라 음문으로서의 바우보와 눈으로서의 메두사가 가지는 상징적인 의미는 풍요의 기능을 상실해버린 ‘악한 눈’에 한정지어 졌지만, 아마도 신석기시대에 이르기까지 제의의 역사 속에 등장하여 때때로 자신의 치마를 끌어올려 음문을 보여주는 바우보는 메두사와 함께 눈과 음문의 동일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중요한 신화적 인물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눈과 음문과의 상징적 동일성이 이러한 신화적 담론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엘리아데(Mircea Eliade)는 눈과 음부가 상징적 동일성뿐만이 아니라 실제적인 동일성을 지니는 것으로 오늘날에도 인식되고 있음을 투스카 노인들(지금의 컬럼비아 아마조니아 지역 바우페스 강 유역 숲속에 살고 있는 종족)을 통해 일러주고 있다. 그들의 신화는 여성이 눈을 통해 임신하게 된다고 전하고 있으며, 또한 지금도 눈과 음부를 동일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다음호 계속>

 

남태우 교수

▴문학박사/중앙대학교 명예교수▴음주문화칼럼니스트

◇ 음주관련 저작리스트:▴비틀거리는 술잔, 휘청거리는 술꾼이야기(1998)▴주당별곡

(1999)▴술술술, 주당들의 풍류세계(2001)▴알코올의 야누스적 문화(2002)▴음주의 유혹, 금주의 미혹(2005)▴주당들의 명정과 풍류(2007)▴홀 수배 음주법의 의식과 허식(2009)▴술잔의 미학과 해학(2013)▴은자의 명정과 청담세계(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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