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한 벗에게 자신 있게 권하고 싶은 술, 겨울아이 ‘冬菊이’

프리미엄 삼양주 국화막걸리 ‘겨울아이 동국이’를 아시나요? ‘동국이’는 겨울 국화 冬菊으로 빚은 삼양주 전통주입니다. 세 살 밖에 안 된 ‘동국이’가 지난 해 동생 ‘동이’를 봤습니다. ‘동이’는 메밀을 주원료로 한 증류식 소주인데요. 아주 잘 생겼답니다.

양평맑은술도가 박수진 대표

 

친한 벗에게 자신 있게 권하고 싶은 술,

겨울아이 ‘冬菊이’

 

때가 왔다. 박수진이 빚은 菊花酒 ‘동국이’를 마실 때가 왔다. 친한 벗 불러 내 국화향 맡으며 청명한 가을 하늘 아래서 동국이를 마시면 세상 근심이 한순간에 날아간다. 그래서 ‘동국이’가 입소문을 타기 시작한 모양이다.

양평맑은술도가 박 수 진 대표

중양절이 코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음력으로 날짜와 달의 숫자가 같은 중일(重日) 명절은 3월 3일, 5월 5일, 7월 7일, 9월 9일 같이 양수가 겹치는 날에만 해당한다. 이중 9월 9일을 중양(重陽)이라 하여 옛 사람들은 국화전 부쳐 놓고 국화주를 마셨다.

국화를 넣어서 빚은 국화주를 빚는 술도가가 더러 있긴 하지만 제대로 된 국화주를 만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국화주에 첨가하는 동국(冬菊)을 어떻게 말리고, 어떻게 첨가하느냐에 따라 술맛은 천차만별해지기 때문이다. 많이 넣으면 국화향이 지나치게 올라오고, 적게 넣으면 국화 향을 맡을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화주(花酒)를 담그기는 생각보다 어려운 작업이다.

그런데 3년 전부터 경기도 양평 용문사 입구에 터 잡고 있는 ‘양평맑은술도가’ 박수진 대표가 ‘겨울아이 동국이’란 주명으로 국화주를 빚어 출시하고 있는데 술맛 좋다는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기자는 6일간의 긴 추석연휴가 끝나자마자 용문으로 달려갔다. ‘동국이’가 보고 싶어서다. 선도 안 본 상태에서 장가를 들러 가는 느낌이랄까. ‘동국이’ 너는 누구냐? 내 맘에 들어야 할텐데….

친한 벗에게 주저하지 않고 권하고 싶은 술 동국이

‘양평맑은술도가’는 작은 양조장이었다. 처음부터 요란 벅적하게 차린 양조장이 아닌 실속을 중시한 양조장처럼 보였다. 도로가 상가에 차린 양조장은 그저 그렇고 그런 양조장이려니 했지만 박수진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네 시작은 미약(微弱)하였으나 네 나중은 심히 창대(昌大)하리라”는 성경 구절이 떠올랐다. 박수진 대표가 구상하고 있는 포부랄까 계획이 예사롭지 않아서다.

‘동국이’를 만나고 싶던 차에 박 대표가 동국이를 내놓는다. 첫 만남은 8%짜리 동국이다. 코끝을 스치는 국화향이 진하지 않아서 좋다. 어라! 알코올 8%인 막걸리가 부드럽게 넘어가는 게 마치 쥬스 같다. 이 8%짜리 동국이는 술이 세지 않은 이들에게 딱이다. 그래서 8%의 동국이를 처음 접한 이들이 너도나도 입을 모으며 하는 말이 “술은 술인데 술 같지 않네요” 란다. 어찌 알코올이 8%나 되는 술이 이렇게 연하게 느껴지는 것일까.

박수진 대표는 학자 같은 양조 인이다. 누룩이 무엇인지 조차 모르던 서울 사람이 지역특산주를 만들겠다고 전국의 술 고수들을 찾아 술 공부를 했다. 지금은 서울벤처대학원 발효양조학 과정 석·박사 5년 과정 가운데 석사과정을 마치고 현재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3년 전부터 출시하고 있는 ‘겨울아이 동국이’

누룩치를 전혀 느끼지 못했는데 세 가지 누룩(입국, 개량누룩, 전통누룩)으로 빚은 삼양주 기법으로 찹쌀을 전혀 섞지 않은 순수 멥쌀 막걸리다.

박 대표의 설명을 들어 보니 이해가 간다. 밑술을 담그고 3-4일 후에 두 번째 덧술을 그리고 다시 세 번 째 덧술을 한다. 덧술을 할 때마다 첨가하는 누룩을 달리한다. 어떤 누룩을 얼마만큼 첨가하는 것은 그동안 박대표가 심혈을 기울여 개발한 비법이기에 공개를 꺼려했다. 발효가 끝나면 약 1개월 정도 숙성을 시킨다. 그러다 보니 특유의 누룩치도 사라지고 8%의 알코올 술이지만 순해지더란다.

양평맑은술도가는 소박하게 차린 양조장이다.

두 번째 선보인 술은 13% 동국이다. 이 동국이는 완연하게 혀끝을 자극한다. 바디감도 좋고, 국화향을 확실하게 느낄 수 있다. 13% 답게 알코올 도수를 느낄 수 있다. 그런데 여느 13%짜리 술처럼 자극적이지 않다. 한잔을 음미하면서 마셨다. 어느 정도 대화를 나누는 사이 취기는 봄눈 녹듯이 사라진다.

진정 이 술은 혼자 먹기는 너무나 아쉬운 술이다. 술벗을 청해서 함께 마시고 싶은 술이다. 어느 음식평론가는 맛있는 음식이란 요리를 먹으면서 친한 친구든 배우자를 떠올리게 하는 요리가 진정 맛있는 요리라고 했는데 ‘동국이’가 딱 그렇다. 주변의 애주가들에게 권하고 싶은 술이다.

“여보게 친구! 오시게나. 국화꽃도 피었으니 국화꽃 벗 삼아 동국이나 한잔하세! 그려”

‘동국이’ 동생 ‘동이’. 멥쌀과 메밀을 주원료로 빚은 증류식 소주다.

국화는 사군자의 하나로 절개와 지조를 상징하는 꽃이다

박수진 대표가 국화주를 빚는데 사용하는 국화는 겨울에 피는 국화 동국(冬菊)이다. 동국은 대개 12월에서 다음 해 1월에 걸쳐 노란 꽃을 피워낸다.

국화(菊花)는 원예가가 아니면 구별하기가 힘들 정도로 종류도 많고, 개화시기도 제각각이다. 노랑, 하얀, 주황, 청보라 등 색깔도 많지만 술을 담글 수 있는 국화는 제한적이다.

국화꽃의 크기에 따라 대국, 중국, 소국으로 나눈다. 국화는 오래전부터 관상용으로 재배해 왔다. 전 세계에 20여 종이 분포하고 많은 품종이 개발되었다. 우리나라에는 감국, 산국, 산구절초, 울릉국화 따위의 야생종이 10여 종이나 된다. 서양문화가 들어오면서 장례식장에서는 빠지지 않는 꽃이 국화다. 그 만큼 국화는 우리 삶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꽃이다.

국화는 모든 풀들이 시드는 가을철, 서리 속에서도 홀로 향기롭게 핀다. 그 고고한 품격 때문에 국화는 사군자의 하나로 절개와 지조를 상징하는 꽃으로 사랑을 받는다.

미당(未堂) 서정주(徐廷柱:1915.5.18-2000.12.24)가 그의 대표작 이랄 수 있는 <국화 옆에서>란 시속에 나오는 국화도 모르긴 해도 동국이지 않았을까.

국화 옆에서는 1947년 11월 9일자『경향신문』에 발표된 시다. 이 작품이 시집에 수록된 것은『서정주시선(徐廷柱詩選)』(1956)에서 비롯된다. 이 시는 국화를 소재로 하여 계절적으로는 봄·여름·가을까지 걸쳐져 있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노오란 네 꽃잎이 필려고/ 간밤에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 내게는 잠도 오지 않았나 보다.

박 대표는 막걸리에 넣는 동국을 직접재배서 사용한다. 한 겨울이나 되어 야 피는 동국은 아직 새파란 청춘이다. 박 대표가 국화 재배지를 돌아보고 있다.
겨울 국화동국

동국이를 빚는데 사용하는 冬菊은 직접 재배한 황어자

박수진 대표는 2년 전에 용문면 안골 2리에 2천5여 평의 땅을 구입해서 직접 동국을 재배한다. 원료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서다.

국화는 일반적으로 가을에 꽃을 피우지만 동국이에 사용되는 ‘황어자’는 추운 날씨에 늦게 꽃을 피우는 품종으로 가을 국화보다 향을 진하게 머금고 있어 막걸리 안에서도 기품을 잃지 않고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다는 것이다.

‘동국이’는 여기서 수확한 황어자로 막걸리를 빚는다. 국화 농장을 찾았을 때 황어자는 아직 푸른 청춘이다. 10월 말이나 돼야 꽃망울을 맺을 거란다. 동국이가 자라고 있는 옆은 핑크뮬리가 아름다운자태를 뽐낸다. 여기엔 박 대표의 자택도 있다.

술도 잘 못하던 서울 처녀가 술빚기에 꽂힌 이유는 어디 있을까. 이런 것을 가리켜 운명이라고나 해야 할까.

박수진(49) 대표는 서울서 태어난 서울 토박이다. 숭실대학에서 일본어를 전공하고 일본 종합상사에서 근무했다고 한다. 학창시절에는 술을 경계하고 마시지 않았다고 했다. 흥청망청 술을 마시며 술에 빠져드는 젊은이들의 모습이 좋아 보이지 않더란다.

그러다가 술을 접하게 된 것은 일본 종합상사에서 근무하면서부터라고 했다. 당시 일본인 상사들과 어울리며 위스키와 와인을 알게 되었고, 일본 출장도 잦았던 탓에 현지에서는 사케도 즐겨 마셨다.

종합상사라는 회사는 술을 마실 수 있는 기회가 많을뿐더러 나이 또래보다 비교적 다양한 술을 많이 마실 수 있는 환경이었다고 했다.

또 기회가 생길 때마다 해외 배낭여행을 많이 다녔다. 나라마다 술이 다르고 음주문화도 달라 새로운 술을 마시는 게 가장 큰 즐거움으로 변해 갔다. 도대체 술이 무엇이 관대 이렇게 사람의 혼을 빼앗는가.

박 대표는 조주(칵테일)기능사국가기술자격증을 비롯한 각종 술관련 자격증을 5개나 소유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2020년 12월에는 국화 탁주 레시피를 도출해 냈다.

누룩이 무엇인지 조차 모르던 박 대표, 어엿한 양조인이 되다

박 대표는 술에 대한 고민을 시작한다. 각 나라가 고유의 전통주를 내놓고 있는데 우리는 어떤 술을 우리의 술이라고 해야 하나, 결론은 ‘한국 술’이었다. K팝, K푸드, K컬쳐처럼 한국의 모든 것이 세계화 바람을 타고 있는데 술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박 대표는 우리 문화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이 지속된다면 그 관심은 우리 술로도 자연스레 이어질 것으로 판단했다. 막상 전통주를 빚어야겠다고 결심했지만, 술을 어떻게 빚어야 할지 막막했다.

이때부터 전국에서 유명하다는 술 고수들을 찾아 나섰다. 술을 배우기 위해서다. 그러던 중 만난이가 제주도의 전통주 시트러스 이용희 공장장이었다. 박 대표가 그에게 조언을 구하고자 했으나 이용희 공장장은 박 대표에게 번역해둔 일본의 양조론 책들을 건네며 공부해 보라고 했다.

박 대표는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양조 인이 되자고 마음먹자 그때부턴 몸이 바빠졌다. 막걸리학교와 가양주연구소 등 전통주 교육 기관들을 찾아다니며 양조를 배웠다. 그렇지만 교육기관에서 가르치는 교육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았다.

그러다 국세청 주류면허센터 교육 과정을 수강하며 서울벤처대학원 발효양조학 과정에 대해 알게 됐고, 곧장 공부를 시작해 석·박사 5년 과정 가운데 석사과정을 마치고 현재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참으로 그 때는 무모했습니다. 마실 줄만 알았지, 누룩이 무엇인지, 고두밥을 어떻게 지어야 하는지도 모르고 덤벼들었으니까요” 피땀 흘리며 배운 탓에 오늘날 어엿한 양조인이 된 것에 대해 늘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양조 초년병이었던 박 대표 발효주 학과 교수되다

처음에는 제주도에 터를 잡고 술을 빚으려다가 양평의 맑은 물과 공기에 반해 눌러 앉았다.

박 대표에게 제2의 고향이 되어 버린 양평에 터를 잡는다는 것은 절대 녹록지 않았다고 한다. 이른바 텃세가 심했다. 그렇지만 박 대표의 진심을 알고는 도움의 손길을 주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는 박 대표가 술에 대한 열정을 갖고 매진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현재 박 대표가 술과 관련해서 소유하고 있는 자격증만도 5개나 된다.

▴조주(칵테일)기능사국가기술자격증▴우리술제조관리사자격증▴한국전통주소믈리에자격증▴전통주 인터미디어에이트 소믈리에 국제자격증▴식품가공기능사 자격증을 소지하고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2020년 12월에는 국화 탁주 레시피를 도출해 냈다.

박 대표는 2021년 2월에 양평맑은술도가를 법인으로 설립하고 양평맑은술도가 탁주제조 면허증을 받았다. 지난해에는 메밀을 주 원료로 한 증류식 소주 ‘메밀소주’도 출시하고 있다.

이 같은 활발한 활동을 눈여겨본 양평군에서는 양평군 친환경농업대 농산가공과 발효주 2년 과정 전임교수로 박 대표를 임명했다.

이번 취재 길에 동행한 본지 박영덕 편집위원(경기종합주류 회장)과 박 대표가 심은 핑크뮬리 조경 밭에서 11월까지 펼칠 막걸리 마을축제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동국이는 깨끗한 자연의 재료로만 빚었습니다

겨울 국화 동국의 은은한 향이 배어 있는 “겨울아이 ‘동국이’의 특징은 아스파담 같은 감미료는 일절 넣지 않고 오직 양평 쌀, 누룩, 물, 동국만으로 빚었다”고 박 대표는 강조한다.

그리고 맛있는 당도를 유지하기 위해 쌀을 많이 사용해서 유산균이 살아 있어 맛이 좋다고 했다. 숙성기간이 길어 생주지만 유통기간이 3개월이나 된다.

겨울 국화 ‘동국(冬菊)’에서 이름을 따온 ‘동국이’라고 주명(酒名)을 지은 것은 이 술에 생명을 불어넣어 주고 싶다는 생각에 의인화(擬人化)했다고 했다.

박 대표가 국화주를 빚게 된 것은 박 대표가 양평으로 내려온 지 얼마 되지 않아 군에서 진행한 귀농·귀촌 교육을 수강했을 때 만난 귀농인 이었다고 한다. 같은 교육을 받던 그곳에서 지역농산물로 전통주를 빚기 위해 양평으로 이주했다는 박 대표의 이야기를 들은 귀농인 한 분이 자신이 농사짓고 있는 국화를 넣어보는 건 어떻겠냐며 건넨 것이 겨울 국화 동국이었다. 이런 인연으로 ‘동국이’가 태어나게 된 것이다.

‘동국이’는 이제 세 살을 넘긴 어린아이다.

그런데 박 대표는 욕심이 많아서인가 ‘동국이’보다 기운이 센 동생 ‘메밀소주 동이’를 개발해서 출하하고 있다. ‘동이’는 양평쌀, 메밀, 누룩, 효모 외에는 일체의 첨가물 없이 술을 담가 증류한 소주다. 현재 35%와 50% 두 가지 술을 출하하고 있는데 이 또한 맛이 일품이다. 아직은 많은 양은 아니지만, 술병에 번호를 매겨서 출하할 만큼 애지중지한다. ‘동국이’와 ‘동이’ 남매를 어떻게 키워 낼지 궁금해진다.

양평 핑크뮬리와 함께 하는 막걸리 마을축제

박대표의 열정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술을 개발하고 만드는 것 뿐만 아니라

양평지역의 농산물로 빚어낸 전통주와 마을 막걸리를 널리 알리는 축제 또한 기획했다.

10월 13일부터 11월 26일까지 열리는 “양평 핑크뮬리와 함께 하는 막걸리 마을축제”에선 양평의 농․특산물의 우수성을 알리고 축제를 통해 양평 지역민들이 직접 만든 수제막걸리도 선보일 예정이다. 단지 술을 알리는 일시적 홍보가 아니라 지역 경제 활성화와 지역민 화합의 장을 마련하기 위한 자리라고 한다.

박 대표는 학자 같은 양조인이다. 나만의 술을 만들기 위해 항상 연구하고 개발한다. 그래서 “어디 내놓아도 빠지지 않는 품질 좋은 술 자체로 승부 보고 싶은 마음”이라고 했다.

박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네 나중은 심히 창대(昌大)하리라’는 성경 구절이 떠오른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것이었는지 모른다.

글․사진 김원하 기자 ti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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