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덕 외신기자/Hordon Kim, International Editor (hordonkim@gmail.com)
최근 프랑스에서는 기후 변화에 따른 와인 생산 피해가 매년 확대되면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4월 서리, 여름철 우박·폭우, 연중 평균 강우량 부족 등으로 유명 생산지의 포도열매 수확량이 절반가량 떨어지고 품질까지 위협받는 경우가 매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지구 대기 속 탄소 증가로 온도 상승과 기후 이변이 발생한다는 과학적 사실은 누구나 인정하는 현실이 됐다. 자신들이 사는 곳이 더 이상 과거와 같을 수 없다고 판단하는 와인 생산자들이 하나둘 늘어나는 분위기다.
세계 최고 수준의 와인 생산지인 부르고뉴에서도 개혁적 성향의 젊은 와인메이커들이 새로운 환경 변화 대응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 가운데 뫼르소 마을 ‘도멘 베르나르 미요’라는 양조 회사 대표의 아들 에밀리앙(Emilien)은 2022년 3월 남들보다 앞서 북부 론 지방의 레드 품종인 ‘시라(Syrah)’를 부르고뉴 코트 드 본 지역 한복판에 심기 시작했다.
시라 품종은 피노누아보다 가뭄과 더위를 잘 견디고 오래전부터 비슷한 환경의 호주·미국 등에 전파된 높은 품질의 와인으로 알려진다. 국내 부르고뉴 와인 전문 유통사인 퍼플퀸이 ‘부르고뉴 시라’ 생산에 협력 투자한다.
투자 방법은 일정 생산량 구매를 보장하는 방식으로 생산자와 수입자가 윈-윈하는 전략이다. 첫 빈티지 생산 물량은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국내에 출시될 예정이며 수입량 일부는 국내 소믈리에 시음 및 교육용으로 무상 제공할 계획이라는 반가운 소식이다.
보통 포도나무는 심은 지 3~4년이 지나면 첫 빈티지 와인이 출시된다. 에밀리앙의 노력이 빠른 결실을 보게 된다면 2025년 이후 ‘부르고뉴 피노누아’가 아닌 ‘부르고뉴 시라’라는 명칭이 레이블에 인쇄된 와인이 우리 식탁에 놓이게 된다.
이렇게 출시된 와인은 ‘아펠라시옹(Appellation)’이라고 부르는 현지 명칭 규정상 높은 등급에서 제외될 것으로 보인다. 피노누아 외에는 인정하지 않는 지역 역사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뱅 드 프랑스(Vin de France), 즉 뱅 드 테이블(Vin de Table) 최하위 등급이 될 예정이다.
다만 부르고뉴 마을 단위 스펙에 적용하는 자연 효모 발효, 손 수확, 비오디나믹 농법, 12개월 오크 숙성, 10% 새 오크 비율 등 때문에 품질은 높은 등급 수준에 못지않을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