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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 손주에게 들려주는 갑진년 설날 이야기

가래떡과 떡국

『빈 술병』

 

막내 손주에게 들려주는 갑진년 설날 이야기

 

 

육정균 (시인/부동산학박사)

민족의 최대명절 설날 하루 전이다. 오늘은 막내 손주가 무척 궁금한 설날을 알아본다. 설날은 음력 1월 1일, 그러니까 음력으로 새해 첫날을 말한다. 여기서 ‘설’이라는 말은 여러 가지 설(說)이 있는데, 새로 온 날이 낯설다는 의미의 ‘설다’에서 온 것이라는 설, 한 해를 새롭게 세우는 날의 의미인 ‘선날’이 설날로 바뀌었다는 설, 또 해가 지남에 따라 점차 늙어 가는 처지가 서글프다는 뜻의 ‘섦다’에서 유래되었다는 설 등이 있다.

 

그렇다면 설날은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 설날은 정월 초하루이므로 설날을 명절로 삼기 위해서는 날짜를 먼저 계산해야한다. 이를 ‘역법(曆法)’이라고 하는데, 우리나라는 이미 부여에서부터 역법을 사용한 사실이 기록되어 있다.

설날 차례 상 모습

새해를 맞이하며 설날 행사를 했을 거라 추측되는데, 우리나라에서 설날에 관련된 기록은 삼국시대 때부터 존재한다. <삼국사기-제사> 편에는 백제 고이왕 5년인 238년 정월에 천지신명께 제사를 지냈고, 책계왕 2년(287년) 정월에는 시조 동명왕 사당에 배알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또 삼국유사의 기록에 따르면 신라에서는 진덕왕 5년(651년) 정월 초하룻날에 왕이 조원 전에 나와 백관들의 새해 축하를 받았다고 한다. 물론 그 이전인 신라 제21대 소지왕(마립간) 10년(488년)에도 정월과 관련된 기록도 있다. <삼국유사-기이> 편의 ‘사금갑’ 조에서는 소지왕(이때는 마립간) 10년(488년)에 천천정에 갔다가 연못에서 나온 노인이 알려준 대로 거문고 갑(거문고를 보관하는 상자)을 화살로 쏘아 화를 모면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왕이 천천정에 갔을 때 쥐가 나타나 사람의 말로 “까마귀의 뒤를 따라가라.”고 했다. 왕이 말을 탄 시위로 하여금 까마귀의 뒤를 따라가게 했는데, 남쪽의 피촌에 이르러 돼지 두 마리가 싸우는 것을 보다가 까마귀의 행방을 놓쳤다. 그때 연못에서 한 노인이 나와 봉투에 담긴 글을 전해주었는데, 여기에 “봉투를 열어서 글을 보면 두 사람이 죽고, 그렇지 않으면 한 사람이 죽는다.”라고 적혀 있었다.

설날 차례 상에 올리고 마시고 푼 ‘우리 술’ 청주들

시위에게서 봉투를 전해 받은 왕은 “두 사람보다 한 사람이 죽는 것이 낫다.”라며 글을 보지 않으려 했으나, 천문을 담당하던 일관이 두 사람은 서민이고, 한 사람은 왕이니 봉투를 열어 글을 보라고 권했다.

왕이 봉투를 열어 글을 보자 “거문고 갑을 쏘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고, 왕은 궁으로 돌아가 글 내용대로 거문고 갑을 쏘았다. 거문고 갑 안에서는 왕을 해하려던 스님과 궁주가 발견되었고 왕은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삼국유사에 따르면 이 일이 있은 후 왕이 노인을 만나도록 도운 돼지, 쥐, 까마귀를 기려 정월의 첫 해일(亥日), 자일(子日), 오일(午日)에는 모든 일을 조심히 하며 섣불리 움직이지 않았고, 정월대보름은 오기일(烏忌日)이라고 하며 찰밥으로 제사를 지내는 풍습이 생겼다고 전해지는데, 이것을 설날의 유래로 보는 사람들도 있다.

설 전에 어린아이들은 미리 설빔으로 갈아입고, 어른들은 서로 찾아보고 인사하는데, 이것을 ‘묵은세배’라고 한다. 이날 밤에 눈이 오면 풍년이 든다고 한다. 또한, 그믐날 밤에 잠을 자면 눈썹이 희어진다고 하여 밤을 새우기도 했다.

가래떡과 떡국

그럼 ‘우리, 우리 설날’에는 어떤 풍습이 있을까? 설날 아침엔 설빔 위에 예복을 차려 입고, 정성껏 빚은 청주(淸酒)로 차례를 지낸 후 성묘를 하고 돌아온다. 설 차례 상에는 떡국을 올리고, 차례를 지낸 다음에 함께 모여 떡국을 먹는다. 떡국 한 그릇을 먹으면 한 살을 더 먹는다고 하는데, 새해의 첫 음식을 하얀 떡국을 먹는 것은 희고 긴 가래떡이 장수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차례와 성묘 후, 이웃의 어른들께 친구들끼리 집으로 찾아가 세배를 하며 인사를 나누는데, 이때 서로 나누는 말들을 ‘덕담’이라고 한다. 세배를 받은 어른들은 어린이들에게 덕담을 하며 세뱃돈을 주기도 하는데, 요즘도 빠질 수 없는 설날의 전통이다.

토정비결(출처 : 한국민족문화 대백과)

새해엔 개인의 신수를 점쳐 보기 위해 오행점이나 윷점, 토정비결을 보기도 했다. 오행점은 목(木), 화(火), 토(土), 금(金), 수(水)의 다섯 글자로 점괘를 만들어 운수를 점치는 것으로 동쪽으로 뻗은 대추나무 등의 가지를 쪼개 다섯 개를 만들고, 흰 곳에 목, 화, 토, 금, 수의 다섯 글자를 한 자씩 쓴 후, 손안에 모아 쥐고 섞으면서 주문을 외운 후 던져서 나타난 글자로 점괘를 얻는 것으로 오랜 세월 동안 내려온 민속점법이라고 한다.

윷점은 윷을 가지고 한 해의 운수를 점치는 것으로, 윷을 세 번 던져 나온 괘로 일 년 운수를 점친다. 윷점은 111괘에서 444괘까지 64괘로 되어 있는데, 예를 들어, 세 번 윷을 던져 모두 ‘도, 도, 도’가 나오면 건(乾)으로 111의 점괘를 얻는다. 이것은 “어린이가 인자한 어머니의 사랑을 많이 받는 행복한 점괘”라고 한다. 토정비결은 조선 중기의 학자 토정 이지함 선생이 지은 책으로 태어난 연, 월, 일을 이용하여 일 년의 신수를 열두 달별로 알아보는 방식이다. 어린이들은 보름날까지 연날리기를 하다가 14일 저녁에 줄을 끊어 그 해의 액운을 날려버리는 ‘액막이연’을 날렸다. 마을 사람들은 설을 지내고 3일째 되는 날에 그 해 농사의 풍년과 질병과 재앙으로부터 풀려나기를 기원하는 공동 제사를 지내며 ‘지신밟기’를 했다. 이번 설엔 손주들도 마실 수 있는 약한 도소주(屠蘇酒)에 곁들여 가족 윷놀이로 추억을 쌓야겠다.

 

* 육정균 : 충남 당진 出生, 2000년 작가넷 공모시 당선, 2002년 현대시문학 신인상(詩), 2004년 개인시집 「아름다운 귀향」 출간, 2005년 현대인 신인상(小說), 부동산학박사, (전) 국토교통부(39년 근무) 대전지방국토관리청 관리국장(부이사관) 전 개인택시공제조합이사장, 단국대학교 부동산건설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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