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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비싼 ‘사과’ 나라

너무 비싼 과일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사과 등 과일 가격 오름세가 지속되는 10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이 사과를 고르고 있다. 2024.3.10 jin90@yna.co.kr/2024-03-10 15:30:03/

세계에서 가장 비싼 ‘사과’ 나라

 

임재철 칼럼니스트

 

“내일 지구에 종말이 온다고 하더라도 나는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

뜬금없이 수십 년 전에 배웠던 이 말을 꺼낸 이유는 이 말의 논란을 따지자는 것이 아니고, 종로에다 사과나무를 심자고 했던 예전 어느 가수의 노래를 부르자는 것도 아니고, 한국이 ‘사과 값 전 세계 1위’라고 하니 황금사과가 아니고 무엇일까. 일반적으로 시집 1권의 값은 1만원인데 사과 1개의 값이 1만원을 넘어서 그야말로 살인적인 물가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사과가 아니라 금덩어리인게 분명해 보인다. 어떻게 사과 한 개에 1만원이 넘는 가격이 나올 수 있을까? 한마디로 슬프고 안타까운 현실이다. 찌질 한 필자로서는 앞으로 사과다운 사과는 구경도 못할 것 같다. 간사한 마음에 실제로 직접 여러 마트에 가보았더니 시퍼러 딩딩한 사과 3~4개가 만원이다. 알이 작은 못생긴 사과도 거의 같은 가격이다. 2개 만원도 별반 차이가 없다. 7, 8천원은 줘야 번번한 사과 한 개를 사 올 까 말까다.

아마도 머잖아 파 한 뿌리, 고추 한 개가 천 원이 넘을까 봐 겁난다. 현재 중국은 한국 돈 1만원이면 큰 사과 20개 이상을 살 수 있고(1근 5위엔이 평균가격), 미국은 10개 이상, 방콕은 3개에 70바트(2600원정도)밖에 안한다고 한다. 예전에 우리도 만원이면 사과 한보따리를 샀다. 말하자면 지겹도록 두고두고 먹었다. 필자 역시 한때는 매일 사과 1개씩을 먹었던 사과광이었다. 헌데 비싸도 너무 비싸다. 상인들도 좀처럼 사과값이 떨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래서인지 더 땡긴다.

 

먹고 싶은 사과 때문에 맨날 중국을 갈 수도 없고 한심하다. 그렇다고 다른 과일이 싼 것도 아니고 격하게 좁아지는 마음이다. 그러니까 사과값 88.2% 폭등(3월소비자 물가 기준)은 뼈저린 민생파탄의 증거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고물가 인상으로 국민들을 고통의 구렁텅이로 몰아넣고 있기 때문이다. 천정부지로 오른 사과 값에 서민들의 가슴이 철렁하는 나라이다. 먹거리 사과 하나 사는 것도 무서운 세상이 되어버린 거다.

 

물가는 계속 뛰고, 대출이자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실질소득은 줄었고, 경제는 망가질 대로 망가지고 민생은 더 없이 어려운데, 매번 선거를 맞을 때만 잠시 떠들다가 이제 정부나 정치권의 관심도 해결할 능력도 없는 것 같다. 엊그제 지나간 총선에서도 사과 역시 화두가 됐다. 사과 한 알 값이 1만 원이네, 금사과네 하며 여야 모두 목소리를 높였다. 거세게 좋은 정치를 떠들었지만, 여전히 사과 값은 아무런 변화가 없다.

선거를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부르고, 국가 미래를 고민하는 시간이라고 하는데, 그런 겨를도 없이 서민이 사과 하나 마음 편히 못 사먹을 만큼 민생이 도탄에 빠져버린 이유에는 또 다른 문제도 있다. 바로 기후 문제다. 기후변화로 인해 사과 재배 면적이 줄어들었고, 지난해에는 봄 냉해와 여름 장마로 인한 병해로 30~40%가량 공급량이 줄었다는 것이다. 하기야 히말라야 네팔에도 사과가 흔하다는 소식이고 보면 기후문제가 큰 문제인 성싶다.

 

그렇듯 하늘 밖에 쳐다볼 길이 없는 평범한 농민이나 서민은 허탈해 할 수밖에 없다. 가령 보여주기씩 깜짝 이벤트와 네 탓 내 탓 하는 정치권이 아니라, 그들이 정말 사과 한 알이 1만 원까지 치솟는 게 왜 문제인지 파고들기를 바라는 거다. 여야를 떠나 21대 국회는 탄소중립기본법을 제정하긴 했지만, 기후위기 대응에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했다. 그래서 사과 한 알 값이 만 원이 된 데에 지난 21대 국회 책임이 없다고 누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

너무 비싼 과일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사과 등 과일 가격 오름세가 지속되는 10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이 사과를 고르고 있다. 2024.3.10
jin90@yna.co.kr/2024-03-10 15:30:03/

여하튼 정말 사과 값을 잡을 방법이 없는 것인가. ‘기후 위기로 인한 작황 부진 탓’이전에 많은 유통 전문가나 경제 전문가가 있을 터인데 말이다. 즉, 유통구조 혁신으로 밥상물가 안정시키고 공공식료시스템으로 국민건강을 챙기며, 국민 품으로 사과를 돌려줄 수 있는 그런 해결사가 새롭게 문을 연 22대 국회에서라도 나왔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가져본다.

 

다시 말해, 사과 한 알 1만을 넘나드는 것이 고물가를 상징하는 표현처럼 된 현실이지만, 사과 하나에 만원이 자연스러운 게 절대 아니라는 필자의 생각이다.

사과 가격이 폭등하고 고물가에 국민들의 신음이 깊어지는 것을 모두 이상기온이나 날씨 탓만으로 돌릴 수는 없다. 이를테면 대파 한 단 가격이 문제가 아니다. 세상 물정 모르는 불통 정부나 정치권의 민생 살리기만 쳐다보고 있기에는 너무 불안한 현재 우리 내면이다. 저임금, 고물가, 양극화, 실업, 내수 침체의 악순환, 수출 부진 등 온갖 나쁜 상황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가만히 있어도 한숨과 비극이 아른거린다. 놀라야 할 건 사과값 전 세계 1등이라는 사실만이 아니다. 9860원. 법에서 정한 2024년 시간당 최저임금이다. 한 시간을 일해도 사과 하나도 살 수 없다는 사실이 더 끔찍한 현실이다. 과일은 이제 부자들이나 사 먹을 수 있는 사치품이 됐다. 강호의 소소한 서민들은 발가벗고 내쫓기는 엄동설한의 추위에 살아야 한다. 총선이 끝났지만, 날만 새면 오르는 물가에 암울한 먹구름만 떠도는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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