白山주류유한회사 盧 載 川 사장
양반탈 같은 함박웃음 짓는 이면에는 피나는 노력
‘명품직원’ 만들기 위해 매일 같이 직무·교양 교육
13억 빚더미 회사 인수 맡아 10년 만에 부채 100%청산
‘白山’은 부채 없는 회사로 정평, 영업직원 이직률 ‘제로’
하회탈 가운데 양반탈이 있다.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에 자리 잡고 있는 白山주류(유)의 노재천(盧載川, 68)사장과 마주하고 있으면 꼭 양반탈 같다는 인상을 갖게 한다. 노 사장이 웃는 함박웃음은 상대방한테 금방 전이(轉移)되어 분위기를 밝게 하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이런 웃음은 어느 날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오랜 세월 내면세계를 갈고 다듬어야 비로소 나타낼 수 있는 웃음이다. 아마도 오랜 세월 영업맨으로서 생활해오면서 몸에 밴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노 사장의 명함에도 이런 웃음철학은 담겨 있다. 명함 밑 부분에 “믿고 정주고 웃는 이웃이 되겠습니다” 이 말은 결코 빈말이 아님을 그와 장시간 이야기를 나누면서 느낄 수 있었다.
‘명품사원’ 만들기에 교육만한 것 외에 없다
백산주류 사무실에 들어서면 첫 눈에 들어오는 것이 천장에 걸려 있는 표어들이다.
‘친절하자! 봉사하자!’, ‘파도를 넘자’, ‘움직이면 산다!’
노 사장이 새해가 되면 직접 생각해낸 실천 목표를 만들어 건다고 했다. 그리고 아침마다 직원들에게 직능교육은 물론 참된 인간교육을 하자고 다짐을 한다.
노 사장은 “주류도매업이란 많은 영업사원들이 하루에도 수십 군데의 영업소를 방문해야 합니다. 이왕이면 업소 사장과 대화를 나눌 때 웃는 낯으로 대화를 나눠야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을
까요”
그래서 노 사장은 본인부터 항상 웃으려고 노력하고 직원들에도 이 점을 강조 한다고 했다. 웃음은 친절의 첫걸음이기 때문이다.
매일 아침 9시에 실시하는 조회 시간에 노 사장은 ‘명품사원’을 만들기 위해 직무교육은 물론 교양교육을 실시한다. 그래야만 경쟁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세상살이가 다 그렇듯이 항상 좋을 때만 있는 것도 아니고 나쁜 일만 있는 것도 아니다. 바다에서 한번 심한 파도가 몰려오고 나면 잠시 잠잠해진다. 이 잔잔한 순간이 계속되리라는 안이한 생각을 갖고 있다가는 큰 파도가 몰려오면 속수무책으로 당하게 된다. 노 사장은 이 파도가 몰려오기 전에 만만의 준비를 하자는 것이라 했다.
이런 마음자세로 운영해서인지는 몰라도 ‘백산주류’는 부채 없는 회사로 정평이 나있다.
‘일찍 일어난 새가 벌레를 많이 잡는다’는 말처럼 영업은 남들보다 더 많이 움직여야 한다는 것은 기본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어디 꼭 그런가.
특히 주류도매업을 경영하는 사장들 대부분은 거래처가 어디에 있는지, 사장은 누군지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도 많은데 노 사장은 900여 거래처의 80%이상은 거의 꿰뚫고 있다고 했다. 수시로 만나서 애로 사항도 들어주고 개선 해 줄 것은 개선 해주는데 거래처를 바꿀 리 있겠느냐는 것이 노 사장의 지론이다.
직원들은 40평 아파트를 목표로 세워라
백산에 신입사원이 들어오면 노 사장은 “열심히 노력해서 40평 아파트를 구입하겠다는 목표를 세우라”고 다잡는다.
그 일환으로 직원이 월 1백만 원의 적금을 5년 간 붓고 나면 사기진작 차원에서 3%의 특별보너스를 지급한다. 그렇게 되면 대략 8천만 원의 목돈이 마련된다. 적금을 붓는 동안 직원들은 낭비를 줄이고 더욱 열심히 일하게 되어 서로가 좋은 일이 될 수 있다는 게 노 사장의 경영철학이다. 백산의 직원들은 타 도매업체보다 많은 돈은 아니지만 급여 면에서 차이가 난다. 때문일까 이직 율은 거의 O에 가깝다.
아직 40평 아파트를 구입한 직원들은 없지만 꿈을 실현하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기울이는 직원이 두 명이나 된다고 했다. 이들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쉬는 날에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착실히 돈을 모으고 있다.
“사실 도매업체에서 일하는 것이 매우 힘들거든요, 그래서 이직 율이 잦게 되는데 이는 꿈과 희망이 없기 때문이죠, 그래서 직원들에게 희망을 심어 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고등학교 담임선생님 권유로 경월소주에 입사
노 사장은 충남 서산이 고향. 덕수상고를 지원했지만 워낙 경쟁률이 세서 낙방의 고배를 마셨다. 그래서 대경상고에 들어갔다. 졸업 후 어느 생명보험회사에 입사했는데 적성이 안 맞는 것 같아서 시골로 낙향하여 새마을 사업을 8년간이나 했다.
그러던 차에 1978년 고등학교 담임선생(이석근 선생)을 우연히 만나서 대폿잔을 기울였는데 이 때 담임선생님이 시골에만 있지 말고 직장 생활을 하도록 권해서 들어 간 곳이 경월소주회사 였다.
“참 열심히 일했습니다. 당시 경월소주는 지방소주 회사라 내로라하는 소주 회사 때문에 도매장에 명함도 제대로 못 내밀던 시절이었습니다. 어느 도매장에 갔더니 ‘여성생리대’ 회사에서 왔냐고 하더라고요. 그 만큼 경월소주를 몰랐거든요. 아마 그 사람은 ‘경월’을 거꾸로 읽었나봐요, 그렇지만 이를 악물고 영업을 한 결과 상당한 성과를 올려 입사 10여년 만에 서울지점장에 올랐습니다.”
남들이 하는 식으로 하지 않고 뒤집어서 영업을 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 노 사장의 생각이다. 그 때 쌓은 영업노하우를 지금 잘 써먹는다고 노 사장은 술회했다.
그렇지만 어느 사회건 남 잘되는 것을 시기하는 사람은 있기 마련. 열심히 일한 덕에 임원승진이 내정되어 있었는데 모략하는 사람이 있어 사표를 던져버렸다.
부채 13억 원 회사를 인수하다
경월소주를 그만 두고 나서 시작한 것이 자동차전문정비사업, 이른바 카센터였다. 현재 백산주류 옆에 있는 카센터가 바로 노 사장이 운영하던 카센터다. “한 5년 동안 운영했습니다. 그때 2급 자격증도 따고 했는데, 어떤 계기에 지금의 도매장을 운영하게 되었다”고 했다.
“98년 2월 9일 지금의 도매장을 인수했는데요, 월 매출이 1억5천만 원 정도에 부채가 13억 원에 달했습니다. 부도 일보직전이었죠, 그래서 밤잠 자지 않고 영업을 했습니다. 티코를 한 대 구입해서 집 사람하고 술 배달을 새벽 3시까지 하고 나서 아침 6시에 출근하곤 했습니다.”
노 사장이 열심히 일하는 모습에 주변에서 도움을 주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주문 전화가 바빠지기 시작하여 매출도 증가했다.
“인수 후 10여년 만에 그 많던 부채를 100% 청산하니까 주류회사들이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더라고요,
매출이 3억일 때 다르고 5억일 때 달라지는 것을 몸으로 느꼈습니다.”
노 사장은 최근 몇몇 도매장 사장들이 매출 대비에 씀씀이가 큰 것에 대해 걱정을 한다. 노 사장은 부기 2급 자격증도 소지하고 있을 만큼 경리 통이다. “들어오는 돈 보다 나가는 돈에 신경을 써야 한다”는 것이 노 사장의 경영노하우다.
지금의 ‘白山’회사명은 노 사장의 호(號)다
노 사장은 등산을 좋아한다. “등산 선배들이 당신은 등산을 깨끗하게 잘 타니 ‘白山’이라 부르겠다면서 지어 준 것”이 호가 되었다.
“지금의 회사 상호는 처음에는 ‘평촌주류’였습니다. 서울 같은 지역에 나가서 영업을 하다보면 당신은 평촌 사람인데 왜 서울까지 오느냐고 타박을 하는 겁니다. 그래서 제 호로 10여 년 전에 ‘백산주류’로 상호를 바꿨는데 의외로 반응이 좋았다”고 했다.
노 사장은 그 동안 주위에서 회사가 망하는 것을 많이 보았다. 그래서 도출해낸 <도산의 원인 베스트 10>을 스스로 작성하여 본인은 물론 직원들에게도 강조하고 거래처 사장들한테도 전파한다.
회사가 도산하는 첫째는 경영자의 교만과 경영능력 과신이다. 둘째는 사원교육의 부족과 결여. 셋째 사업목적, 목표, 계획성의 결여. 넷째 업계정보의 부족과 환경변화에 대한 대응부족. 다섯째 신상품의 결여, 기술개발의 지연. 여섯째 가정불화, 족벌경영의 폐해. 일곱째 공사(公私) 혼돈과 경영철학의 결여. 여덟째 결단력, 실행력의 결여. 아홉째 계수 관리의 부족과 공부부족. 열 번째 단독경영, 반성의 결여를 꼽았다.
그래서 도산하지 않기 위한 15가지 착안점도 만들어 내고 좌우명으로 삼고 있다.
① 허세를 부리지 마라.② 호인은 회사를 망친다.③ 최대의 암적 존재는 ‘소홀함’ 이다.④ 거래처는 일단 상황이 어려워지면 냉정히 돌변 한다.⑤ 상품을 파는 상대보다 물품 구입처 쪽이 중요하다.⑥ 노무관리가 느슨한 경영자는 종업원에게 얕보이고 도산의 방아쇠가 된다.⑦ 다른 사람의 속을 간파하는 힘을 길러라.⑧ 곤란할 때라고 안이하게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지 마라. 나중에 “배신당했다” 해도 늦다.⑨ 환경은 언제 격변할지 모른다. 그것을 명심하라.⑩ ‘그때는 좋았는데’하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으면 결국 회사를 망친다.⑪ 부진시의 매상고는 호조시의 80%면 된다.⑫ 사장이라고 해서 마구 돈을 꺼내가지 마라. 방만 경영자는 자격이 없다.⑬ 과잉은 자기의 목을 죈다.⑭ 술을 즐기고 여자를 좋아 하는 것을 적당히 하라. 모의 도산 가정의 도산 회사의 도산을 부른다.⑮ 사장일이 과연 자신에 맞는가?
노 사장은 이 같은 내용들을 실천하기 위한 노력으로▴역지사지▴뒤돌아보기▴거꾸로 보기▴뒤집어 보기▴앞을 내다보기▴내려놓고, 버리고, 잊어버리기를 실천 철학으로 삼고 직원들뿐만 아니라 백산이 거래하는 모든 업소 대표들에게 매월 DM을 발송한다.
“<도산의 원인 베스트 10>이나 ‘도산하지 않기 위한 15가지 착안점’ 등은 평소 영업을 하면서 깨달은 것 등을 모은 것들입니다. 이런 것들을 4~5년 매월 거래 업체에 발송했더니 어느 업소 사장은 ‘그동안 장사가 되지 않아 집어치우려고 하다가가도 노 사장이 보낸 편질 보고 다시 마음을 굳게 먹은 결과 지금은 식당 앞에 줄을 서는 진풍경이 연출되고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 보람을 느낍니다”
얼굴찍기가 영업의 비결
노 사장은 백산주류가 부채 없는 회사로 성공하기까지의 비결에 대해 “얼굴 찍기”라고 했다.
이는 다른 말로 ‘얼국익히기’인데 요식업은 고기, 생산 같은 유통업자의 드나듦이 필수다. 이들은 요식업계나 주류업계의 소중한 정보를 많이 가지고 있어 이들을 잘 사교 둔다면 소중한 정보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개업하는 식당이나 작은 호프집이라도 노 사장은 꼭들러서 격려도 해주고 필요한 것들이 있으면 즉석에서 해결 해준다.
특히 초보 사장이 여 사장일 경우 빼 놓지 않고 당부하는 것은 첫째 문 열고 닫는 시간을 철저히 지킬 것. 둘째 손님과 노래방 가지 말고, 같이 밥 먹지 말라고 당부 한단다.
왜 그런 말을 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노 사장은 “말은 부풀리게 되어 있다. 노래방 같이 간 사람이 모텔갔다”고도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 만큼 우리 사회에서는 여자들의 처신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안양향토학교 교장 노 재 천
노 사장 명함에는 또 하나의 직책이 있다. ‘안양향토학교’ 교장이 그것이다. 전교생이 70~80명 정도 되는 야간학교로 개교 한지 28년이나 되는 향토학교다. 저녁 7시에 시작해서 10시까지 수업한다. 이런 저런 사정으로 정규학교를 다니지 못한 사람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준다. 노 사장은 1년에 2천만 원의 사비를 들여 학교를 운영하고 있는데 벌써 5년이나 맡고 있다고 했다.
노 사장 본인도 늘 배움이 그리워 늑깍이로 대학(연성대학교, 호텔조리학과)을 나왔기에 안양향토학교에 쏟는 정은 남다르다고 했다.
그리고 시간 나는 대로 평생교육원(연성대학)에 나가 ‘움직이면 산다’는 주제로 강의도 한다.
노 사장은 “매일 아침 일어나 初心을 지키자, 平常心을 잃어버리지 말자, 오늘 아침에 각오한 결심을 지키자며 하루를 시작한다”고 했다.
백산주류가 발전 하는 원동력이 여기에 있는 듯싶다.
글·사진 김원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