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주앙’ 탄생의 주역 영천뱅꼬레와이너리 河亨泰 회장
‘와인=나’라는 신념으로 오늘을 살고 있는 하형태 회장
포도와인시대는 저물고 감으로 빚은 ‘감와인’시대 열린다
사람들이 와인을 신의 선물이라고 한다. 아마도 와인이 가진 신비스러움 때문일 것이다. 또한 그 어떤 단어나 화려한 문장으로도 정의내릴 수 없기에 와인의 신비함이 극대화 되는지도 모른다.
사랑 역시 그 어떤 표현들로도 그 자체가 가진 신비함을 정의 내릴 수 없다. 그래서 혹자는 ‘와인은 술이 아니고 사랑’이라고 한다.
프랑스의 시인이자 소설가 빅토르 위고는 “신은 물을 만들었을 뿐이지만 인간은 와인을 만들었다.”고 했다. 와인에 대한 극찬이다.
와인을 가리켜 때로는 신, 사랑, 태양에 견주어 말하는 것은 와인의 신비스러움을 달리 표현할 수 없기 때문은 아닐까.
우리나라에 와인이 보편화되지 못했을 때 국내에서 생산되기 시작한 와인이 ‘마주앙’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면 당신은 와인의 전문가거나 와인을 사랑하는 와인 마니아가 일 것이 분명하다.
한 발 더 나아가 마주앙(MAJUANG)은 토종와인 답께 불어가 아니고 순수한 100% 우리말이며 국내 최장수 와인이자 교황청이 공식 승인한 미사주라는 사실도 알고 있다면 당신은 와인 석사쯤 받을 자격이 있지 않을까.
그런데 와인 박사학위를 받으려면 누가 이 마주앙을 개발했을까 정도는 알아야 될 것 같다. ‘마주앙’을 개발하고 42년간 와인 개발에 몸 받친 이가 바로 경북 영천시 금호읍에 자리 잡고 있는 ‘영천뱅꼬레와이너리’의 河亨泰(70) 회장이다.
그래서 하형태 회장은 국내 와인의 살아 있는 전설이자 산 역사이기도 하다. 이런 역사를 지닌 하 회장이 생산하고 있는 와인은 어떤 맛일까. 그 맛과 향기를 찾아 영천으로 길을 떠났다.
고 박정희 대통령이 독일 방문시 독일 와인 보고 ‘한국형 와인 만들어 보라’지시
마주앙의 탄생은 1964년 고 박정희 대통령이 독일 방문시 독일의 척박한 땅에서도 포도를 재배하고 와인을 양조하는 것을 보고 수행 단에게 ‘한국형 와인을 만들 것’을 주문한다. 이에 동양맥주(현 OB맥주)가 1973년 와인개발에 착수 한다.
당시 외국의 주요 인사들이 방문할 때 격식을 갖춰 내놓을 만찬주가 마땅치 않았다. 국민들이 먹고살기도 힘들던 시기라 쌀을 이용해서 만 찬주를 개발한다는 것은 어려웠던 일이다.
때맞춤 이때 河 회장은 1982년 OB 맥주 입사 후 두산주류 마주앙 와인 개발부로 발령이 나서 마주앙 개발을 진두지휘했다.
“막상 발령을 받아 와인을 생산해야 했는데 와인에 대한 지식이 미천했기에 와인 공부에 밤낮을 가리지 않고 파고들었습니다.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마실만한 와인을 만났습니다. 눈물이 나더라고요” 하 회장은 그 때를 술회하며 앞으로도 전 국민이 좋아하는 와인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고 했다.
마주앙은 1985년 독일의 와인 학술 세미나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동양의 와인 불모지에서 이 정도 수준의 와인을 만들었다는 것에서 해외의 관심이 쏠렸던 것이다.
현재까지 살아남은 유일한 국산 와인이자 현존하는 최 장수 브랜드 마주앙은 기자도 젊었을 때 즐겨 마시던 와인이었다. 특히 겨울철 눈 내린 후 마당가에 쌓아놓은 눈 더미 속에 마주앙을 박아 놓았다가 마시면 그렇게 맛이 좋았다.
뱅꼬레와이너리의 주력 생산 와인은 감와인
河 회장은 1999년 OB맥주를 퇴사했다. 이후 와인 제조 교육과 컨설팅을 비롯한 와인 개발에 힘을 쏟다가 2006년 현재의 한국와인(뱅꼬레)을 설립한다.
와이너리를 설립하고도 2007년 영천시 농업발전연구소 연구위원을 지내기도 했다. 그리고 2001년부터 2011년까지 그린영농조합, 대부도 와인제조컨설팅, 청도와인 감와인제조컨설팅, 두레마을/청량와인제조 컨설팅 등 와인 개발에 열성을 불어 넣었다.
그동안 개발한 와인만도 감와인(청도)개발, 오미자와인(문경) 개발, 대추와인(청송) 개발 등 수많은 와인 개발에 성공했다.
현재 뱅꼬레와이너리의 와인 라인업은 ▴뱅꼬레 더 감:국산 감 대봉을 사용해 만든 황금빛 와인으로 열대 과일 향과 꽃향기 등이 나며 균형 잡힌 당도와 산도가 인상적인 인기 와인이다. 감의 탄닌에 의한 진한 바디감과 오랜 숙성으로 인한 부드러운 감칠맛이 홍시와 같은 자연스러운 단맛을 낸다. 감의 풍부한 기능성 폴리페놀이 함유된 와인이다. 국산 감 90%, 알코올 12%로 닭고기․과일치즈․카나페․한식에 잘 어울린다.
▴뱅꼬레 로제:레드 품종인 까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피노 누아와 화이트 품종인 샤르도네, 리슬링, 세미용 등을 블렌딩 해 만든 로제 와인으로 사과, 자두, 복숭아 등 풍부한 과실 향과 적당한 산미를 가진 미디엄 바디 와인이다. 알코올 11.5%로 토마토스파게티, 샐러드, 과일, 해산물, 조개구이와 잘 어울린다.
▴뱅꼬레 화이트:은은한 금빛이 도는 와인으로 신선한 풀내음, 아카시아 계열의 꽃향기가 매력적인 와인. 시트러스의 터치와 적당한 산미가 인상적인 미디엄 바디 와인이다. 샤르도네, 케르너, 청수로 빚어 알코올이 11%인 와인이다. 생선요리, 과일 샐러드, 디저트, 해산물과 궁합이 맞는다.
▴뱅꼬레 레드:까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산머루 등을 블렌딩한 와인으로 오크 숙성을 통해 정통 방식으로 양조했다. 잘 익은 블루베리, 라즈베리의 과실향과 입 안을 감싸는 부드러운 텍스처가 특징으로, 한국의 떼루아가 느껴지는 섬세한 와인으로 알코올 은 12%다. 불고기, 스테이크, 갈비찜에 잘 어울린다.
이밖에 오디와 복숭아로 빚은 와인도 있다. 이 가운데 河 회장이 신경 쓰고 있는 와인은 감 와인이라고 했다. 이는 수입산 저가 와인에 대응하는 방법 가운데 하나인데 수입산 와인 가운데는 감 와인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우리 입맛에 잘 맡기 때문이다.
감와인 APEC 만찬 주에 올라 각국 정상들로부터 호평 받아
와인이 좋아 40여 년간 와인을 양조하고 있는 하 회장이 감 와인을 개발한 것은 2001년이라고 했다. 이는 세계 최초로 기록되고 있어 감와인 창시자의 지위를 갖고 있다.
2005년 11월 18일 부산광역시 누리마루에서 개최된 제17회 아시아 태평양 경제협력체 정상회(APEC) 만찬 주에 하형태회장이 개발한 감와인이 올려져 각국의 정상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이를 계기로 감 와인은 수출 길에 오르기 시작했다고 한다.
뱅꼬레 감와인은 별빛처럼 반짝이는 옐로우 컬러로 꽃향기와 은은한 꿀 향이 느껴지며 입안에서 매끄러운 촉감과 균형 잡힌 당도와 산도감의 향긋한 여운이 남는 깔끔한 드라이와인이다.
경북 영천은 하늘이 맑아 보현산 천문대가 소재할 정도다. 영천은 일교차가 크고 일조량이 풍부해 당도 높고 좋은 향의 과일이 많이 생산되어 과일의 고장이라고도 불린다.
때문에 영천에서 생산되는 대봉은 26블릭스가 나올 정도로 당도가 높다. 뱅꼬레 감와인은 주정이나 합성착향료 없는 자연스러움을 지닌 와인이다.
감 와인을 빚은 후 3년의 숙성 시간을 거쳐 맑은 빛깔과 향긋하고 달콤한 향, 깔끔하고 순수한 데는 떫은맛을 내는 감의 탄닌이 와인이 되면서 홍시처럼 매끄러운 촉감과 부드럽고 달콤한 맛과 향의 와인으로 변하는 신비로움을 내기 때문이다.
하 회장은 감 와인을 배로 즐기기 위해서는 음용 온도를 5~8도로 시원하게 하고, 오픈 후 1시간 뒤 마시면 더욱 맛있다고 했다.
하 회장은 이제 프랑스 와인은 점점 시들해 지기 시작하고 있다면서 한국의 감와인이 뜨기 시작할 것이라고 내다 봤다.
“지난 5월 유럽의 와인 박람회에 감 와인을 출품했어요, 처음에는 뭣으로 만든 와인이냐고 묻더라고요, 그래서 감(persimmon)으로 만든 것”이라고 했죠, “그러더니 얼마냐고 하길래 다른 와인 가격의 배인 60유로라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줄을 서서 구입하더라고요.
‘뱅꼬레’는 프랑스어로 ‘뱅(Vin:와인)’과 ‘한국’을 뜻하는 ‘꼬레(Corée)’를 붙인 이름
1982년부터 역사가 시작된 ‘뱅꼬레’는 프랑스어로 ‘와인’을 뜻하는 ‘뱅(Vin)’과 ‘한국’을 뜻하는 ‘꼬레(Corée)’를 붙여 지은 이름이다. 하 회장이 한국을 대표하는 와인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회사명을 지었다고 한다.
하 회장이 두산주류 입사 이후 와인 생산부터 수입, 교육, 컨설팅 등 와인에 대한 전 과정을 몸소 거치며 자신의 이름을 내건 와인을 빚기까지 42여 년을 쉬지 않고 달려왔다.
하 회장은 “한국 와인 산업과 궤를 같이 하며 크고 작은 난관들이 있었지만 외롭기보다는 향기로운 여정이었다.”면서 ‘와인=나’라는 신념으로 오늘을 살고 있는 하형태 회장 자체가 한국의 와인 역사다.
하 회장은 한국의 와인 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수입산 저가 와인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고품질의 ‘명품화’로 승부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영천은 비가 적게 오고 뜨거운 햇살로 각종 과일 재배에 적지로 복숭아, 감, 사과, 배 등이 타 지역보다 많이 재배하며 특히 포도는 타 지역과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많이 재배하며 와인을 만들어 저장하는 와이너리도 국내의 30%정도로 최대 규모다.
전국적으로 폭설이 내렸던 지난 달 27일에도 영천에는 눈이 내리지 않았다고 한다.
하 회장은 현재 다른 과일로 만든 와인, 혹은 여러 과일을 섞은 와인을 개발 중에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뱅꼬레의 최종 목표는 한국을 대표하는 와인을 만드는 것.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와인을 만들 것이며, 그 맛을 찾아가는 여정 중에 있다는 것이 하 회장의 꿈이다.
가장 유력한 한국산 글로벌 와인을 만든다는 자부심
한 분야에서 선구자로 인정받는 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선구자는 눈길을 걸어갈 때 어지럽게 걷지 않는다. “오늘 내가 걸어간 길이 훗날 다른 사람의 이정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뱅꼬레 패밀리들은 “가장 유력한 한국산 글로벌 와인을 만든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브랜드를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했다.
특히 2017년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선정한 찾아가는 양조장으로 선정되고 나서 많은 방문객들이 수시로 방문하여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고 뱅꼬레의 하세비(하 회장의 딸38)관리실장은 말한다.
찾아가는 양조장사업은 지역의 우수 양조장을 선정하여 생산에서 관광 체험까지 연계된 복합공간으로 새롭게 구축하는 대표적인 6차 산업의 대표주자다.
현재 하 회장은 5000평 규모에 15종에 달하는 양조포도 식재농장이 있는데 영천와인사업단의 중심에 있다. 40년 와인양조경력을 바탕으로 양조용 포도품종 15종을 식재하고 이를 수확하여 양조와 체험을 연결하는 정통와이너리라고 할 수 있다.
경북 영천은 포항과 가까운 거리다. 영천 땅이나 포항 땅은 거기가 거기다. 일제강점기 시대인 1918년 2월에 ‘미츠와 포항농장양조공장(ミツワ浦項農場釀造工場)’이라는 식료품공업이 포항에 들어선다.
포항시청 자료에 의하면, 당시 미츠와 농장면적은 150정보(45만 평, 150ha)으로 연간 와인생산량은 1,000섬(180,000ℓ)이었으며, 1934년에는 농장면적 200정보(60만 평, 200ha)에 연간 와인생산량은 800섬(144,000ℓ), 브랜디 100섬(18,000ℓ), 감미포도주 500섬(90,000ℓ)이었다고 한다.
일본이 이 지역에 대규모 와이너리를 조성했던 것은 토질과 기후가 포도 재배에 최적지였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하 회장은 이 같은 사실을 떠 올리며 영천의 15개 와이너리들이 힘을 합쳐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와인을 생산 해 보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글 김원하 기자, 사진 박영덕 위원 tinew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