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Bird)의 천국, 사람(人間, Human)의 지옥

무안공항 근처에 서식 중인 철새들

『빈 술병』

 

새(Bird)의 천국, 사람(人間, Human)의 지옥

 

육정균 (시인/부동산학박사)

 

지난 2024년 갑진년(甲辰年) ‘푸른 용의 해’는 육십 간지의 41번째로 푸른색의 ‘갑’과 용의 한해였다.

그러나 원숭이띠, 쥐띠, 용띠들에게는 삼재(三災)와 복삼재(福三災)가 함께하는 해이기도 했다. 삼재는 인간에게 9년 주기로 돌아온다는 3가지 재난을 의미한다. 동양철학에서 유래된 재앙명(災殃名)으로 십이지(十二支)에 따른다.

삼재의 첫해를 입삼재(入三災, 들 삼재)라고 하며 두 번째 해는 침삼재(枕三災, 눌 삼재)를, 마지막 해를 출삼재(出三災, 날삼재)라고 한다.

입삼재 때는 가족이나 주변인이 화를 당하며, 침삼재 때에는 매사에 시비곡직이 많다고 하며, 마지막 해는 재물이나 명예가 훼손되어 나쁜 결과를 초래하는 재앙을 가져온다고 한다. 삼재는 “12년 주기마다 세 가지 재앙이 들어온다고 해서 인생의 위기를 맞이한다”고 한다. 100살까지 산다면 8번 정도의 삼재를 겪게 되는데, 12년 중 9년을 빼고 3년 정도 삼재를 겪는다고 한다.

삼재는 부정적인 의미로 쓰이고 있지만, 실제는 각종 어려움을 미리 예측하고 대비하여 재난과 위기를 극복한다면 오히려 긍정적일 수 있다.

무안공항 근처에 서식 중인 철새들

즉, 삼재를 잘 관리하고 극복하면 오히려, 재물복과 사람복 그리고 즐겁게 살아가는 복 등 세 가지 복삼재(福三災)로 되돌아오는 온다는 것이다. 다사다난했던 지난해에는 많은 여행객이 항공기 추락으로 숨지는 등 국난에 가까운 분명히 삼재로 볼 가슴 아픈 한해였다. 2025년 새해는 을사년(乙巳年), 청사, 즉 ‘푸른 뱀의 해’이다. 금년은 토끼띠, 양띠, 돼지띠가 삼재를 맞는다.

그러나 이들에게만 삼재와 액운이 있을까? 지난해의 액운과 슬픔을 타파하고, 부득이 새의 천국이 아닌 인간(人間, Human)의 천국을 위한 새의 처치(處置, action)를 고민해 본다.

무안공항 활주로 길이와 주변 조류 서식지

모든 사회에는 위험요인이 상존(常存)하고, 그 위험요인은 오히려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악마처럼 장시간 혹은 잠깐 숨어 있다가도 나타나서 한 사람에게 아니, 수많은 사람에게, 온 인류에게까지 해악을 끼친다.

따라서 우리는 크든 작든 국가사회 어디에서든 숨어 있는 허술함에서 오는 작은 사고부터 분명한 살상 목적이 가미된 테러까지 각종 위험요인을 미리 예측하고 사회 곳곳을 항상 점검하며, 각종 위험에 유비무환(有備無患)의 대비를 해야만 한다.

우리는 항상 위기관리에서 못 보고 놓칠 수 있는 원인을 제거하거나, 그것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대책을 강구하고, 관리상 한계를 넘는 위험요인이 있을 경우, 기타 이상 징후가 발생하거나 충분히 우려되고 예상되는 경우에는 그 이상(異常) 원인을 탐구하고, 위험요인이 판명되고 예측될 때에는 반드시 필요한 관리와 처치(處置)를 우선해야만 한다.

무안공항 밤하늘을 날아다니는 새떼들

우리 주변에 상존하는 위험요인을 민간항공기가 나는 공항에만 국한하는 경우에도 최근 초대형 항공기가 500석이 넘는 경우도 많으므로 항공기 안전운항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자칫 초대형항공기가 추락될 경우 대규모 사망사고는 필연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항공기의 안전운항을 위해서는 공항 자체의 안전은 물론 공항 인접 지역에 대한 안전관리도 초지일관 인간만을 위한 방향으로 지향돼야 함은 자명하다.

그러나 무안국제공항의 경우는 어떠한가? 무안국제공항은 해안가에 위치하며 곳곳에 습지가 여러 군데 있다.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의 원인 중 하나로 조류 충돌이 꼽히고 있는 가운데, 애초부터 공항부지로 부적합한 곳에 공항을 지었다는 지적도 많았다.

무안공항은 갯벌과 저수지를 비롯한 조류 서식지와 인접해 있어 조류 충돌 위험성이 상존하였기 때문이다. 유엔 산하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도 조류 유인 예방을 위해 ‘공항 반경 13㎞ 이내에 보호구역을 설정하지 말 것’을 제시하고 있다. 이를 준용하는 국토교통부의 ‘조류 등 야생동물 충돌위험 감소에 관한 기준’도 공항 표점에서 8㎞ 이내의 범위에는 ‘조류보호구역’과 ‘사냥금지구역’ 등을 설정해서는 안 된다고 제시하고 있다. 조류 유인을 예방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무안공항 활주로 연장사업에 대한 전략 환경영향평가 보고서를 살펴보면, 무안공항 활주로 연장사업 지구 13㎞ 이내에는 ‘무안갯벌’과 ‘자연공원’을 비롯한 보호구역이 9곳씩 있다.

구체적으로 무안공항 활주로 연장 사업지구에서 2.2㎞ 떨어진 곳에 ‘무안갯벌습지보호지역’이, 2㎞ 떨어진 곳에는 ‘수산자원보호구역’이 있다. 야생생물 보호구역, 자연공원, 해양보호구역, 환경관리해역, 천연기념물 소재지도 사업지구 13㎞ 이내 곳곳에 있다.

더구나, 무안공항과 해안이 아예 붙어 있고, 100여m 인근에는 저수지들도 많다. 모두 철새들이 모여드는 곳인데, 특히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인 ‘신안갯벌’도 가까운 곳을 기준으로 측정하면 8㎞ 이내에 있다 ‘신안갯벌’이 ‘세계자연유산’에 선정됐다는 것은 공항 이전부터 ‘세계적인 철새도래지’였다는 뜻으로 애당초 공항이 들어설 경우, 조류 충돌 위험이 높은 곳에 공항이 지어졌다는 결론이다.

그럼에도 무안군과 전라남도는 무안국제공항의 조류충돌 사고예방은 도외시하고, 공항 인접지역을 새들의 낙원정책에 무게를 두어 지속 추진하여 왔고, 결국 항공기 조류충돌 사고를 예방하지 못한 채 국제선 항공기 운항까지 적극 추진한 과오(過誤)가 있다. 그 결과 새들의 천국을 위해 많은 사람(Human)들이 조류충돌(bird strike)로 죽음의 나락에 떨어졌다. 아픈 마음으로 고인들의 명복을 빌며, 술 한 잔을 올리며 외친다. “이젠 모든 공항에서의 조류충돌 인명사고는 그만(STOP)!”이라고.

* 육정균 : 충남 당진 出生, 2000년 작가넷 공모시 당선, 2002년 현대시문학 신인상(詩), 2004년 개인시집 「아름다운 귀향」 출간, 2005년 현대인 신인상(小說), 부동산학박사, (전) 국토교통부(39년 근무) 대전지방국토관리청 관리국장(부이사관), 개인택시공제조합이사장, (현) 국토교통부 민원자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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