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生 별 것 있나

김원하의 취중진담

 

人生 별 것 있나

 

 

장수(長壽)해야 100년 남짓 사는 게 인생이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것이 인생이다. 철부지시절과 노년시절을 빼면 기껏 40~50년 사회 활동을 하다가 연기처럼 사라지는 게 인생 아닌가.

날아가는 새도 떨어지게 한다는 권력자도, 논밭 일궈가며 살아가는 필부필부(匹夫匹婦)도 인생(人生)이란 두 글자 앞에선 평등하다. 호의호식(好衣好食)하며 뽐내는 인생이 행복할 것 같지만 과연 그럴까.

국내 재벌 총수가운데 100세를 넘게 산 사람을 찾아보기 힘든 것을 보면 돈과 명예가 장수나 행복의 조건도 아닌 모양이다. 또 의사들은 환자들에게 운동하란 말을 입에 달고 살지만 운동선수가운데서도 100세를 넘긴 선수가 몇 명이나 있을까. 이로 미루어 돈, 명예, 운동이 장수의 비결은 아닌 모양이다.

지난 4일 TV를 통해 헌법재판소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파면하는 장면을 보면서 갑작스레 ‘인생’이란 두 글자를 생각게 했다.

대통령이 되기 위해 흘려야 했던 땀과 노력이 ‘파면’이란 두 글자 앞에선 한 갓 풀잎에 맺힌 이슬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에 새삼 놀랐다. 그 동안 찬바람 맞아가며 탄핵 반대를 외쳤던 사람들의 심정은 어떨까. 반대로 탄핵을 찬성했던 사람들은 자신들이 주장했던 외침이 이겼으니 온 세상이 다 내 것인양 기쁠까.

이런 대목에서 생각나는 말이 솔로몬의 지혜로 유명한 ‘This, Too, Shall Pass Away’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이 말은 김연아 선수의 좌우명으로도 유명하다. 그가 받은 황홀한 찬사도 어느 순간 덧없이 지나가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지난 소치동계올림픽에서 억울하게 금메달을 놓치고 은메달에 머물렀지만 그는 그 억울함을 미소로 답하며 냉정할 만큼 담담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을 주장했던 사람들은 윤 대통령의 파면 장면을 보면서 마치 점령군이나 된 듯한 환호를 질렀지만 이 또한 지나가는 순간에 지나지 않는다.

과거 박근혜 대통령 탄핵 때도 여당의원들의 배신이 있어 탄핵이 되었는데 이번 윤석열 대통령도 집안 식구의 배신자들 때문에 탄핵이 이루어진 것이다. 배신자들은 결코 배신행위에 대해 사과 하지 않았고, 민주주의 어쩌고 변명을 늘어놓기 바쁘다. 국회의원들은 독립된 헌법기관이라고 하지만 자기 당에서 배출한 대통령의 탄핵에 앞장서는 모습은 한국인들의 정서에는 맞지 않는 배신자들뿐이다.

권력을 잡는 것도 물러나는 것도 따지고 보면 ‘화무는 십일홍(花無十日紅)이요. 권불십년(權不十年)’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도 우리 인간들은 인생이 평생 가는 줄 알고 지지고 볶으며 살아간다. 화내고 성내고, 질투하고, 모략하며 살아간다. 남을 위한 배려와 칭찬에 인색하다. 국가가 부흥하고 국민이 화목하기 위해서는 위정자(爲政者)들부터 솔선수범하여 상대를 인정하고 배려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지 않을까.

현대인들이 과거 선비들처럼 고고(孤高)하게 살아갈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요즘 여의도 사람들의 행태를 보면 참으로 안타깝다. 좀 더 어른스럽게 정치를 할 수 있을 텐데 초선이든 다선이든 그 놈의 금뱃지만 달면 아귀다툼을 벌린다.

우스갯소리로 현재 우리나라는 10대 경제 대국에 진입했고, K컬처, K푸드처럼 문화측면서 강국대열에 올라 세계인들이 부러워하고 있는데 그 놈의 정치면서는 바닥을 헤매고 있어 획기적인 개선책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시중에 떠도는 말 가운데는 국회의원 수를 확 줄이자는 의견도 나오고, 국회의원들에게 세비를 주지 말고 무보수로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런 의견들이 분출하고 있는 것은 국민들 눈높이로 봤을 때 국회의원들 행동거지나 언어가 한참 못 미치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사람위에 사람 없고, 존중은 기본이라는 것을 알 만한 사람들이 국회의원을 해야 할텐데 실상은 그렇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

윤 대통령 파면으로 6월 3일 조기 대선이 치러진다. 길거리엔 현수막이며 지지를 호소하는 선거차량 때문에 한참 시끄러울 것 같다.

과연 이번에는 진정 국가와 국민을 위하는 대통령이 뽑힐까. 국민 모두는 정신 바짝 차리고 귀중한 한 표를 던져야 할 것 같다.

<본지 발행인 ti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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