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술 세계화를 위한 첫걸음, ‘한국술 산업 진흥원’ 설립이 필요하다

이대형 연구원의 우리 술 바로보기(209)

 

 

한국술 세계화를 위한 첫걸음, ‘한국술 산업 진흥원설립이 필요하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전통주에 대한 정책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궁금해진다. 과거에 비해 대통령 선거 전부터 많은 양조장들이 국회의원들과 접촉하며 전통주 관련 다양한 의견을 전달했고, 국회에서도 관련 공청회가 활발히 개최되었다.

그중 흥미로운 점은 과거 추진되었던 ‘한국술 산업 진흥원’ 설립 논의가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5월 ‘한국술산업연구소서’에서 개최된 전문가 간담회에서도 전통주 산업을 종합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전담 기구의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되었다. 물론 전통주 발전과 관련되어서는 국회 공청회나 간담회에서는 주세법, 연구개발, 식품안전 등 다양한 이슈들이 함께 논의되었다. 하지만 공통으로 제기된 핵심은 전통주 산업의 체계적인 진흥과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전통주 산업을 종합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전담 기구의 설립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한국술산업발전을 위한 정책 제안 간담회 @농민신문

 

해외 사례를 살펴보면, 일본은 1904년에 설립된「주류종합연구소(NRIB)」에서 약 45명의 직원이 양조 기술, 양조 미생물, 품질 평가, 산업기술 연구 및 지원 등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프랑스는 1831년 설립된 와인연구소를 통해 포도 품종 연구부터 글로벌 브랜딩까지 국가 차원의 종합적인 지원을 하고 있으며, 영국은 「양조증류연구소(IBD)」를 운영하고 있다.

이처럼 술이 유명한 국가들은 자국 술 산업의 발전을 위해 오랜 시간에 걸쳐 체계적인 연구와 지원을 지속해 왔다. 반면, 한국은 전통주 관련 국책 연구 기관조차 없어, 발효 미생물, 숙성 기술, 품질 인증 등과 같은 기초 연구가 대부분 민간 혹은 일부 대학에 제한된 상황이다.

 

일본 주류종합연구소 홈페이지(구글 번역)

전통주 관련 전문가들은 한국 술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단순한 정부 지원을 넘어, 산업 생태계 전반을 설계하고 조율할 수 있는 독립 기구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K-팝, K-드라마에 이어 한국 술 역시 세계 무대로 진출하려면, 고품질화, 브랜드화, 스토리텔링, 글로벌 마케팅이 유기적으로 작동해야 하며, 이를 위해 진흥원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현재 전통주 관련 정책은 국세청(주세), 농림축산식품부(산업 진흥), 식품의약품안전처(위생·안전), 문화체육관광부(관광 자원화) 등으로 주체가 분산돼 있다. 이에 따라 연구개발, 품질 인증, 세제 개선, 수출 전략 등이 유기적으로 연계되지 못하고, 중복되거나 공백이 발생하는 사례가 잦다.

 

사실 농림축산식품부는 전통주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연구개발, 품질 분석, 컨설팅 등을 총괄하는 진흥기관 설립을 목표로 2020년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전통주산업진흥원 설립 필요성 및 마스터플랜 연구’를 의뢰한 바 있다. 해당 연구에서 농경연은, 전통주 산업 정책 개발, 사업 추진 체계 정비, 홍보 등을 전담하는 진흥기관이 설립될 경우, 전통주 시장 규모는 연평균 최대 4% 성장, 수출은 최대 10% 증가, 원료 수입 대체 효과는 최대 6.5%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전통주산업진흥원 설립 필요성 및 마스터플랜 연구 책자 @국회도서관

물론 하나의 조직을 새롭게 설립하는 것은 예산 확보와 조직 구성 등 현실적인 어려움이 따르기에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최근 국회와 정부 모두 전통주 산업에 관한 관심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기에 전통주를 포함한 우리 술 산업 전반에 대한 발전적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핵심 과제로 ‘한국술 산업 진흥원’은 필요하다. 지금 당장 시행이 어렵다면, 지역별 전통주 연구소 설립이나 거점 대학과의 연계 운영 같은 단계적 접근 방식도 검토해 볼 수 있다. 현재는 관련 정책이 형성되는 초기 단계인 만큼, 산업체와 협회 등 전통주 관련 단체들이 진흥원 설립의 필요성을 꾸준히 건의하고 논의하여, 2025년에는 최소한 진흥원 설립의 기초가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미래를 준비하는 전통주 산업의 장기적 발전을 위해, ‘한국술 산업 진흥원’ 설립은 단순한 조직 신설이 아니라, 전통주와 우리 술 발전을 위한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가 될 것이다.

전통주산업진흥원 주요 기능 및 기대 효과(한국농촌경제연구원 제공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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