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레에 가득 찬 금옥(金玉)보다 낫다” 오가피주(五加皮酒)

溫故知新 박록담의 복원 전통주 스토리텔링(33)

“수레에 가득 찬 금옥(金玉)보다 낫다” 오가피주(五加皮酒)

 

 

<고사신서>에 “고인(古人)들은 ‘한 잔의 오가주(五加酒)를 얻을지언정 금과 옥(金玉)을 차(車)에 채우지 않겠다.’라고 하였다. 또, 오가(五加)를 일명 문장초(文章草)라고 한다.’고 하고, ‘문장으로 술을 만들지언정 금이 귀하다고 말하지 않겠다.’라고 하였다. 오가피(五加皮)는 대개 상품에 드는 영약(靈藥)이다.”

<고사촬요>와 <山林經濟>에 “採五加皮,曬乾作酒,令人房室不絶得壽多子也.昔魯定公母服此酒也(오가피를 캐서 볕에 말려 술을 빚으면 방사가 끊어지지 않고 장수하며 자녀가 많다. 옛날 노나라 정공의 어머니가 이 술을 마셨다.)”고 하였고, <음식디미방>에선 “풍증과 뼈가 저리고 부어오르는 증상을 고칠 뿐 아니라, 옛 사람 이유공, 도맹작이란 사람이 평생을 장복하니, 나이를 삼백을 살고 아들 서른을 낳으니, 이제 사람 병 있고 단명하니 백사 다 버리고 먹으라”고 하여 ‘오가피주’의 효능에 대해 언급한 것을 엿볼 수 있다.

또한 <주찬(酒饌>에는 “풍습을 없애고 근골을 튼튼히 하며, 기를 순하게 하고 담을 없애며, 정력을 보태고 골수를 보한다. 오래 복용하면 늙지 않고 오래 산다.”고 하여 그 효능에 대하여 언급하고 있다.

이상은 ‘오가피주’의 기능성에 대한 내용들로, ‘오가피주’가 옛 사람들에게 장생불로(長生不老)의 명약처럼 인식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으며, <林園十六志>와 <韓國民俗大觀>에서도 유사한 내용을 목격할 수 있다.

이러한 ‘오가피주’는 <감저종식법(甘藷種植法)>을 비롯하여 <高麗大閨閤叢書(異本)>, <攷事新書>, <閨閤叢書>, <農政纂要>, <民天集說>, <보감록>, <승부리안주방문>, <양주방>, <曆酒方文>, <蘊酒法>, <음식디미방>, <醫方合編>, <李氏음식법>, <林園十六志>, <酒饌>, <鶴陰雜錄>, <韓國民俗大觀> 등 18종의 문헌에 21차례나 등장하는 것으로 미루어, ‘오가피주’가 상당히 인기를 누렸으며, 널리 대중화되었을 것이라는 추측을 확신하게 된다.

‘오가피주’에 대한 주방문은 <음식디미방>을 비롯하여 <승부리안주방문>, <民天集說> 등 조선 중기의 문헌에서 찾아볼 수 있고, 이후 <甘藷種植法>을 비롯하여 <高麗大閨閤叢書(異本)>, <攷事新書>, <農政纂要>, <酒饌> 등 1800년대 말엽까지 조선 후기 사이의 문헌에 집중된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러한 경향은 허준의 <東醫寶鑑>이 출간된데 영향을 받은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을 하게 된다. 많은 이들이 생활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오가피의 이용법을 지득(知得)하게 된 까닭으로 풀이된다는 것이다.

 

‘오가피주’를 빚는 방법은 여러 가지로 나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먼저 ‘오가피주(五加皮酒)’는 단양주법(單釀酒法)과 이양주법(二釀酒法)으로 크게 나뉘는데, 시대적으로 가장 앞선 기록인 <음식디미방>의 단양주법 ‘오가피주’ 주방문을 보면, “오갈피나무에 물이 올랐을 때 겉껍질을 많이 벗겨, 작은 칼로 썰어 햇볕에 바짝 말려서 1말을 준비한다. 멥쌀 5말을 백세작말하고, 물과 함께 솥에 붓고 끓여 죽을 쑨 뒤, 차게 식기를 기다린다. 오가피를 베주머니에 담고 준비한 술독에 먼저 넣는다. 누룩 5되를 식은 죽에 합하고, 고루 버무려 술독에 담아 안친 다음, 술이 괴는 대로 떠서 공복에 마신다.”고 하였다.

술 빚는 방법을 보자면, 오가피를 썰어 베주머니에 담아 술독에 안치고, 그 위에 멥쌀 죽과 누룩을 섞어 빚은 술밑을 안쳐서 발효시키는 단양주법(單釀酒法)의 발효주(醱酵酒)라는 것이다. <曆酒方文>도 <음식디미방>과 동일한 주방문을 수록하고 있다. <양주방>의 ‘오가피주’는 <음식디미방>과 동일한 방법으로 빚되, 멥쌀가루로 ‘설기떡’을 쪄서 술밑을 빚으며, <醞酒法>과 <李氏음식법>에서는 ‘범벅’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약간씩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으나, 기본적인 양주방법은 같다고 하겠다.

그리고 <高麗大閨閤叢書(異本)>와 <酒饌>에는 오가피뿌리(잎, 열미, 꽃)를 청주에 담가 우려마시는 방법으로 침출주 또는 혼성주(混成酒)로 분류할 수 있다.

한편, 이양주법(二釀酒法) ‘오가피주’는 <甘藷種植法>과 <攷事新書>, <民天集說>, <醫方合編>의 주방문이 동일한데, 밑술을 빚는데 있어 오가피 달인 물과 멥쌀가루를 섞어 죽을 쑨 후, 누룩과 밀가루, 석임을 한데 섞어 빚고, 오가피달인 물을 끓여 갓 쪄낸 고두밥을 한데 섞은 후, 식으면 밑술과 버무려 발효시키는 방법을 보여주고 있으며, <鶴陰雜錄>은 오가피 달인 물로 범벅을 쑤어 밑술을 빚는다는 점에서 <甘藷種植法> 등의 문헌과 차이가 있을 뿐이다.

‘오가피주’ 주방문 가운데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승부리안주방문>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오가피를 담은 주머니를 술독에 먼저 넣고 멥쌀 죽과 누룩을 섞은 술밑을 담아 안쳐서 발효시킨 밑술에 고두밥을 지어 덧술을 하는 방법이다. 즉, <음식디미방>의 ‘오가피주’ 주방문을 바탕으로 고두밥만을 사용하여 덧술을 한 차례 더 해 넣는 방법이라는 점에서 기장 기본적인 양주기법을 엿볼 수 있다고 하겠다.

그리고 <甘藷種植法>과 <鶴陰雜錄>의 ’오가피주 별법(別法)’은 <甘藷種植法>의 본법인 ‘오가피주’의 밑술과정과 동일하지만, 술이 익으면 걸러서 증류하여 소주를 만들고, 다시 고두밥과 오가피 달인 물을 각각 냉각하여 누룩과 혼합하여 발효시키는데, 발효되는 중간에 준비해 둔 소주를 붓고 후발효 및 숙성시킨다는 점에서 혼양주법(混釀酒法)으로 분류할 수 있다.

결국, ‘오가피주’는 단양주법(單釀酒法)에서 5가지 주방문이 존재하고, 이양주법(二釀酒法)에서 3가지 주방문을 보여주고 있으며, 목적과 용도, 형편에 따라 다양한 방법의 ‘오가피주(五加皮酒)’ 빚는 법이 유행하였다는 것을 확인 수 있다. 특히 <甘藷種植法>과 <鶴陰雜錄>에 수록된 ‘오가피주 별법(別法)’은, 바로 혼양주법(混釀酒法)이라는 사실에서 우리 술의 다양성과 함께 대중화 및 세계화의 가능성을 찾을 수 있다고 할 것이다.

 

◈ <甘藷種植法> 오가피주(五加皮酒) 술 빚는 법

◇밑술:① 4~5월에(물이 오른) 오가피 줄기를 많이 채취하여 외피(겉껍질)를 제거한다. ② 오가피 껍질 1근(건조시킨 것은 10냥)을 물 10병에 넣고 달여서 물이 5병이 되면 찌꺼기(건더기)는 제거한다. ③멥쌀 1말을 백세작말 하여 오가피 달인 물 3병(지주를 빚으려면 1병 반)에 넣고, 팔팔 끓여서 죽을 쑨 후, 차게 식기를 기다린다. ④오가피 죽에 누룩가루 5홉과 밀가루 5홉, 부본 1되를 합하고, 고루 버무려 술밑을 빚는다. ⑤술독에 술밑을 담아 안치고, 예의 방법대로 하여 완전히 익도록 발효시킨다.

◇덧술:①멥쌀 2말을 백세 하여 (물에 담가 불렸다가, 다시 씻어 건져서 물기를 뺀 후) 시루에 안쳐서 고두밥을 짓는다. ②외피(겉껍질)를 제거한 오가피 줄기 1근(건조시킨 것은 10냥)을 물 10병에 넣고 달여서 찌꺼기(건더기)는 제거한 오가피물 6병을 준비한다. ③고두밥이 익었으면, 넓은 그릇에 퍼내고 끓고 있는 오가피물을 합하되, 날 물기를 조심하여 섞고, 주걱으로 헤쳐서 고두밥이 물을 다 먹기를 기다린다. ④고두밥을 여러 개의 그릇에 나눠 차게 식기를 기다린다. ⑤오가피 달인 물에 불린 고두밥과 밑술을 합하고, 고루 버무려 술밑을 빚는다. ⑥술독에 술밑을 담아 안치고, 예의 방법대로 하여 발효시키고 익기를 기다린다.

주방문에 “지주(맛있는 술) 빚으려면 밑술을 할 때 오가피 달인 물을 1병 반을 사용하라.”고 하였다.

 

◈ <승부리안주방문> 오가피쥬방문 술 빚는 법

◇밑술:①물이 많이 오른 오가피 줄기를 많이 벗겨 음건한다(외피를 제거한다). ②유협도로 오가피 줄기(25냥)를 잘게 썰어 술 빚을 독에 먼저 담아 놓는다. ③멥쌀 2말 5되를 백세 하여 (물에 담가 불렸다가, 다시 씻어 헹궈서) 물 (5말)에 넣고 끓여서 죽을 쑨 후, (넓은 그릇 여러 개에 나눠 담고) 차게 식기를 기다린다. ④죽에 누룩가루 5되를 합하고, 고루 버무려 술밑을 빚는다. ⑤술독에 술밑을 담아 안치고, 예의 방법대로 하여 발효시킨다.

◇덧술:①멥쌀 2말 5되를 백세 하여(물에 담가 불렸다가, 다시 씻어 건져서 물기를 뺀 후) 시루에 안쳐서 고두밥을 짓는다. ②고두밥이 익었으면, 넓게 고루 펼쳐서 차디차게 식기를 기다린다. ③고두밥에 밑술을 합하고, 고루 버무려 술밑을 빚는다. ④술독에 술밑을 담아 안치고, 예의 방법대로 하여 발효시키고 맑게 익기를 기다린다.

 

◈오가피주 <양주방>

오가피(땅두릅)를 물오르려고 할 제 많이 벗겨 그늘에 말려서, 얇은 칼로 잘게 썰어라. 닷말을 빚으려면 오가피 썬 것 닷근을 주머니에 넣어 독밑에 넣고 희게 쓴 멥쌀 닷 말을 깨끗이 씻고 또 씻어 가루로 만들어 쪄라. 방문주를 빚듯이 물을 끓여 떡에도 붓고, 가루누룩 닷 되에도 섞어서 버무려 넣어라. 익거든 빈속에 알맞추어 데워 먹으면, 풍증과 팔다리 잘못 쓰는 병과 팔다리가 바른 병(신경통), 반신불수 증을 다 고칠 뿐만 아니라, 옛날 윤공도와 맹작재란 사람이 이술을 오래 먹으니 나이가 삼백이 되도록 살고, 아들을 서른씩 낳았다고 한다.

 

◈ 오가피주 <음식디미방> 술 빚는 법

①오갈피나무에 물이 올랐을 때 껍질을 많이 벗겨내어 겉껍질을 벗겨내고, 작은 칼로 썰어 햇볕에 바짝 말려두었다가, (물로 깨끗이 한 차례 씻어) 1말을 준비한다. ②멥쌀 5말을 백세 하여 작말하고, 넓은 그릇에 나눠 담아 놓는다. ③물 (15병)을 솥에 붓고 끓이다가 쌀가루를 넣고 휘저어 덩어리진 것이 없이하여 ‘아이죽’을 만든다). ④아이 죽을 주걱으로 천천히 저어가면서 죽을 쑨 뒤, 넓은 그릇 여러 개에 나누어 담고 차게 식기를 기다린다. ⑤오가피를 베주머니에 담고, 주둥이를 묶어 준비한 술독에 먼저 넣어 놓는다. ⑥누룩 5되를 식은 죽에 합하고, 고루 버무려 술밑을 빚는다. ⑦오가피주머니를 넣어 둔 술독에 술밑을 담아 안친 다음, 예의 방법대로 하여 발효시킨다. ⑧술이 괴는 대로 떠서 공복에 마신다.

 

◈<酒饌> 五加皮酒 술 빚는 법

①오가피 뿌리의 겉껍질을 벗겨 깨끗이 씻은 후 건조시킨다. ②오가피 뿌리를 잘게 썰어 각각 1근씩을 자루에 담고 끈으로 묶는다. ③순수한 찌꺼기가 없는 순수한 청주 2말(거르지 않은)에 담근다. ④술을 6개의 항아리에 나누어 담고, 단단히 밀봉해서 큰 솥에 안치고, 세지도 약하지도 않은 불로 끓인다. ⑤술항아리 위에 (불린) 쌀 1홉씩 얹는다. ⑥솥에 물을 붓고 세지도 약하지도 않은 불로 끓여 중탕한다. ⑦술항아리 위의 쌀이 익으면 들어낸다. ⑧술은 걸러 청주와 탁주로 나누고, 탁주를 걸러낸 후 술지게미는 햇볕에 말려서 환으로 만든다.
 

박록담은

* 현재 : 시인, 사)한국전통주연구소장, 숙명여대 전통문화예술대학원 객원교수, 중요무형문화재 인증심의위원, 한국문인협회원, 우리술교육기관협의회장 활동 중이며, 국내의 가양주 조사발굴활동과 850여종의 전통주 복원작업을 마쳤으며, 국내 최초의 전통주교육기관인 ‘박록담의 전통주교실’을 개설, 후진양성과 가양주문화가꾸기운동을 전개하여 전통주 대중화를 주도해왔다.

* 전통주 관련 저서 : <韓國의 傳統民俗酒>, <名家名酒>, <우리의 부엌살림(공저)>, <우리 술 빚는 법>, <우리술 103가지(공저)>, <다시 쓰는 酒方文>, <釀酒集(공저)>, <전통주비법 211가지>, <버선발로 디딘 누룩(공저)>, <꽃으로 빚는 가향주 101가지(공저)>, <전통주>, <문배주>, <면천두견주>, 영문판 <Sul> 등이 있으며,

* 시집 : <겸손한 사랑 그대 항시 나를 앞지르고>, <그대 속의 확실한 나>, <사는 동안이 사랑이고만 싶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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