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광공사, 서해 5도 관광활성화를 위한 새해맞이 팸투어 개최
서해 최북단 백령도에서 병신년의 끄트머리를 만나다
丙申年이 끝나가고 丁酉年이 다가오는 끄트머리를 어디에서 보낼까 잠시 생각을 해본다.
남들은 새해맞이 일출을 본다고 동해로 동해로 몰려가지만 이 또 한 식상한 새해맞이라 내키지 않던 차에 ‘백령도 팸투어’를 한다는 말에 귀가 솔깃했다.
순 우리말에서 ‘끄트머리’만큼 오묘한 말이 있을까. 첫째, ‘끝이 되는 부분’이고 둘째, ‘일의 실마리’는 뜻으로 우리 선조들은 끝을 끝으로 보지 않고 또 다른 시작으로 보아 끝과 시작이 공존 하는 ‘끄트머리’란 말로 표현했던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주최하고 DMZ관광주식회사(대표이사 장승재)가 진행을 맡아 서해 5도(북한과 인접한 백령도·대청도ㆍ소청도ㆍ연평도ㆍ우도 등 5개의 섬) 등 접경지역 평화기원 및 관광활성화를 위해 실시한 팸투어는 병신년 마지막 날 인천을 출발하여 백령도에서 1박하고 정유년 첫날 인천으로 돌아오는 1박2일 코스였다.
관광전문기자를 비롯해서 여행업계, 학계, 블로거 등 36명이 참가한 팸투어는 날씨마저 도와줘서 편안한 여행길이었다.
이번 팸투어는 관광공사가 관광비수기를 맞은 서해 5도 접경지역의 지역경제에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고, 서해 5도의 숨은 관광매력을 찾아 홍보함으로써 이 지역의 관광산업이 새해에는 크게 활성화되기를 기원하고자 2017년 새해 첫날 추진한 것이다.
한국관광공사 정병옥(鄭炳玉) 지역관광실장은 “서해5도 지역뿐만 아니라 DMZ 접경지역은 안보관광, 생태관광, 역사문화, 레저스포츠 자원 등 세계적으로 보기 힘든 차별화된 관광매력요소를 보유하고 있어 관광콘텐츠개발 및 관광홍보마케팅을 통해 더욱 발전시킬 가능성이 크므로 2017년에도 팸투어 추가 시행 등 지속적인 접경지역 관광활성화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백령도로 가는 여정은 결코 녹녹치 않다
백령도로 가는 길은 결코 녹녹치 않은 여정이었다. 인천연안부두에서 아침 7시50분에 출항하는 하모니플라워에 승선하기 위해서는 부지런을 떨지 않고는 배를 탈 수 없기 때문이다.
배 여행은 바람이 한몫 한다. 다행히 인천 앞 바다 물결은 잔잔했다. 뱃멀미를 걱정했던 사람들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546명의 여객과 70대의 자동차를 실을 수 있는 2,100톤급 하모니플라워호는 선체 안정성과 복원성이 가장 뛰어난 쌍동형 초쾌속 카페리로 침몰, 전복의 위험이 전혀 없는 안전한 선박이지만 만약을 위해 세월호 참사 이후 한 달에 두 번 점검을 받는다고 했다.
인천항을 출발해서 물보라를 일으키며 38노트(최고 45노트)로 달리는 쾌속선은 병신년의 찌꺼기를 모두 털어버린다는 기분으로 질주한다.
선내는 고향을 찾는 승객, 백령도로 여행을 떠나는 이, 그리고 귀대하는 해병대 장병들로 빈자리가 없을 정도다.
쾌속선은 소청도와 대청도를 거쳐 백령도 용기포항에 향해 달려야 한다.
서 4시간여의 항해를 마쳤다. 그러나 쾌속선은 잠시 휴식을 취한 후 12시50분 다시 인천을
향해 달린다.
◈ 심청이 공양미 삼백섬에 몸을 던진 인당수
백령도는 25개의 유인도와 75개의 무인도로 구성된 옹진군에서 가장 최북단에 위치한 섬이다. 배편 외에는 다른 교통수단이 없는 불편함 때문에 아직도 백령도를 가보지 못한 사람들이 태반이지만 공양미 삼백 섬에 몸을 팔아 아버지 눈을 뜨게하려고 심청이가 인당수에 몸을 던진 곳이라면 쉽게 이해가 갈 것이다.
그리고 2010년 3월26일 천안함(天安艦)이 피격되어 해군 장병 40명이 사망하고 6명이 실종된 바다가 바로 백령도 앞바다다. 육지에서 불과 2.5㎞ 거리, 그래서 슬픔의 바다이기도 하다.
그러나 사곶해변을 비롯해서 콩돌해변 같은 천혜의 해변이 방문객들을 즐겁게 해주고 관광선을 타고 두무진 절경을 감상 할 즈음이면 탄성이 절로 나온다.
뿐이랴 남한에서 새문안 교회 다음으로 가장 오래된 교회가 백령도에 세워졌다는 사실에 수십 년 기독교 신자로 살아온 사람들도 놀라워한다.
▴한 때 활주로로 사용 했던 사곶해변:천연기념물 제391호로 지정된 사곶해변은 썰물 때면 길이 3㎞, 폭 0.2㎞의 천연 비행장 활주로가 된다. 6.25사변 당시에는 군용비행장으로 사용했다고 하는데 요즘은 이곳에 관광버스나 오토바이들이 질주 한다. 일반적으로 해변은 물이 빠지면 발이 푹푹 빠지기 마련인데 사곶해변은 규조토로 되어 있어 물이 빠지면 시멘트보다 부드러운 넓은 운동장 같다. 세계에서 이 같은 해변은 이탈리아의 나폴리에 있지만 사곶 해변의 규모가 훨씬 크다.
▴바닷물이 쓰다듬어 만든 콩돌해변:작은 것은 콩알 같고, 큰 것은 계란 같고, 때론 메추리알 같은 반질한 돌들이 해변을 장식하고 있다.
‘태양의 후예’에서 유시진(송중기 분)대위가 우루크 난파선 섬에서 가져왔던 돌들이 콩돌 해변에는 수도 없이 많다. 혹 이곳 돌을 소품으로 사용 한 것은 아닐까?
돌이란 원래 각이 세워져야 돌일 진데 어째서 이 처럼 반질한 것일까. 털썩 주저앉아서 돌들을 살펴보면 색깔부터 석질이 제각각이다. 어떤 것은 백옥처럼 하얗고, 회색, 보라색, 갈색, 적갈색 등 저마다 색도 모양도 다르다. 한 가지 공통점은 매끄러운 보석 같다는 것이다. 이 돌들은 두무진 같은 거대한 기암절벽에서 침식된 돌들이 바닷물을 타고 이곳으로 모여서 오랜 세월 바닷물이 만들어낸 걸작이다. 1997년 천연기념물 392호로 지정되었다.
▴태초의 신비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두무진:홍도의 해안가도 볼만하다. 그렇지만 유람선을 타고 두무진 절경을 감상해 보면 이곳이 좀 더 우람하고 볼거리가 많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백령도에 두무진이 없다면 백령도는 그저 밋밋한 섬에 지나지 않았을 것 같다. 백령도 여행의 백미(白眉)랄 수 있는 두무진(頭武津)은 예로부터 ‘신이 빚어 놓은 절경’이란 찬사를 받아 왔는데 해안을 따라 형성된 기암절벽이 무려 4㎞에 달한다.
두무진포구에서 시작된 절경은 천안함위령탑이 있는 부근까지 이어지는데 중간 중간 선대임부터 코끼리바위, 병풍바위, 형제바위, 잠수함바위 등 저마다 이름을 갖고 있다. 유람선장의 그럴듯한 해설을 듣다보면 재미도 있고, 또한 그럴듯하게 이름을 잘도 붙였다는 생각이 든다.
두무진포구로 되돌아온 유람선에서 내려서 자갈 밭 해안을 따라 선대암이 보이는 능선으로 오르면 통일기원비를 만난다. 기원비는 장산곶을 향하고 있어 언젠가는 통일의 그날을 기원하고 있는 염원이 아로새겨져 있다.
이 언덕에서 바라보는 두무진의 풍광 역시 절경인데 해가 질 무렵 낙조를 감상할 수 있는 멋진 명소다.
▴우리나라에서 두번째로 세워진 中和洞敎會:기독교성지순례로 알려진 중화동교회는 우리나라에서 두번째로 세워진 장로교회이다. 현재 백령도 주민 5천6백여 명 가운데 99%는 기독교 신자라고 한다. 바로 중화동교회 때문이다. 크지 않은 섬에 13개의 교회가 세워져 있다. 백령도에 있는 모든 교회의 모교회(母敎會) 역할을 하고 있는 이 교회는 가장 빠른 개혁의 길을 그리스도교를 수용하는 것이라고 믿은 개화파 정치인 허득(許得)이 황해도 소래교회의 도움을 받아 1898년 10월 9일 설립했다.이 보다 앞서 백령도에는 1832년 칼 귀츨라프(Karl Gutzlaff)가 그리스도교 선교사로는 처음 들어와 선교활동을 하기도 했다.
원래 백령도에는 뱃일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 굿을 하거나 점을 보는 사람들을 상대로 한 만신(萬神)들이 많았으나 교회가 들어서고 나서는 점차 그 수가 줄어들어 현재 백령도에 상주하고 있는 만신들은 거의 자취를 감추었다고 한다.
때문에 일요일에는 거의 모든 주민들이 교회에 나간다고 했다.
▴중국발 스모그 첫 ‘습격’지가 백령도:백령도는 청정해역이고 공해 오염도 없을 것 같은데 중국에서 스모그가 발생하면 제일 먼저 피해를 입는 곳이 백령도다. 그 만큼 중국과 가깝기 때문이다. 직선거리로 따져도 우리의 영토보다 중국이 더 가깝다.
때문에 과거 중국과 왕래하는 중간 기척지로 백령도를 꼽았다. 백령도 앞바다 바닷물 살이 워낙 세서 배가 전복되는 일이 잦자 중국 상인들은 인당수(印堂水)에 처녀를 바치면 배 전복을 막을 수 있다는 생각에 공양미 삼백 섬을 주고 심청이를 샀던 것이다.
겨울철에는 심청이를 모신 심청각이 일출의 명소로 제격이지만 정유년 새해 일출은 중국의 스모그 영향인지 해무때문인지 붉게 솟는 일출을 보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움으로 남았다.
정유년의 첫해가 1월 1일 오전 7시 26분 독도에서 가장 먼저 솟구쳐 오르면 백령도에서는 7시 50분에 해가 솟는다고 했다.
<백령도 현지에서 김원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