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버릇도 여든 간다

김원하의 취중진담

 

술 버릇도 여든 간다

 

‘세 살적 버릇 여든 간다’는 말이 세상 살다보니 얼추 맞다는 생각이 든다.

세 살뿐 아니라 젊었을 적 습관이나 버릇이 늙어서도 고쳐지지 않는 것 중 하나가 술버릇이 아닌가 생각 된다.

젊어서부터 보아온 친구의 주사(酒邪)는 머리가 반백이 되도록 그대로여서 그런 친구와는 자연히 술자리를 피하게 된다. 그래서 술을 배울 때는 엄하게 배워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이 있다.

주사를 부리는 등 술 자리 매너가 좋지 않은 이들은 술을 처음 접할 때 대부분 또래 친구끼리 뒷골목에서 도독 술로 배운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그런데 우리 선조들은 자녀들에게 술을 먹도록 하는 데 있어서 조상의 힘을 빌리는 지혜를 발휘하고 있다. 차례나 제사를 지내고 나서 젯상에 올렸던 술잔을 자녀들에게 건네며 음복주(飮福酒)라며 마시도록 했다. 조상님이 마시던 술을 마시게 함으로써 조상과 소통하는 의미도 있을 테고 한 가족임을 강조하는 뜻도 있었을 것 같다.

또한 조상들의 음주문화는 개방적이기도 했다. 손님이 집에 와서 술대접을 할 때, 자녀들을 자연스럽게 음주의 법도(法道)를 익힐 수 있도록 시중을 들게 했다. 어른들이 술을 은밀하게 마셔 자라나는 청소년으로 하여금 술에 대한 호기심을 발동하게 하지 않게 하고, 음주로 접대를 할 수 있는 예의와 절차를 배우고 익힐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한 것이다.

요즘은 친척이 아니고 집에 손님이 찾아오는 경우도 드물고, 설사 손님이 와서 술대접을 할 때도 밖에서 하기 때문에 자녀들이 보고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전무 하다 싶다.

그러니까 자녀들이 올바른 음주를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없어 또래끼리 술을 배우게 된다.

가장 문제가 되는 시기는 고교생들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이후 졸업 시점까지 생활지도에 빈틈이 생기는데 이때가 문제다.

해방감에 젖은 학생들이 무턱대고 술을 먹고 크고 작은 사고가 속출한다. 전문가들은 이 시기에 졸업을 앞둔 고 3학년 학생들에게 올바른 음주문화를 가르치자는 주장을 펴고 있다.

 

지금까지 그래 왔듯이 인류가 존재하는 한 술도 존재 할 것이 틀림없다.

특히나 술은 직장인들에 있어 일상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묘약(妙藥)인 동시에 인간관계를 끈끈하게 묶어주는 매개체다. 따라서 청소년들이 대학에 진학하든 사회생활을 하게 되든 술을 마시는 기회가 많아진다.

세상에는 술 잘 마셔서 출셋길이 열리는 사람도 있고, 술 때문에 어렵게 잡은 직장을 잃는 경우도 있다. 술버릇이 나쁘면 평소 업무능력이 뛰어나도 상사 눈 밖에 나서 진급도 못하는 이들이 의외로 많다는 것을 청소년들은 기억해 두는 것이 좋다.

최근 만취한 상태로 술집 종업원을 폭행하고 순찰차를 파손해서 구속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3남 김동선(28세) 씨의 경우도 모르긴 해도 술을 잘못 배워서 그런 수난을 겪고 있는지 모르겠다. 김 씨는 2010년에도 만취해 용산구 호텔 주점에서 여성 종업원을 추행하고 유리창을 부순 혐의로 입건된 전력이 있다.

술을 잘 마신다는 것은 많은 양의 술을 마신다는 것이 아니고 예의 바르고 올바른 음주문화를 뜻하는 것이다.

우리는 결혼식(구혼 식)에서도 술잔을 교환하며 평생을 약속하고 초야를 치르는 합방에서도 합환주를 마셔 생명을 잉태하는 문화가 있는 문화를 지니고 있을 만큼 술을 귀하게 여기고 있다.

그런데도 최근 술 때문에 각종 사회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현상을 보고 있노라면 참으로 안타깝다. 모두가 술을 배울 때 제대로 된 음주문화를 모르고 배운데 기인하고 있지는 않는 것일까.

미국의 소설가이자 수필가인 제임스 볼드윈(James Baldwin)은 “어른 말을 잘 듣는 아이는 없다. 하지만 어른이 하는 대로 따라 하지 않는 아이도 없다.”고 했다.

부모가 올바르게 음주를 한다면 자식도 그렇게 할 것이다. 술버릇 나쁜 자녀가 있다면 혹여 당신이 그렇게 술을 마시고 있는지 되 돌아 볼일이다.
<본지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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