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완의 최남단 땅 끝 마을 컨딩(墾丁)
힐링 여행지로 안성맞춤, 천혜의 풍광 지녀
옛날 같으면 혼자 밥 먹고 술 마시는 것을 보면 청승맞다고 흉을 봤다. 가족 다 떠내 보내고 함께 밥 먹을 사람이 없어서 혼자 밥 먹는 처량한 신세를 한탄 했는데 요즘은 이른바 혼 밥과 혼 술이 대세다.
따라서 여행도 혼자 떠나는 것이 돌림병처럼 유행을 타고 있다.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사람에 치이고 짜증 날 때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어질 때가 있다. 그렇지만 어디로 가야할까 망설여지게 되는데 타이완 최남단 컨딩(墾丁)은 그런 사람들을 위한 여행지로 안성맞춤이다. <편집자 주>
사람 얼굴 닮은 촨판스(船帆石)힐링(Healing)은 몸이나 마음을 치유 하는 뜻을 지닌 말이다. 말도 유행을 타는지 너도나도 ‘힐링’ ‘힐링’ 한다. 단지 풍광이 좋다고 힐링에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 같다. 먹먹한 가슴이 뻥 뚫릴 것 같은 기분이나 분위기가 있어야 하는데 바다만큼 좋은 곳도 없지 않을까.
섬나라 타이완은 그런 면에서 나라전체가 바다로 둘러 싸여 있어서 어딜 가나 바다를 만난다. 그렇지만 타이완의 땅 끝 마을 컨딩은 또 다른 맛이 있다.
우선 컨딩(墾丁)은 개간할 간(墾)자에 고무래 정(丁)자를 쓴다. 우리식으로 해석하면 땅을 개간하여 곡식을 긁어모을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지금에야 곡식을 심기 위해 개간은 하지 않겠지만 개간을 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것은 그만큼 자연이 잘 보존되었다고 보는 것이다.
헝춘반도에 자리한 컨딩은 3면이 바다로 둘러 싸여 있다. 육상과 해상을 결합한 경관은 이방인들에게 힐링할 수 있는 입지적인 조건을 잘 갖추고 있다.
백사장, 기암괴석, 그리고 눈부신 바다가 있는 풍광은 남도의 정취가 물씬 풍긴다. 오랜 시간 지각운동, 육지와 해안의 상호 침식 작용으로 이 지역은 고위(高位)의 산호초 군락이 펼쳐져 있다고 했다.
타이완을 흔히 고구마처럼 생겼다고 한다. 컨딩은 고구마 뿌리부분에 해당하고 있는데 우리의 부산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가오슝에서 차로 약 2시간 정도 걸린다. 시저파크 호텔부근이 번화가다. 호텔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지점에 고운 백사장이 있다. 이곳이 유명한 것은 바다 연안에 선범석(船帆石)이 우뚝 서있기 때문이다.
얼핏 보면 사람의 두상을 닮은 것 같기도 한데 바다를 향하는 배처럼 보인다고 해서 촨판스(船帆石)란 이름을 얻었다고 한다.
어떤 이들은 미국의 닉슨 대통령을 닮았다고 해서 ‘닉슨 바위’라고도 부른다. 그런데 어떻게 저런 바위가 바다에 솟아 있을까. 어쨌거나 이곳을 여행하는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인증 샷을 눌러야만 할 듯. 넓지 않은 백사장이 있어 여름철은 해수욕객으로 붐빌 것 같다.
타이완의 땅 끝 마을 어롼비 공원
컨딩에서 빼 놓을 수 없는 곳이 어롼비 공원이다. 촨판스(船帆石)와 이웃한 이곳에는 1882년에 세워진 21.4m의 순 백색 원기둥 등대가 있다. 푸른 초원위에 서 있는 등대는 20해리의 광력으로 야간 항해선의 길잡이 노릇하고 있고, 낮에는 관광객에게 포토 존으로서 역할을 독특히 한다.
이곳이 타이완 최남단이다. 우리의 땅 끝 마을인 셈이다. 시간의 여유가 있다면 어롼비 공원의 이곳저곳을 돌아보면 우거진 숲속에 볼거리가 꽤 많다.
어롼비 공원을 정점으로 V 자형으로 발길을 돌려 보자. 망망한 바다를 끼고 해안도로가 열린다.
어롼비공원에서 4㎞를 달려서 만나는 곳이 해안 절벽인 룽판공원(龍磐公園)이다.
공원길을 달리다보면 린토수(林頭樹)라고 하는 가로수가 바닷바람에 모두 한 족으로 휘어져 있다. 동북계절풍이 강해지면 30여m 절벽아래 백사장 모래를 언덕위로 끌어다 놓아 모래 하천을 만들 정도라고 한다. 바람의 언덕이라고나 해야 할까. 이렇게 형성된 지역이 펑췌이사(風吹砂)다.
여기부터는 제주도의 어느 지역을 달리는 기분이 들 정도로 흡사하다.
빈랑나무와 야자수로 남국 풍치 물씬
컨딩의 백미는 자러쉐이(佳樂水)라고 할 수 있다. 타이완의 26번 국도의 종착지이기도 한 이곳에는 풍부하고 특이한 생태경관을 갖추고 있다.
자러쉐이는 산호초와 사암지형에 속하는데 해안선이 지각변동과 해수, 해풍의 침식과 풍화작용으로 해식평지, 기반석, 벌집바위, 물범, 멧돼지, 코뿔소를 닮은 기암괴석들이 이방인들을 반긴다. 전동카트를 타고 4㎞정도를 달리면 해안도로의 끝단을 만난다. 더 이상은 길이 없다.
깎아지른 절벽위에서 떨지는 해안 절벽폭포가 그림 같다. 해안가에 형성된 기암괴석들은 언젠가 저 절벽에서 떨어진 바위들이 바닷물에 씻기고 바람이 다듬어 주었을 것 같다.
뉴스를 들으니 서울은 영하로 떨어졌다고 하는데 이곳은 초여름날씨다. 위도 상으로 홍콩과 비슷하다고 한다. 게다가 해양성 기후라 아직은 기분이 상쾌하다.
열대지방의 아름다운 자연경관, 끝 간 데 없이 망망한 바다, 그 위에 떠 있는 희 구름 모두가 가슴에 쌓여 있던 스트레스를 날려 버린다. 이런 것이 힐링인가.
타이완 전국어디서나 볼 수 있는 빈랑(槟榔)나무가 이곳에선 더욱 이국적이다. 야자수와 빈랑나무 풍광은 남국 어디엔가 와 있는 기분이 든다. 빈랑은 타이완 사람들이 껌처럼 즐겨 씹는 열매인데 나무 하나에서 일 년에 우리 돈 4-5만원 어치의 수확을 올린다고 한다.
열대식물 보고 컨딩국가산림유원지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식물들을 보고 싶다면 컨딩국가산림유원지에 들어가 보는 것이다. 열대식물을 감상할 수 있는 최적지다. 어롼비 반도의 중심지이면서 유원지 안에는 임업시험소가 있고 1967년 타이완 정부는 국민들이 편히 쉴 수 있도록 하는 국가관광사업을 펼쳐 휴식공간을 만든 곳이다. 유원지 제일 높은 곳에는 전망대가 있어 간단한 음료도 팔고 있어 휴식공간으로는 제격이다.
이곳은 해양성 기후로 여름에는 덥고 비가 많이 오고, 겨울철에는 온난하고 건조한 날씨로 일 년 평균 20도 이상 유지해 다양한 열대성 식물이 자라고 있다.
지질이 산호 석으로 되어 있어 여러 곳에 동굴이 있어 재미를 더해준다. 특히 종류석동굴에서는 석순의 모양이 형용색색으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으며 절벽으로 뻗어 내린 나무들이 바위를 뚫고 있는 장면도 감상할 수 있다.
뿐인가. 각종 선인장 종류만도 200여개나 되고 있으며 조류, 동물들이 제 세상인양 놀고 있다.
탐방객들이 쉽게 감상할 수 있는 선동(仙洞)은 길이가 127m로 지루하지 않은 석회암 동굴이다. 이 공원은 1984년 타이완의 국가공원으로 지정받았다.
<컨딩 현지에서 글·사진 김원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