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산업과 정책 이야기 3
조성기 경제학박사(아우르연구소 대표)
왜? 산업의 발전을 고찰할 때 정책이 중요한가? 정책이 산업을 크게 규율하기 때문이다. 그 관계와 인과의 방향에 대해 현대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동의하게 된다. 소위 관주도형 발전전략의 경험 때문이다. 한때 대통령마저 ‘이제는 市場이 더 쎄다’고 했다. 최근 앞으로는 ‘제왕적 대통령’의 권한을 축소해야 한다는 의견이 분분하다. 그러니 정부정책의 힘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런데, 왜 정책이 하필 그 시점(Timing)에 선택되는가? 정책이 시대정신을 반영해야 세상이 제대로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그 시대에 ‘무엇이 그 산업과 관련하여 가장 중요한가?’를 판단하여 시장을 조율(Tuning)한다. 정부의 정책은 기업가 정신에 영향을 미치며, 작은 변화도 이유가 있다.
2017년 우리나라의 주류산업과 관련된 정책으로 정부에서 관심을 갖는 시대정신은 무엇일까? 정책의 선택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을 밝히자면 새 정부 정책의 기조도 파악해야 하지만 주류산업을 둘러싼 환경 분석이 더 중요하다. 환경이 時代기 때문이다. 환경의 실제 상황을 등한시한 정책은 정책실패 확률을 높인다.
환경 분석이란 무엇을 분석하는 것일까? 환경 분석의 기본은 주류산업을 둘러싼 산업의 기회측면이나 위협적 측면, 그리고 산업이 가진 강점과 약점들을 두루 고찰해 보는 것이다. 유명한 스와트(SWOT)분석이 기본 틀로 유용하다.
스와트 분석은 경영학에서 오래 전 부터 사용해 오던 산업전략 분석기법 중 하나다. 분석의 적용대상은 사실 기업, 상품, 지역, 산업, 사람들 등 다양하다. 1960년대부터 미국의 스탠포드 대학에서 기업대상 전략분석에서 사용했다는 소문이 있지만 사실은 출처가 불분명하다는 것이 일반적 평이다. 출처는 이제 중요하지 않다.
워낙이 일반화된 분석틀이다. 그러니 그 틀 속에 좋은 정보를 넣어 좋은 결과를 산출해 내는 것이 의미 있다. 쓰레기가 들어가면 쓰레기가 나온다. 잘 정비된 환경 분석과 무관한 정책을 시도한다면 그 정책은 오류에 가득찬 정책이 될 것이다. 활용자도 중요하다.
분석과 무관한 정책을 시도하면 단순히 정책실패가 아니라 정치적 실패가 된다. 그래서 환경 분석도 필요하고 현명한 정책당국이 중요하다. 환경정보가 정책을 낳고 정책이 시장변화를 낳고, 그 결과가 업계의 발전과 쇠락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사례를 들어보자. 그게 이해에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거론되는 정책 중 하나는 주세율 정책이다. ‘주세율 제도’로 우리가 채택하고 있는 정책은 일반적으로 종가세 제도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주정에 종량세를 적용하고 있으니 우리 제도를 단순히 종가세라고 보는 설명은 옳지 않다. 정확히 하자면 종가세와 종량세 병행제도라고 해야 맞다.
그 종가세를 종량세를 바꾸자는 주장이 전부터 있었다. 요즘 다시 종량세제로 바꾸자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가 뭘까? 산업 환경에 변화를 촉발하는 인자가 무엇일까? 무엇이 문제일까? 혹시 새 정부 이후 일자리 마련을 위한 재원조달이 필요해서일까? 국민들의 음주가 늘거나 습관이 나빠져 건강이 악화된 것일까? 전통주 판매가 부진해 전통주 진흥이 시급하고 중요해서일까?
명확한 이유가 없는 정책은 하릴없다. 소위 정치실패를 산출할 뿐이다. 이유가 뭘까? 자꾸 집요하게 물어야 한다. 진행 중인 듯 하고 정책결정자들의 뇌 속에 들어갈 수 없으니 우선 상상해 보자. 지난 정부처럼 담배 건강증진부담금을 올려 기금 수입 높이는 데 치중했다는 비판이 벌어지는 것은 아닐까.
이것저것 파악해 보면 전통주를 활성화를 위해서는 아닌 듯 싶다. 소형 전통주 업체들은 2008년 이후 주세감면이 본격화 되었다. 전통주에 대한 주세율이 높아 산업에 문제가 될 정도라면, 세율을 조정하면 되는데, 뿌리 째 바꾸는 정책변화는 또 다른 일이 될 것이다.
전통주 분야는 대부분 중소기업이다. 주세에 관한한 특별 감면조치가 가능한 분야는 국제적 관례도 전통주 부문은 아니다. 소규모 업체들의 민생차원에서 감세를 할 경우에는 누구든 인정한다. 그것이 보편적 정책관이다. 어려운 데는 보살피자는 것이다.
전통주 분야는 대부분 영세업체들이므로 민생차원의 보호정책이 가능하다. 전통주의 용기 포장재 지출부분을 2014년 이후 이미 부가세 산출기준에서 제외되었다. 그러니 종가세가 예쁜 포장을 막아 경쟁력을 약화시킨다는 반론도 과거지사가 되었다.
숙성기간이 길어 가격이 높아지고 주세를 많이 내게 되니 좋은 술을 만들 유인이 줄어든다는 주장만은 아직 의미가 있다. 하지만 그 경우도 소량생산의 경우는 주세 감면대상이다. 전통주는 시장점유율이 적다. 그러니 이미 혜택을 받아 보호되는 경우가 상당하다.
전통주라 하더라도 대형업체까지 감면혜택을 주면 정책 형평성에 위배된다. 해외의 경우 전통주 개념은 찾기 어렵다. 세계화 시대에 상대적 문제가 항상 발생한다. 영국의 전통주를 물으면 ‘사이다’라는 사과술을 지적한다. 그들은 그 사과술에 특별세 감면을 요구하지는 않는다. 소형업체의 경우는 다르다. 特惠를 준다. 그것이 글로벌 표준이다.
종가세가 종량세로 바뀌면 맥주 주세율이 낮아져 맥주가격이 낮아진다. 그러면 저소득층도 맥주소비량을 늘릴 수 있다. 하지만 유사 소비층이 선호하는 희석식 소주의 상대가격은 왜곡된다. 상대가격의 왜곡은 그 산업의 위축으로 귀결된다. 그런데맥주소비가 늘 때 음주문제의 발생에는 예외가 없다. 알코올문제는 주종과 도수를 불문하고 발생하기 때문이다.
정책은 역사성이 있고, 제도 변화의 정책적 타당성 평가기준 중 하나는 책임성이다. 특별한 환경적 이유가 없이 정부의 정책적 책임을 방치한다면 민주적 정부가 될 수 없다. 정책변화는 쉽지 않다. 다양한 기준을 가지고 검토해야 탈이 없다.
소주와 맥주가 주 소비대상 품목인 현 국면에서 종량세 채택이 국민건강보호를 위해서라는 정책적 주장은 동의를 쉽게 구하기 어렵다. 2016년 식약처 조사결과를 보자.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시행이후 음주문화가 달라졌거나(13.6%), 달라질 것이다(66.2%)라는 응답이 79.8%였다. 달라졌다는 응답자 중 이전보다 덜 마시고, 저렴한 술을 마시며, 음주차수도 감소하였다는 것이다. 술 문제가 개선되고 있는 것이다.
다시 확인해 보자. 환경이 정책논의를 낳고 정책이 산업을 규율한다. 음주문제 때문이라면 음주문제가 커지고 있어야 하는데, 음주문제는 줄고 있다는 것이 보건위생당국의 조사결과다. 그러니 작금의 종가세의 폐기 논쟁은 그 근거를 어디에 두고 있는 지 더 연구하고 토론해야 할 것이다.
변화의 결정적 이유를 어디에 두고 산업정책을 변경하여야 할까? 그에 대한 그야말로 종합적인 토의가 필요하다. 종합 환경 분석이 그래서 제대로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정 주류나 특정분야의 민원을 근거 없이 처리할 경우 제도는 누더기가 된다. 단순히 ‘음주문제를 줄여야 하는데 아직도 종가세제를 채택하고 있는 제도 후진국이다.’라는 주장도 퇴색된 正義일 수 있다. ‘철학과 근거’를 갖춘 제도변혁이어야 한다.
소위 과거 EU에서 소주와 위스키를 대체재로 간주하고 소주 세율인상과 위스키 세율 인하를 밀어붙이던 때도 아니지 않은가? 트럼프가 미국 위스키를 팔기 위해 한미 FTA 폐기를 주장하는 외교적 상황도 아니다. 정책적 문제제기의 임계시기는 언제일까? 어떤 인자가 중요할까? 政治인가? 政策인가?
최근의 각종 산업자료를 보면 위기에 처하지 않은 산업이 없을 정도다. 그만큼 우리는 산업을 정책적으로 왜곡 발전시켜왔던 것 같다. 특히 조선, 철강, 해운은 말할 것도 없고, 반도체, 전기전자부문도 수요 위기 점에 도달해 있다는 연구들이 있다. 새 기술과 시장을 찾는 데 부실했다는 말이다.
원천기술개발에 등한시 했고 마구 성장위주로 달려왔다는 비판도 있다. 주류산업은 그렇지 않은가? 근본적으로 문제를 제기 해야 할 때이다. 희석식 소주 위주로 산업재편을 시도한 초기 주류산업 전략을 도마 위에 올리고 함께 省察해야 할 시점이 된 것이다. 정책결정의 변곡점에 서 있다는 의견이 맞다.
새로 임명된 청와대의 정책실장은 우리사회를 재난에 처한 상황에 있다고 진단했다. 그 위기를 피부로 느끼는 정부 관료들도, 국민들도. 업체 사장들도 많을 것 같다. 그러니 산업경제 전반의 구조적 개혁을 주장하는 대통령의 지지율이 80%를 넘는 조사가 있지 싶다. 단순히 재벌분야 뿐 아니라 산업전반의 재검토가 답일 것이다.
주류산업 상황을 보자. 술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술의 품질을 논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의 주력 품목인 희석식 소주와 맥주, 탁주 등은 숙성기간이 거의 없거나 길지 않은 것, 다양성이 부족한 것이 그 특징이다. 오래 익지 않은 술이거나 단순한 종류로 생산하여 빨리 빨리 마시고 있었던 것이다.
‘취하면 그만이라거나 아직 소비자 만족도가 최상의 수준이라고 주장하며, 그 정도면 되지 않는가?’ 라고 하면 할 말이 없다.
산업환경의 기회와 위협요인들을 분석해 보고, 해외 주류들과 벌어지고 있는 한판 승부의 현장을 관찰해 보면 그 성찰의 방향성을 감지할 수 있게 된다. 소주, 맥주는 물론 탁주마저도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한 시점에 도달했다는 것이다.
산업환경을 위협인자 부터 살펴보자. 한 보고서를 보면 2008년을 기점으로 커피 음용선호도가 주류선호도를 넘었다는 정보가 있다. 사람들이 취하는 것을 덜 선호하게 된 것이다. 그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은 아니다.
“술 마시는 이유가 무엇입니까?”라고 물을 때 ‘사회적 관계’로 답하는 경우가 많다.
그 상황에서 “술과 커피 중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라고 물으면 커피가 위협적 존재가 된 것을 알 수 있다. 술의 대체재가 된 것이다. 소주, 맥주, 위스키, 와인, 전통주 등 모든 주류의 수요가 일반적으로 줄기 시작했다고 보아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식약처 조사로도 고위험음주는 2013년 82.5%에서 2016년 58.3%로 줄었다. 폭탄주 감소도 마찬가지다. 전보다 많이 마시지 않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의 1인당 음주량은 순알코올 기준으로 얼마나 될까? 지난 40여 년 동안 대체로 ‘9리터 내외’였다. 그 기본 숫자가 낮아질 전망이 보인 것이다.
게다가 절대적 인구가 줄기 시작했다. 10년 후에는 생산가능인구가 170만 명가량 줄어들 전망이다. 저 출산까지 고려하면 일본보다 더 한 상황이다. 그 때 술소비는 어찌 될까? 또한 술은 돈이 있어야 마신다. 오랜 저성장이 계속되고 있다. 앞으로 더 지속될 전망이다.
과연 시장에 반전이 있을 수 있을까? 새 정부 들어선 후 부동산 열기가 높다지만 10년 후라면 모든 거품이 꺼질 공산이 크지 않을까? 노인부양, 저소득 지속, 사회경제적 격차확대 등 소비지출 감소 신호는 다양하다. 가계부채 증가, 이자증가, 소비지출의 축소도 방향이 같다. 폭음이 줄고 즐기는 음주가 늘고 있으니 과거와 술이 같다면 과연 수요가 유지될까?
소주와 맥주에 집중되던 음주는 물론 술선호 경향 자체가 지금과는 달라질 것이다. 적어도 지금의 소주나 맥주로는 시장유지가 어려울 것이다. 혼술 족의 증가도 그 징후 중 하나다.
20년 전과는 모든 것이 너무나 크게 변하고 있다. 그 변화는 앞으로 더 급격할 것이다. ‘얼마나 마시는가?’가 관건이 아닐 것이다. ‘어떻게 마시는가?’에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식약처 조사결과 飯酒가 3년 전 보다 두 배 늘어 41.0%였다. ‘깡소주’는 이제 네이버 사전에서 사라질 것이 분명하다.
그 와중에 주류산업에 대한 사회적 공헌이나 혁신의 요구도 커지고 있다. 그럴 수밖에 없다. 소주, 맥주, 위스키 등 주된 분야에 대형업체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정부의 지원, 글로벌 경향성, 접대문화, 고급문화 등 요인이 그 결과를 낳았었다. 오랜 기간 규제와 보호로 성장한 것이 아니냐는 외침도 커지고 있다.
그 상황에서도 연구개발 투자를 적게 해 이윤만 축적하였다는 지탄도 있다. 봉급사장들의 매출위주 정책이나 해외자본투자 업체의 투자방식도 어쩔 수는 없다지만 문제로 지적되는 상황이다. 음주문화도 소비자들의 취향도 과거와 달리 급변하는 상황에서 말이다. 산업과 사회의 연결은 사실 윈윈게임이다. 변화를 거부해서는 안 되며, 거부할 경우 시장을 여지없이 잃게 되는 시대인 것이다.
한편 우리 상황과 달리 글로벌 시장의 음주총량은 늘고 있다는 정보다. 후발국들의 경제성장으로 주류소비의 성장지역이 새롭게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이른바 아시아 아프리카의 신흥시장들이 커지고 있다. 이는 우리 주류산업에도 수출의 기회가 되지만, 한편 유엔 등 국제기구들의 ‘해로운 음주’ 감축정책의 원인이 되고 있다.
그 결과 ‘음주량의 축소’는 이미 국제적인 정책용어가 된 지 오래다. 이에 발맞춰 우리 보건당국도 음주폐해 감축을 위한 정책적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정책방향이 이원화 되어있는 특색이 있다. 전통주 진흥을 중심으로 주류의 산업적 가치를 주창하는 부처가 한편에 있다. 술문제 감축을 위해 음주조절 내지는 음주량 축소가 옳으므로 주류산업을 성장시켜서는 안 된다는 부처가 다른 한편에 있다.
주류산업진흥을 주장하는 정책 메시지와 음주통제와 규제강화를 주장하는 정책 메시지가 양립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기획부처가 공감대를 모아 정책적 선택을 해야 하나 우왕좌왕하는 상황이 아닌가 한다. 소위 정치적 필요에 따라 검토가 이루어지고 정책의 컨트롤 타워로서 역할이 미흡한 실정이라는 것이다.
그 점도 산업의 환경요인으로서 위협적 요인이 된다. 산업은 정책 정체성과 일관성이 부족할 때 혼란에 빠지게 되기 때문이다. 정부의 각 부처는 큰 틀이 없이 각자 도생 중이라고 보면 틀리지 않을 것이다. 국민건강보호, 산업발전, 환경보호, 재원조달 등 다양한 정책지표를 보며 각자 제 길만 찾아 뛰는 상황이 아닐까. 그 때 산업은 어디로 가고 있을까?
결국 정책 일관성 부족, 행정 책임성 미흡 등은 개선되어야 할 과제가 된다. 주류산업의 현황을 적나라하게 관찰한 후 산업위상에 대한 합의, 산업과 주류 관련 문제의 진단, 각 부처들의 정책방향에 대한 공감, 방향조정 및 확정, 일관성 유지 노력, 평가와 피드백, 토론과 협치 등이 반드시 필요한 과제들로 파악 되고 있다.
우리 시장은 이미 자유롭게 열려있다. 오랜 전 부터 그렇다. 주식시장만 자금이 자유자재로 들락날락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주류시장도 주류의 유출입이 자유롭다. 전 세계적인 자유교역 조약들이 힘 있는 기업들을 위한 고속도로를 뚫어내고 있다. 영세한 우리 업체들의 미래 생존이 풍전등화가 아닐 수 없다.
정책 환경 변화는 그에 그치고 있지 않다. 글로벌 환경문제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건강문제 보다 유명한 정책대상이 되고 있으니 말이다. 트럼프가 파리조약에서 탈퇴한 이후 더 관심사가 될 조짐이다. 관련하여 주류공병의 재사용 과제, 에너지 절감, 이산화탄소 배출절감 등도 주류산업에 주요 과제로 불거질 조짐이다.
물론 위협인자 만 즐비한 것은 아니다. 기회와 위협은 동전의 양면이라는 금언도 있다. 그 모든 위협을 기회로 활용할 노력도 의미 있을 것이다. 게다가 전통주 분야의 경우는 정부가 진흥과 수출노력에 나서고 있다. 전통주 분야는 과거에 원료사용 제약과 각종 규제, 대체 품목들의 수요증가로 수요 급감을 경험했다. 하지만 이제는 원료, 첨가물, 주세, 포장용기 등 부문의 규제가 상당 수준 풀렸다. 기본 수요가 소주 맥주 등 주도주에 밀려 늘고 있지 않았지만 공급력은 상당히 개선되었다. 긍정적 변화다.
4차 산업혁명도 업계의 역량에 따라 산업을 크게 변혁시킬 기회이자 위협요인이다. 새 기술은 기존 시장을 확보하여 투자 여력을 확보하고 있는 대기업에 유리할 수도 있다. 작은 영세업체들은 기술변화가 오히려 상대적으로 위협적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자본 절약적으로 개발 된다면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모두 활용 가능한 기술이 될 수 있다. 기회가 비슷해지므로 준비된 업체들에게 유익한 조건들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점에서는 미래가 격차사회가 아닐 수도 있다. ‘주류산업이 그 불확실한 미래기술을 활용할 인식과 준비를 하고 있는 가?’만이 문제일 수 있다.
로봇, 드론, 3D프린팅 등의 기술이 업계에 도움이 될 경우 여력을 어디에 몰아야 할까? 그런 걱정을 미리 하며 대비하는 업체들에게 시장기회가 오지 않을까? 노동절약적으로 기술혁신이 추진될 경우 나타날 노동문제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 함께 대비할 미래는 이미 주류산업에도 성큼 성큼 다가오고 있는 것이 진실이다.
외적 위협들이 주류산업에 멀지 않은 미래에 작동될 것이므로 업계와 정책당국은 그 정책방향을 어찌 잡아야 할 것인 지 자리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업계가 위기상황에 이미 노출되고 있는 상황을 공동으로 인지하고 정책재설계를 논해야 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정책의 결정할 상황은 이제 전혀 아닌 것이다.
그런데 과연 우리의 산업정책은 어디로 가고 있을까? 업계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주류산업은 제조, 도매, 소매 구분할 것 없이 모두 다양한 규모의 업체들이 혼재하고 있다. 대형업체만 있는 것이 아니고 중소, 영세업체들이 더 많다. 상대적으로 더 어려운 업체들이 많다고 보면 된다. 그만큼 미래준비도 힘든 업체들 말이다. 그러니 산업전체에 대해 일반화된 정책설계는 실제로 틀린 정책이 된다. 그런 현실을 모두 검토한 후 정책방향을 설정해야 옳을 것이다.
우리의 강점을 찾는다면 그래도 정부, 업계, 업계의 협회들이 오랜 사업경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벌써 반세기가 넘은 정책경험이 아닌가 한다. 위기를 맞아 준비를 하거나 나쁜 상황이 올 때 대책을 마련할 기반은 형성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과연 그 저력이 제대로 작동될 것인지에 대한 회의다. 잘 할 것이라는 확신이 서지 않는다는 것이다.
업체들이 내부에서 발신하고 있는 시장신호도 전반적으로 적신호다. 소주, 맥주, 위스키 등 전형적 대기업들은 연구개발 부족으로 기술역량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은 지 오래다. 일부 소비자들이나 정책결정자들의 실망도 좌시할 일은 아니다.
기술력뿐이 아니라 경영구조도 취약한 상황이다. 전통주 제조 등을 담당하는 소형업체들이 정열적으로 발전하고자 노력하고 있다지만 자본력이나 시장수요의 불안정으로 경쟁역량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전망은 매우 제한적이다. 산업전반의 기저가 취약하다는 것이다.
제조, 도매, 소매 전 분야에서 경쟁과열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도 문제다. 과연 자유시장에 과당경쟁이 있는 것은 그저 당연한 일일까? 외환위기 이후 증폭된 탐욕과 과다경쟁의 분위기 속에서 많은 업체들은 이미 매출 축소와 극도의 이윤율저하 상황을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술장사가 물장사이므로 돈을 많이 벌 것’이라는 시각은 이제 전혀 불가능한 일이 되고 말았다. 식당, 치킨 집, 주점 등 주류소매점들의 폐업이 한해에 6,000개가 넘는다는 보도는 그를 입증한다. 위기가 더 심해지면 생계형 불공정 거래행위나 탐욕적 탈취행위가 그 시장을 또 뒤덮을 수 있다. 자본력이 우선인 무한경쟁의 뒤안길에는 보이지 않는 부당거래의 현장이 등장하게 되는 것이다.
이 때 산업의 활로는 위기상황의 인식, 위기극복을 위한 정책 재설계, 경영과 기술 혁신, 업체 간의 협동, 정책과 산업 기술력의 제고, 이에 수반되는 품질과 시장관리력의 제고, 이를 위한 정부와 업계의 중장기 발전계획 들이다. “해 낼 수 있을까? 과학적 경영관리를 과연 정부와 산업계가 해낼 것인가? 제대로 된 분석과 제대로 된 정책으로 과연 산업을 살려낼까?” 두고 볼 일이다.
<다음호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