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술, 원료의 다양화를 시도해 보자

 

이대형 연구원의 우리 술 바로보기(116)

 

우리 술, 원료의 다양화를 시도해 보자

 

 

한 동안 가뭄에 농작물이 타들어 가는 것을 보면서 빨리 비가 내렸으면 했지만 이제는 한참동안의 장마를 지나 무더위나 열대아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으로 변했다. 이제 곧 사람들은 무더위를 피해 산과 바다로 이동을 하는 휴가 시즌을 맞이하게 된다. 더위가 시작되면서부터 우리 술들의 판매는 주춤하고 있고 맥주의 소비는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수제 맥주의 성장에는 새로운 주류에 대한 호기심과 다양성 그리고 저도수로 부담 없이 마실 수 있는 점 등 다양한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다양성을 결정하는 술의 맛은 무엇에 의해 좌우 될까? 주종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크게 보면 원료(쌀, 맥아, 포도 등), 발효제(누룩, 입국 등), 물, 효모 등으로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고 결국은 술에 들어가는 모든 것에 의해 술 맛은 변할 수 있는 것이다.

맥주 원료는 기본적으로 보리, 홉, 물, 효모로 단순하다. 그러나 원료 하나하나의 다양성이 더해지면서 맥주의 맛 차이는 시작된다. 보리의 경우 유럽 양조장 협약(EBC) 국가에서 300여 종의 여름보리, 100여 종의 두줄보리, 100여 종의 여섯줄보리가 등록되어 있고 이중 주로 쓰이는 것은 20여 품종 정도가 된다고 한다. 여기에 맥주의 쓴맛과 거품 유지에 중요한 홉 역시 품종만 100여 종이 된다. 추가적으로 효모나 첨가물로 쓰이는 허브만 합해도 맥주 제품의 가짓수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아지게 된다.

 

그에 반에 우리 술의 원료 다양성이 어떠한가? 물론 우리 술의 특성과 지역적으로 마시는 곳이 한반도로 제약이 있는 부분은 있다. 하지만 현재 가장 대표적으로 쓰이는 원료 중 쌀은 그 품종이 많다고는 하나 실재 재배가 되는 품종은 약 20 품종 정도가 된다. 언 듯 보면 작은 나라에서 많은 품종이라 할 수 있지만 양조용으로 만들어진 쌀이 아닌 식용으로 만들어진 쌀이기에 양조장에서 품종간의 특징을 선발해서 사용하지 않기에 품종의 수는 별 의미가 없다고 본다. 거기에 발효제로써 누룩은 문헌에는 많은 것이 있을 수 있지만 상업적으로 나오는 발효제는 몇 가지가 되지 않으며 효모 역시 그 수가 5개를 넘지 않는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이렇듯 우리 술에 있어서 원료의 부분에서 다양성을 언급하기에는 아쉬운 부분이 많다. 물론 최근에 누룩 및 효모의 다양성에 대해서 많은 진전이 있어 새로운 미생물들이 공급되고 있다. 반면 중요한 전분질 원료에 대한 연구는 많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특히 쌀의 경우 양조용으로 만들어진 품종이 없어서 식용 쌀을 이용해서 술을 만들다 보니 좀 더 좋은 제품을 만드는데 한계가 있다. 물론 품종을 만든다는 것이 쉽지 않고 오래 걸리는 일이기는 하지만 맥주, 포도 그리고 사케 등 외국의 사례에서 보듯이 원료의 재료가 양조용이 아닌 경우는 매우 드물다.

 

또한 쌀 위주의 원료 사용이 이제는 변했으면 한다. 지금도 밀이나 보리, 좁쌀 등의 원료를 이용해서 술을 만들고는 있지만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이 있다. 잡곡의 경우 발효 과정에서 쌀과는 다른 향과 맛이 나오기에 잡곡을 잘 사용하면 기존 누룩이나 효모의 사용보다 다양한 맛을 내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것은 막걸리나 약주, 소주에 이르기 까지 비슷하게 접목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술은 그동안 너무나도 좁은 수의 원료에만 집중을 하지 않았나 싶다. 산업화 및 대량 생산이라는 이름으로 오히려 다양한 원료와 발효제를 사용해서 술의 다양성을 넓힐 수 있는 기회를 포기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연구기관에서도 원료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현재까지 쌀 이외의 원료에 대한 발효 특성이나 발효 방법에 대한 연구가 부족하기에 양조장에서도 접목하거나 인용하기가 어려웠고 그로인해 잡곡 원료의 사용도 쉽지가 않았다.

이제는 획일화 되어가는 우리 술 시장에서 다양성이 살아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의 한 가지 원료의 사용에서 다양한 원료로의 변화를 시도해 봤으면 한다. 특히 이러한 것을 뒷받침 하기위한 연구 또한 같이 병행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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