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우 에세이
전주 원도심 술문화교류학교
전주와 우리 술
전주는 술을 마시기 위해 여행을 오는 우리나라의 유일한 도시이다. 전주시내 곳곳에는 이름난 막걸리집들이 포진해 있다. 가맥집도 도심 사이사이 끼어 시민들의 휴식처가 되고 있다.
또한 전주에는 한옥마을이라는 매우 강력한 소비처가 있다. 전주한옥마을은 1년이면 1천만 명의 관광객들이 찾는 관광지로 성장했다.
전주의 막걸리 양조장들은 1970~80년대까지 도심에 있었으나 시 외곽으로 모조리 이전하였다. 그러나 최근 전주한옥마을을 중심으로 도심에 양조장들이 복원되기 시작했다. 도심양조장은 6차 산업을 일으킬 수 있는 물적 토대이다. 또한 술박물관이나 술교육관이 들어서서 전주 전통술의 토양을 풍부하게 하고 있다.
이러한 전통술의 토양과 함께 전주는 음식으로 유명한 고장이다. 어떤 음식점을 가더라도 음식이 대체로 맛있고 인심도 후한 편이다.
전주한옥마을을 비롯한 원도심은 조선시대 이전부터 전주의 중심이었고 많은 이야기가 깃든 곳이다. 1990년대 들어 기존의 원도심을 넘어 삼천동쪽과 송천동쪽으로 도시가 확장되면서 원도심의 공동화가 심각해졌다.
전주시에서는 원도심의 재생에 깊은 관심과 역량을 쏟았으며, 전주한옥마을의 경우 관광지로 개발하여 큰 성공을 거둔 곳이다. 또한 한옥마을에 인접한 도심에서의 도시재생에도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전주 원도심 술문화교류학교
전주 원도심 술문화교류학교는 술문화라는 주제로 도시재생의 콘텐츠를 삼은 우리나라에서 최초의 사례다. 주점이나 양조장을 하는 젊은 사장들이 주축이 되어 전주의 술과 문화를 이야기하고 새로운 발전전략을 논의한 문화와 지역 그리고 술이 만나는 장이었다.
그동안 수도권 등의 타지에서 더 유명하지만 정작 전주에서는 별로 마시지 않는 이강주도 이야기의 마당으로 나왔으며, 전주의 물과 자연 그리고 농업으로 만드는 전통 막걸리 오늘도 만날 수 있었다. 그리고 청년 상인들이 각자의 매장에서 술과 매칭 시키는 안주를 들고 나와 자리를 더욱 풍요롭게 했다.
향후 이 모임은 보다 구체적 실행력이 있는 워킹그룹을 형성하여 새로운 우리 술문화를 창조해 나갈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지자체뿐만 아니라 다양한 그룹과의 연대를 통한 집단지성을 구축해야 한다. 또한 이러한 그룹이 1개로만 머물지 말고 남부시장, 객리단길, 동문거리, 중앙시장, 서부시장, 팔복동, 삼천동 막걸리골목 등으로 다양하게 퍼져 나갔으면 한다.
이를 통해 천편일률적인 소주와 맥주 그리고 취하기 위해 마시는 우리의 술과 문화가 지역의 문화와 농업이 살아있는 그리고 술에도 맛이 있는 로컬 푸드로 자리할 수 있으면 좋겠다.
예를 들면 삼천동과 중인동의 쌀로 빚은 막걸리를 삼천동의 막걸리 집에서 볼 수 있는 상상이 지나친 것일까? 어찌 보면 당연한 이런 막걸리가 현재 전혀 없다는 사실을 우리는 직시해야 한다.
전북과 전주는 이미 발효음식 종가 프로젝트, 미생물 가치평가센터 등을 통해 발효음식과 종균 산업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육성하려고 계획하고 있다.
거기에 더해 정부의 지역균형발전 정책으로 전주 인근으로 농촌진흥청과 익산의 농식품클러스터가 들어섰다.
여기에 전통술산업체들과 지역의 대학, 연구소 등을 중심으로 산학관연체계를 만들고 산학관연이 주기적인 포럼 등의 네트워크 생성을 통해 소통을 시작해야 한다.
가령 지역농산물을 활용한 맥주의 경우 전북은 이미 군산과 김제, 고창, 순창, 전주 등에서 지자체마다 지역 맥주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익산에 있던 농진청의 벼맥류 특작부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맥주의 품종을 연구하는 곳이다. 이들의 공동관심사는 아마도 토종보리를 사용하여 맥아를 만드는 제맥에 모아져 있을 것이다. 이러한 공동의 과제를 통해 협력의 방향을 찾아야 한다.
씨줄과 날줄로 지역의 사람과 자원을 총체적으로 엮어 저 도저한 수입맥주와 와인의 공세에 맞서야 한다.
이러한 협력과 소통의 시작을 바로 전주 원도심 술문화교류학교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아침 꽃을 저녁에 줍다
중국의 문호 ‘노신’의 ‘아침 꽃을 저녁에 줍다’라는 산문집을 다시 읽는다.
우리가 우리의 전통술과 문화를 위해 그리고 전주를 술과 문화가 있는 도시로 만드는 천년대계를 세운다면 무엇부터 해야 하는 것일까?
이 책은 그러한 질문을 알기라도 하듯 나에게 몇 문장을 내밀고 있다.
‘인간의 아버지는 낳을 뿐만 아니라 그 자식을 장래의 완전한 인간으로 만들기 위해서 어떻게 교육해야 하나 고민하지만 자식의 아버지는 낳기만 할 뿐’
가을이 끝나는 경기전 어귀에서 아들의 손을 잡고 지는 낙엽을 봐야겠다. 내가 만드는 술에도 가을을 담아야겠다. 그 안에서 다시 길이 시작되기를….
‘희망이란 본래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 그것은 마치 땅 위의 길과 같은 것이다. 본래 땅 위에는 길이 없었다.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것이 곧 길이 되는 것이다.’ <아침 꽃을 저녁에 줍다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