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주 정책을 다시 진단하고 활성화대책을 함께 논의하자(下)

주류산업과 정책이야기⑫

전통주 정책을 다시 진단하고 활성화대책을 함께 논의하자(下)

“눈앞의 현장과제 부터 차곡차곡 풀어나갈 때 길이 열린다”

조 성기 경제학박사(아우르연구소)

조성기 박사전통주의 현황(現荒)과 그 원인들에 대해서는 이견들이 거의 없다. 대부분 과제들에 동의한다. 그런데 그 해결방법과 우선순위에 대해 견해가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갈등이 생긴다. 문제해결을 하자면 소통이 가장 중요해진다. 정부와 업계의 소통. 현장과 책상 위의 소통. 그 소통들을 통해 공감하고 ‘위드 유’를 외쳐야 할 것 같다.

한 전통주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 보자. “진정 ‘우리 술’을 마시고 흥에 겨울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 못 해 애석합니다.” 전통주를 마실 곳을 찾기 어렵고, 전통주가 무엇인지도 잘 알려지지 않아 화가 난다고 한다. 글은 이어진다. “지난 해 정부와 국회가 큰 관심을 보였는데 흐지부지 되는 것 같습니다.”

소위 사회변화를 위해 힘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 ‘진정성’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관계당국에 전달하는 고언이다. 새 시대를 만드느라 더 중요한 국사가 많으리라. 이해가 간다. 하지만 과연 ‘전통주 활성화 정책’을 쉽게 보는 것 같아 우려하는 것이다. 전통주 문제는 구조적 질곡에 빠져 쉽지 않은 일이다.

“전에도 그랬는데, 역시 이번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전통주의 진흥은 ‘바닥’에서 부터 시작해야 답이라는 것이다. 정부와 국회의 지지와 추진을 등한시 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맥 놓고 앉아 있을 수만은 없다.”는 의견이다. “전통주가 꽃 피울 날이 있을 것입니다.” 옳은 의견이다. 그래야 하고.

입 모아 말한다. 전통주의 관계자들이 현장에서, 바닥에서 스스로 시작하는 것이 상책이라고. 그리고 문제를 하나씩 해결 해 발전시켜 가자는 것이다. 물론 피울 꽃의 구체적 형상에 대해 합의하는 일이 우선이다. 그리 하며 꾸준히 길을 가다보면 목적지가 앞에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작년도 추진되었던 전통주의 정의에 대한 사안은 매우 중요했다. 정부 측이 워낙 신중히, 속속들이 검토한 내용이라 쉽게 통과될 것으로 생각했었다. 하지만 해가 바뀌어도 계류 중인 사안이 되었다. 그 이유가 뭘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소통 부재’가 가장 큰 이유였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정책에서 소통은 매우 중요하다.

법 개정안을 추진 할 때 통상 전문가들과 협단체에 의견을 묻는다. 그런데 현장업체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고 검토할 경우에는 추진이 쉽지 않게 된다. 과거에 정부안에 반대하는 업체나 협단체들은 ‘미운 털’이 박혀 불편한 적도 많았다. 이제 시대가 바뀌었다. 반대의견을 인내할 필요가 없게 된 것이다. 법안 검토 첫 자리에 일선 업체들을 참여 시켜야 한다.

반대의견을 알면서도 등한시 한 것은 아닐 것이다. 워낙 면밀히 검토했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 하지만 전문적 검토만으로는 부족한 일이 항상 생긴다. 공급 주의적 정책추진이 갖는 한계인 것이다.

주류는 대부분의 국가가 발효주와 증류주를 기준으로 분류한다. 주세보전이 중요한 이유였다. 전통주 등의 진흥법상 분류는 목적이 다르다. 진흥이 목표다. 하지만 진흥을 목표로 양적 확장성에 관심을 둘 때 미비점이 생긴다. 분류체계와 포괄 대상이 애매모호해 진다는 단점이다. 또한 분류가 바뀔 때 어느 누군가에게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시장규모가 팽창할 때는 피해가 적다. 파이가 고정적이거나 적일 때 피해가 커진다. 당장에 모호할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이 가면서 피해가 늘 수 있다. 그래서 이견이 생기는 것이다. 그래서 관건은 그 문제 확인을 위해 현장과 해야 하는 대화다.

또 다른 의견도 듣자. “전통주 업계가 워낙 열악한 상황에 있고, 업체들은 스스로 자립을 하지 못하고 있어요. 정부가 지원을 했지만 효과가 적었지요. 전통주 법의 정의와 해석을 두고도 설왕 설레하고 있습니다.” 합의를 이루고 뛸 수 있는 신작로를 아직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전통주 산업 육성을 위한 최적의 정책을 찾기에 어려운 문제가 산적합니다.” 적확한 의견이다. 전통주 전문가들은 대부분 이 의견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는 정황이다. 아. 어디로 가야할까?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사실 정답은 있는 데도 없다. 길을 알아도 해결이 쉽지 않다. 전통주 문제에 관한한 선문답 같을 수밖에.

“더 고민하고, 토론을 거쳐 합리적인 대안을 도출해야 할 것입니다.”그게 답이다. 좀 틀리더라도 중지를 모은 후 힘을 모아 하나씩 추진해야 할 일이다.

전통주 활성화 대책은 전통을 살리는 일과 같이 ‘꼭 해야 할 일’, 얽히고 꼬여 있어 해결이 어렵지만 ‘해야 할 일’, 명분이 있지만 실익이 없어 미루는 등 ‘안 해도 될 일’, 갈등 발생이 예측되어 당장에는 ‘무리가 될 일’ 등으로 구분하여 정리해 볼 필요가 있다. 한꺼번에 다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우선 과제를 걸러내는 데에도 도움이 될 수 있고.

전략적이란 선택하는 일이기도 하다. 모두 중요해도 나열 만 해서는 성과가 적다. 문제는 정책당국자들이 상당 수 과제를 찾아내고는 나열하는데 그치는 데 있다. 실제 얻는 것이 줄어든다. 워낙 피폐한 전통주 산업의 과제는 사실 산적하다. 그러니 다시 문제는 전략적 관점이다. 따져 보자.

꼭 해야 할 과제들은 무엇일까? 누구나 활성화를 주창한다. 생산 현장에서 부터 관련 부처청, 협단체, 전문가, 국회, 청와대, 소비자들에 이르기까지 예외가 없다. 그러니 무엇보다 시장관련 과제가 가장 중요하다. 시장과제는 수요력과 공급력의 확장과제로 요약된다. 공간적으로는 국내와 국외를 포괄한다.

수요력은 ‘현재 고객’과 ‘잠재 고객’ 대상의 일이 핵심이다. 현재 시장과 고객은 어디에 있을까. 최근 특기할 만한 곳은 ‘고가’의 고품질 탁약주 및 청주, 증류주 시장이다. 개인화 취향과 함께 다양성을 추구하는 마니아층이 늘고 있는 곳이다. 고학력, 고소득 1인 가구, 40~50대 여유계층. 그들이 욕망하는 제품을 개발하고 안정적으로 공급할 시도를 해야 할 것이다.

전통주 수요의 ‘점재고객’은 해외시장에 많다. 사실 그 시장이 더 크지 않을까? 동남아시아, 중앙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등 과거 미개발 저개발 국가들의 주류시장 급팽창을 주시하자. 글로벌 경제의 큰 축이 변하는데 우리 주류산업은 왜 더 뛰지 않는 것일까? 관계당국도 체계적으로 나설 일이다.

한국은 사실상 선진국이 아닌가. 새 신흥국들의 새 시장을 보아야 한다. 국내시장을 등한시 하고 해외에 율도국(栗島國)을 건설하자는 것까지는 아니다. 가능한 시장을 보전하지만 확장성이 예상되는 시장 건설에 나서야 하는 것이다.

수출시장 개척에는 세밀한 노력이 필수다. 대상국의 세제, 표시, 규제, 문화, 식습관, 소비성향 등에 대한 Database 마련은 기본적 과제다. 상표와 디자인 등 지적 재산권, 수입규제 완화, 관세 인하, 부당무역 해소 등에 대한 정보 및 행정지원도 필수적이다. 한류, 한식, 한복, 지역 특산품 등과 연결된 판로 개척은 물론이다.

청와대, 국회, 대외공관 공식 건배주 활용은 당연지사다. 해외 주요도시에 수출 거점 설치도 시도해 볼만한 일이다. 해외 도매상 및 판매전문점, 국제회의장 등을 대상으로 한 접점홍보, 외교관 교육, 여행자 견학코스 설치 등도 관심 둘 일이다.

해외시장에 대해서는 정부가 더 역할을 해야 한다. 전통주 업체들이 대부분 영세업체들이기 때문이다. 미래시장인 해외 개척에 정부가 나서는 것이 제국들의 관례였다. 무역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범위에서 투자대비 효익이 클 일에 정부가 나서지 않은 적이 있던가.

국내외 시장에서 전통주의 인지도를 높이는 일에 공공의 역할이 있다. 전통주는 오랜 정책적 차별을 받아왔다. 진흥의 당위성에도 대부분 공감한다. 진흥부처도 지정된 이유는 분명하다. 청년층 인지도 제고에 공적 투자를 제안하자. 드라마, 다큐 등 효능이 높은 프로그램 제작, 청년 밀집지역의 홍보관 설치 운영지원도 지속될 일이다.

시장은 하루아침에 변하지 않는다. 고착된 잠재 고객의 인식과 태도의 변화에 너나 할 것 없이 뛸 필요가 있다.

전통주의 정의는 다의적 초점을 가지고 추진할 일이다. 엄밀성을 부각시켜면서 경직적으로 운영하기도 하고, 그 틀 속에서 질적 다양화를 유도하는 방식이다. 전통주의 외연을 무작정 늘리는 방향은 맞지 않다. 내포, 심화를 통한 다양화가 더 낫지 싶다. 엄밀성과 다양성,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지혜다.

당장에 국산농산물 소비 확대는 전통주와 엮지 말자. 지역발전 과제로 하는 것이 현명하다. 전통주는 당연히 국산농산물로 만들 것이다. 그러니 시장에 맡겨보자. 정부가 나서지 않아도 시장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실제 사용을 늘리고 정책 시비는 줄이는 방안이다. 전통주 진흥은 그 자체 추진만으로도 버거운 상황이 아닌가.

하나로 묶기 어려운 논제는 풀어서 각각의 정책목표에 맞춰 다시 정렬시켜 해결하는 방안을 강구하자는 것이다. 정책의 묘법이다.

해결이 쉽지 않은 제도적 과제들도 풀어내야 한다. 세제는 아주 어려운 정책과제 중 하나다. 시시비비를 가릴 일이 많기 때문이다. 전통주 여부만을 가지고 세율 상 특별대우를 할 때 문제가 발생한다. 지역발전을 위해서나 영세규모 경영이라는 객관적 사유로 지원하면 말이 없어진다. 전통주 생산업체도 규모가 커서 시장 자율 존립이 가능할 때 특별대우 하지 말자는 것이다. 주류업체들에 대한 특별대우에 형평성과 취약성 등 정책기준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해외주류에 대한 과세 역차별 문제도 풀기 어려운 과제다. 오래 전에 국제적 합의가 된 사안이기 때문이다. 주세는 각국의 사정을 충분히 감안해야 하다. 그리고 각국 내 유사 주류에 동일한 주세 율을 적용하는 것이 국제적 관례다. 국가 간 형평성 문제다. 첫 단추를 잘못 낀 사례가 된다.

‘이제 와서 왜 그러는가?’라는 질의에 답변이 옹색하다. 그래도 오류는 오류다. 수정해야 할 일이다. 국제 비교 연구를 철저히 하고, 정부차원의 협상단을 구성해서 나설 일이다.

세제 지원문제도 곤란하지만 시도해 볼 과제다. 지역생산 농산물로 제조하는 주류 중 일정규모 이하의 업체에 대해 영(0)세율 또는 추가 세율감면을 시도하자. 유럽국가들 중 와인이나 맥주 생산업체 중 지역 농산물 사용 업체에 주세를 면제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영세업체들에 대해서다. 유럽 세제의 전통이다. 우리도 해볼 만한 제도가 아닌가.

주세의 지방세화도 풀어야 할 숙제다. 주세는 오랜 기간 국가경제발전에서 일등 공신이었다. 중앙 집중 발전의 시대가 가고 지역발전을 통한 새 가치 창출의 시대가 왔다. 시대정신을 구현하자면 재원이 관건이다. 규모가 작다거나 국세를 고집하며 늦출 일이 아니다. 지역생산 주류부터 지방세화해 보자. 주류를 시작으로 지방세원 확보가 늘 수 있다.

시대적 과제가 아닐까. 지방세는 일반 발전재원이 되기도 하지만 농산물 소비촉진, 전통주 지원, 음주문화 개선 등 취약부문을 개선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 지방민들이 원하는 곳에 쓰자는 것이다. 그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하면 다른 주세도 변화가 가능할 수 있다. 천리 길도 한걸음부터다.

이제 디지털 시대다. 온라인 주류 판매에서의 이견과 오해도 풀어야 한다. 온라인 유통으로 주류 유통단계가 줄어든다. 거래단계가 축소되면 과세기준도 달라질 일이다. 드론 유통이 현실화되거나 제조사 택배이용이 늘어나면 오랜 3층 유통체제도 붕괴될 수 있다. 당장의 일은 아니다.

기술 변화에 결국은 제도가 순응해야 할 때가 올 수 있다. 시대에 맞는 새 옷을 입을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주세제도도 규모도 또 변화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과연 기술변화에 체계적으로 준비하는 정부와 산업의 모습은 어디에 있을까?

주류의 온라인 유통과 직배문제는 시작에 불과할 수 있다. 전통주도 예외가 아닐 것이다.

전통주 업체 간 공동사업개발도 쉽지 않은 과제다. 정부가 적재적소에 개입하면 고리를 풀기 쉬워질 일이다. 필요한 혁신 과제로 인정되면 인센티브를 투여하는 것이다. 공동병 개발, 공동마케팅, 공동물류 등의 협동화 사업을 지원하면 규모의 경제가 가능해지지 않을까. 사업체간 신뢰가 쌓이고 고비용 구조를 타파되면 또 다른 기회를 찾아 나설 것이다. 새 기회를 주는 과제다.

전통주 업체와 대형제조나 유통업체들의 협력문제도 과제다. 홀로 서기는 어렵다. 합치면 풀린다. 대형업체들의 개발욕구, 전통주 업체들의 기술, 유통력 문제 등을 동시에 풀기 위한 협업시스템을 구축해 보자는 것이다. 제조와 유통 부문이 모여 프로세스 이노베이션을 이루면 모두에게 이익이다.

드라마틱한 혁신에 대해 정책인센티브를 주고, 영세업체의 불이익을 막는 일을 제도화하면 추가 격차를 막으면서 생산성 향상을 이룰 것이다. 미래 행정의 과제다.

행정부처의 지원 네트워크 구성도 과제다. 행정 분야 간의 벽, 부처 간 매듭을 허물자. 주류부처의 다원화는 현존하는 높은 벽이다. 몇몇 부처만의 일이 아니다. 주류관련 유관 부처들 모두 협조하고, 정책들을 링크시키는 라운드 테이블을 설치하자는 것이다. 라벨 비용, 과다 규제 문제 등 문제부터 풀어나갈 일이다. 관료주의를 없애고 여러 부처가 힘을 합치면 희망이 커지지 않을까.

명분 보다 손실이 큰 과제는 주로 성장지향형 과제들이다. 전통주 대상을 늘리는 확장정책에는 무리가 따른다. 목표를 높게 잡으면 업체 수부터 늘리게 된다. 과거의 정부의 모습이다. 의욕이 앞섰다. 예산, 담당자들의 수도 늘지만 산업적 성취는 적다. 성장정책은 수요가 급팽창 하는 산업에서 타당하다. 전통주 급성장은 단기에 도달 가능한 일이 아니다. 무리한 정책이다. 명분이 있다고 선택할 일은 아니다.

추진을 유보해야 하는 과제도 있다. 추진 중인 전통주 등의 진흥 법안이 그것이다. 전통주, 지역 특산주 구분을 명확히 하는 등 발전된 조항이 많다. 하지만 지역 전통주 업체들의 시름을 늘린다. 업체들의 반발도 크고 우려도 커 추진이 쉽지 않다. 정책리스크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전통주의 선정에도 정부의 판단 실패가 가능하다는 우려가 있다.

법 개정의 장점이 있지만 협제 법안으로도 활성화 정책이 불가능하지 않다. 그럴 때 추진의 당위성이 떨어진다.

전통주 활성화는 제한적 규모 속에서 질적 심화발전이 바른 방향이 아닐까. 그간 중점을 두어 온 공급주의 시각에서 수요 주의적 시각으로 눈길을 바꾸는 것도 중요한 전략적 개선이다. 성장 일변도 보다 현장의 애로를 풀며 실천 가능한 정책과제들 부터 풀어보자. 전부 다 한꺼번에 풀기보다 한 매듭씩 풀며 가는 것이 나을 것이다.

현장으로 가자. 정책 수요자들의 눈. 그 시각은 절대로 소극적인 방법이 아니다. 실익을 취하며 모두가 함께 가자.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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