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선희가 만난 술과 사람 ⑥
서형원 별주막 대표
과천 별주막의 서형원 대표를 만났다. 과천 주민들이 즐겁게 소통하고 만남을 이어가는 아지트와 같은 공간으로 자리 잡은 인기주점이다.
환경운동연합 정책국장, 과천시의원과 과천시의회 의장으로 활동했던 그는 2015년 12월 막걸리학교 28기로 입학했고, 이듬해인 2016년 1월 별주막을 오픈했다. 막걸리학교에 다니는 도중 ‘창업’한 것이다.
깔끔한 성격의 서 대표를 닮아서인지 별주막은 식재료와 술을 고르는 기준이 별스럽다. 별주막의 술과 안주는 ‘4무(無)’다. 수입 농수산물, 화학조미료, 유전자조작 식재료, 수입쌀을 쓴 술은 없다. 친환경·유기농 제철 식재료를 산지 직거래로 공수한다.
“제값 받고 팔려고 합니다. 좋은 재료에 상응하는 제값, 일하는 사람들이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제값 말입니다. 하지만 사장이 부자 되기 위한 값을 받지는 않을 겁니다(웃음).”
서 대표는 별주막에서 제공하는 술과 음식의 가치와 질은 결코 타협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값비싸고 고급진 걸 팔겠다는 건 아니다. 다만, 다소 비싸더라도 맛있고 안전한, 생산자와 자연에 도움이 되는 음식과 술을 손님상에 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에게 외식업은 결코 쉽지 않았다.
“처음 장사를 해보니, ‘적정한 인건비와 노동 강도로 식당을 유지한다는 게 과연 가능한가’ 하는 회의도 생기더군요. 자기 몸을 착취하고, 직원들 노동의 가치를 인정해주지 못하면서 겨우 유지하는 게 음식 장사인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음식 값을 올려야 하고, 경쟁에서 살아남기 힘들고….”
사장으로서의 그의 목표는 별주막을 직원들이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받으며 보람을 느끼며 일하는 곳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술과 음식도 제값을 받고 팔아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처음에는 ‘자영업 분투기’라고 해도 될 만큼 갖가지 어려움이 많았다. “초기에는 그저 열심히 해보겠다는 마음으로 외식업에 무작정 뛰어든 아마추어였습니다. 하지만 점점 소비자의 시각과 입장에서 보는 시각이 생기더군요. 먹는 사람의 입장을 생각하게 되고, 저희 업장을 찾는 고객의 마음도 읽게 되었습니다.”
현재 과천 별주막은 자기 정체성을 지키면서 대중주점으로 커나가고 있다. 무엇보다 ‘동네 사람들에게 사랑받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따뜻하고 창의적인 공간으로 운영했더니 자연스럽게 세대를 아우르는 동네주점이 되었다고 한다. 유모차 부대도 찾아오고, 금요일은 패밀리 레스토랑으로 변할 정도로 가족 단위로 방문하는 분들이 많다고 한다.
본격적으로 술 얘기를 해보자. 서 대표에게 4~5월에 가장 마시기 좋은 술을 추천받았다. 먼저 추천 받은 술은 충북 충주 중원당의 ‘청명주(淸明酒)’와 경남 남해 ‘다랭이팜 생막걸리’. 청명주는 찹쌀로만 두 번에 걸쳐 빚는 이양주로 대표적인 절기주이다. 다랭이팜 생막걸리는 현대판 ‘농촌지도자’인 이창남 대표가 생산자로, 유기농 7분도 현미, 토종 앉은뱅이밀 누룩과 지하 150m 암반수로 항아리에서 발효시켜 만든 생막걸리다.
증류식 소주도 추천받았다. 충남 계룡시에 위치한 장인정신에서 만드는 ‘팔뚝집’. 팔뚝집은 한살림 조합원들에게 공급하는 막걸리를 빚고 있는 곳에서 만든다. 과실 향을 머금고 있으면서, 깊고 부드럽고 담백한 맛을 낸다.
최근 별주막에는 희소식이 생겼다. 별주막 2호점인 ‘군포산본점’을 오픈했다. 과천 여성연극극단 ‘너울네’에 특별 출연한 인연으로 알게 된 이은우 배우가 별주막 2호점을 이끈다. ‘참이슬’ 소주 파였던 이은우 씨는 별주막에 와서 ‘안동소주(22도)’를 처음 경험한 뒤 막걸리와 우리 술에 푹 빠졌다고 한다. 별주막 손님으로 왔다가 아르바이트를 했고, 막걸리학교에 다니면서 별주막의 첫 번째 소믈리에 직원으로 근무하기도 했다.
“우리 자연이 길러낸 제철 식재료의 매력을 더 많은 분들에게 전하기 위한 공간을 앞으로 더욱 늘려가려고 합니다. 2호점은 그 시작이지요.”
이 땅의 자연과 사람의 정성스런 손길이 길러낸 식재료들을 엮어가면서 사람들 사이에서 우리 술과 식재료의 또 다른 미래를 열어가고 싶다는 그의 포부에 박수를 보낸다.